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을 부르는 ‘다니까’의 저주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바른 사용법 단어 만큼 어미 선택에 신중해야 ‘다니까’라는 표현이 갈등 부를수도 삼가야 할 단어 8개를 외워 두자
말 끝을 조심해야
2020년대를 사는 우리는 음성을 통한 대화를 더 많이 할까, 카톡, 문자 등 글을 통한 대화를 더 많이 할까? 사람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나의 경우 업무적인 대화라면 글을 통한 대화가 월등히 많은 것 같다. 정확히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도 카톡 문자가 수백 개는 오간다. 물론 회의라든가 말로하는 대화를 문자량으로 치면 과연 어떤 것이 더 많을까 모르겠지만 하여튼 빈도나 시간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단연 문자 대화가 더 많은 듯하다.
이렇게 글을 통한 대화가 많다 보니 그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도 크게 늘어났다. 말은 음의 고저, 장단, 쉼, 강조점, 그리고 심지어 표정에 따라서도 뜻이 크게 달라진다. 하지만 글로 하는 대화는 그야말로 ‘글 자체’로 승부를 봐야 하는 세계인지라,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와 상대가 받아들이는 뜻이 크게 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이모티콘, 문장부호 등으로 최대한 감정을 보완해서 표현해 보고자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갈등의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한 갈등의 상황을 분석해 보면 ‘단어 선택’ 보다는 많은 경우 ‘어미 선택’에서 유발된다. 글로 무언가를 전달하려면 아무래도 단어 선택에 먼저 집중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어미 선택에는 조금 소홀해지게 된다. 그럼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 매 문장마다 심혈을 기울여서 글을 작성해야 하는 건가? 문학 작품을 쓰는 것도 아닌데. 일상에서 그래야만 한다면 너무 피곤해서 대화하기를 포기하지 않을까?
정원(아내) : 오늘 저녁 늦는다고 했나?
윤환 (남편): 어. 늦는다니까.
정원 : 어디 간다고 했지?
윤환 : 오늘 회사 회식 있다니까.
정원 : 술 많이 먹지 말고 일찍 들어와.
윤환 : 어. 알았다고.
정원 : 근데 말투가 왜 이래? 싸우자는거야?
윤환 : 어? 내 말투가 그랬나?
윤환은 일하느라 한창 바쁜 와중에 아내의 톡을 받았다. 그래서 와이프가 말을 거는 것이 성가셨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이미 집에서 다 얘기했던 내용이고 말미에는 잔소리까지 이어질 것이 뻔하니 조금은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결국 별 생각없이 ‘쳐낸다’는 기분으로 답변을 한다.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윤환은 무심코 톡을 보냈을 뿐인데 정원은 윤환이 시비조로 얘기한다고 생각한다. 무엇 때문일까? 앞에서 얘기했듯이 ‘어미’ 때문이다. 특히 ‘다니까’(‘라니까’)와 ‘ㅆ다고’가 범인이다. 이런 어미를 구사하면 상대는 자신과 대화하는 것이 귀찮고 짜증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윤환의 무심한 어미 구사가 갈등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이런 어미들은 뒤에 ‘그러니까 더 물어보지 마라’ 혹은 ‘그것도 기억 못하냐’ 등의 표현이 생략돼 있다고 봐야 한다. 즉, 적대적인 표현 그 자체인 것이다. 말로 할 때는 부드럽게 음성 조절을 하든가 스스로 그 말의 뉘앙스가 느껴져서 삼가든가 할 만한 말들이다. 하지만 글로 쓸 때는 이런 느낌이 잘 오질 않는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쓰곤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톡을 보내거나 문장을 보낼 때 온신경을 집중해서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번 더 읽어보고 수정하고 그래야 하나? 물론 그렇게 하면 베스트다. 너무 번거로워서 그렇지.
