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영화심리상담사인 이화정은 영상번역작가로 일하면서 약 700편의 영화와 TV시리즈, 다큐멘터리를 번역했다. 그 후 영화이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통합예술치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예술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현재 영화와 심리에 관한 방송, <꿈꾸는 씨네 카페>를 진행 중이다.
이화정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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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상상으로 바꾼 과거가 주는 위로와 애도
일본의 거장 영화감독으로 꾸준하게 영화를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신작을 발표했다. 한국에 팬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신작 발표 때마다 관심을 끈다. 고레에다 감독 하면 가족영화 장르가 먼저 떠오르는데, 한때 자신은 “이제 가족영화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선언까지 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계속 가족이나 가족과 유사한 관계에 관심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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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영화 ‘호프’는 왜 ‘호불호의 극단’ 달릴까
영화 <호프>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외신에서 좋은 반응도 받았다. 매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던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영화이기도 해서 국내에서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개봉되자마자 예매율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호불호’가 극으로 갈렸다. 화제작에 대한 호불호는 특별한 반응이라고 할 수 없지만 <호프>는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오히려 관심을 더 끄는 특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SNS에서는 마치 이벤트라도 하듯이 <호프>에 대한 평이 잇달아 올라오고 호평 밑에 악성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 <호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조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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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노 머시》까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영화로도 제작된다. 아니, 이미 그 전부터 영화는 대중의 심리를 읽고 있었다. 최근에 개봉한 미국 영화 <노머시: 90분>(감독 티무르 베크맘베토브)은, AI가 대중화되면서 언급된 이른바 AI 판사가 모든 범죄를 심판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주인공인 피고, 레이븐(크리스 프랫)은 의자에 묶여 있어서 꼼짝할 수 없다. 영화 배경인 이곳은 AI 사법 시스템의 법정이며, 검사도, 변호인도, 배심원도 없고, 오직 AI 판사의 얼굴과 목소리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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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수돗물 건배, 알면서도 속아주는 가족 사랑
왜 우리는 가족 앞에서 더 어색해질까. 그럼에도 왜 그 관계를 놓지 못할까. 설날 아침, 한 식탁에 둘러앉은 가족들의 얼굴을 가만히 살핀다. 가장 가깝지만 때로는 타인보다 멀게 느껴지는 관계. 명절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우리에게 가족은 안식처인 동시에 때로는 견뎌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 미묘한 온도의 차이를 미국 독립영화계의 아이콘, 짐 자무쉬(Jim Jamusch) 감독은 신작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를 통해 특유의 무심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낸다. 지난 1월 초 개봉한 이 영화는 근사한 극적 화해 대신, 삐걱거리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던 가족의 민낯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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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추어리
온화한 미소, 나직한 목소리. 그가 떠났다
영화계의 슬픈 소식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대중의 오랜 친구였고, 가끔 보는 친척처럼 느껴졌던 그가 이 세상의 긴 여행을 마무리했다. 안성기 배우를 떠올리면 특유의 깊고 강한 눈빛과 꽉 다문 입, 그리고 독특한 저음과 느린 말투가 먼저 생각난다. 친근하면서 편안한 느낌 때문에 그는 커피 광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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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위해
영화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영상 매체는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영상은 늘 우리 손 안에 있다. 그래서 오히려 영상에 대해 무디어졌다. 어떤 영상이라도 이제는 더 이상 신기하지 않고 어떤 특수효과도 초기만큼 관객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지는 않는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바뀌는 장면들과 긴장감 넘치게 짜인 서사를 관객은 마치 놀이기구를 타듯이 즐길 뿐이다. 그 사이에 끼어드는 어떤 지루함도 관객은 참지 못한다. 그런 관객의 성향에 맞춘 영화들이 영화관의 80%를 점유하고 있어서 다른 영화를 보고자 하는 다른 관객의 선택권마저 앗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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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전주영화제 개막작 ‘새벽의 모든’
올해로 25회를 맞이한 전주 영화제의 개막작은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으로 선정됐다. 마무리가 되지 않고 중간에 끊긴 듯한 느낌의 제목은 영화 전체의 서사와도 연결된다. 두 남녀 주인공은 장애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가끔 제어하기 힘든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단절되는 기분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주인공인 후지사와는 심한 PMS(월경전증후군)을, 남자주인공인 야마조에는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 후지사와는 평상시에는 매우 공손하고 사려 깊은 아가씨이지만 어느 순간 PMS 징조가 나타나면 매우 공격적으로 변한다. 갑자기 만사가 귀찮고 무기력해지면서 주변의 사소한 모든 것이 그녀의 신경을 거스른다. 증상이 나타나는 순간이 오면, 바로 옆에 있는 직장동료에게 시비를 걸고 화를 낸다. 하지만 증상이 사라지면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일이 반복된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스스로 그만 두고 과학기구를 제작하는 작은 회사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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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스릴러물 영화에서 모성은 독일까
