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해의 신전 ‘로스트 시티’와 지구 생명의 비밀
[지질해설가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 지질학적 경이 대서양 해저의 ‘아틀란티스 산괴’는 마그마의 폭발이 아니라, 맨틀의 감람암이 바닷물을 만나 사문암으로 변하며 솟구쳐 오른 독특한 지질학적 복합체다.
- 생명의 요람, 로스트 시티 이 사문암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열과 메테인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형성된 거대한 탄산칼슘 기둥 군락은, 극한 환경에서도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 우주 생명 탐사의 열쇠 햇빛 없는 심해의 화학 반응이 생명 기원의 유력한 단서로 지목되면서, 로스트 시티는 지구를 넘어 외계 생명체의 비밀을 밝힐 우주생물학적 성지로 자리매김했다.
특별한 바다 속 지형 ‘아틀란티스 산괴’
지난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우즈홀 해양연구소, 워싱턴 대학교 등의 연합팀이 북위 30° 08′, 서경 42° 08′ 지점의 대서양 해저 아틀란티스(Atlantis) 산괴(山塊; Massif)로 향했다.
이들이 이곳을 목적지로 삼은 이유는 산괴의 독특한 지질과 해양 구조를 탐사하기 위해서였다. 이 산괴는 지각 판(板)이 멀어지는 발산형 경계인 1만 6,000㎞ 길이의 대서양 중앙 해령(海嶺)에서 서쪽으로 15~30㎞ 떨어진 곳에 자리하는 거대 암석 덩어리다.
화산 폭발로 현무암이 분출해 만들어진 일반적인 바다 화산과는 다른 이곳은 지각이 양옆으로 벌어지는 곳에 생긴 거대 단층(斷層)을 따라 하부 지각과 맨틀을 이루는, 감람암(橄欖巖, 편집자주- 지구 전체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맨틀’의 주성분. 감람석과 휘석이라는 광물이 주를 이루는데, 철과 마그네슘이 풍부하다. 매우 단단하고 밀도가 높으며 모든 마그마의 근원이 되는 암석으로, 판 구조론에서 판이 움직이게 하는 근본적인 ‘에너지원’이 된다.)이 완전히 사문암(蛇紋巖, 감람암이 지하 깊은 곳에서 물과 만나 화학적 반응을 일으키면 사문암이 된다. 사문암은 뱀 가죽처럼 얼룩덜룩한 무늬를 띠는 경우가 많으며 감람암과 달리 부드럽고 미끄러운 성질을 가진다. 마치 비누나 기름을 칠한 것처럼 미끄러운 광물 성분 때문에 지질학적 환경에서는 ‘단층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이 되지 않아 두 가지 특성이 공존하는 암석이 지표 위로 솟구쳐 오른 해양 복합체다.
이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서양의 특별한 지형이 자리한다. ‘특별하다’는 말은 대서양 양쪽이 대륙들과 밀착해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만들어진 지 2억년이 채 되지 않은 성장하는 젊은 바다라는 특성까지 더해져 대서양은 현재 판이 섭입대로 가라앉기에 충분히 차갑지도, 무겁지도 않은 바다인 상태다.
한편 맨틀이 천천히 상승하면 높은 지형이 만들어지지 않고 그에 따라 경사도도 가파르지 않아 판이 중력에 의해 미끌어져 내려가는 힘도 약해진다. 이로 인해 대서양 중앙 해령에서 판은 연(年) 2~3㎝ 정도의 아주 느린 속도로 멀어진다.
맨틀이 천천히 상승하면 압력이 충분하게 낮아지지 못해 마그마가 되는 것도 원활하지 못하다. 그런 만큼 마그마가 암석이 되어 갈라진 지각을 메우는 것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느리게나마 판이 갈라진 곳을 메우지 못해 공백으로 남은 곳이 단층이다.

