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지정학’ 호르무즈, 억겁의 지질학
[지질해설사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 테티스海의 소멸과 판의 충돌 3,000만 년 전 고대 열대 바다였던 테티스해가 사라지고,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거대한 자그로스 산맥과 퇴적 분지가 형성되었다.
- 습곡과 스러스트가 빚은 저장고 거대한 지각 압력으로 지층이 휘어지는 ‘습곡’과 암석층이 뒤엉켜 밀려 올라가는 ‘스러스트’ 작용이 반복되며, 유기물을 가두어 석유와 가스로 숙성시키는 정교한 지질 구조가 완성되었다.
- 탄소 순환의 시간 차 역설 지질학적 공정으로 매우 느리게 생성된 ‘지하의 탄소’를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꺼내 쓰면서, 지구 본연의 탄소 순환 체계가 근본적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생성보다 소비가 빠른 석유
석유(원유)는 지금도 만들어진다. 그럼에도 석유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으로 분류된다. 석유가 대단히 느린 지질학적 과정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석유의 생성 속도가 우리의 소비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설명을 뒷받침하는 수치가 있다. 산업혁명기인 1850년대부터 화석연료를 연소한 직접적인 결과 전 세계의 공기 중 탄소량이 40 퍼센트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소비의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다.
석유는 다양한 화학구성을 가진 탄화수소의 집합체다. 대체로 탄소 수가 4개 이하이면 기체, 5개~10개이면 액체, 그 이상이면 고체가 된다. 고체가 되는 것은 분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인력(引力)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액체인 석유는 이런 이유로 연료의 왕으로 꼽힌다. 천연 가스(기체)는 부피가 커서 운반하기 어렵고 폭발 위험도 크다.

석유가 만들어지는 과정
석유의 형성 과정은 이렇다. ① 동물 및 식물성 플랑크톤 등의 사체가 바다 바닥에 가라앉는다. ② 이들이 진흙, 모래, 퇴적암층에 덮이는 바람에 산소로부터 차단되어 분해를 면하게 된다. ③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해지는 퇴적물의 압력으로 인해 유기물이 변형된다. ④ 이 압력에 지구의 열이 더해져 유기물을 탄화수소(hydrocarbon; 수소와 탄소 원자의 혼합물)로 바꾼다. ⑤ 탄화수소는 가해지는 열과 압력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원유 및 천연가스가 된다.
탄화수소라는 기본 골격에 산소 원자나 질소 원자 등이 포함된 물질을 유기물이라 한다. 탄소는 수소와 만나면 화학 결합을 통해 탄화수소가 되고, 탄화수소는 정제과정을 거쳐 석유가 된다.
정제된 탄화수소 즉 석유, 그리고 가솔린, 디젤 등은 산소와 만나 연소된다. 이 때 이산화탄소와 물이 생성된다. 이산화탄소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주요 기체다.
석유 생성의 지질학적 공통점
석유가 발견되는 세계의 여러 곳에는 몇 가지 지질학적 공통점이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주로 고대의 얕은 바다나 해양이었던 지역에 위치한 퇴적 분지(堆積 盆地)라는 사실이다.
퇴적 분지란 바람, 얼음 등의 자연적 요인에 의해 운반되는 풍화된 고체 물질이 쌓인 움푹 들어간 곳을 말한다. 이곳에 쌓인 물질은 열과 압력을 받아 단단한 암석층이 된다. 석유가 발견되는 지층은 오랜 기간에 걸쳐 많은 광물들이 쌓여 암석이 된 곳이다.
암석이 되는 과정은 광물과 암석, 광물과 광물 사이의 빈 곳(공극, 空隙)을 방해석, 규산, 산화철 등이 메우고 다져져 단단하게 굳는 과정과 관련된다. 메워지고 굳는 것을 교결(膠結, cementation)된다고 하고, 압력에 의해 다져지는 것을 압축(壓縮, compaction)된다고 한다. 단단한 암석에도 공극이 있다. 이 빈 곳을 통해 석유, 천연가스, 물 등의 유체가 흐른다.
해양과 바다는 다르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덮고 있는 광대하고 깊은 바다인 해양은 일반적으로 육지로 둘러싸여 있지 않다. 바다는 해양보다 작고 얕고 육지에 의해 부분적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해양의 가장자리에 자리한다. 주된 해양은 5개이고, 바다는 육지와 해양이 만나는 곳을 중심으로 약 50여 개가 있다.

아라비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한 이란
미사일이 오가는 호르무즈의 하늘은 ‘찰나의 정치’로 뜨겁지만, 그 아래 요동치는 이란의 땅 밑은 3,000만 년 전 판들의 충돌이 빚어낸 ‘억겁의 지질학’이 흐르고 있다.
