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마이클의 죽음, 지방간 너머 심장을 보라

챗GTP 생성이미지
챗GTP 생성이미지
  • 조지 마이클과 차두리, ‘간 때문이야’의 함정 팝스타 조지 마이클의 사망 원인에 지방간과 심장질환이 함께 언급된 사례는 지방간을 간에 국한된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 지방간은 심장대사 위험의 신호 지방간은 심혈관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어 혈당·혈압·지질 등 전신의 대사 상태와 심장 건강을 함께 살펴야 한다.
  • 피로를 넘어 전신 건강을 살펴야 차두리의 광고 문구 ‘간 때문이야’에 머물지 말고, 피로의 다양한 원인을 확인하며 체중 관리와 생활습관 개선, 필요한 검사를 통해 질병 위험을 낮춰야 한다.

사라지지 않는 ‘비만의 기억’

어렵게 뺀 살은 조금만 방심해도 다시 늘기 쉽다. 이른바 ‘요요 현상’이다. 의지 박약을 탓하지만, 우리 몸에서는 의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일어난다. 체중이 줄면 에너지 소비도 줄고 배고픔을 더 느끼게 되니, 감량한 상태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최근 연구는 또 하나의 설명을 더한다. 우리 몸의 지방조직에는 과거 비만 상태의 흔적이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4년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사람의 지방조직에서 체중 감량 뒤에도 일부 유전자의 발현 변화가 남아 있었다. 생쥐 실험에서는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변화가 지속되었고, 다시 고지방 먹이를 주었을 때 비만을 경험하지 않은 생쥐보다 체중이 더 빠르게 증가했다. 이를 ‘비만의 기억’이라고 부른다. 비만 상태에서 달라진 세포의 작동 방식이 살을 뺀 뒤에도 일부 남아 있다는 의미다.

DNA의 코드 자체를 바꾸지 않고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를 조절하는 이런 변화를 후성유전학(epigenetics)이라고 한다. 감량에 성공한 뒤에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비만의 생리를 이해하면 덮어놓고 환자의 책임을 묻기보다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장내 미생물도 체중과 대사 조절에 관여할 수 있다. 장 속 미생물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일부를 분해하고 여러가지 생물학적 작용을 하는 물질들을 만든다. 그 물질들은 장벽과 면역반응, 식욕과 대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섭취 열량뿐 아니라 장 속에서 만들어지는 물질이 몸의 대사에 관여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식이섬유가 장내 세균에 의해 발효되어 만들어지는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SCFA)이다. 낙산(Butyrate) 같은 물질은 장세포의 에너지원이 되고, 실험 연구에서는 염증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작용도 보인다.

채소와 콩, 통곡물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을 꾸준히 먹는 일은 장내 미생물이 이용할 먹이를 공급하는 것이기도 하다. 운동과 충분한 수면, 지속 가능한 식사 조절도 함께 필요하다. 장과 몸의 환경을 바꾸는 일은 특정 보충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지방간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이러한 대사 환경의 변화는 지방조직과 장에만 그치지 않는다. 간과 심장, 혈관, 신장도 영향을 받는다. 이들을 함께 체크하는 것이 심장대사의학의 관점이다. 진료실에서 흔히 발견되는 ‘지방간’은 이러한 관점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쌓인 상태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복부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방간은 전신의 대사 부담을 드러내는 단서가 된다. 간 수치가 조금 높다는 말로만 넘기기에는 함께 확인해야 할 위험이 적지 않다.

지방간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심부전 위험의 연관성에는 이미 근거가 있다. 지방간이 있다는 사실은 심혈관 위험을 체크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간과 심장이 같은 위험요인에 노출되어 있을 수 있고, 대사와 염증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장은 손상이 생기자마자 반드시 증상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심장대사적 부담이 누적되면서 숨이 차거나 다리가 붓기 전이라도 심장의 구조와 기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심부전 증상이나 징후는 없지만 심장의 구조가 달라졌거나, 심장 안의 압력이 높아졌거나, 위험요인과 함께 심장 손상이나 부담을 나타내는 혈액검사 이상이 확인되는 단계를 ‘Stage B’, 즉 ‘심부전 전 단계’라고 한다. 위험요인만 있는 상태와는 구별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심장이 혈액을 내보내는 힘이 떨어지고 심실이 늘어나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다른 환자에서는 수축력이 유지되어도 심장이 뻣뻣해지고 혈액을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심장이 건강하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지 마이클의 사망원인

팝음악〈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부른 세계적 팝스타 조지 마이클은 2016년 크리스마스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듬해 3월, 영국 검시관은 그의 사인을 ‘심근염을 동반한 확장성 심근병증과 지방간’으로 발표했다.

확장성 심근병증은 심장이 늘어나고 수축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지방간과 함께 확인되었다는 사실은 그에게 전신적인 심장대사 부담이 있었을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지방간이 심근병증을 일으켰다고 확정할 수도 없으며, 심근염을 비롯한 여러 원인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임상적 교훈은 자명하다. 지방간을 발견했을 때 간만 보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인과관계를 확정하지 않더라도, 증상 없는 시기의 위험에 관심을 갖게 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방간을 발견했다면 간의 염증과 섬유화 위험을 평가하면서 체중과 허리둘레, 혈압, 혈당, 지질, 신장기능 그리고 평소의 음주량과 복용 약물을 확인해야 한다.

