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암표 사서까지 볼 만한 영화일까
[이화정의 ‘영화의 한순간에서’] 13년사이 기술과 상상력은 어떻게 진화했나 ‘영화는 체험이다’ 실감...영화팬 열광할 만 탄탄한 서사구조 기대한 관객은 실망할 수도 가족영화 답지만, 구시대적 가부장 의식 ‘흠’
아바타 1편은 2009년에 제작됐고 아바타 2편이 13년만에 개봉했다. 2편은 ‘물의 길’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1편에서의 숲의 배경이 2편에서는 바다로 바뀐다. 아바타 2처럼 각종 영화관을 비교하면서 장단점을 기술하는 열광팬들이 많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영화 보기 힘든 영화
필자는 <아바타-물의 길>을 2D 스크린X로 한번 봤고, 그 다음에는 용산아이맥스몰에서 아이맥스 레이저 3D로 다시 봤다. SNS에는 주로 세 영화관들을 비교하는 포스팅들이 많다. 용산 아이맥스몰, 메가박스 돌비 시네마, 그리고 롯데 시네마 슈퍼플렉스관이다.

각각 스크린의 크기와 음향 기술, 밝기, 화질, 화면비에 차이가 있다. 이 모든 차이를 직접 체험하려면 세 군데 영화관에서 러닝타임이 세 시간이 넘는 영화를 세 번씩 봐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다. 3D는 정중앙에서 보아야 가장 효과가 좋기 때문에 좋은 좌석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필자가 예매하러 들어갔을 때는 일주일 좌석이 거의 다 매진된 상태였고 맨 앞좌석이나 가장자리 좌석만 몇 개 남은 상태였다. 새벽부터 한밤중에 상영되는 회차까지 예외가 없었다. 중앙좌석들은 모두 매진이었다.
<아바타-물의 길>만큼 3D 영화 티켓 구입하기가 힘든 적은 처음이다. 3D가 영화관에서 처음 선보였을 때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관객도 있었고 필자도 초기에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어지러움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 빠져들 수 있을 만큼 기술이 발전됐다. 섬세한 영상미에 찬탄하는 관객이 많지만 단순한 서사에 실망을 표하는 관객도 있다. 그래서 아바타의 인기와 비난은 영화의 영상과 서사의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3D 영화의 좋은 좌석을 구하기 위해 웃돈까지 얹힌 암표가 거래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실망스럽다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뛰어난 체험감과 볼거리는 인정
2편에서는 수중 영상을 최대한 사실감 있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3D로 보면 물결이 철썩거리면서 턱 앞에까지 왔다가 사라진다. 영화 속 캐릭터들처럼 관객도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느낌에 몰입한다. 그런 체험을 한 관객은 지루함 없이 환상적인 세계를 즐겼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영화관람의 쾌락을 서사의 촘촘한 진행에 두는 관객은 숲에서 물로 배경만 바뀌었을 뿐, 공격과 방어라는 서사의 틀이 1편과 같고, 긴 시간을 전투 장면에 할애한 탓에 뛰어난 3D영화 기술로 볼거리 제공에 주력한 속편에 실망하고 지루하다는 평을 한다.
1편에서도 서사의 기본적인 틀은 자연과 영적 교류를 중시하며 살아가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공격하는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와 같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서사는 아니었고, 첨단과학기술이 첨가됐을 뿐이었다.
2D와 3D를 모두 관람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일단 <아바타 물의 길>은 3D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아바타는 서사보다는 몸의 체험 효과에 기대는 영화다. 물론 세세하게 지적하자면 서사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갈등 요소와 다양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바타 2편은 특히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한 영화이고, 실제의 가족 관계가 그렇듯이 가족 영화는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익숙한 가족영화의 서사구조
형제들은 각기 기질과 성격이 다르고, 같은 부모 밑에서 자랐어도 결코 같을 수 없는 성장환경 때문에 생각도 행동도 다르다. 그리고 아버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젊은 만큼 위험한 도전도 불사한다. 그런 갈등을 어떻게 중재하고 설득하느냐가 부모의 몫이다. 하늘에서 온 적들은 가족 뿐만 아니라, 판도라 행성의 부족들에게 위협적이고 불안을 자극한다.
