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동일본 지진, 왜 최악이었나
[지질해설가 박태웅의 지구 속 이야기]
- 단층과 마찰력 전체 지진의 90%를 차지하는 단층 지진은 판 운동으로 쌓인 압력이 나뭇가지 형태의 거친 암석 단층면과 마찰력의 한계를 넘을 때 에너지가 방출되는 현상이다.
- 단층의 세 가지 유형 암석이 받는 힘의 방향에 따라 인장력을 받는 정단층(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음), 압축력을 받는 역단층(동일본 대지진 등 거대 지진 유발), 엇갈리는 전단력을 받는 주향이동단층(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등)으로 나뉜다.
- 자연현상과 재난의 차이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숨결이지만, 내진 설계와 철저한 대비 유무에 따라 인명 피해 규모는 완전히 달라진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자연재해인 지진. 여러 차원의 지구의 시간 주기를 음높이로 표현한 마샤 비요르네루드(Marcia Bjornerud)의 분류법 중 지진은 날카롭고 빠른 초고음에 비유되는 자연재해라 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단층’(斷層; fault)이다.
단층이란 지구 내부로부터 힘을 받은 지층이나 암석이 부러져 어긋난 상태 또는 그 갈라진 면을 뜻한다. 여러 유형의 지진들 가운데 가장 큰 몫(90%)의 지진이 ‘단층에 의한 지진’이다. 화산에 의한 지진, 함몰 지진 등의 자연 지진이 발생하고, 핵실험과 대규모 건설 발파 등으로 인해 인공 지진이 발생하지만 모두 합쳐도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단층에 의한 지진’이란 말은 그러나 지진 때문에 단층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단층 때문에 지진이 발생한다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지각의 마찰력
단층, 지진에 마찰력을 더하면 이야기가 입체적이 된다. 단층은 지진을 일으키는 동력인 반면, 마찰력은 지진을 막는 제동장치로 비유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진은 제동장치가 파열되어 급격히 에너지를 방출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마찰력은 물체가 다른 물체의 표면을 따라 미끄러지는 운동을 방해하는 힘이다. 접촉면의 상태와 운동 상태, 하중(荷重) 등과 같은 환경이 변함에 따라 그 영향의 후속으로 일어나는 이 힘은 일상과 자연이라는 시스템을 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걸을 때 발이 뒤로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도, 암석들이 맞물려 있는 것도 마찰력 덕이다.
수잔 호프(Susan Hough) 지구물리학 박사는 얼핏 한 개로 쭉 뻗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여러 작은 직선들, 즉 나뭇가지 형태의 더 작은 분절들로 구성되어 있는 암석의 단층면이 거친 돌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이는 뾰족하게 내밀거나 도드라진 부분을 의미하는 암석의 돌기가 하나의 생김새나 모양이 나뭇가지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런 반복적 성질을, 부분이 전체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자기 유사성(類似性)이라 하고, 이런 성질을 가진 도형을 프랙탈(fractal) 도형이라 한다.
수잔 호프의 비유는 암석의 단층면이 칼로 자른 듯 매끄럽고 긴 하나의 직선이 아니라 나뭇가지처럼 쪼개지고 엇갈리고 꽉 맞물려(interlocked) 있어 지진을 막아주고 있음을 잘 설명해준다.
다만 저항에도 한계가 있고, 그래서 지진은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진을 판 운동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한계를 넘을 때 표출되는 가장 역동적인 지구의 숨결이라고 바꾸어 표현할 수 있다.
단층의 세가지 종류
단층은 크게 정(正)단층, 역(逆)단층, 주향이동(走向移動)단층 등으로 나뉜다. 이 단층들은 지구 내부의 열 작용과 맨틀 상하부의 온도 차이 때문에 밀도 변화가 생겨 발생하는 ‘대류‘가 만드는 판 운동의 결과물이다.
‘정단층’은 암석이 양옆으로 잡아당겨지는 인장력(引張力)을 받아 형성된다. 위쪽 암석이 인장력으로 인해 만들어진 경사면을 따라 중력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내려간다. 정단층이란 이 움직임이 지구 중력 방향과 일치하기에 정상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정단층 때문에 생기는 지진은 나머지 단층들에 의한 지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발생 빈도도 낮은 편이다.
암석은 인장력에 가장 취약하다. 암석이 버틸 수 있는 한계치가 낮아서 탄성 변형 에너지가 크게 축적되기 전에 툭 끊어지며 단층이 만들어진다. 단, 단층면은 쉽게 만들어지지만, 단층끼리 맞물리는 힘이 약하고 지구 전체적으로 당기는 힘의 축적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큰 지진으로 자주 연결되지 않는다.
2016년 발생한 이탈리아 아마트리체 지진이 대표적이다. 이 지진은 우리에게 비요르네루드의 예사롭지 않은 경험 및 메시지를 알게 해준 지진이기도 하다.