호흡곤란이나 흉통, 부종이 있는지 묻고 진찰한 뒤, 필요하면 심전도나 흉부 엑스레이, 심장초음파 등의 검사를 추가할 수 있다. 지방간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증상과 위험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지방간을 피로의 원인으로만 받아들이고, 우OO 같은 약을 먹는 데 관심이 집중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러나 정말 피로가 전부 간 때문일까? 수면 부족과 수면무호흡, 운동 부족으로 인한 탈조건화(deconditioning), 빈혈, 갑상선질환, 심장질환 등 피로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하다.

차두리가 만든 ‘간 지식’ 함정

TV광고에서 차두리 선수가 외치던 “간 때문이야”의 위력은 대단했다. 짧은 광고 문구가 피로를 이해하는 방식까지 바꾸었다. 그러나 그 문구에 시야가 좁아져 지방간이 보내는 심장대사적 경보를 놓쳐서는 곤란하다.

피로의 원인을 확인하는 일과 지방간이 드러내는 전신의 위험을 평가하는 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간이 피곤해서 그렇다’는 익숙한 설명을 넘어, ‘간과 심장이 같은 대사 부담을 받고 있을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추론을 더해야 한다. 그러한 내러티브는 필요한 검사와 적절한 관리로 이어져야 한다.

최근 합당한 치료의 선택지도 늘고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는 식욕과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 감량을 돕는다. 일부 약제는 특정 환자군에서 심혈관 사건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되었고,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에서도 치료 근거가 쌓이고 있다. 약제별 근거와 허가 범위를 따져 적응증에 맞는 환자에게 활용할 치료 수단이 늘어나는 것이다.

비만의 기억과 장내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우리의 몸이 오랜 생활과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과거의 흔적이 남는다고 해서 앞으로의 변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억을 완전히 지우는 날’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지금 확인되는 위험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치료는 의미가 있다.

체중계의 숫자는 중요한 지표지만, 치료의 성과를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허리둘레와 혈압, 혈당과 지질이 좋아졌는지, 간과 심장의 부담이 줄었는지, 일상을 지속할 체력과 기능이 나아졌는지도 보아야 한다.

비만 치료의 목표는 감량한 체중을 오래 유지하고, 일상을 살아갈 체력과 기능을 높이며, 앞으로 겪을 질병의 위험을 낮추는 데 있다.

참고자료

1. Hinte LC, et al. Adipose tissue retains an epigenetic memory of obesity after weight loss. Nature. 2024; 636:457–465. 체중 감량 후에도 남는 지방조직의 유전자 발현 변화와 생쥐의 후성유전학적 기억을 다룬 연구. 원문.

2. Furusawa Y, et al. Commensal microbe-derived butyrate induces the differentiation of colonic regulatory T cells. Nature. 2013; 504:446–450. 장내 미생물이 만드는 낙산의 면역 및 유전자 발현 조절 작용을 다룬 실험 연구. 원문.

3. Duell PB, et al.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and Cardiovascular Risk: A Scientific Statement From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Arterioscler Thromb Vasc Biol. 2022;42: e168-e185. 지방간과 심혈관 위험에 관한 미국심장협회 과학적 성명. 초록.

4. Mantovani A, et al. 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and risk of new-onset heart failure: an updated meta-analysis of about 11 million individuals. Gut. 2022; 71:2562-2570. 지방간과 새로 발생하는 심부전 위험의 연관성을 평가한 메타분석. 원문.

5. 2022 AHA/ACC/HFSA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Heart Failure. J Am Coll Cardiol. 2022. Stage B를 포함한 심부전 단계와 평가·치료에 관한 지침. 원문.

6. Oxfordshire County Council. Coroner’s statement following the death of George Michael. 2017년 3월 7일. 조지 마이클의 사인에 관한 검시관 공식 발표. 공식 발표.

7. Lincoff AM, et al. Semaglutide and Cardiovascular Outcomes in Obesity without Diabetes. N Engl J Med. 2023; 389:2221–2232. 기존 심혈관질환이 있는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SELECT 연구. 원문.

8. Sanyal AJ, et al. Phase 3 Trial of Semaglutide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 N Engl J Med. 2025; 392:2089–2099.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에서 세마글루타이드의 효과를 평가한 ESSENCE 연구. 원문.

글쓴이

이호준 더베스트내과 대표원장

이호준은 심장학을 전공한 내과전문의로, 심장대사의학(cardiometabolic medicine)을 연구하고 진료하는 임상의사다. 안산 더베스트내과 대표원장으로서 동료 소화기내과 전문의들과 함께 일상 진료에 충실하며, 질병을 사건이 아닌 시간과 구조의 문제로 해석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메디칼업저버에 「역사 속의 심장」을 연재하며, 의학과 역사, 사회를 잇는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