삼가야 할 짧은 표현 외워두자
방법이 있다. 삼가는 것이 바람직한 어미, 조사, 의문사 등을 기억해 놨다가 그것만 피하면 된다. 몇 번 반복하고 외워서 그런 단어만 나오면 마치 조건반사처럼 ‘아차!’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아주 많지는 않으니 기억하기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우선 의문사로 과거 칼럼에서도 언급한 적 있는 ‘왜’가 있다. (2023년6월10일자 칼럼, 사랑을 지키려면 ‘왜’냐고 묻지 마세요) ‘왜’는 상대를 원망하거나 질책할 때 많이 쓰는 의문사이다. 그러니 이 단어를 구사하면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뭘’ 혹은 ‘뭐가’도 있다. ‘뭘 먹겠다고 그러냐’, ‘뭐가 좋다고 그래?’처럼 역시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제시킬 때 쓰는 표현이다. 듣는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표현이 아니다.
조사에도 삼가는 게 필요한 단어들이 있다. ‘(이)나’, ‘도’, ‘따위’ 등이다. ‘따위’야 명백하게 갈등을 부르는 단어이니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겠고, ‘(이)나’, ‘도’는 의외로 별생각없이 사용해서 갈등으로 이어지곤 하는 단어이다. ‘밥이나 먹어라’, ‘너나 잘하세요’처럼 말로는 장난스럽게 뱉을 수 있는 표현인데 글로 써놓으면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너도 그랬냐?’, ‘그것도 안했냐?’처럼 받아들이는 사람의 심경 상태에 따라 뜻이 달라질 수 있는 표현도 주의해야 한다.
‘다니까’(‘라니까’), ‘ㅆ다고’, ‘왜’, ‘뭘’, ‘뭐가’, ‘(이)나’, ‘도’, ‘따위’. 우선은 이렇게 8개만 외워 둬도 의도치 않은 갈등을 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고 장담한다. 스스로 이런 단어를 쓰려 하면 알레르기 반응이 오도록 만들면 된다. 아차!하는 느낌이 들면 수정하면 되는 것이다. 글은 그런 면에서는 편리하다. 말과 달리 수정하면 되니까.
다른 긍정 효과도 있다. 상대가 이런 단어를 써서 내 기분이 나빠지려 할 때, ‘이 사람이 이런 단어들을 쓰면 안된다는 것을 모르는구나’ 하면서 너그럽게 용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게 된다. 아는 자, 가진 자의 여유랄까?
정원 : 오늘 저녁 늦는다고 했나?
윤환 : 어. 말했듯이 늦어요.
정원 : 어디 간다고 했지?
윤환 : 오늘 회사 회식 있어.
정원 : 술 많이 먹지 말고 일찍 들어와.
윤환 : 어. 알았어.^^
정원 : 오늘 웬일로 이렇게 부드럽대?
윤환 : ㅎㅎ (나 외운 남자야.)
글로 대화를 나눌 때 삼가야 하는 단어들을 언급했지만 이는 무의미한 갈등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을 뿐, 마법키는 아니다. 갈등이 없다고 곧바로 분위기가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자나 카톡을 주고받을 때 호의적인 분위기를 원한다. 그래서 ‘ㅎㅎ’, ‘^^’, ‘ㅋㅋㅋ’ 등을 적지 않게 쓰고 있다. 내가 호의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현명한 방법이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저런 표현을 쓰지 않고는 자칫 적대적으로 보이게 되는 작금의 사회 문화 때문이다.
2020년대 우리 사회는 너무나 각박하고 경쟁이 심하고 틈만 보이면 서로 헐뜯고 잡아먹으려고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다 보니 기본적인 인간 관계가 ‘대립’내지 ‘갈등’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만약 상호 호혜적이고 사랑이 풍성한 사회라면 굳이 저런 이모티콘이나 웃음 기호를 쓸 필요가 있을까? 그런 사회라면 오히려 ‘나 화났다’ 혹은 ‘나 심각하다’ 등을 표현할 때 그것을 표현할 기호가 필요할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런 사회가 된다면 이런 주제의 칼럼도 ‘쓸데없는’ 글이 될 것이다. 이런 칼럼과 웃음 기호가 필요 없는 그런 행복한 ‘대화 유토피아’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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