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구의 가장 날카로운 비명: 지진
[지질해설가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 발밑의 거대한 스프링 맨틀 대류와 판의 움직임(해령의 밀어내는 힘과 해구의 잡아당기는 힘)으로 인해 암석 내부에 탄성 에너지가 쌓이다가, 한계를 넘는 순간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발생한다.
- 살아 숨쉬는 행성의 비명 내부 에너지가 식어버린 달, 화성과는 달리, 지구는 내부의 잔류 열과 방사성 원소 붕괴열로 인해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행성이며, 지진은 이 거대한 지각 변동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 심층 시간 앞에서 인간의 겸손 지진을 단순한 재해가 아닌 지구의 깊은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고유의 리듬으로 이해하고, 그 주기에 맞춘 겸손한 도시 설계와 대비가 필요하다.
땅 밑에서 울리는 가장 높은 ‘음’
단 몇 초에서 몇 분 만에 수십만 명의 인명 피해와 도시 마비를 부를 수 있는 파괴적인 자연재해가 ‘지진’이다. 지진은 이 갑작스런 빠르기 때문에 ‘옥타브’ 비유에서 높은 순위에 해당한다.
‘옥타브 비유’란 미국의 구조 지질학자 마샤 비요르네루드(Marcia Bjorneurd) 교수가 지구의 여러 차원의 시간 주기를 음 높이 개념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진은 비요르네루드의 분류법에서 날카롭고 빠른 초고음이어서 옥타브가 높고 진동수가 높아 강한 에너지를 가진 자연 현상으로 비유된다.
지진이 이렇게 파괴적 자연현상인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진이 예고 없이 찾아오고 본진(本震; mainshock)에 이어지는 여진(餘震; aftershock), 2차 피해 등이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화재, 지진해일(쓰나미), 강한 진동으로 인해 단단했던 흙 지반이 순간적으로 물처럼 약해져 유체처럼 변하는 액상화(液狀化), 산사태, 사회 기반 시설 마비 등이 지진으로 인한 2차 피해에 해당한다.
지진은 판의 경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두꺼운 퇴적층이나 지표면 아래 깊게 숨어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매몰단층(埋沒斷層; Buried fault)이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와 같은) 판 내부도 판 경계에 비해 결코 위험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
흔히 큰 지진은 드물게 일어나고, 작은 지진은 매우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미국 국립지진정보센터가 발표한 전세계의 1일 평균 지진 횟수는 55회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지진 발생 건수는 2만여 회에 이른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추산한 미세한 흔들림까지 아우르면 지진 발생 횟수는 연간 수백만 회가 된다.
이렇게 지구는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 행성이다. 다만 지진의 대부분은 사람이 살지 않는 바다, 외딴 곳, 산악 지대 등에서 발생해 우리는 그 충격으로부터 대부분 거리가 떨어져 있다.

지구 속 구성으로 본 지진의 발생
지진은 지각 아래에서부터 전해지는 진동이다. 그렇기에 지진에 대해 알려면 지구 속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지구 내부를 아는 것은 두 지진파인 P파와 S파의 도달 시간 차이를 분석해 컴퓨터 촬영처럼 지구 내부를 3차원 영상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에 힘입어서다.
지구는 ①화학적 구성 성분으로 나눌 수 있고, ② 딱딱한 정도와 움직임의 정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지구의 가장 바깥쪽은 얇은 암석 껍질인 ‘지각’이다. 해양 지각의 두께는 약 5㎞, 대륙지각의 두께는 약 70㎞에 이른다. 평균 두께는 약 35㎞다.
지각 아래에는 맨틀이 자리한다. 지각과 맨틀의 가장 윗 부분인 딱딱한 부분을 한데 묶어 두께 약 100㎞의 단단한 암석층이다. 그 아래부터 350㎞ 지점까지 고체이지만 온도가 높아 말랑말랑하게 흐르는 암석인 연약권이 자리한다.
지하 350㎞에서 2900㎞까지 하부 맨틀, 2900㎞에서 5100㎞까지 액체인 외핵이 자리한다. 5100㎞에서 지구의 정중앙(중심)인 6400㎞까지 고체인 내핵이 자리한다.
지각 전체와 상부 맨틀의 가장 윗 부분은 매우 단단하고 부서지기 쉽다. 이 암석권의 조각들을 판(plate)이라 한다. 최근 지구물리학 연구에 따르면 연약권이 판(지각+맨틀 가장 윗 부분)을 아래에서 위로 미는 힘보다 암석권 스스로가 만드는 힘이 훨씬 강력하다. 다시 말해 연약권이 억지로 판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연약권이 말랑하게 길을 열어주고 판 스스로 중력에 의해 미끄러지고 떨어지며 움직인다는 의미다.
연약권이 고체이지만 고온이어서 말랑말랑하게 흐르는 것을 맨틀이 대류한다고 한다. 그 원동력은 지구가 만들어질 때 수많은 미행성체들이 충돌하며 발생했던 거대한 열의 남은 부분, 맨틀과 지각 내부의 우라늄, 토륨, 칼륨 같은 방사성 원소들이 자연적으로 붕괴할 때 나는 열이다.
