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에 드러난 ‘AI라는 이름표’
초파리 연구실에서 새 계통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바이알 옆면에 유전형을 적고, 날짜를 적고, 어디서 왔는지를 적는다. 이 이름표가 틀리면 그 뒤의 모든 실험이 틀린다. 그래서 연구실의 오래된 규칙은 늘 같다. 이름표는 내용물을 확인한 다음에 붙인다. 교배를 해 보고, 표현형을 보고, 필요하면 PCR로 확인한 뒤에야 바이알에 이름이 생긴다.
초파리 연구실에서 새 계통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이름표를 붙이는 것이다. 바이알 옆면에 유전형을 적고, 날짜를 적고, 어디서 왔는지를 적는다. 이 이름표가 틀리면 그 뒤의 모든 실험이 틀린다. 그래서 연구실의 오래된 규칙은 늘 같다. 이름표는 내용물을 확인한 다음에 붙인다. 교배를 해 보고, 표현형을 보고, 필요하면 PCR로 확인한 뒤에야 바이알에 이름이 생긴다.
자연계에서 유전적 다양성의 보전은 환경 변화에 대항해 종의 영속성을 담보하는 가장 근본적인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유전체 내부의 이기적 유전 요소나 거시적 기후 위기와 같은 교란이 발생하면, 생명체 스스로 유지해 온 균형이 무너지고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기도 한다. 대표적인 생물학적 왜곡 기전은 기생벌의 일종인 나소니아( Nasonia vitripennis )에서 발견되는 부계 성비 왜곡(Paternal Sex Ratio, PSR) 초수 B 염색체의 파괴적 침탈이다.
어렵게 뺀 살은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늘기 쉽다. 이른바 ‘요요 현상’이다. 의지 박약을 탓하지만, 우리 몸에서는 의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난다. 체중이 줄면 에너지 소비도 줄고 배고픔을 더 느끼게 되니, 감량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또 하나의 설명을 더한다. 우리 몸의 지방조직에는 과거 비만 상태의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는 초파리 방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같은 동작을 한다. 파리가 든 바이알(소형 유리 또는 플라스틱 용기)을 실험대에 가볍게 두드린다. 그러면 바닥에 떨어진 파리들이 일제히 벽을 타고 위로 기어오른다. 놀란 초파리는 위로 간다. 이 단순한 습성은 ‘음성 주지성’이라 불리고, 오랫동안 운동 기능과 노화를 재는 실험으로 쓰여 왔다. 우리는 그 파리들에게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수백 마리를 세고, 비율을 내고, 그래프를 그린다.
지난 9월 15일, 중국공산당의 이론지 《구시(求是)》가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 전문 한 편을 실었다. 올해 노동절 직전인 4월 30일 상하이에서 열린 ‘기초연구 강화 좌담회’에서 한 발언이다. 나는 이 연설에서 한 단어에 오래 눈이 머물렀다. 학벌(学阀). 시진핑 주석은 “연구 생태계를 정화해야 한다”면서 “연구진실성을 강화하고 과학기술계의 학풍을 바로잡으며, ‘파벌 문화(圈子文化)’와 ‘학벌’ 행태를 타파하고, 논문만을 중시하고 최상위 학술지만을 중시하고 각종 칭호(帽子)만을 중시하고 수상실적만을 중시하는 경향을 실질적으로 바로잡으며, 연구 부패를 단호히 처벌하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를 두고 시진핑이 처음으로 ‘학벌’ 타파를 언급했다고 짚었다.