<마더스>라는 제목 아래에 매력적인 두 여배우의 얼굴이 나란히 있으니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영화 포스터에는 ‘제시카 차스테인’과 ‘앤 해서웨이’가 자매처럼 비슷한 색상의 의상과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앞을 주시한다. <마더스>는 벨기에 작가 바바라 아벨의 소설이 원작이며, 동명의 벨기에 영화를 리메이크한 브누아 델롬 감독의 심리스릴러물이다. 영화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엄마들의 본능’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들의 본능이라기보다는 모성이라는 이름의 ‘광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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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것도 있겠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한국계 미국인 셀린 송 감독이 만든 자전적인 영화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화 <미나리>를 떠올리게 된다. 두 영화는 어린 시절, 아메리카에 이민 온 주인공의 정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미나리>가 한국에서 거대한 땅으로 이주한 가족을 통해 환경에 맞서 싸워야 하는 힘든 여정, 그리고 가족의 힘을 보여주는 이민자의 정서를 표현했다면,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민이라는 특별한 사건으로 인해 삶의 방향이 달라진 두 개인을 경유하면서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남녀 간의 보편적인 정서까지도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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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그들의 얼굴
작년 부산영화제에서 1초만에 매진 사태를 부르며 상영됐던 켄 로치 감독의 <나의 올드 오크>가 상업 영화관에서 개봉한 뒤, 호평을 받으며 조용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나의 올드 오크>는 폐광촌에 이주해온 난민들을 향한 편견의 시선을 다룬 영화다. 대중적인 영화가 아닌데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들이 있다. 켄 로치 감독도 그 중 한 사람이다. 켄 로치는 일관성 있게 비슷한 성향의 영화를 만드는 이른바 ‘작가주의’ 감독이다. 요즈음처럼 OTT의 판타지성 드라마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작가주의 성향은 살아남기가 힘들다. 불평등한 계층의식을 비롯해 사회적 이슈를 영화에 담아 주목을 끈 봉준호 감독도 작가주의 감독은 아니며 다양한 주제로 영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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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그냥 눈 딱 감고 나서지 말까
새해가 되면 작년과는 달리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막연한 희망을 품게 되고 열심히 살자는 취지의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런데 그동안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내 앞에 나타났을 때,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도 함께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리고 양쪽 다 가볍게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앞으로 내 인생에서 사라지지 않을 만큼의 무게를 지녔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내 미래와 안위를 생각해 눈 딱 감고 지나치는 게 현명한 선택일까. 나의 순간적인 결정은 내 미래를 막는 걸림돌이 될까. 아니면 어느 순간 불쑥 얼굴을 들이미는 트라우마로 남아 평생 나를 괴롭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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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리들리 스콧의 ‘찌그러진’ 나폴레옹
최근에 개봉한 영화 <나폴레옹>은 <글래디에이터>, <마션> 같은 매력적인 대작을 만든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맡고, 호아킨 피닉스가 주연을 맡았다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전설적인 영웅을 서사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지만 스케일이 큰 영화감독으로서는 매력을 느끼기 충분한 캐릭터임이 분명하다. 작고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도 드라마 시리즈로 만들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으로 불발에 그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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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당신은 어떤 ‘경계선’을 밟고 있나요
조현병 환자가 행인에게 칼부림을 하거나 차로 인도를 침범해 사상자가 나오는 기사가 심심찮게 보도된다. 정신증 환자들 중 이렇게 공격성이 심한 경우는 그 확률이 매우 적다고 하지만 이런 사건들은 정신증 환자에 대한 경계의 벽을 높인다. 시청률 1위를 달렸던 넷플릭스 TV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깨뜨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환자를 둔 어떤 가족은 이 드라마를 보고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정신증이나 신경증을 앓게 된 사례들을 서사화하면서 환자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정신과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도 정신과 보호 병동에 입원하는 상황이 나온다. 정신병동 간호사의 입원 병력이 알려지면서 정신과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을 노출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보호자들까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간호사 정다은을 거부하는 모순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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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넘어야 할 경계를 일깨우는 영화들
부산영화제 기간 중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충돌 소식이 지구촌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한쪽에서는 죽음을 코 앞에 두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축제의 마지막 순간을 즐기는 상황이 우리의 삶이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도 예년처럼 각국의 특성과 사회적 상황, 영화에 대한 고민들이 담긴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만드는 다양한 시각이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자신과 다른 처지에 있는 이들의 생각과 삶을 잠시나마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최적의 방법 또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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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소통의 시작: 내게 귀 기울여주세요
