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밑엔 어떤 땅이 더 있을까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높은 기압때문에 심해에는 특수장비 없이는 잠수할 수도 없다.
높은 기압때문에 심해에는 특수장비 없이는 잠수할 수도 없다.
  • 지질학자로서의 다윈과 심해 탐사 찰스 다윈의 지질학적 통찰에서 시작된 탐사 정신이 비글호에서 챌린저호로 이어져 심해 조사를 이끌었다. ‘죽음의 공간’으로 여겨졌던 심해의 물리·화학적 실체와 4,700여 종의 생명도 증명이 됐다.
  • 망간 단괴와 암흑 산소의 역설 심해저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형성된 망간 단괴가 무광층에서 산소를 만드는 ‘암흑 산소’의 기원임이 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적 채굴이 가져올 심각한 바다밑 생태계 교란도 우려된다.
  • 깊이 6000m 해구의 지질학적 진실 깊이 6000m가 넘는 해구는 움직임이 없는 고요한 바다가 아니다. 지진과 화산 활동이 끊이지 않는 지구상에서 가장 역동적인 지질 현장이며, 인간이 도달하기 힘든 하달 존(Hadal zone)까지 이어지는 심해저 생태계의 보고다.

지질학자 다윈, 바다밑 생물의 진화는?

찰스 다윈의 삶은 지질과 떼어놓을 수 없다. 그는 생물학자보다 지질학자로서 먼저 자신을 생각하고 활동했다. 그는 지질학자로서 과학자의 첫 걸음을 내디딘 뒤, ‘생명의 진화’라는 거대한 의문점을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이것이 그의 이력이다.

그의 삶에서 바다는 아주 중요한 바탕이었다. 그의 학문적 완성은 ‘비글호’를 타고 바다를 일주한 5년(1831~ 1836)의 시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이 항해의 한 부분이었던 남미 해안 조사에서, 높은 산에 바다 조개껍데기 화석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대륙이 점진적으로 상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확신했다.

1831년 12월 27일, 찰스 다윈이 탄 비글호가 항해를 시작했다.
1831년 12월 27일, 찰스 다윈이 탄 비글호가 항해를 시작했다.

‘챌린저호’가 찾아낸 심해

다윈의 연구는 비글호 여행이후 한 선박과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챌린저호’란 이름의 이 배는 1872년 12월부터 1876년 5월까지 3년 반 동안 영국 왕립학회와 해군이 함께 진행한 현대적 의미의 세계 첫 심해(深海) 탐사의 주인공이다.

자연학자 찰스 와이빌 톰슨을 비롯한 여러 관련 과학자들은 태평양의 심해 생물 및 환경을 조사하고, 해저 지형 및 수심을 측정하고, 물리/ 화학적 차원에서 대양을 연구하기 위해 이 배에 올랐다. 챌린저호는 부분적으로는 다윈이 제시한 자연선택에 의한 점진적 진화설을 보완해 줄 ‘중간 단계 생물’을 찾고자 했다.

챌린저호가 초점을 맞춘 곳은 ‘심해’다. 하지만 그곳에 이르기까지 깊이 별로 정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태평양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물은 차가워지고, 표층부터 약 1000m 깊이까지 다양한 해양 플랑크톤과 해파리 등의 생물들이 유영한다. 그런데 더 깊은 약 1,188m 이상의 깊이에서도 생명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5500m 정도의 깊이에서도 성게, 바다나리, 갯지렁이 등이 발견되었다.

바다밑 심해에서 심연으로

챌린저호의 과학자들은 처음으로 심해의 암석을 심연(深淵)으로부터 끌어올린 사람들로 기록되고 있다. 심해와 심연은 바다의 깊은 곳을 뜻하지만 학술적 정의와 범위에서 차이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생태학에서 보는 심해는 광합성이 불가능한 수심 200m 이상의 바다를 뜻한다. 수심 200m는 육지에서 이어지는 완만한 경사의 얕은 해저 지형을 의미하는 대륙붕의 기준 깊이다.

심연은 심해 중에서도 수심 3000~6000m 사이의 칠흑 같은 어둠에 의해 잠식된 하층 구역을 말한다. 수온은 0~3℃이고 수압은 극도로 높다. 챌린저호 과학자들이 심연의 암석을 끌어올린 것은 심해의 물리/ 화학적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엄청난 압력과 추위, 깊은 어둠 때문에 심해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챌린저호를 통해 새로운 생물종 4700 종이 알려졌다. 주로 심해저 생물종들이었다.

심해는 이렇게 많은 생물종들이 서식하는 곳이다. 하지만 “수중 화산이 폭발하고, 온천이 부글거리며, 지각판이 갈라지거나 찢어지고, 지각이 흔들리며, 지진이 일어나는 등 지질 활동이 육지보다 더 활발한 곳이다.”(로라 트레더웨이 지음 『지구의 완전한 지도』 참고)

심해의 생물종들은 지진 및 화산 활동 등과 매우 밀접하고 독특한 관계를 맺는다. 화산 활동과 지진 등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곳 중 하나인 심해는 오히려 생명력이 넘치는 특별한 생태계 현장이다.

바다속 망간단괴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바다속 망간단괴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제공

‘망간 단괴’ 금속 산화물의 발견

챌린저호 과학자들의 노고로 세계는 심해저(深海底)의 구성 상황과 물질의 기원 등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들에 의해 심해저에서 망간 단괴(manganese nodules)가 빛을 보게 되었다.

‘망간 단괴’란 금속 산화물이 뭉쳐서 형성된 덩어리를 말한다. 이 단괴를 분석하면 과거 바닷물의 화학 성분, 퇴적물 속 광물 비율, 해양 환경의 변화 등을 알 수 있다. 단괴는 철과 망간 산화물이 수백만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심해저에 침전되면서 만들어진다.