전쟁 중인 이란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 1,770㎞ 이상의 남부 해안선을, 북쪽의 카스피해에 650㎞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해양과 강력하고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다.
이란은 그에 걸맞게 석유 생산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나라다. 1908년 5월 26일 영국의 지질학자 조지 버나드 레이놀즈(1853-1925)가 이끄는 팀이 이란 남서부의 마스제드 솔레이만에서 중동 최초로 대규모 석유 매장지를 발견했다. 이 때문에 이란은 중동에서 상업적인 의미에서 처음 석유가 발견된 나라로 인정받는다.
이란 역시 ‘판구조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판구조론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제한된 수의 크고 단단한 판들의 경계를 따라 지각이 움직이고, 화산이 분출하고, 지진 및 산맥 형성과 같은 중요 지질 활동이 발생한다는 현대 지질학 이론이다.
구체적으로 이란이 있는 지역은 고생대의 테티스 대양과 신생대의 테티스 대양이 소멸하고 아라비아 판과 유라시아 판이 충돌하면서 형성되었다. 3,000만 년 전 시작된 두 판의 충돌로 지각이 솟아올라 형성된 자그로스 산맥이 아라비아판을 눌러 구부러진 자처럼 휘어지게 만들었다.
이 굴곡으로 인해 산지로 둘러싸이고 내부는 상대적으로 평평하거나 낮은 지형인 분지가 만들어졌다. 수백만 년에 걸쳐 이 분지의 막대한 유기물이 열과 압력을 받아 석유와 가스로 전환되었다.(지구과학자 마크 앨런 글 참고)
지정학만큼 복잡한 이란의 땅 밑
이란은 아라비아판 및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중 단순히 합쳐진 것이 아니라 복합적이고 경사지며, 지속적인 대륙 충돌로 인해 내부적으로 쪼개지고 변형된 지형이다.
테티스해는 고생대부터 신생대에 존재했던 ‘열대 염해’였다. 이 바다는 로라시아(북쪽의 초대륙)와 곤드와나(남쪽의 초대륙)를 나눴다.(고생대 5억 4100만 년 전 - 약 2억 5200만 년 전. 신생대 6600만 년 전 – 현재)
이 과정에서 퇴적암이 높은 압력과 열에 의해 변형을 받아 구부러지거나 곡선 형태가 되는 습곡(褶曲, fold), 오래되고 무른 암석층이 젊은 암석층 위로 올라가는 현상인 스러스트(thrust), 화산 활동, 해양지각의 일부가 대륙지각 위로 밀려 올라가는 오피올라이트(ophiolite) 등의 지질 작용으로 알보르즈 및 자그로스 산맥이 만들어지고 이란 땅 덩어리가 합체했다.
해양지각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재순환된다. 이 때문에 대륙지각에 비해 지질학적으로 젊다. 대륙지각은 수십억 년이나 된다. 해양지각이 대륙지각에 비해 젊은 것은 해저가 확장됨에 따라 바다 중심에서 지각이 만들어진 후 대륙 쪽으로 이동하다가 섭입대(攝入帶, 한 판이 다른 판 아래로 가라앉는 곳)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 세계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 시장으로 나가는 주요 수출로인 이 해협은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약 20%(하루 약 2,000만 배럴)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 물류 병목 지점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하르그섬이다. 이란 원유의 90% 이상을 처리하는 최대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이자 비축 시설이 있는 이 섬은 자연히 미국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되고 있다. 1979년 이란의 샤(Shah; 군주)인 모하마드 레자 팔레비를 몰아내고 이란 이슬람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주권을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느린 탄소를 빨리 꺼낸 탓
화석 연료는 150년이 넘는 동안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지배해 왔다. 주요 국가들은 온실 효과로 지구 기온을 올리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체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아왔다. 하지만 기술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화석 연료 지배의 판도는 바뀌지 않았다.
『엘리멘탈』의 저자인 지질/ 생태학자 스티븐 포더는 화석 연료 사용에도 편차가 크다는 점을 지적했다.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는 미국은 온실가스의 18%를 배출하고, 세계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아프리카 사람들은 온실가스의 4%를 배출할 뿐이다.
호르무즈 해협과 하르그섬이 속한 페르시아만(灣)이 뉴스의 중심이 된 것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깊은 땅 속에 파묻혀 ‘느린’ 탄소 순환에 갇혀 있던 탄소를 꺼내 ‘빠른’ 순환으로 몰아넣는 화석 연료에 대한 집중을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현실과 함께 미래를, 우리와 함께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통합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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