거대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들로 도배된 상업 영화관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들이 ‘가뭄에 콩 나듯이’ 박혀 있고, 게다가 시간대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인 경우가 많다. 반면 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은 상업 영화관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그 중 하나다. 영화의 중요한 가치들 중 하나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소통일 것이다.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기 힘든 인간들이 타인의 삶을 경험하면서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영화는 그런 역할을 가장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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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학교에서는, 누가 진짜 ‘괴물’일까요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칸 영화제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감독이다. 2018년에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작년에 <브로커>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최신작 <괴물>은 2023년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는 가족영화를 주로 만들면서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왔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는 아이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다. <괴물> 역시 엄마와 아들로 구성된 한부모 가족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심각해지고 점점 여러 겹으로 확대된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고레에다 영화와는 다르게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테이프를 되돌려가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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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소중한 사람, 아빠를 기억하는 특별한 방식
일 년 내내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열린다. 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부산영화제와 전주영화제 정도는 알겠지만 그 밖에도 작은 영화제들이 많다. 자세히 살펴보면 내가 사는 동네 근처에서 열리는 작은 영화제들도 있다. 필자의 동네 근처에서도 마을 영화제가 열렸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머내마을 영화제’는 마을 공동체의 작은 축제였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열린 축제였다. 상영된 영화들은 주로 가족간의 사랑과 갈등을 보여주는 영화들로 선정됐다. 폐막작으로 선정된 <애프터썬> 역시 신예 감독의 신선한 감각이 돋보이는 가족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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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아픔도 삶의 소중한 일부분이다”
다큐 독립영화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엄마의 인터뷰 첫마디부터 인상적이다. “엄마인 것 빼고는 지금 전 잘 지내요.” 엄마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두 사람을 위한 식탁>은 2022년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을 보였고, 2023년 8월 17일부터 19일까지 인디스페이스 영화관에서 개최됐던 ‘한국영화 다양성 주간’의 개막작으로 상영된 김보람 감독의 두 번째 장편 다큐 영화다. 김보람 감독은 전작 <피의 연대기>에서도 여성들이 겪어내야 하는 생리를 주제로 여성의 몸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두 사람을 위한 식탁>도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연속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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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는 왜 이 영화에 끌릴까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최근까지도 영화관이 텅텅 비다시피 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애니메이션 영화 <엘리멘탈>은 최근까지 460만 관객 수를 돌파하며 흥행 1위를 달렸고 주말에는 젊은 연인들이 좌석을 꽉 채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픽사’ 제작사는 모든 사람에게 공감을 일으킬만한 소재와 주제로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애니메이션의 장점이란 실사영화에서 구현해내기 힘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장점을 활용해 픽사는 그동안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미지화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픽사가 만든 애니메이션 영화중 <코코>는 죽은 이들의 세계를 보여줬고,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들을 인격화했으며, <소울>은 인간이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보여줬다. 이번에 개봉한 <엘리멘탈>은 세상을 구성하는 네 개의 원소인 물, 불, 공기, 흙을 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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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이해하기 힘든 인간관계에 대한 영화
최근에 나온 영화들 중 가장 독특한 영화를 꼽으라면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이니셰린의 밴시>를 선택하겠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인간에 대한 독특하고도 진지한 탐구는 전작 <쓰리 빌보드>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이니셰린의 밴시>에서 주인공인 파우릭 역을 맡은 아일랜드 출신의 배우 콜린 파렐은 이 영화에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준다. 콜린 파렐은 이전에 출연했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들, <킬링 디어>, <더 랍스터>에서도 우화적인 독특한 캐릭터를 맡아 불안정한 심리묘사를 뛰어나게 했듯이, 이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현재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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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7년만에 한국영화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24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은 김희정 감독의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다. 이 영화는 김희정 감독의 다섯 번째 작품이다. 김애란의 동명 단편소설이 원작이고 전주영화제와 인연이 깊은 배우 박하선이 주인공 명지 역을 맡았다. 김희정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는 시나리오 작업만 5년이 걸렸는데, 좋은 소설을 만나니 2주만에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원작에서 디테일한 부분들을 약간씩 변형했고 원작에는 없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첨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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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어떤 게 진짜 나일까...전주영화제