주먹 만하게 커지는데 1000만 년이 걸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망간 단괴에는 망간, 철 산화물 외에 니켈, 코발트, 구리, 희토류 등 여러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이 때문에 망간 단괴는 ‘다금속 단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망간 단괴는 산소의 새로운 기원과 관련해서도 주목을 받는다. 이는 망간 단괴가 ‘암흑 산소’(Dark Oxygen)라는 새로운 산소 발생원(發生源)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암흑 산소’란 빛이 없는 4,000m 이하의 심해에서 망간 단괴가 바닷물을 전기 분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산소를 말한다.

이는 물론 논쟁적 사안이다. 이 부분이 확실히 입증된다면 무광층(無光層)인 수심 4000m가 넘는 심해에도 산소가 공급되는 것이다. 단괴는 또한 말미잘, 해면(海綿), 산호 등을 비롯한 온갖 유기체들의 안정된 서식처가 되어준다. 단괴 덕분에 이들은 바닥에서 한 키 정도 높은 곳에 올라서서 먹이를 걸러 먹는다.(헬렌 스케일스 지음 『눈부신 심연』 참고)

세계 여러 나라가 코발트와 니켈, 망간 등의 핵심 광물을 얻으려 하고 있는데, 이같은 산업적 목적의 채취는 생태계에 심각한 교란, 파괴, 생물종 멸종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저인망 조업, 석유 추출 등으로 상시적으로 교란이 빚어지는 심해에 단괴 채취까지 본격화한다면 더 큰 우려거리가 된다.

바다속 섭입대인 ‘해구’

심해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곳이 해구(海溝; trench)다. 해구는 무거운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밀려들어가는 곳인 섭입대를 말한다.

해구를, 해류 움직임이 거의 없거나 변화가 잘 감지되지 않는 곳으로 보고 ‘해구의 시간’이란 말로 역사의 흐름 중 거의 고정된 장기지속적인 구조의 시간을 비유하는 학자도 있다. 주인공은 자연과학자가 아닌 역사학자 페르낭 브로델(1902~1985)이다.

그의 비유는 매력적이지만 지질학에서 말하는 해구는 이와 많이 다르다. 해구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고, 지형이 계속 변하고, 태풍 지나는 소리까지 들리는 역동적인 곳이다. 해양 지각이 다른 지각 아래로 들어가는 수렴형 경계에서 형성되는 해구는 수심 6000m 이상의 길고 좁은 V형의 골짜기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는 태평양 북서쪽 마리아나 제도 근처에 있는 마리아나 해구다. 가장 깊은 지점의 수심은 약 1만 1000m 정도다. 에베레스트산을 집어 넣어도 2㎞ 이상 남는 깊이다. 수심 6000~1만 1000m의 하달 존(hadal zone)이란 개념에서 6000m와 1만 1000m는 여기에서 나왔다.

전 세계 해저에서 ‘하달 존’에 속하는 곳은 3%도 안 될 정도로 심해 해구는 드물다. 지질학적으로 하달 존은 ‘해저가 죽음에 이르는 곳’을 의미한다.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 외에 대서양의 푸에르토리코 해구(8300여 m), 인도양의 자바 해구(7200여 m), 북극해의 몰로이 해연(海淵; 5550m), 남극해의 사우스샌드위치 해구(8400m) 등이 유명하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마리아나 해구로 내려가기 위해 잠수정에 타고 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마리아나 해구로 내려가기 위해 잠수정에 타고 있다.

마리아나 해구와 해연, 캐머런 감독

해구는 골짜기를 말하고, 해연(海淵; deep)은 가장 깊은 점 또는 국소적 구덩이를 말한다. 챌린저호가 측정한 깊이는 8000여m다. 1951년 챌린저호 2호가 측정한 깊이는 1만 924m다.

챌린저호가 측정한 곳은 마리아나 해구이고, 챌린저호 2호가 측정한 곳은 챌린저 해연이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가장 깊은 곳을 챌린저 해연이라 부른다. 마리아나 해구의 평균 깊이는 7000 ~8000m다. 챌린저 해연은 최고 깊이가 1만 924m다.

1960년 미 해군 중위 돈 월시와 스위스 해양학자 자크 피카르로 구성된 2인조 팀이 잠수정을 타고 가장 깊은 태평양 바닥까지 내려가 20분을 머물렀다. 2012년 영화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그곳에 단독 잠수했다.

세계적 심해 탐험 전문가이기도 한 그는 7년간 설계부터 개발까지 참여한 1인용 잠수정인 딥 씨(Deep Sea) 챌린저호를 타고 그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그곳에서 2시간 30분 정도 머물면서 심해 환경을 촬영하고 과학 연구 표본을 수집했다. 그가 내려간 깊이는 1만 900m로 2위에 해당한다.

과학이 발전함에 따라 지질 이야기는 정교해지고 풍성해진다. 이는 열수구(熱水口), 심해의 화학합성, 생명의 위대한 어머니이자 생태적 균형의 담당자인 바다 이야기 등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글을 이어갈 생각이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35 4000m 이상 심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암흑산소'!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글쓴이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

박태웅 자연 칼럼니스트는 자연과 인문의 창의적 어울림을 목표로 하는 독서인이다. '새와 생명의 터(Birds Korea)'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평소에는 서울 역사/문화해설사(2017년~ )로 활약중이다. 특히 한탄강(연천) 세계지질공원해설사(2020년~ ) 일을 하고 있다, 해인사(海印寺) 월간지 해인지 등에 기고했다. 저서로는 ’공공역사를 실천중입니다‘를 출간(2023년; 푸른역사 刊 공저)했고 ’한국의 세계지질공원‘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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