최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국가기본지질도(地質圖) 완간 소식을 알렸다. 지질도는 특정 지역의 땅속 역사와 구조, 암석의 종류, 분포, 생성 시기, 단층·습곡 같은 지질 구조를 색상과 기호로 나타낸 지도를 말한다. 지질연구자들에겐 보물지도 같은 존재다. 지질도는 지도보다 낯설지만 훨씬 중요하다할 것이다. 지질도 제작자인 영국의 윌리엄 스미스(1769-1839)는 낯설지만 지도 제작 이상으로 세계를 바꾸는 지도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Si vis pacem, para bellum.(If you want peace, prepare for war)”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뜻의 라틴어 경구다. 승리를 원한다면 훈련의 노고를 아껴서는 안 되며, 성공을 희망한다면 행운만 바라보고 싸울 수 없다는 해석이다. 질병의 예방 또한 다르지 않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이 발생한 뒤에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첫 번째 사건이 애초에 일어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첨단 기술이 인류를 행복하게 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질병과 기아에 시달리던 인류가 건강과 여가를 누리는 것은 기술 발전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술 발전은 대량 살상 전쟁을 가능하게 했고,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을 일으켜 인류 생존의 조건을 위협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기술의 무한 발전을 신봉하는 사람들은 차세대 기술이 이런 문제들도 해결해주리라 낙관하면서 신기술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감초( Glycyrrhiza uralensis )는 콩과 감초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중국 북동부, 몽고와 러시아 등에 자생한다. 우리나라에는 주로 약용으로 재배된다. 뿌리와 땅속줄기는 굵고 튼튼하고 속은 연한 노란색이다. 줄기는 1m 정도까지 자란다. 잎은 어긋나기하고 깃꼴겹잎으로 작은잎은 7~17개 정도 달린다. 꽃은 7~8월에 자주색으로 피고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열매는 협과로 편평한 선형이고 활처럼 굽으며 겉에 가시 같은 샘털이 있다.
지난 8월 학술지 《FEBS Letters》에 실린 한 편의 정책 제안서를 읽다가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폴 레이니, 케네스 티미스 등 유럽미생물학회 ‘약탈적 출판 관행 대책반’ 소속 학자들이 쓴 이 글의 제목은 「약탈적 학술 출판사에 돈을 그만 지불하라」였다. 공공 연구비가 최소한의 편집 감독도 없는 수천 개 학술지의 논문게재료(APC, 저자가 논문을 싣기 위해 출판사에 내는 돈)로 흘러 들어가고 있으니, 앞으로는 투명한 품질 기준을 통과해 ‘인증(accreditation)’받은 학술지에만 공공 자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이었다.
지난 8월 26일 중국과 맞닿은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지금까지 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자도 3천명을 넘고 있다. 대홍수의 진원지인 히말라야와 그 일대의 산맥은 북극과 남극 다음으로 빙하가 많아 ‘제3의 극지’라 불리는 곳이다. 이 빙하가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가운데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인 지진. 여러 차원의 지구의 시간 주기를 음높이로 표현한 마샤 비요르네루드(Marcia Bjornerud)의 분류법 중 지진은 날카롭고 빠른 초고음에 비유되는 자연재해라 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단층’(斷層; fault)이다. 단층이란 지구 내부로부터 힘을 받은 지층이나 암석이 부러져 어긋난 상태 또는 그 갈라진 면을 뜻한다. 여러 유형의 지진들 가운데 가장 큰 몫(90%)의 지진이 ‘단층에 의한 지진’이다. 화산에 의한 지진, 함몰 지진 등의 자연 지진이 발생하고, 핵실험과 대규모 건설 발파 등으로 인해 인공 지진이 발생하지만 모두 합쳐도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진료실에서 콜레스테롤 검사 결과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과 호르몬을 만드는 필수 물질이 맞습니다. 그래서 이 당연한 질문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의 이야기(내러티브)로 발전합니다. “아무리 나쁜 콜레스테롤(LDL-C)이라도, 너무 낮추면 세포에 결핍이 생길 것이고 그 결과로 건강에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라는 우려입니다.
