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코디정 · 언어활동가너희가 컴퓨터를 아느냐, 아니면 철학을 아느냐
어렵게 생각하는 것도 습관이며, 습관이 질병을 낳는다.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텔레파시로 지식을 전하기 때문에 눈과 귀가 퇴화했다. 감각하지 않고도 지성만으로 대화할 수 있으므로, 나는 목성은 신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성의 신은 목성을 떠난 적이 없다. 목성 외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센서를 이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센서를 상상할 수도 고안할 수도 없었고, 그러므로 컴퓨터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신이 거주하는 그곳에는 기계가 없다.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
코디정 · 언어활동가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블랙핑크의 붐바야
나는 이제부터 철학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표현은 생각보다 심했다. 더 어렵고 더 복잡하게 생각을 표현했다. 그들의 표현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그들에게 생각이란 있는 것일까 의심한 적이 있다. 난해와 복잡이 목성에 사는 사람들의 시민증이었다. 그들에게 앎이란 어려운 것이며 복잡한 것이다. 그곳에서는 쉽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을 자처했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문법이란 타인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난해와 복잡을 치장하는 일이었다. 목성인들은 백 년을 넘게 공부한 다음 모두 기체가 되었다.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
코디정 · 언어활동가이상한 문과 논리와 똑똑한 이과 바보
지식을 잘 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쓰는 게 좋을까?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말은 놀이 수단이지 대화의 도구는 아니었다. 그들의 언어를 제대로 된 문장으로 번역하면 도무지 의미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말하고 토론까지 하는 모습이 기이하다 여기니, 실은 자신들은 텔레파시로 지식을 전한다고 말했다. 존재하는 무생물과 생물로부터도 텔레파시로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목성은 신이 사는 곳이냐고.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
이동연 ·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K-POP 4대 레이블, 왜 기업가치가 급변할까
작년 K-POP(케이팝) 시장을 뜨겁게 달군 SM 경영권 분쟁이 1년이 지났다. 1년 후 케이팝 레이블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SM 엔터테인먼트의 설립자 이수만 총괄PD 진영과 그에게 반기를 든 이성수 대표이사 진영이 벌인 이른바 ‘왕자의 난’은 SM 매각을 놓고 작년에 첨예한 대립을 벌였다. 이수만 총괄PD는 자신의 주식 보유지분 중 15.78%(4000억 원 규모)를 하이브에 매각하여 하이브가 SM 인수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들고 카카오와 손을 잡으려는 이성수 대표를 위시한 당시의 SM 경영진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었다.
-
권용주 · 모빌리티 칼럼니스트업데이트로 새 차 만든다...SDV가 대체 뭐길래
지난 2024년 1월 열린 미 CES 전시회의 주요 섹션인 모빌리티 현장 곳곳에 새겨진 수식어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였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일부 기능의 활성 여부를 결정하거나 바꾸는 자동차를 의미한다. 자동차의 업데이트는 단순한 시각적 변화에 머물지 않는다. 외모상으로는 아무 변화가 없지만 머리가 똑똑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업데이트는 무선(OTA: Over The Air)으로 한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정말 ‘SDV가 소비자에게 좋은 것인가?’라는 생각이다.
-
장은주 · 영산대 교수민주당이 정말 민주개혁세력의 맏형이 되려면?