대류란 열을 받아 부피가 팽창한 암석이 밀도가 낮아져(가벼워져) 위로 천천히 떠오르고, 온도가 낮아진 암석은 수축하면서 밀도가 높아져(무거워져) 아래로 다시 가라앉는 현상을 말한다.
해령과 해구, 판의 뒤틀림
맨틀 대류로 인해 지진을 일으키는 세 가지 힘이 발생한다. ①바다의 산맥인 해령(海嶺; Oceanic Ridge)에서 판을 밀어내는 힘, ② 판이 바다의 거대한 골짜기인 해구(海溝)로 끌려들어갈 때 발생하는 힘, 3) 해령과 해령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이다.
해령은 두 판이 멀어지는 발산형 경계에서 맨틀 물질이 솟아올라 형성된 거대 해저 산맥을 말한다. 판과 판이 멀어지는 것은 해령을 통해 판이 이동하고 바다가 넓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지구는 크기가 한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쪽에서 땅이 늘어나면 다른 쪽에서는 사라져야 균형이 맞게 된다. 그렇게 사라지는 곳이 해구이고 사라지는 것을 섭입(攝入; subduction)이라 한다.
해령에서 판을 밀어내는 힘과 해구에서 판을 잡아당기는 힘은 지구 표면을 둘러싼 거대한 암석 판들에 엄청난 역학적 비틀림과 응력(스트레스)이 내부에 쌓이게 한다. 마그마가 솟구쳐 주변 해저보다 약 2~3㎞ 높은 해령의 경사면을 따라 흐르면서 새로 생성되면서 뜨겁고 무거운 판은 중력에 의해 미끄러져 내려가며, 주변 판을 양옆으로 강하게 밀어낸다.
해령을 떠나 수천만 년 동안 식은 해양판은 아주 차갑고 무겁다. 즉 밀도가 높다. 이 무거운 판이 해구에서 맨틀로 “빨려 들어가면”(미국의 지진학자 수잔 호프의 표현) 침대 끝에서 무거운 담요가 아래로 떨어질 때 침대 위의 담요 전체를 통째로 잡아당기듯 거대한 판 전체를 맨틀 속으로 강하게 끌고 들어가게 된다.
지구 표면은 여러 개의 거대한 판(암석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물린 빽빽한 곳이다. 이런 조건에서 해령에서는 밀어내고, 해구에서는 잡아당긴다. 이 때문에 심각한 ‘역학적 왜곡’이 일어난다.
암석과 암석의 경계면은 거대한 돌기들이 거칠게 맞물려 있다. 거대한 힘이 판을 움직이려 하지만 이 경계면의 마찰력 때문에 판은 시원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꽉 묶여 있게 된다.
이런 극단의 소용돌이가 이어지는데 뒤에서는 계속 밀고, 앞에서는 당기니 단단한 암석판 내부가 고무판처럼 미세하게 휘어지고 뒤틀린다. 이를 탄성 변형(힘을 빼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변형)이라고 한다.
지진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판 내부에 엄청난 양의 변형 에너지가 스프링이 압축되는 것처럼 쌓인다. 암석 내부의 변형 에너지가 암석이 버틸 수 있는 최대 마찰력이나 한계점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 이때 꽉 맞물려 있던 거친 암석의 돌기들이 단 며칠, 혹은 몇 초 만에 부서지며 판과 판의 경계가 순간적으로 수 m씩 미끄러진다.
압축되어 있던 암석들이 원래 상태로 튕겨 돌아가며 축적되어 있던 거대한 탄성 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방출한다. 이 에너지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파동이 지진파로 우리가 땅 위에서 느끼는 격렬한 진동인 지진이 된다.
특별히 기억할 점이 있다. 이 거대한 힘들이 판들을 찢는 방향에 따라 지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힘들이 판을 찢고 비트는 힘의 방향에 따라 단층의 형태가 결정된다는 의미이고, 그에 맞춰 지진의 파괴력, 깊이, 성격 등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렇게 지구는 돌덩이로 이루어진 죽은 행성이 아니라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행성이다. 지구가 달이나 화성처럼 내부 에너지가 식은 곳이라면 지각을 찢는 거대한 힘의 방향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지진도 단순하거나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내부의 거대한 열에너지 덕분에 늘 살아 움직이며 다양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배경과 원리 때문에 비요르네루드 교수는 『시간의 깊이(Timefullness)』에서 지진을 지구가 가진 고유의 느리고 큰 리듬으로 이해해 그 주기와 방식을 배우고 수만 년~수백만 년의 심층 시간(Deep Time) 속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비요르네루드 교수는 해당 지역의 단층이 가진 주기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에 맞추어 도시를 설계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층의 시간 및 다채로움, 생명력에 주목한 그의 조언은 지진을 일으키는 세 단층(정단층, 역단층, 변환 단층) 이야기에도 잘 들어맞는 말이다.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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