전주 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수준 있는 신인감독들의 작품들을 대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상업 영화관에서 만나기 힘든 영화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전주 영화제에서도 이스라엘, 이란, 아르헨티나, 베트남, 튀르키예 출신 감독들의 신선한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10일간 계속 되는 영화제에서 매일 영화를 보다보면 평상시의 나와는 다른 모습이 된다. 나의 정체성은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전주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일부 작품들은 코로나 시대에 제작됐고 영화 속 캐릭터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 없이는 어디든 출입이 불가능했던 시절이 불과 몇 개월 전이었는데 벌써 과거를 보는 기분이다. 마스크가 사라지니,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만 알고 있었던 사람들에게서 낯설음이 느껴진다. 전쟁이나, 재난 같은 특별한 상황은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번 전주 영화제에서 정체성이 흔들리는 주제를 담은 영화들이 눈에 띄었고 코로나라는 재난을 겪은 후라서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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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는 늘 선(線)을 넘지...전주에서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 4월 27일 개막했다. 이번 전주영화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늘 선을 넘지’다. 영화는 탄생 때부터 늘 경계선을 넘어서는 작업을 해왔고 그 덕분에 여기까지 발전해왔다. 국제영화제마다 가장 먼저 매진이 되고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작품이 바로 개막작인데, 이번 24회 전주영화제 개막작인 <토리와 로키타>는 감독의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기대감이 상승됐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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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스포츠 영화는 항상 옳다
스포츠 영화는 <우생순>이나 <국가대표>처럼 실화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밀리언달러 베이비>처럼 모델이 된 선수에게서 부분적으로 모티브를 얻어 전체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 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재현된 경기를 보면서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긴장하고 마음을 졸이게 된다. 실제 경기를 재방송으로 봤을 때 다시 솟아나는 흥분과 함께, 허구가 양념처럼 가미된 극을 통해 실제 선수들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우생순>과 <국가대표>는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영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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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복수 스토리, 뻔한데도 왜 빠져들까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의 드라마 <더 글로리>는 복수가 시작되기 직전에 시즌1을 끝냈다. 그리고 몇 달 후의 시즌2를 예고해서 복수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으며, 지연 작전은 끝내 성공을 거둔 것 같다. <더 글로리>는 현재 전 세계 넷플릭스 TV 부문 시청률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 글로리>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점은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짓밟힌 피해자가 가해자의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피해자인 문동은(송혜교 분)의 대사는 대부분 “연진아”로 시작된다. 가해자인 박연진(임지연 분)을 부르는 목소리는 차분하고 다정하게까지 들린다. 문동은에게 박연진은 살아가는 이유다. 18년간 문동은은 마치 그리운 연인처럼 가해자인 박연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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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영화 속 AI로봇은 어디까지 실현될까
영화는 예지력이 있는 걸까? 감독의 상상으로 만들어진 서사가 비슷하게 현실화되는 일들이 많아서 그런 물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재난 영화를 만들기가 겁난다고 말하는 할리우드 감독도 있다. 9·11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이미 비슷한 상황이 영화에서 묘사됐고, 코로나처럼 강력한 전염성 질병도 그 이전에 여러 영화에서 등장했다. 인간 세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사실 무한하지 않다. 아무리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해도 현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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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사랑, 미완성이라도 괜찮아
‘동상이몽’이라는 말은 자주 써도 ‘이상동몽’이라는 말은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진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라는 영화는 ‘이상동몽’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꿈이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잠잘 때 꾸는 꿈이기 때문에 이 영화는 독특할 수밖에 없다. 이 영화는 본인은 깨닫지 못하지만 인간이 얼마나 교류와 소통, 이해받기를 원하는 존재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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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아바타’ 암표 사서까지 볼 만한 영화일까
아바타 1편은 2009년에 제작됐고 아바타 2편이 13년만에 개봉했다. 2편은 ‘물의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1편에서의 숲의 배경이 2편에서는 바다로 바뀐다. 아바타 2처럼 각종 영화관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기술하는 열광팬들이 많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필자는 <아바타-물의 길>을 2D 스크린X로 한번 봤고, 그 다음에는 용산아이맥스몰에서 아이맥스 레이저 3D로 다시 봤다. SNS에는 주로 세 영화관들을 비교하는 포스팅들이 많다. 용산 아이맥스몰,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그리고 롯데 시네마 슈퍼플렉스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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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폭력적 세상에서 자신을 지켰던 여자
염원하던 대로 우리 대표팀이 포르투갈에게 승리를 거두고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자, 바깥 세상이 순식간에 훈훈해졌고 모두 한마음이 된 듯한 환상에 빠지게 했다. 편 가르기가 극성인 세상에서 한순간이라도 한마음이 될 수 있었으니 긍정적인 환상이다. 인간들이 어떤 형태로든 사회를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편 가르기도 시작된다. 영화나 소설은 편가르기 속 다수가 아닌 소수자, 강자가 아닌 약자의 서사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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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당신의 인생을 담은 영화를 찍고 있나요?
