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영화는 항상 옳다
[이화정의 ‘영화의 한순간에’] 각광받는 스포츠 장르...장항준 감독도 가세 마이클 조던 ‘에어’, 부산 중앙고의 ‘리바운드’ ‘성공’ 결말 아니어도 큰 감동 주는 ‘마력’
영화관에서 봐야 제맛나는 스포츠영화
스포츠 영화는 <우생순>이나 <국가대표>처럼 실화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도 하고, <밀리언달러 베이비>처럼 모델이 된 선수에게서 부분적으로 모티브를 얻어 전체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만들어내기도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 영화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재현된 경기를 보면서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긴장하고 마음을 졸이게 된다. 실제 경기를 재방송으로 봤을 때 다시 솟아나는 흥분과 함께, 허구가 양념처럼 가미된 극을 통해 실제 선수들의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우생순>과 <국가대표>는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둔 영화들이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해서 OTT에 익숙해지고 집에서 혼자 영화관람을 즐기는 일이 많아졌지만 이런 스포츠 영화들이야말로 영화관에서 함께 봐야 한다. 마치 타임슬립을 한 듯, 다 함께 역사의 현장 속에 다시 들어가 함께 흥분하고 마음 졸이는 경험을 하는 역동성을 집에서 혼자 영화를 볼 때는 결코 같은 강도로 느끼기 힘들다.
4월의 영화관에서는 스포츠에 관한 영화들이 붐을 이루고 있다. 4월 말에는 <드림>이라는 축구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며 현재는 세 편이 상영 중이다. 우연하게도 이 세 편의 영화는 모두 농구에 관한 영화다. 나이키사의 성공 신화를 다룬 영화 <에어>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90년대에 인기를 모았던 일본만화의 극장판이다. 그리고 농구 영화 행진에 장항준 감독의 한국 영화 <리바운드>도 합세했다.

맷 데이먼-비올라 데이비스의 품위있는 연기
<에어>와 <리바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84년 당시에 마이클 조던은 아직 농구황제가 되기 이전이었고 가능성이 가장 돋보이는 떠오르는 신인이었다. 농구화를 만드는 3대 브랜드 회사에서는 마이클 조던을 광고모델로 계약하기 위해 열띤 구애 작전을 펼친다. 나이키 사는 시장점유율이 17%밖에 되지 않는 가장 인지도가 낮은 회사였고 마이클 조던은 업계 2위인 아디다스와 재계약을 앞두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마이클 조던은 개인적으로도 나이키라는 브랜드를 가장 싫어했다. 그런 악조건이라서 나이키 사는 마이클 조던과 계약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소니 바카로(맷 데이먼 분)는 생각이 달랐다.
마이클 조던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되돌려보던 소니는 갑자기 영감을 얻은 듯 나이키 사장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나이키의 사활이 마이클 조던을 광고모델로 영입하느냐 아니냐에 달렸음을 호소한다. 나이키는 결국 마이클 조던과 계약에 모든 걸 다 걸었고 조던의 이름을 넣은 농구화, ‘에어 조던’을 개발했으며 마이클 조던은 그 뒤로 승승장구해 농구황제가 됨으로써 절대 불가능으로 보였던 나이키 사의 시도는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하여 오늘날의 나이키로 거듭나게 됐다.
계약조건을 놓고, 마이클 조던의 어머니역을 한 흑인 여배우, 비올라 데이비스와 맷 데이먼 사이에 벌어진 품위 있는 공방이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어머니는 아들의 가치를 극대화시킨 계약을 원하고 소니 바카로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광고문구처럼 강렬한 대사들이 쏟아져 나온다. “마이클 조던이 신발을 신는 게 아니야. 신발 자체가 마이클이야”, “신발은 그냥 신발일 뿐이야. 조던이 그 신을 신기 전까지는”.