감람암이 사문암이 되며 생성된 ‘산괴’
로스트 시티(편집자주-대서양 한가운데 해저 깊은 곳에 있는 ‘해저 열수구 지대 Lost City Hydrothermal Field’를 일컫는 명칭. 2000년에 발견된 지역으로 마치 고대 신전의 기둥이나 도시의 건물 잔해처럼 보이는, 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탄산칼슘 탑(침니)들이 밀집해 있다.)의 경우 그 빈 곳으로 찬 바닷물이 흘러들어 중요한 과정이 진행됐다. 지각의 틈을 따라 내려간 물이 맨틀에 의해 200~400℃의 초고온 상태로 데워지며 감람암을 녹색의 무르고 부드러운 사문암이 되도록 한 것이다. 이때 물이 100℃ 이상의 온도에까지 이른 것은 극단적으로 높은 수압이 물 분자의 기화를 물리적으로 막기 때문이다.
감람암이 물을 흡수하면 광물의 구조가 변한다. 원자들이 재배열되며 구조적 공간이 넓어져 부피가 30~40% 늘어나는 사문암이 되는 과정이다. 이때 질량 증가량이 부피 증가량에 미치지 못해 단위 부피당 질량을 의미하는 밀도가 크게 낮아진다. 이 결과 사문암은 주변 맨틀보다 가벼워져 큰 부력을 받아 솟구친다.
이 과정에서 지각이 갈라진다. 지각 균열의 결과물인 단층과 균열들을 통해 뜨거운(밀도가 낮은) 물이 솟아올라 찬 바닷물을 만나 40~90°C의 따뜻한 온도가 된다. 여기에 지구조적(편집자주- Tectonic, 지각이나 암석권이 움직이거나 변형되는 현상, 단층)운동이 결합하여 주변 해저보다 4000m 이상 높이 솟아오른 곳이 아틀란티스 산괴다.
이 산괴는 화산 활동 중심지에서 벗어나 있어 주변에 열원(熱源)인 마그마 방이 없고 감람암이 물과 만나 사문암이 되는 과정에서 열을 방출하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곳이다. 감람암의 주요 구성 요소들인 감람석, 휘석 등 물을 머금지 않았던 광물들이 바닷물을 흠뻑 흡수해 초록색이던 감람암이 뱀 껍질 무늬의 부드러운 녹색 사문암이 된다.
행성과학자이자 우주생물학자인 케빈 피터 핸드(Kevin Peter Hand)는 이런 반응의 결과 생성되는 열을 주머니 안의 반응성 높은 철가루가 산소와 만나 만들어지는 ‘핫팩’의 느긋하고 평온한 열이라 설명했다.
핫팩을 흔들어 부직포 주머니의 미세한 구멍을 통해 공기가 내부로 유입되게 하면 철을 비롯한 재료들이 섞이며 50~60°C의 따뜻한 산화열이 생성된다. 이 원리와 감람암 속의 철 성분이 물과 만나 산화(부식)하면서 열을 내는 화학 반응(발열 반응)의 원리는 같다.
60m 흰색 첨탑 ‘로스트 시티’의 발견
2000년에 떠난 우즈홀 해양연구소, 워싱턴 대학교 등의 연합팀은 낮에는 수용 인원 3명(조종사 1명, 과학자 2명)의 유인심해잠수정(앨빈 호)을 타고 직접 탐사하고, 밤에는 모선(母線)인 R/V(research vessel) 아틀란티스 호 뒤로 해저 카메라인 아르고(Argo)를 매달아 바다 밑바닥을 견인하는 방식의 모니터링 작업을 수행했었다.