<알카라스의 여름>은 스페인의 여성 감독 카를라 시몬이 연출한 영화로, 2022년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알카라스의 여름>은 시몬 감독의 두번째 장편 영화인데, 두 번 만에 큰 영화제에서 대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로써 시몬 감독은 황금곰상을 수상한 최초의 스페인 여성 감독이 되었고 <알카라스의 여름>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월드 시네마 부문에 공식 초청돼 순식간에 매진됐다. 지난 11월3일부터 시중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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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사고後 가족의 균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또 가족을 잃었고, 남은 가족들은 삶의 의지를 잃고 있다. 많은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는 또다시 가족의 소중함을 각인시킨다. 그렇게 보내서는 안되는 가족의 한 구성원 앞에 온 가족이 흐느껴 운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를 기억한다. 사고를 당한 가족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어떻게 힘들어하는 날을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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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부산에서 만난 ‘아름다운 동화’같은 영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영화들은 새로운 형식의 연출로 신선함을 주었고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고 해서 고전적인 서사나 연출방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영화에는 늘 옛것과 새것이 교차한다. 색다른 방식이 파격적으로 튀어나온다기보다는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말처럼 앞선 감독들의 연출로부터 영향을 받고 조금씩 변주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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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부산에서 본 ‘계급의 틀에 갇힌 인간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눈에 띄는 주제중 하나가 계급 간의 갈등과 인간의 이기적인 모습에 대한 풍자나 비판이었다. 흑백처럼 단순하게 나뉘는 편 가르기가 아닌,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진지하고 감동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지역적인 이기주의나 계급성이란 주제로 한 두 편의 영화를 소개하겠다. 먼저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슬픔의 삼각형>이다. 스웨덴 출신의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다. 세계적인 감독들은 각자 자기만의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지만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인간성의 다층적이고 다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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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영화 ‘바람의 향기’...”삶은 타인을 돕기 위한 것”
코로나-19로 2년간 중단됐던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 5일에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전당에 불어오는 10월 초의 바닷바람은 쌀쌀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매진될 만큼 영화제는 성황이었다. 양조위 특별전 기념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늘어선 줄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졌다. 여기저기 어디서나 축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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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사이코패스가 내 아이라면?
<’모성애에 대한 시험’ 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면 스포일이 나올 수 밖에 없음을 미리 밝히니 원치 않는 분은 영화를 먼저 보고 읽기를 권합니다> 지난번 칼럼 ‘엄마는 죽었지만 잘 지낸단다’에서는 엄마라는 위치의 양가성에 대해 다뤘는데, 이번 칼럼도 그와 연관된 주제를 다루고자 한다. 모성애는 남녀 간의 사랑 못지않게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주제이기도 하다. 모성과 관련해서 가장 파격적인 영화를 한편만 고르라면, 2012년에 개봉한 린 램지 감독의 <케빈에 대하여>를 꼽고 싶다. 이 영화 역시 지난 칼럼에서 다뤘던 <로스트 도터>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엄마가 됨으로써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좌절감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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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엄마는 죽었지만 잘 지낸단다
“내가 만든 생명체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이렇게 해서 25세에 내 인생은 끝났다. 아이들 아빠는 전 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무릇 자식이란 모든 불안의 근원이다.”-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 중에서 한때는 한 몸이었다가 분리된 두 생명체의 관계는 태생적으로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을 안고 있다. 분리된 후에도 밀착도가 크기 때문이다. 새로운 생명체는 그 어떤 것과도 비교되지 않을 기쁨과 보람이지만, 기쁨은 늘 실망과 쌍을 이룬다. 기쁨이 큰 만큼 실망도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엄마가 된다는 것의 의미를 미리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두에게 엄마의 경험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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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당신 삶에서 바꾸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선택과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스포일이 나올 수밖에 없음을 미리 밝히니 원치 않는 분은 영화를 먼저 보고 읽기를 권합니다.> 살면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은 수도 없이 많다. 그중에는 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순간도 있다. 그래서 과거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하는 상상을 수도 없이 하기도 한다. 짜장면과 짬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힘들어서 짬짜면이 나왔을 정도로 선택이란 쉽지 않다. 선택하는 순간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그리고 그때 그 순간에 자신이 가장 유리하게 생각되는 지점을 선택하게 된다.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도 있지만 그것은 상황과 심리상태가 바뀌었기 때문일 뿐, 그때 그 순간에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어느 쪽을 선택해도 장단점이 함께 존재할 때다. 그럴 경우에 선택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 혹은 어떤 관점을 중시할 것인가의 차이에 따라 선택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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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은?