비요르네루드는 당시 이탈리아 중부 아펜니노산맥에서 대학생들에게 야외 지질 조사 강의를 하다가 라퀼라 인근 아마트리체에서 발생한 규모 6.2의 정단층 지진을 직접 겪었다. 땅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푹 꺼지며 가라앉는 정단층 지진 특성상 돌과 벽돌로 지어진 이탈리아 중세 유적 도시들의 기반이 아래에서부터 무너져 피해가 컸다.
비요르네루드는 돌로 지은 집도 무너질 수 있다는 인간적 두려움과 함께 지진파가 차례로 대지를 흔드는 지질학적 작용 원리를 온몸으로 경험하며 과학자로서의 강렬한 매혹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가장 충격이 큰 역단층
역단층은 암석이 양옆에서 밀어붙이는 강한 압축력(壓縮力) 또는 횡압력(橫壓力)을 받을 때 발생한다. 주요 발생 지점은 대륙판과 대륙판 또는 해양판과 대륙판이 부딪히는 수렴형 판 경계다.
암석은 수평 방향으로 쥐어짜는 듯한 압축력이 가해지면 버티지 못하고 끊어지며 경사면을 따라 솟구친다. 솟구치기에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의미에서 거스를 역(逆)자를 써서 역단층이라 부른다.
단층면의 암석 윗 부분이 아랫 부분을 덮기 때문에 지각의 전체적인 수평 길이는 줄어들고 두께는 두꺼워진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습곡산맥이나 거대 산악 지형이 형성된다. 중력을 거슬러 거대한 암석 덩어리를 밀어 올리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기에 세 단층 중 가장 막대한 에너지가 축적된다. 이 힘이 한 번에 터질 때 대지진이 발생한다.
역단층은 단층면이 비스듬하기 때문에 압축력을 받아 위로 이동할 때 반드시 아랫 부분을 덮고 지나가게 된다. 단층면이 수직일 때는 힘을 받아 한쪽이 위로 올라가더라도 ‘덮는 작용’ 없이 수직으로만 어긋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
역단층에 의한 지진의 대표 사례는 모멘트 규모 9.0을 기록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모멘트 규모란 지진파의 진폭에만 의존하지 않고 단층이 움직인 실제 물리적 면적과 이동량을 토대로 지진의 크기를 계산한 규모를 말한다.
모멘트 규모 역시 극단적인 격차를 조절하여 데이터의 패턴과 배율을 한눈에 보기 위해 로그(Log) 스케일을 사용한다. 규모 1.0이 증가하면 지진파의 진폭은 10배 커지지만 방출되는 에너지는 약 32배가 된다. 규모 2.0이 증가하면 방출 에너지는 1024배(3232)가 된다.
태평양 판이 북아메리카 판(또는 오호츠크 판)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섭입대에서 시작된 이 지진으로 단층면을 따라 암석의 윗 부분이 순식간에 수 미터 이상 솟구치면서 지진해일(쓰나미)이 일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정단층 지역과 역단층 지역은 선명한 차이가 있다. 정단층 지역에서는 마그마가 아주 쉽게 솟구치며 단층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단층 암석이 지진을 일으키기 전에 틈새를 부드럽게 채움에 따라 지진의 크기가 작고 미소(微小) 지진 형태로만 유발되는 억제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1년 대지진이 난 동일본 같은 역단층 지역에서는 마그마가 꽉 막힌 단층면 사이에서 마찰을 줄여주는 아슬아슬한 윤활유 역할을 하다가 압력이 제어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거대 지진을 촉발하는 야누스적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CT 촬영으로 몸속을 보는 것처럼 지진파의 속도 변화를 분석해 진앙 주변 지하 조사를 통해 유체(fluid) 압력이 급증한 구역과 지각이 갈라지고 부서진 면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알아낸 결과다.
2023년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
주향이동단층은 암석이 양옆으로 비틀어지거나 엇갈리는 전단력(剪斷力)을 받을 때 발생한다. 전단력은 가위날이 엇갈리듯 암석을 엇갈리게 하는 힘 또는 종이를 찢을 때처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이다.
주향이동단층에 의한 지진의 대표 사례는 아라비아 판이 아나톨리아 판을 밀어내면서 발생한 2023년의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이다.
평면이 아닌 둥근 공인 지구 위를 움직이는 판은 적도 부근과 극지방 부근의 이동 속도와 방향의 다름, 지구 내부의 불균질함, 장애물 등으로 인해 뒤틀리게 된다.
지진은 피할 수 없는 지구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철저한 내진(耐震) 설계, 대피 훈련 유무 등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재난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를 가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이는 2010년 일어난 규모 7.0의 아이티 지진과 규모 8.8의 칠레 지진의 결과 차이가 명확하게 보여주는 바이기도 하다. 그 차이란 아이티 지진은 칠레 지진에 비해 1/500 정도의 에너지가 방출되었음에도 사망자 수는 수백 배 이상 많이 기록된 것을 설명한다.
아이티는 인구 밀집 지역인 수도 포르토프랭스 가까운 곳에서 발생해 충격이 그대로 지상으로 전달된 탓도 있었지만 내진 설계의 절대 부족, 반복적 대피 훈련 미비 등으로 재앙을 고스란히 떠안은 경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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