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물 영화에서 모성은 독일까

[이화정의 ‘영화의 한순간에서’] 모성을 모티브로 한 스릴러물 영화 ‘마더스’, 앤 해서웨이 주연 자식 앞에서 흔들리는 두 여자의 우정 아들 사고사이후 친구 아들에 집착하는데

영화 '마더스' 스틸 컷.
영화 '마더스'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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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스>라는 제목 아래에 매력적인 두 여배우의 얼굴이 나란히 있으니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영화 포스터에는 ‘제시카 차스테인’과 ‘앤 해서웨이’가 자매처럼 비슷한 색상의 의상과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하고 앞을 주시한다. <마더스>는 벨기에 작가 바바라 아벨의 소설이 원작이며, 동명의 벨기에 영화를 리메이크한 브누아 델롬 감독의 심리스릴러물이다. 영화의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자면 ‘엄마들의 본능’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엄마들의 본능이라기보다는 모성이라는 이름의 ‘광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모성이라는 이름의 광기

모성이라는 이름을 빌려, 욕망의 광기를 설득하는 영화들은 많다. 광기의 모성은 심리스릴러물에서 매혹적인 미끼다. 자식을 구하기 위해, 혹은 복수하기 위해 엄마는 차라리 미치기를 원한다. 그런 이유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가 모든 것을 잊기 위해 했던 기이한 동작의 춤을 잊을 수 없다. 포기할 수 없는 욕망을 위해, 자신에게도 설득하기 힘든 일을 저질렀을 때, 엄마는 차라리 망각하기를 택한다.

<마더스>는 이런 광기 어린 모성을 다른 각도에서 연출한 흥미로운 심리스릴러다. <마더스>의 배경은 존 F 케네디가 집권하던 1960년대다. 주부인 두 여성의 단정한 헤어스타일과 복장은 당시의 이상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두 여성 모두 결혼 전에는 직장여성이었다. 테오의 엄마인 앨리스(제시카 차스테인 분)은 전직 기자였으며, 맥스의 엄마 셀린(앤 해서웨이 분)은 간호사였다. 하지만 현재는 가사와 정원 가꾸기, 남편의 출근과 아들의 등교에만 신경 쓰는 전형적인 주부의 모습이다. 그리고 마치 친자매처럼 서로를 걱정해주고 돌봐주는 앨리스와 셀린에게는 부족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셀린과는 달리 앨리스에게는 다른 욕구가 있다. 그녀는 다시 기자로 일하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둘째 아이를 갖길 원하면서 아내의 재취업을 반대한다. 이 부부의 욕망이 서로 엇갈리면서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세상에 불안감이 스며든다. 셀린은 그런 앨리스를 위로하면서 테오는 자신이 돌봐줘도 되니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격려하지만, 앨리스의 재취업 욕구는 엄마 역할과 바꿀 만큼 강해 보이지 않는다. <마더스>에서 이 두 여성이 가진 가장 강한 욕망은 아이를 향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셀린의 아들인 맥스가 사망하는 사건은 둘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놓는다. 중산층의 경제력과 교양을 갖춘 부부, 그리고 사랑스러운 아들을 가진 비슷한 환경 덕분에 그 누구보다도 다정하고 살가웠던 두 가정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맥스가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먼저 발견한 사람이 우연하게도 앨리스였다는 사실 또한 둘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드는 구실이 됐다.

영화 ‘마더스’ 예고편

아들의 사고사에 모든 상황이 급변하고

사고사였지만 그 이후로 앨리스와 셀린의 감정은 이상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셀린이 자신의 아이를 잘 돌보지 않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생각한 앨리스는 셀린을 돕기 위해 그동안 자신이 숨겨왔던 개인사를 노출한다. 앨리스는 과거에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혼자만 생존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죄책감은 잘못된 것이었음을 셀린에게 인식시키고 싶은 선의의 의도였다. 그러나 앨리스의 판단은 틀렸음이 밝혀진다. 셀린에게는 죄책감을 덮을 만큼 큰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앨리스는 간과하고 있었다.

영화는 셀린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실현해가는지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충격을 준다. 이런 욕망을 엄마의 본능이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그러기에는 너무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자식의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성은 많은 이들에게 설득력을 얻지만, 엄마라는 강력한 이름을 내세운 모성에도 통제력이 있다. 영화는 그런 부분들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으며 그런 설정은 또한 스릴러 장르의 특성이기도 하다. 스릴러물은 관객으로서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충격적인 결론을 포함하고 있을수록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더스>라는 제목에 걸맞게 이 영화에는 엄마로서 여성의 욕망만 나열되어 있고 남성들은 어떤 역할도 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한다.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희생되는 것도 스릴러 장르의 관습이다. 남편들은 치명적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위험한 신호가 있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상식적인 선에서 해석한다. 셀린의 남편은 앨리스의 아들 테오에게 집착하는 아내를 나무라고, 앨리스는 시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셀린이 개입됐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는데도 남편은 오히려 앨리스의 정신병력을 환기시키며 앨리스가 스스로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한다.

그래서 오직 하나의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셀린을 아무도 저지하지 못한다. 그것은 아무런 희망도, 살 가치도 느낄 수 없는 상황에서 택한 그녀의 생존 방법이다. 셀린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앨리스의 아들인 테오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자신과 가장 비슷한 상실감을 가진 사람이 테오라고 믿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그녀와 동일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남편이어야 하지만 셀린의 생각은 다르다. 남편은 그녀의 상실감을 공감해주지도, 채워주지도 못하면서 테오에게 집착하는 셀린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냉정하게 자신이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주인공의 행위는 스릴러 장르가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충격으로 이어지게 하는 관습 중 하나다.

스릴러물에서 모성은 클리셰이지만

영화에서 모성은 한없는 사랑과 엄청난 소유욕으로 양극화된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스릴러물들은 모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독성을 확인시킨다. 셀린이 다시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전제 또한 정당한 설득력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스릴러물에서 가해자들의 욕망은 그들이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이해 불가한 행위를 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그들에게 타협이란 없다.

모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충격적인 스릴러물들은 클리셰이면서도 어떻게 변주될지 기대를 모으게 된다. 그것은 스릴러물이 갖는 매력이지만 모성이라는 강한 환상에 대해 갖는 기대이기도 하다.

글쓴이

이화정 영화심리상담사

영화심리상담사인 이화정은 영상번역작가로 일하면서 약 700편의 영화와 TV시리즈, 다큐멘터리를 번역했다. 그 후 영화이론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통합예술치료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예술을 통해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현재 영화와 심리에 관한 방송, <꿈꾸는 씨네 카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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