필자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았는데 코마 상태에 들어가기 전, 아직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담당 의사가 했던 말이 평생 잊히지 않는다. 의사는 덤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시라고 했다. 그 말에 아버지는 감기는 눈을 살짝 떠서 의사를 쳐다봤다. 그게 무슨 뜻인지 잠시 생각하시는 듯했다. 필자는 그 순간 모든 사물이 정지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가슴을 아리게 하는 슬픔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었다. 의사가 화두처럼 던졌던 말은 살면서 수시로 수면 위로 떠오르곤 했다. 이 세상과 영원히 작별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만 가져간다면 가장 무겁게 생각되는 순간을 의외로 가볍게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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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얼마만큼 이상한가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면서 자폐인이 변호사가 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에는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헤일리 모스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로 3살 때 자폐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았으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들 거라는 예상을 깨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는데 성공했다. 그녀 역시 우영우처럼 한번 보면 바로 외워 버리는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일단은 자폐인이 변호사가 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검증이 된 셈이다. 2019년 개봉한 한국 영화 <증인>에서 자폐증을 가진 유일한 목격자 지우(김향기 분)가 자신은 변호사가 되고 싶지만 자폐증 때문에 변호사는 될 수 없으니 대신 증인이 되겠다고 말했던 대사와는 달리, 자폐증을 지녔어도 변호사라는 전문직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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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헤어질 결심으로 사랑해도 될까요
<헤어질 결심>으로 칸느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관객이 이 영화를 어렵게 받아들일까봐 걱정했다며, 그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본인의 바람과는 달리, 박찬욱 감독의 영화들은 편하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기존의 영화 문법을 뛰어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갈등의 고조와 해소로 쾌락을 주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감정의 찌꺼기를 수습하느라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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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유통기한 없는 사랑이 가능할까
몇 십 년전 일이다. 연인 관계였던 유명 연예인 둘이 동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둘은 집안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한 채 몇 년째 동거 중이었다. 그러다가 결국 결혼을 했는데 몇 개월만에 이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반대를 무릅쓰고 서로를 욕망했던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합법적인 관계가 되자 결별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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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가족은 끊임없이 재탄생한다...영화 ‘브로커’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是枝 裕和)는 칸느 영화제가 좋아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에 대한 관심이 많은 만큼 가족 영화를 많이 만들었다. 그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하면 가족 영화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고레에다 감독은 다시는 가족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 뒤로도 여전히 가족 영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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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전주영화제가 던진 절망속의 희망
관객들이 갖는 영화에 대한 취향과 관람 후의 반응은 사람들의 성격만큼이나 다양하다. 백인백색이다. 호불호가 극과 극으로 갈리는 경우도 많다. 삶의 한 부분을 그대로 떼어 놓은 듯한 극사실적인 영화에서 느껴지는 진정성을 선호하는 관객이 있는가 하면 현실을 상상력으로 살짝 비틀거나 판타지가 가미된 영화를 볼 때 오히려 현실에서 탈피하는 쾌감을 느끼는 관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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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여성 영화감독의 시각에서 본 여성의 문제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 중 하나로 여성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제경쟁작과 한국경쟁작들 모두 여성감독들의 영화가 많이 보였고 양 섹션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도 모두 여성감독의 작품이었다. 국제경쟁작 섹션에서는 <고독의 지리학>이, 한국경쟁작에서는 <정순>이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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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추어리
우리에겐 ‘매혹적인’ 강수연이 있었다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던 중에 뜻밖의 비보를 들었다. 강수연 배우가 무의식 상태에 있다는 소식에 이어 곧 사망 소식까지 접했다. 아직 죽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나이가 아니라서, 회복을 기원했으나 결국 다시는 볼 수 없는 하늘의 별이 됐다. 스타의 죽음은 늘 충격을 주지만 강수연의 죽음은 인기 절정에 있는 배우의 비보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배우 강수연 하면 아시아 배우로서는 최초로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동시대에 태어나 어린 시절 모습부터 그녀를 보아온 필자의 세대에서 강수연에 대한 기억은 그녀가 세계적인 배우로서 입지를 구축하기 이전부터 강하게 각인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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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영화는 왜 상영되어야만 하는가