영화에서도 언급했듯이 가상의 공간인 판도라 행성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영화가 시작되면서 판도라 행성의 치명적인 매력부터 언급된다. 한번 살아보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 바로 판도라 행성이라고 말한다. 매력적인 만큼 자원이 풍부한 이곳을 탐내는 자들이 있다. 하늘에서 온 자들, 악마, 드림워커 같은 단어는 바로 인간을 칭한다. 1편에서는 주인공들이 인간에서 아바타로 바뀌는 과정이 반복되었다면, 2편에서는 인간이란 존재가 사라진다. 1편에 나왔던 반영웅 인간 캐릭터, 쿼리치 대령은 유전기술의 도움으로 특수 아바타로 탄생해 판도라 행성을 침입하고, 판도라에는 원주민인 나비족과 결합해 탄생한 혼종 세대가 등장한다.
그리고 나비족이 ‘숲의 종족’이라면, ‘물의 종족’이라 불리는, 외모가 약간 다른 부족들이 등장한다. 각 종족의 신체는 환경에 맞게 진화되었다. 섬으로 피신 온 숲의 종족인 설리 가족에게 물의 종족인 멧케이나 족은 거부감과 위험을 느끼면서도, 이들을 받아들인다. 청소년인 2세대들은 처음에는 서로 기싸움을 하지만 몇 번의 갈등을 겪고서 친해진다. 더군다나 하늘에서 온 적들이 있기 때문에 한편이 될 수밖에 없다. 2편에서 물의 종족은 물에서 사는 생물들과 영적으로 교류할 뿐만 아니라,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부족의 일원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 1편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부분이다.

여기서도 ‘가부장제’라니...어색한 ‘父情’
아바타 2편에서 보여주는 주제들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들이다. 가족 간의 사랑과 단결, 이민족과의 화해와 이타주의, 자연보호와 교류라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듯한 주제를 한 곳에 모아놓았고 이런 주제를 유도하기 위해서 필요한 반영웅으로 쿼리치 대령의 기억을 주입해 부활한 아바타를 내세운다. 특히 2편에서는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중점을 뒀는데 관념적으로는 ‘가부장제’를 상기시키는 부분이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으로서 아버지의 책임감이 제이크 설리의 독백 대사를 통해 수시로 강조된다.
그러나 자식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투쟁하는 어머니의 역할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강력한 화력의 총탄에 맞서는 어머니 네이티리의 화살은 구시대적으로 보이지만 인간이 조종하는 전투기의 앞 유리창을 관통해 조종사의 가슴에 꽂히는 위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그 활은 바로 1편에서 사망한 나비족의 족장이자, 네이티리의 아버지가 물려준 활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네이티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아닌 딸에게 자신의 활을 물려줬으며 나비족을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2편에서 독특한 점은 악당인 쿼리치 대령의 기억이 주입된 아바타가 스파이더를 아들로 인식해서 살려준다는 점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쿼리치 대령의 아들이지만, 스파이더의 정신적인 아버지는 제이크 설리다. 냉혈한 적으로 설정된 쿼리치 대령의 마음에도 아들로 받아들이려는 인간적인 마음이 살아 있다는 점, 스파이더 역시 죽기 직전인 쿼리치 아바타를 구한다는 점이 이 영화에서 가장 어색하면서도 다음 편에서 서사를 이어가는 끈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카메론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아바타 2편은 카메론 감독이 지닌 바다에 대한 열정과 가족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후반부에서는 전쟁영화로 바뀐다. 돈을 벌기 위해 툴쿤이라는 거대한 바다 생물체의 몸을 잔인하게 공격하는 인간과, 영적 교류를 나누고 도움을 받은 나비족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거대한 몸을 희생해 인간군단을 덮치는 툴쿤의 복수가 화면을 압도하고 복수의 쾌락까지 느끼게 한다.
이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영화는 이제 체험이다’라는 자막이 뜨듯이, 실감나는 체험의 몰입으로 만족할 것인지, 짜임새가 촘촘하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는 서사를 위해 영화를 볼 것인지는 관객의 몫이지만, 몇 시간 동안 다른 세계로 여행하는 느낌이 주는 매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5편까지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고 부제와 내용도 이미 구상된 것 같으니, 1편이나 2편에서 이미 선보인 비슷한 서사를 어떻게 더 흥미롭고 설득력 있게 변형시키고 성긴 틈새를 메워나가느냐가 앞으로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점이 제임스 카메론과 제작진들에게는 큰 고민이 될 것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