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 지뢰 매설’의 진짜 메세지

“내려갈 마음 없으니, 올라올 생각도 버려라” 적화통일론 폐기·분단고착 ‘두 국가 선언’ 李 정부도 ‘도발’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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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이 휴전선 일대(DMZ)에 대규모 지뢰를 매설하고 장벽을 쌓는 행위의 표면적 명분은 ‘국경 요새화’다. 하지만 그 밑에 깔린 본질은 대남 적화통일 노선의 폐기와 인구 고갈에 따른 산업 노동력 확보라는 절박한 체제 생존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장의 담화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다.

이재명 정부와 안보 라인이 이러한 구조적 현실을 읽지 못하고 여전히 고전적인 ‘도발’ 프레임에만 갇혀 있다면, 한반도의 긴장 고조와 그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는 고스란히 남측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북한의 진짜 위기: ‘허리가 잘록한 세대’와 극심한 인적 고갈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당시의 인구 충격은 이후 세대의 규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른바 ‘허리가 잘록한 세대’의 문제는 현재 북한이 직면한 인구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외부에서 외국인 노동력을 자유롭게 유입하기도 어렵고, 지방의 유휴 노동력을 산업 현장에 투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젊은 노동력 가운데 하나는 10년 가까이 군에 묶여 있는 청년 군인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북한이 철책과 지뢰 등 물리적 장벽을 설치하는 것은 휴전선 전방 경계에 필요한 인력을 줄이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전방의 20대 젊은 군인들을 후방 산업 현장의 기술·기능 인력으로 재배치해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려는 구상이다.

물론 지뢰 매설과 장벽 설치의 직접적인 목적이 여기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인구 위기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는 있다.

그렇게 확보한 인력을 기술·기능 분야의 산업인력으로 양성하고,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뒷받침해 사회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를 통해 남북 간 격차를 조금이라도 좁히는 것. 북한으로서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절박한 사회적 과제일 것이다.

남한도 인구 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남측 역시 장병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GOP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철책에 센서를 설치하는 등 경계 체계를 바꾸고 있다. 남측이 센서로 인력 부족에 대응한다면, 북측은 지뢰와 장벽을 활용하는 셈이다.

남북의 군사적 상황과 장비의 성격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남측이 인력 부족에 대응해 경계 체계를 바꾸는 것을 ‘국방 혁신’이라 부르면서, 북측의 유사한 움직임은 그 배경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도발’로만 규정하는 것은 기존의 적대적 관계에 갇힌 모순적 논리일 수 있다.

북측의 대남 정책, 전략적 전환인가

북한은 오랫동안 유지해 온 대남 통일 노선과 민족 이념, 무력 적화통일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적어도 공식 담론에서는 남북관계를 더 이상 하나의 민족이 통일을 지향하는 관계가 아니라 적대적인 두 국가의 관계로 규정하고 있다.

이 북한의 메시지는 단순하게 읽을 수도 있다.

“내려가지 않을 테니 올라올 생각도 마라.”

이런 맥락에서 ‘휴전선 요새화’는 남침 공격 준비만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남측의 진입을 막고 자신들도 남쪽으로 내려오지 않겠다는 방어적 단절의 선언이라는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두 국가’ 관계도 마찬가지다. 민족적 동질성에 기반한 통일 관념에서 벗어나 한반도에 서로 독립된 두 국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북한의 새로운 공식 입장이다. 이를 단순한 선전 구호로 치부하기보다는, 북한이 남북관계의 틀 자체를 바꾸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읽을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미 관계 개선’이라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도 그 의미를 가늠해봐야 한다.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 등 비대칭 무기는 남측과의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인 동시에 대외 협상력을 높이는 수단일 수 있다. 북한의 또 다른 중요한 목표는 미국과의 대치 및 관계 개선을 통해 제재를 해소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 데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전환이 곧 군사적 위협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북한이 과거의 통일 노선과는 다른 국가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는 사실까지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민족 이념을 버린 적대적 두 국가’의 속뜻