이재명 대표는 옳은 선택을 했다. 이토록 오래 저울질할 문제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병립형으로 회귀하지 않고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기로 했다니 참 잘한 일이다. 본인의 의중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측근들의 요구였는지 모르겠으나, 사실은 전혀 논란거리조차 되지 말았어야 할 사안을 너무 크게 키웠더랬다. 이 대표 본인과 민주당이 여러 번 강조해 온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 개편 약속을 뒤집는 건 어떤 변명을 대더라도 결국 정치적 ‘자해 행위’가 될 터였다. 명분을 잃어 게도 구럭도 다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박만규 · 아주대 교수대승보다 역전승이 더 통쾌한 이유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월 3일 새벽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에서 호주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2-1로 승리하면서 준결승에 진출했다. 1월 31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도 먼저 실점하고 연장전을 거쳐 승부차기에서 역전승을 한 바 있어 두 경기 연속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더욱이 경기 종료 직전에 기적과 같은 동점골을 터뜨리면서 기사회생을 하여 이루어낸 승리라 그 감격이 더욱 컸다. 이로써 한국의 경기는 90분경부터 보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
하영균 · 에너지11 기술 대표대나무 숲의 비밀...꽃 피우자마자 죽는 까닭
어릴 적에는 대나무가 풀인지 아니면 나무인지 정확히 몰랐다. 대나무는 분류학적으로 보면 벼과 식물이다. 즉 벼와 대나무는 닮았고 풀이다. 하지만 우리가 받아들이는 대나무는 나무에 가깝다. 대나무는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세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로 대나무는 꽃이 필 때면 말라죽는다고 한다. 꽃은 50년에서 120년 사이에 한번 피는데, 그러고는 말라죽는다는 것이다. 둘째로 대나무 숲은 각각 대나무 한 그루씩이 아니라 한 뿌리를 가진 군집이라는 점이다. 즉 군집으로 살아가는 대표적인 식물이 대나무다. 셋째로는 마디 성장을 한다는 점인데, 옆으로 두꺼워지지 않고 위로 한순간에 커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나무 속이 비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마디 성장의 결과다. 이 세가지 특징을 진화론적으로 해석하면 모두 특별한 이유가 있다.
-
노재윤 · 문화활동가2월의 노래
한 장의 음악 악보가 펼쳐지듯, 우리의 삶은 감동과 감성이 가득한 노래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때론 바쁜 일상의 소음이 우리의 귀를 막고, 떠나야 할 여정을 잊게 만들지만, 결국은 그 노래를 듣고 함께 연주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2월, 2024년의 두 번째 장을 맞이하는 이 순간에, 함께 고요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처럼 감성적인 감동을 찾아 전시공간으로 떠나보자. 이곳은 우리의 감성과 감각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우리의 삶의 노래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곳이다. 감성의 공간에서 서로를 만나보고, 이곳에서 우리의 삶의 노래를 함께 연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
박정인 · 칼럼니스트
이준석과 한동훈이 쏜 화살의 향배는?
총선을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선거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두 인물이다. 총선하면 아무래도 여야 거대 정당들의 맞대결에 시선이 쏠리기 마련인데 언론과 대중은 두 인물에 더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어쩌면 관심의 편중이 총선 구도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다. 이준석과 한동훈. 누가 봐도 황금 스펙을 갖췄다. 전형적인 ‘엄친아’들이다. 엄친아가 총선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른 경우는 흔하지 않다. 총선에서 엄친아 시늉을 하다간 대중의 질시를 받아 표를 깎아 먹기 쉽다. 그래서 전형적인 엄친아 엄친딸인 나경원, 조윤선, 홍정욱도 선거 때만 되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느라 바빴다.
-
김남수 · 고려대학교 비전임교수PF부실 처방, 아파트 선분양 비율 줄이자
지난해 말 시공능력 평가 16위 대형건설사인 태영건설이 도시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불어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를 감당 못해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작년 내내 유동성 위기 기업으로 우려를 낳았던 태영건설의 자금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건설업계는 건설사의 줄도산 리스크로 홍역을 앓고 있다. 새해 역시 건설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추가로 대형건설사 부도 사태로 이어질 경우 금융권과 하도급 건설사의 ‘부실 도미노’ 현상과 함께 입주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
송광용 · 교사·에세이스트복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최근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녀주연상을 비롯해 8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감독과 배우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려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한 남자와 삶이 불만족스러운 한 여자가 난폭 운전 사건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시비는 복수와 앙갚음으로 이어진다.
-
이영균 ·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갈등을 부르는 ‘다니까’의 저주
2020년대를 사는 우리는 음성을 통한 대화를 더 많이 할까, 카톡, 문자 등 글을 통한 대화를 더 많이 할까? 사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업무적인 대화라면 글을 통한 대화가 월등히 많은 것 같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도 카톡 문자가 수백 개는 오간다. 물론 회의라든가 말로하는 대화를 문자량으로 치면 과연 어떤 것이 더 많을까 모르겠지만 하여튼 빈도나 시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단연 문자 대화가 더 많은 듯하다.
