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빙하의 붕괴가 경고하는 미래

히말라야 산맥에 빙하가 녹아내린 모습.
히말라야 산맥에 빙하가 녹아내린 모습.
  • 빙하는 기후조절자 빙하는 태양에너지를 반사해 지구 온도를 낮추고 막대한 수자원을 육지에 가두어 해수면 급상승을 막아주는 지구 시스템의 핵심 ‘기후 조절자’다.
  • 해수면 지문현상 거대한 육지 빙하가 소실되면 20억 인구의 식수원 고갈이라는 영구적 가뭄 위기를 부르며, 특히 중력장 변화에 따른 ‘해수면 지문 현상’으로 인천 등 한반도 연안에도 심각한 해수면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러한 연쇄적 복합 재난을 결코 남의 일로 여겨선 안 되며, 강한 경각심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국가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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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대홍수의 원인

지난 8월 26일 중국과 맞닿은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대홍수로 지금까지 7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실종자도 3천명을 넘고 있다.

대홍수의 진원지인 히말라야와 그 일대의 산맥은 북극과 남극 다음으로 빙하가 많아 ‘제3의 극지’라 불리는 곳이다. 이 빙하가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는 가운데 참사가 빚어진 것이다.

빠른 빙하의 붕괴는 히말라야가 해수면보다 기온 상승에 더 취약한 고산지대인데다,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 지역인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자리하고, 지구 온난화로 눈 대신 비가 내리는 빈도가 증가하고, 영구 동토층 해빙이 연쇄 붕괴를 부르는 현상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피해를 극대화한 핵심 요인이자 구조 작업을 가로막으며 2차 재앙을 일으킬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빙하가 붙잡고 있던 거대한 빙퇴석과 토사 퇴적물’이다. 랑탕 리룽(Langtang Lirung)이름의 봉우리 인근에서 하부 빙하가 통째로 붕괴해 1천여 미터 아래 계곡으로 추락한 얼음 덩어리가 몬순 폭우로 물을 잔뜩 머금고 있던 엄청난 양의 바위와 토사를 한꺼번에 쓸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중 강을 막았다가 한 번에 터져 나와 하류를 물바다의 아수라장이 되게 했다.

빙하 붕괴 현상의 경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거대 산맥들로 인해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이 곳 정상을 덮고 있는 80~85%의 암석과 15~20%의 빙하 가운데 얼음과 빙하가 함께 무너져 생긴 대홍수 및 산사태의 구체적 과정은 이렇다.

①빙하가 녹는 과정에서 얼음층 내부에 거대한 빈 공간이 생기고 암반과의 접착력이 약해져 산꼭대기 빙하 전체가 매우 불안정한 시한폭탄 같은 상태가 된다. ②버티던 거대 빙하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단 몇 초 만에 수백, 수천 미터 아래 계곡으로 무너져 내린다. ③무너진 얼음과 바위 파편이 계곡의 물길을 순식간에 막아 거대한 임시 호수를 만들었다. ④배수(排水)되지 못한 물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임시 댐이 단 몇 분 만에 한꺼번에 터져 버리면서 하류 마을에 쓰나미 같은 대홍수로 수많은 인명 피해를 일으킨다. 이렇게 이번 참사는 단 몇 시간 만에 발생한 기습적인 재앙이다.

이번 빙하 붕괴는 자연 지진이 아님에도 지진 관측소에 포착될 만큼 강력한 규모 5.2의 지진파 수준의 진동을 만들어냈다. 해발 약 5,200m 고지의 거대한 빙하 하단부가 떨어져 나가며 약 1,200m 아래 계곡 바닥으로 한꺼번에 추락해 수백만 톤의 얼음과 암석 파편이 지면에 격렬하게 부딪히면서 충격파가 발생했다. 그 파의 위력이 규모 5.2의 지진에 해당하는 진동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구상 가장 젊고 활동적인 산맥

에베레스트산을 포함한 히말라야 산맥은 세계에서 가장 젊고 활동적인 산맥 중 하나다. 이 산맥은 인도 대륙판과 유라시아 판의 거대한 대륙판 충돌로 만들어진 습곡 산맥이다.

북미의 로키산맥이나 유럽의 알프스산맥 등은 아주 오래전에 지각 충돌이 끝났거나 진정 상태인 반면, 히말라야는 약 5,000만 년 전부터 충돌하기 시작해 지구 역사상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젊은 산맥이다.

이 때문에 지각 내부의 에너지가 여전히 요동치고 구조적으로 매우 불안정하다. 이 지속적인 지각 운동 때문에 히말라야의 산비탈과 계곡은 경사가 극도로 가파르고 지반이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태생적으로 큰 자연재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일각에서 히말라야 산맥의 높이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말, 빙하가 무너져 높이가 낮아지고 있다는 말이 떠도는 것 자체가 히말라야가 현재 엄청난 지질학적 불안정성 속에서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방증한다.