그 과정에서 연구팀은 기존 해저 지형과 완전히 다른 압도적 크기의 흰색 첨탑(탄산염 기둥)이 우연히 촬영된 것을 보았다. 이에 앨빈 호가 직접 잠수하여 수십m의 지름을 가진 30여 개의 탄산염 기둥 및 굴뚝들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포세이돈이란 이름의 기둥은 높이가 60m에 이른다. 이는 모든 열수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연합팀은 아틀란티스 산괴 정상부에 자리한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심해 열수구 지대에 ‘로스트 시티’(Lost City)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이는 탄산칼슘이 하얗게 굳어 만들어진 최대 60m 높이의 거대한 흰 첨탑과 굴뚝들이 고대 그리스로마의 잃어버린 신전 기둥들을 연상하게 하기 때문이었다.
당시 앨빈 호의 선장 데보라 켈리(Deborah S Kelley) 교수는 로스트 시티를 바다 밑바닥에 우뚝 솟은 석회암 도시의 마천루 같다고 표현했다. 피터 핸드 교수는 로스트 시티가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 특히 웅장한 파밀리아 대성당(성가족 성당)을 가장 많이 닮았다고 말했다.
‘로스트 시티’는 맨틀과 바닷물의 화학반응이 수만년 이상 지속되어 기둥이 끊임없이 높고 넓게 자란 곳이다. 강한 알칼리성 열수와 바닷물의 칼슘 성분이 만나 형성된 석회암 같은 탄산칼슘은 동굴의 석순처럼 매우 단단하고 촘촘하게 엉겨 붙으며 자랐다.
여러 개의 기둥과 탑들이 서로 뒤엉기고 합쳐진 압도적인 복합 구조는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로스트 시티의 압도적 규모는 이런 작용들의 결과물이다.
함께 발견된 미생물체...또 다른 생명의 기원
앨빈 호의 과학자들은 부수적으로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심해 환경에서 분출하는 화학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살아가는 미생물 군집과 다양한 해양 생명체들도 확인했다. 이는 생명체 기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이 열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들의 계획에 애초 생태계 조사는 포함되지 않았던 성과다.
로스트 시티는 지구 생명체가 기원한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탄산칼슘 기둥 내부의 수많은 미세한 구멍들은 주목할 만하다. 차가운 바닷물과 알칼리성의 뜨거운 열수가 섞이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하는 이 작은 구멍들의 내부는 극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독립영양 미생물들의 완벽한 서식처다.
미생물들은 외부의 거친 해류로부터 보호받으며 광합성이 아닌 화학 반응을 통해 살아간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생명 기원의 중심추는 로스트 시티로 기울어진 상태라 할 수 있다.
햇빛이 없는 곳에서 탄생한 생명
생화학자 닉 레인(Nick Lane, 1967~ )은 로스트 시티의 강한 알칼리성 환경에서 대사(代射) 중심의 생명이 기원했다고 강력 주장한다. 켈리 교수는 로스트 시티의 강알칼리성 환경과 탄산염 구조물이 초기 지구의 바다 환경 환경과 매우 유사하다고 했다.
켈리 교수와 동료들은 감람암이 사문암이 되는 과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메테인이 블랙 스모커에서 나오는 메테인에 비해 10~100배나 되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그들은 미생물들에게는 ‘우주에서 가장 공짜 점심에 가까운 에너지원’이라고 표현했다.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는 심해 생명체들에게 메테인은 에너지의 근원이다.
이처럼 단지 높은 곳일뿐 아니라 질적으로 다른 아틀란티스 산괴는 지구에 생명체가 기원해 진화한 메커니즘을 밝혀줄 가장 유력한 단서가 되는 지점이다.
피터 핸드는 지난 2003년 로스트 시티로 직접 내려갔다 온 뒤 “우주의 또 다른 생명을 이해하기 위해 나는 지구의 깊은 바다로 들어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는 생명을 더 전문화해 표현한 말이었다.
해양 전문기자 로라 트래더웨이(Laura Trethewey) 역시 “심해는 지구 밖 외계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는 열쇠”라고 했다. 심해 열수구의 생명 기원설과 우주 생물학의 위상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이 말들은 당연히 ‘로스트 시티’ 발견이 계기가 되어 진화한 논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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