-
정연복 · 미술평론가피카소 ‘게르니카’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
<서울의 봄>이 화제입니다. 개봉한 지 두 달만에 1300여만의 관객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어느 정도의 픽션을 가미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현대사, 그것도 군내부에서의 반란 문제를 소재로 한 영화가 이렇게 많은 관객, 특히 젊은 관객을 끌어들였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1979년에 청장년이었던 세대에게는 아주 괴로운 기억이라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왔다는 사람도 있고, 아예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을 소재로 다룬 영화가 2030세대를 불러모은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죠.
-
박만규 · 아주대 교수무죄(無罪)가 죄가 없는 것이 아닌 이유
지난 26일 1심 법원이 ‘사법농단 사태’로 기소되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47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한쪽에서는 검찰 수사가 무리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사법부가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제 식구 감싸기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언론에서 떠들썩했던 사건들이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자료로 활용된 의심되는 문건들이 여러 확인되는 등 많은 부분이 사실로 확인된 바 있으므로, 이것이 이렇게 무죄로 결론이 나왔다는 것, 특히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단 하나의 유죄도 없이 전부 무죄가 나왔다는 점에 허탈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
강웅구 · 서울대 의대 교수“하지 않는 것”의 가치
형법은 어떤 행위를 “한 것(작위, 作爲)”을 범죄로 규정한다. 하지만 어떤 행위를 “하지 않은 것(부작위, 不作爲)”이 범죄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형법 18조는 다음과 같다. “(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부작위 범죄는 ‘부작위’라는 행위를 한 것으로 취급된다. 의료 과실도 역시 작위에 의한 것과 부작위에 의한 것이 있다. 잘못된 치료를 하는 것이 작위에 의한 과실이라면, 주치의가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부작위에 의한 과실이다.
-
조영섭 · 문성길복싱클럼 관장왼손잡이 복서 킬러 고희룡, 제주를 빛내다
새해 시작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1월이 마지막 주를 앞둔 어느날 서재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번 주 칼럼의 주인공으로 제주 출신의 아마복싱 국가대표 고희룡을 선택했다. 그를 소개하기 전에 우선 그가 나고 자란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 복싱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1930년대 암울했던 일제 시절 일본 복싱계를 주름잡던 대표적인 복서 현해남 선생이 바로 이 고장 출신이다. 현해탄을 건너 일본에 정착하면서 이름을 현해남으로 바꾼 그는 1934년 16세에 프로에 데뷔, 1936년 1월 일본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면서 일본 복싱계를 평정한다. 1937년 복싱의 본고장 미국으로 무대를 옮긴 현해남은 3체급을 석권한 헨리 암스토롱과 빅 이벤트를 추진할 정도로 세계 강호대열에 우뚝 선다.
-
정대성 · 중국 북경대 대학원 석사과정중국은 대만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전세계 지식인들의 포커스는 대만 대선과 관련된 대만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13일 치러진 대만 총통선거에서 대만 사람들이 독립·친미 성향 민주진보당의 후보 라이칭더를 대만 영도자로 선택한 영향이다. 중국 정부는 총통 선거가 끝난 직후 성명을 내고 “‘대만 독립’은 대만 동포의 안녕을 위협하고 중화민족의 근본적 이익을 훼손하며 대만해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끊어진 길이요, 죽음의 길”이라며 “중국은 결국 완전한 통일을 실현하고 대만은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
최성호 · 건축가경희궁과 돈의문 복원해서 뭐 하려고?
서울시가 돈의문을 복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체 내용을 보면 돈의문을 복원하면서 현재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다시 정리해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이 계획은 ‘경희궁지(慶熙宮址) 일대 종합 공간 구상’의 일환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종로구 정동사거리 일대 새문안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돈의문(敦義門)을 복원하는 구상이다.
-
홍성광 · 번역가한나 아렌트는 왜 ‘나치’ 하이데거를 사랑했나②
①에 이어서 1941년 한나 아렌트와 그녀의 남편 하인리히 블뤼허는 스페인 리스본을 거쳐 미국행 배에 몸을 실었다. 이들은 1941년 5월 뉴욕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부부의 수중엔 단돈 25달러밖에 없었다. 뉴욕 맨해튼 웨스트 95번지의 초라하고 좁은 방에서 그녀는 『전체주의의 기원』을 집필했다. 그녀는 벤야민의 자살 소식을 듣고 「W. B.」라는 제목을 붙인 작별의 글을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