히말라야가 높아지는 것은 지각 판이 움직이는 지구 내부의 힘인 ‘지질학적 융기’ 때문이다. 반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은 기후 변화로 인해 산 정상부의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빙하 소실 및 침식 때문이다. 이 두 가지 서로 다른 힘이 지금 이 순간에도 히말라야 정상에서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

중국 인공위성의 사진을 토대로 에베레스트산의 빙하 붕괴를 분석한 그림.
중국 인공위성의 사진을 토대로 에베레스트산의 빙하 붕괴를 분석한 그림.

빙하가 녹는 현상의 다양한 우려

지금까지는 충돌한 대륙판의 솟아오르는 힘이 깎이는 속도보다 미세하게 앞서고 있어 산맥 자체는 전체적으로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다만 지구의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정상부의 하얀 얼음 모자(빙모; 氷帽)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지구의 수자원 고갈 및 자연재해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었다. 히말라야 빙하가 녹으면 일시적인 홍수 이후 ‘영구적인 가뭄’으로 반전하게 된다.

초기에는 방하 소실로 하류 지역에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가 일어나지만 빙하 자체가 너무 작아지거나 사라지면 건기(乾期)에 강으로 흘러들 물의 원천이 없어지게 된다. 히말라야 산계에서는 빙하가 녹은 물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 수가 20억 명이나 된다. 이런 상황이기에 물의 원천이 없어질 때 재앙의 규모는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이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무너지는 것은 불과 수십 년의 짧은 시간에 걸쳐 급격히 눈에 띄는 현상이다. 결국 이번 히말라야의 빙하 붕괴로 발생한 대홍수는 지질학적 불안정성과 기후 변화(지구 온난화)의 연쇄적 복합 재난이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히말라야나 극지방의 빙하 붕괴로 벌어지는 대참사와 큰 관계가 없다. 다만 해수면 지문(指紋)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관심을 낮춰선 안된다. 이번 재앙이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남극 빙하가 녹으면 인천 바닷물 수위가 올라간다

‘해수면 지문’ 현상은 남극 대륙이나 그린란드처럼 지구 전체 바닷물을 뒤흔들만큼 질량이 압도적으로 거대한 대륙 빙하가 녹을 때 발생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 지구의 중력장(重力場)이 변해 전 세계적으로 해수면이 불균등하게 변동한다.

빙하가 얼음 질량을 잃으면 중력이 약해진다. 이 때문에 주변의 해수가 멀어지면서 빙하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해수면이 더 빠르게 상승한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해수면 변화 패턴을 ‘해수면 지문’이라 한다. 육지에 있던 물이 바다로 새로 유입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해수면을 높이고 지문 현상을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육지 빙하인 그린란드 및 서남극 빙하로부터 지리적으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인천 등 우리나라 해안 도시들이 해수면 지문 현상 때문에 2050년경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을 때 뉴욕이나 시드니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지구 평균보다 약 10% 높음)의 해수면 상승폭을 기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다만 바다 빙하가 녹으면 지문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컵에 든 얼음이 녹아도 물이 넘치지 않는(사실은 줄어드는) 것처럼 바다 빙하는 녹아도 전체 해수면 높이에 거의 변화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산맥 빙하가 녹으면 해수면 지문 현상이 생기는데 이번 네팔에서는 대홍수가 났다. 해수면 지문과 대홍수는 겉으로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시간의 규모(타임 스케일) 및 공간적 범위 차이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해수면 지문 현상은 녹은 물이 바다로 흘러가 지구 전체의 바다 높이를 바꾸는 수십 년에 걸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변화다.

이번 사건은 비가 오지 않는 맑은 하늘에 폭 600m에 달하는 거대 고산 빙하가 단 한 번에 통째로 칼로 베어지듯 잘라져 시속 193km(초속 54m)로 쏟아져 내렸기에 충격이 컸다.

빙하를 지켜야할 이유들

그런데 빙하가 지구 시스템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게 해주는 ‘기후 조절자’라는 생각에 이르면 근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만 년 동안 쌓인 눈이 거대하게 압축되어 스스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얼음 강인 빙하는 ①태양에너지를 반사해 지표면이 태양열을 과도하게 흡수하는 것을 막아 지구 전체 온도를 낮추어 주고, ②막대한 양의 물을 육지 위에 얼음 형태로 잡아두어 전 세계 해수면이 급속히 상승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 ③수십만 년 동안의 지구 기후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④지구온난화의 가장 정직하고 극적인 계측기(Indicator) 역할을 한다.

이런 미덕을 가진 빙하가 붕괴해 생긴 이번 히말라야 대홍수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낳은 파괴적 실상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문제는 이번 참사가 남의 일로 생각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경각심과 책임감으로 국가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38 20억명 물줄기 히말라야의 경고, 이제 '영구 가뭄' 시작되나?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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