<에어>에서 소니 바카로가 불가능해 보이는 계약을 성사시켜 성공을 거뒀듯이, 스포츠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감동은 대개 극적인 인간승리 서사에서 나온다. 주인공들은 열악한 조건을 지닌 캐릭터로 묘사된다. 힐러리 스웽크의 연기를 결코 잊을 수 없는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처럼 주인공의 나이가 많거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송태섭처럼 농구선수로서 키가 작거나 죽은 형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심리적 억압을 받고 있다거나, 성장환경이 열악한 경우 같은 악조건들이 클리셰처럼 깔려 있다. 그런 인물들이 승리했을 때의 감동은 아무리 되풀이 되어도 그때마다 고스란히 가슴에 전달된다. 육체적 고통을 이기고 고지에 깃발을 꽂는 행위에 대한 찬사다.
젊은 시절에 실베스타 스탤론이 연기한 <록키>를 보면서 환호했던 것은, 그리고 그 후로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록키 영화의 ost만 들어도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스포츠 영화를 예매할 때 관객이 기대하는 지점과 비슷하다. 실화가 바탕이라는 말에 더 강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신화’라는 단어를 달만큼 믿기 힘든 서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쿠키 영상까지 봐야 하는 장항준의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이 연출한 <리바운드>는 그런 점에서 가장 감동적이다. <리바운드>의 배경은 부산 중앙고등학교의 농구부다. 학교에서 폐지를 논의할 정도로 농구부의 존재감이 미미하다. 감독도 선수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그 학교의 농구부가 2012년 전국 고교 농구대회 준우승이라는 기적적인 결과를 얻어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에 공익 요원이었던 25살의 동문 출신 강양현 감독(안재홍 분)은 고교 농구선수 시절에는 MVP를 할 만큼 유망주였으나 결국 성장하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끝내고 만다. 그러나 가슴 속에는 아직도 농구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다. 선수들도 모두 감독과 비슷한 상황이다. 재능은 있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서, 키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아서, 열악한 가정 형편 때문에 농구를 계속하기 힘들지만 열정의 불씨는 결코 꺼지지 않은 선수들이 모였다. 팀이 결성되고 전국 고교 농구대회에 출전한 첫 해에는 심판과 마찰로 몰수패를 당하는 등 여정이 험난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본선에 진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8강전, 4강전, 급기야는 결승전까지 올라간다. 가장 놀라운 것은 교체 선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경기를 다 뛰어야만 했다는 점이다. 실제 선수들과 비슷한 체격과 얼굴을 한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버릇까지 연구해 실제와 거의 비슷하게 재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 영화가 끝난 뒤 나오는 쿠키 영상은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 실제 경기 장면과 똑같은 동작으로 연출된 영상이 나오는데 배역을 맡은 배우의 모습이 실제 인물들로 바뀐다. 그 순간 새로운 감동이 밀려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건이기 때문에 허구의 세계 속에 빠져 있다가 갑자기 정신이 깨는 느낌이 든다. 순간적으로 현실의 공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25살의 극 중 캐릭터처럼 실제로도 어려 보이는 2012년 당시 경기장에서 서 있는 강양현 감독의 모습이 나오고, 러닝타임 두 시간여 동안 익숙해지고 정이 든 선수들이 각각 실제 인물로 바뀌는 순간, 신체적 한계를 넘어섰던 그들의 고통이 성큼 다가오고, 그들의 투지에 숙연해진다.
설사 불행한 결말이라도 큰 감동주는 ‘마력’
현실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영화를 볼 때, 관객은 극과 현실의 중간쯤에 머물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을 때 현실감은 클 수밖에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어디선가 그런 일이 벌어졌을 것만 같은 느낌에 빠지게 된다. 스포츠 영화는 대부분은 성공 신화로 끝나지만 불행한 결말로 끝나더라도 그 안에서 충분한 성취감을 맛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에서 힐러리 스웽크가 연기한 배역은 30살이 넘은 후, 권투를 시작하겠다고 해 주변을 질겁하게 만든다. 그리고 링 위에서 최고의 영광을 맛본 후, 상대방의 반칙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불운을 겪지만 병상에 누운 그녀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삶을 끝내기보다는 정상에 선 기쁨을 누릴 수 있었던 삶을 더 사랑했던 그녀는 꿈을 이룰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해하며 삶을 마감한다. 짧지만 열정적이었던 그녀의 삶이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감동을 주는 스포츠 영화의 쾌락과 같다. 그래서 스포츠 영화는 항상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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