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는, 누가 진짜 ‘괴물’일까요
[이화정의 ‘영화의 한가운데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 일본판 서이초 교사사건 다룬 듯한 느낌 교장은 교사에게 무조건 사죄하고 사태를 무마하라며 “진실은 중요치 않다” 말한다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 비판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칸 영화제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감독이다. 2018년에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작년에 <브로커>로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최신작 <괴물>은 2023년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고레에다는 가족영화를 주로 만들면서 그 안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왔다. 그리고 그의 영화에는 아이들을 피해자로 만드는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어른들에 대한 비판이 들어있다. <괴물> 역시 엄마와 아들로 구성된 한부모 가족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면서 시작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심각해지고 점점 여러 겹으로 확대된다. 이번 영화는 기존의 고레에다 영화와는 다르게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마치 테이프를 되돌려가면서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이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제작할 때, 직접 시나리오를 써왔지만 <괴물>은 사카모토 유지가 작업했다. 사카모토 유지도 고레에다처럼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함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호스테스빠가 있는 건물에 화재가 나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베란다 밖으로 화재가 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 사오리(안도 사쿠라)가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에게 말을 건넨다. 밝은 표정으로 엄마와 대화를 나누는 미나토에게는 어떤 문제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곧 사오리는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게 된다. 미나토는 “인간에게 돼지의 뇌를 이식하면 인간일까, 돼지일까”라는 괴상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갑자기 사라진 미나토가 동굴에서 “누가 진짜 괴물일까”라고 소리 지르는 모습을 발견하고 사오리는 경악한다. 미나토를 다그치던 사오리는 담임인 호리 교사가 미나토를 구타하고 모욕했다는 말을 듣고 분노에 차서 학교로 향한다.
3인 각자 관점에서 본 사건 실체
미나토의 말을 믿는 사오리의 관점에서 첫 번째 서사가 펼쳐진다. 교장과 다른 교사들, 호리 교사는 마치 외계인처럼 사오리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들은 “무조건 사죄드린다”면서 똑같은 자세로 고개를 조아리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가해자로 지목된 호리 교사는 학부형인 사오리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다. 호리 교사는 가해자이면서 반성은커녕 오히려 미나토가 같은 반 급우인 요리를 괴롭힌다고 주장해서 사오리를 더 분노하게 만든다. 미나토는 정신 나간 교사로 인해 희생된 가여운 학생으로 비춰지는 순간, 상황은 반전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이번에는 호리 교사의 관점으로 두 번째 서사가 진행된다. 호리 교사가 미나토를 문제아로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사로서 다른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번에는 미나토가 요리를 괴롭히는 가해자로 비춰진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혼란스러워질 때 세 번째 서사가 나온다. 이번에는 미나토의 관점에서 묘사되고 미나토와 요리의 관계가 새롭게 조명된다. 요리는 친아버지와 다른 급우들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학생이었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신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미나토가 보인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혼란스러울 정도로 뒤바뀌면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판단하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미나토와 요리가 놀이하듯이 외치는 “누가 진짜 괴물일까”라는 말은 학교 폭력에 연루된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모든 인물들까지 포함해 확대된다.
학교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한 듯이 요구하는 교장 이하 모든 교사들, 왕따 당하는 요리를 방관한 급우들, 가짜 뉴스를 퍼뜨려 누군가를 곤경에 빠뜨리는 학생들, 자신의 아이만 신뢰하고 교사를 비난했던 사오리도 예외가 아니다.
괴물은 지키기 급급한 ‘시스템’이기도
괴물은 단지 인간에게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뜻하기도 한다. 학교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을 때 사태를 바로 잡기 위해 총지휘를 해야 할 교장은 호리 교사에게 무조건 사죄하고 자신의 잘못임을 인정해 사태를 무마할 것을 요구하며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많은 문제들이 그 안에 있더라도 진실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그게 가장 큰 피해라는 생각도 ‘괴물’이다. 그리고 괴물은 연속적으로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들어낸다.
교장의 남편은 후진하다가 실수로 손주를 치어 사망케 해 구속되어 있는데, 그 역시 사실과 다름을 시사한다. 그런 행동도 시스템 유지를 위해 한 사람을 희생시키는 작업의 일부인 셈이다. 그래서 반성하는 사람은 없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생각 역시 얼마나 단순하고 편협하며 자신의 판단력 역시 얼마나 많이 주변사람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영화는 어떤 캐릭터의 초점으로 상황이 묘사되느냐에 따라 캐릭터들에 대한 판단이 180도로 바뀌는 관객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게 만드는 힘을 보여준다. 그리고 크고 작은 수많은 시스템 속에 갇힌 채, 현재가 유지되는 데 가치를 두면서 우리가 일부러 무시하거나 희생양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어느 누구도 자신이 백퍼센트 결백하다고 주장하기 힘들다. 우리의 가치관, 판단력에 대한 완전한 신뢰 역시 괴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 그리고 가해자라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가해지는 보복성 테러 현상도 떠올리게 한다.

사카모토 유지와 류이치
후반부에 교실에서 교장과 미나토가 함께 트럼펫을 부는 모습은 상징성을 담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고레에다 감독은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이 장면을 꼽으면서 시나리오를 쓴 사카모토 유지가 지닌, 행동으로 무언의 대사를 만들어내는 뛰어난 능력이 발휘된 장면이라고 했다. 상업영화관에서 개봉하게 되면 그 장면을 특히 관심 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괴물>의 ost는 올해 3월에 작고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작곡해서 감동과 의미를 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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