나는 하얼빈에서 초파리를 키운다. 중국에 온 지 5년이 넘었고, 그 사이 한국에서 날아오는 질문의 온도가 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중국에서 연구가 되기는 하느냐’고 물었다. 딥시크 이후에는 ‘중국이 어떻게 그것을 해냈느냐’고 묻는다. 거부감이 두려움으로, 두려움이 배우자는 결심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가운 변화다. 중국의 발전을 애써 부정하는 일은 이제 우스꽝스럽고, 반도체 몇 년의 우위를 전 분야의 우월로 부풀리는 착각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올해 극장에서 나는 두 명의 생물학자를 만났다. 한 사람은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라일랜드 그레이스, 다른 한 사람은 전지현이 연기한 권세정 교수다. 두 영화 모두 잘 됐다. 3월에 개봉한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국내에서만 200만 명을 넘겼고 전 세계에서 5억 달러 넘게 벌었다. 5월에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군체」는 열흘 남짓 만에 300만 관객을 넘겼다.
단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와 도시 마비를 부를 수 있는 파괴적인 자연재해가 ‘지진’이다. 지진은 이 갑작스런 빠르기 때문에 ‘옥타브’ 비유에서 높은 순위에 해당한다. ‘옥타브 비유’란 미국의 구조 지질학자 마샤 비요르네루드(Marcia Bjorneurd) 교수가 지구의 여러 차원의 시간 주기를 음 높이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진은 비요르네루드의 분류법에서 날카롭고 빠른 초고음이어서 옥타브가 높고 진동수가 높아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자연 현상으로 비유된다.
며칠 전, 한 초파리 유전학자가 세상을 떠났다. 부고는 어디에도 실리지 않았다. 네이쳐(Nature)誌도, 사이언스(Science)誌도, 그가 평생을 바친 초파리 학회의 소식지조차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기예르모 마르케스(Guillermo Marqués).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다. 그의 부재를 알게 된 것조차 그의 박사 제자였던 한 한국인 과학자가 페이스북에 남긴 짧은 글을 통해서였다. 스승의 아내는 부고 대신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최근 필자에게 자신의 “성도착증을 치료해 달라”고 오는 젊은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성도착’이라는 것의 개념이 애매할 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로 치료받겠다는 사람들이 얼마전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성도착’인지 들어보면, ‘도촬’을 ‘성도착’이라 하는 것이었다. 관음증 은 다른 사람들의 성행위를 보면서(당사자는 구경당하는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성적 만족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정신의학적으로 질병으로 인정되고 있다.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원인의 상위를 차지한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은 흔히 갑작스러운 불행한 사고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수십 년에 걸쳐 혈관 속에서 진행된 혈중 지질 이상, 혈관 내피 기능 저하, 만성 염증, 대사 이상이 축적된 결과다. 진료실에서는 “평생 밥과 된장국, 김치와 나물 위주의 한식을 먹었는데 왜 관상동맥이 막히고 뇌졸중까지 생겼느냐”며 억울해하는 환자를 자주 만난다. 그렇다고 한식이 몸에 해롭거나 국가 식생활지침이 죽상경화성 심뇌혈관질환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논문 한 편이 심사를 통과해 게재가 확정되는 날, 과학자들은 축하 대신 청구서를 받는다. 이른바 논문게재료(APC), 곧 ‘내 논문을 세상에 무료로 열어주는 대가로 내가 출판사에 지불해야 하는 돈’이다. 액수는 학술지에 따라 수백만 원을 오르내린다( 주- 네이처 등의 학술지는 APC가 최고 1700만원에 달한다. ‘논문 1편에 1700만원’ https://weekly.khan.co.kr/article/202606051456001 ).
화면은 군더더기를 덜어 더 간결하게, 사진보다 글이 먼저 눈에 들어오도록 꾸몄습니다. 깊은 붉은빛으로 품격을 더했습니다.
세계는 지금 전환기에 서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경제와 문화 역량도, AX(AI 전환) 시대의 기술도 함께 전환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혼란을 넘어 급변하는 세계를 희망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지혜를 담아내겠습니다.
늘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