전주 국제영화제가 4월 28일에 개막해 5월 7일까지 계속됐다. 국제영화제에서는 상업영화에서는 맛보기 힘든 참신한 주제들을 접할 수 있다. 또한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영화라는 매체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을 되새겨준다.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의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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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코로나 시대에 더욱 그리워지는 ‘로드 무비’
코로나 시대가 2년 넘게 계속 되면서 마스크는 필수가 되었다. 초기에는 아무 생각없이 맨 얼굴로 집을 나섰다가 다시 마스크를 가지러 간 적도 몇 번 있었다. 지금은 맨 얼굴로 나가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해졌는데 최근에 거리두기도 폐지되었다. 여행을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면서 여행에 대한 갈증마저 생겼고 자유롭게 공항을 드나들었던 때가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사람은 이렇게 간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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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살기 위한 집인가, 집을 위한 삶인가
집값이 폭등하면서 직장에 다니는 30대는 집 한 채 건지기를 최대 과업으로 삼는다. 본인이 그 집에서 살고 안 살고는 별개의 문제다. 영혼을 끌어모아 대출을 받고 전세를 낀 채, 주택 매입에 성공했다고 해도 한숨 돌릴 새도 없이 다달이 나가는 고액의 이자 때문에 스스로 “하우스 푸어!”라고 신세 한탄하는 모습도 봤다. 삶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의식주 중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주택이다. 그래서 집 없이 결혼한 부부의 첫 번째 목표는 자기 집 장만이다. 과거에는 성실하게 돈을 모아 집을 사는 일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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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여성의 신체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그 어떤 때보다 이번 대선은 후유증이 컸다. 특히 20대 남녀의 지지가 이번 대선만큼 극과 극으로 나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선거가 끝난 후, 일부 여성들이 국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주지 않겠다는 독특한 시위를 하는 사진이 나왔다. 자신의 신체와 관련된 결정권을 주장하며 낙태죄를 반대하던 여성들이 자신의 신체를 담보로 내세우며 시위를 하는 셈이었는데, 관련 사진은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신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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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전쟁의 참상, 또 다른 피해자인 여성 이야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들으면서 전쟁의 참상을 다시 떠올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전쟁을 직접 경험해본 세대는 아니지만, 영화와 다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하면서 그 기억은 깊이 각인돼 있다. 떠오르는 영화가 한 편 있다. 2020년에 개봉한 <빈폴(Bean Pole)>이라는 영화다. 빈폴은 마르고 키가 큰 사람을 뜻한다. 이 영화 주인공인 ‘이야’라는 여성의 별명이기도 하다. 이야는 180㎝가 넘어서 키다리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이 영화는 기이한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눈썹이 하얗고 키가 큰 한 여성이 넋이 나간 듯, 진땀을 흘리며 서 있다. 고장난 기계가 끼익거리듯 목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뒤에서 누군가 이야라고 부르지만 여자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다른 사람이 뺨을 찔러도 반응이 없다. 주변에서 다른 여성들이 이야가 굳은 지 한참 됐냐는 말을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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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혀 끝에서 시작되는 감정의 폭풍
먹을 것이 부족한 시대에는 통통한 여성이 풍요로움의 상징이었겠지만 지금은 날씬하고 몸 관리를 잘 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다. 이런 시대에 사는 여성들은 몸매관리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가 없고, 다이어트를 몇 차례 시도해보지 않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는 먹고 싶은 욕망과의 싸움이다. 먹는 게 얼마나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는지 뼛속까지 실감하는 시기가 바로 이 다이어트 할 때다. 온갖 자극적인 음식에 마비됐던 혀가 정신을 차리는 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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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디까지가 진짜일까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기왕에 개발돼 실험단계에 있던 ‘메타버스’ 시스템이 현실화되었다. 메타버스는 가상공간에서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현실처럼 일하는 신문물이다. 영화 ‘아바타’처럼 말이다. 영화 아바타가 나올 때만 해도 먼 미래의 공상과학영화라고 치부한 게 엊그제 같은데, 메타버스는 이미 현실화되었다. 컴퓨터에 접속하는 순간 가상 공간이 펼쳐지고, 실생활에 필요한 활동을 그 공간에서 실제처럼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공간인 셈이다. 어떤 게 진짜 세상이고 어떤 게 가짜 세상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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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어머니, 정말로 나를 사랑하세요?