북한의 두 국가 노선에는 대외 전략뿐 아니라 내부 결속과 정신적 단절이라는 목적도 담겨 있을 수 있다. 남북을 완전히 ‘남남’으로 끊어내 탈북과 주민들의 정신적 이탈을 억제하고, 체제 내부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단절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남한과의 민족적 유대와 통일의 당위성을 부정하는 것은 주민들이 남한을 동경하거나 체제의 정당성을 의심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려는 의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 북한이 두 국가 노선을 강조하는 이유를 외교적 전략에만 한정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북측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의 경계선 인식 차이로 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움직임을 무작정 대남 도발로 몰아간다면 북한에 내부 결속의 명분만 제공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남측 역시 군사적 위험을 냉정하게 평가하되,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틀까지 과거에 고정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에 바란다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 북한의 ‘대전환’ 가능성에 부합하는 대북·외교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선대의 유훈과 민족 이념을 뒤로하고 ‘두 국가’ 노선을 내세운 것은 단순한 전술적 교란이 아니라 체제 운용의 판을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남측 역시 기존의 통일 담론과 안보 대응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변화한 현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분단 70여 년이 지나면서 남북의 인적 관계는 약화했고, 통일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남북이 실질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일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통일이라는 당위만 되풀이하기보다, 현재의 분단 현실에서 충돌을 막고 평화를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정부의 대북 대응도 실무적 군사회담이나 전술적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가 외교·안보 전략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 ‘통일 프레임’에서 ‘평화적 두 국가 관리 프레임’으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적화통일’과 민족 통일 노선에서 벗어나 두 국가 관계를 공개적으로 내세운 만큼, 남측 역시 관성적인 정책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정상적인 국가 간 관계를 설정하고 평화적 공존(Peaceful Coexistence)을 국가 전략의 하나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는 통일의 가능성을 영구히 포기하자는 뜻이 아니라, 통일이라는 목표가 현재의 평화 관리와 충돌하지 않도록 현실적인 접근법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둘째, 한반도 정전체제를 끝내기 위한 ‘평화협정’ 모색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의 휴전선 요새화는 역설적으로 분단의 고착화를 향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남북 간 불필요한 충돌 위험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기존 정전협정을 대치 상태를 끝내는 평화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북은 물론 관련국을 상대로 한 국제 외교의 판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는 일은 우리의 경제적 불확실성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셋째, 북한의 ‘산업 노동력 재배치’ 가능성을 대북 경제·기능 협력의 기회로 살펴야 한다.

북한이 전방 병력을 후방 산업인력으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면, 이는 향후 비군사적·산업적 영역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할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재의 지뢰 매설이 그러한 목적에서 비롯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이 인구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향후 여건이 조성될 때 산업과 기능 분야의 협력을 통해 상호 공생을 유도하는 새로운 대북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안보 라인의 소모적인 ‘도발 프레임’을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는 완화와 평화를 말하는데 군과 보수 안보 라인은 위협만을 강조하는 엇박자를 끝내야 한다. 북한의 전략적 변화와 지향점의 이동, 휴전선에서의 행동이 어떤 의도에서 비롯됐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북한의 행동이 남한을 겨냥한 적대 전략의 강화인지, 아니면 분단의 고착과 방어적 단절을 추구하는 움직임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한쪽의 해석을 미리 정해놓고 사실을 끼워 맞추는 대신, 군사적 위험과 전략적 변화의 가능성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러한 접근은 안보를 가볍게 여기자는 주장이 아니다.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막음으로써 한반도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국익을 지키자는 실용적 평화 외교다.

결론: 천박한 대북 인식을 깨고 진짜 국익을 설계해야 할 때

온갖 찌라시 수준의 ‘김정은 사망설’과 자극적인 억측이 언론을 도배하고, 전문가라는 이들마저 국민의 눈과 귀를 흐리는 천박한 대북 인식이 난무하고 있다.

북한을 둘러싼 현실을 냉정하게 읽기보다 익숙한 적대의 언어를 반복하는 데 머문다면,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에 대응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북한이 최근 휴전선에 묻은 100만 발의 지뢰를 단순히 도발과 전쟁의 언어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그 안에는 적어도 분단을 고착하고 남북의 접촉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북한의 인구 위기와 노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고려한다면, 군사적 행동의 이면에 놓인 체제 생존의 계산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화통일과 남침을 포기할 테니, 한반도에서 상호 인정하는 정상적인 두 국가 체제로 살자.”

북한이 실제로 이러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한의 공식적인 두 국가 노선과 휴전선 요새화를 함께 놓고 보면, 우리가 그 가능성 자체를 검토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북한의 의도를 선의로 해석하자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 해석만을 유일한 답으로 삼지 말자는 것이다.

겉말의 관성(빠롤)에 갇히지 않고 북한의 전략적 변화와 속뜻(랑그)을 정확히 읽어내어 한반도의 평화와 국익을 설계하는 이재명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글쓴이

이봄철 칼럼니스트

이봄철 러시아 볼고그라드 한글학교장. 대학 재학때부터 학생 운동하며 김일성 주체사상과 북한을 연구했다. 북한대학원 수료한 후 북한을 여러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남북분야 재야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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