어린 시절, 엄마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지 궁금했던 경험을 한 번쯤 해 봤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결코 잊지 못하는 기억이 있다. 어린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장난치다가 오른쪽 새끼손가락이 다리 난간에 끼어서 다친 적이 있다. 그때 성장판이 손상됐는지, 오른쪽 새끼손가락의 길이가 왼쪽에 비해 약간 짧다. 서너 살밖에 되지 않았을 터인데도 그때 필자의 손가락을 붙잡고 억지로 울음을 참던 엄마의 표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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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내 안의 호랑이 길들이기
몇 개월간 사귀다가 헤어진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가 계속해서 폭탄 문자를 보내거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필자도 대학 시절에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교감이 없는 사람에게서 구구절절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계속 받아야 하고, 원치 않는 시집을 받아야 할 때, 심지어는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낼 때 당하는 사람의 심리는 어떨까. 피해자는 남성일 수도 여성일 수도 있지만, 공포심이나 불안감은 극심할 수밖에 없다. 직접 물리적인 폭력을 휘두르지 않아도, 언어처럼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폭력도 충격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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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가족은 재앙인가, 축복인가
대권주자들의 가족 문제가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보면서 가족 관계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가족은 아무도 보지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기타노 다케시의 말이다. 기타노 다케시는 자신의 아버지가 페인트공이었고 술을 마시면 늘 어머니에게 손찌검했다고 스스로 밝혔기 때문에 화목하고 부유한 가정은 아니었다는 것이 짐작되지만, 유명해진 이 문장은 단 한 줄밖에 없고 더 이상의 설명이 없어서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각자의 몫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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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엄마 아빠, 나는 죽지 않았어요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대체 불가능한 감정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도 그 통한을 표현할 길이 없다. 생성소멸. 모든 인간은 숙명적으로 죽음이라는 운명을 손에 쥐고 태어난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이라는 늪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간다. 성장기를 거치고 삶의 여정을 걷다가 사고로, 혹은 병으로 죽기도 하고, 설령 별 탈 없이 잘 살았다 해도 노화를 맞으며 죽음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걷기 마련이다. 상실감과 허무감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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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다니까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가볍게 웃어넘길 만큼 사소한 일이라도 의심을 받게 되면 억울하기 그지없기는 마찬가지다. 분명한 사실이 부인당할 때 증명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면 숨이 막힐 것 같고 고구마 백 개쯤 한꺼번에 먹은 듯한 답답한 기분이 된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어느 날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필자의 집 식탁은 6인용인데 1인용 의자가 6개 대신 3개만 있다. 대신 맞은편에는 3인용의 긴 벤치가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벤치에는 등받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 등받이 없는 벤치가 사건의 발단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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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너의 기억을 믿지마라...조작됐으니까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상대방이 자기 말을 믿지 않는 눈치가 보이면 고개를 치켜세우고 내뱉는 말이 있다.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라든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시각에 대한 강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시각이 과연 그렇게 믿을 만한 감각인가 의심하는 순간과 만나게 된다. 시각을 바탕으로 한 기억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바뀌는 것을 경험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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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훔쳐보는 영화의 황홀함이란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어린 시절, 몇 차례 아버지 손 잡고 따라가서 봤던 영화들은 대부분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압도적인 크기의 스크린 속 인물들은 어린 아이에게는 위압적이었다. 소리 또한 귀청이 얼얼할 만큼 컸던 느낌이 강렬했다. 어린 아이가 영화를 관람한다는 것은 그런 영화 외적 상황에 대한 체험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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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운명처럼 삶의 일부분 되어버린 영화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어릴 때부터 나만의 서재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혼자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욕구는 욕망으로 발전했다. 가지런히 줄 세워진 책들을 둘러보면서, 그 속에 담긴 영혼들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환상은 나를 설레게 했다. 빽빽하게 들어찬 책 등허리에 새겨진 책 제목들이 뭔가 아우성을 내지르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책을 사서 모으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서 늘 책들에게 빚진 느낌이었다. 한쪽 벽면을 빼곡히 채운 책장을 바라보노라면 뿌듯함과 압박감이 교차했다. 서재에서 넋을 잃고 책들을 바라보노라면, 어릴 적 흑백 TV 시절 ‘명화극장’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봐왔던 수많은 영화의 장면들이 상상력과 오버랩 되면서 확장되는 세계관은 풍선처럼 마냥 부풀어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