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좀 잘 합시다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90도 허리숙여 인사하십니까 인사 대신 호칭으로 대신합니까 ‘수고하시라’라는 말도 좋을까요 어렵고 어렵지만 잘 해야할 ‘인사’
2024년 갑진년 새해가 시작됐다. 새해가 오면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새해 인사다.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으로 서로 새해 인사를 하느라 분주하기 마련이다. 덕담부터 건강 기원, 그리고 대박 기원까지. 메시지도 다양하고 수단도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어떤 이들은 너무 많은 새해 인사 메시지에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답을 안할 수도 없고, 다 하자니 만사 제쳐놓고 이것만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어떤 이들은 일일이 답변하는 대신 새해 인사 이미지를 다운받거나 만들어서 인사 대신 보내기도 한다. 어쨌든 연말연시부터 설까지의 기간은 이른바 ‘인사의 계절’인 셈이다.
새해 첫번째 잘 해야할 일 ‘인사’
새해 인사를 이야기했지만 사실 인사라는 것은 우리가 늘 입에 달고 살고 또 가장 많이 하는 언어적(verbal), 비언어적(nonverbal) 커뮤니케이션 행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보통 이 인사에 대해서 그리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공기처럼 우리의 호흡 속에 늘 맴도는 존재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는 것이다.
오늘은 늘 우리와 함께이지만 그에 대해 많이 생각하지는 않는 행위, 인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상균 : (전화벨 소리) 네, 작은 아버지.
건화 : 이 녀석아, 전화를 받았으면 먼저 인사를 해야지.
상균 : 아, 하하. 안녕하세요.
건화 : 요즘 젊은 놈들은 다들 왜 그러냐? 인사들을 안해.
상균 : 젊은 사람들은 가까운 사람들하고 통화할 때 보통 인사를 안해요. 호칭을 부르는 걸로 인사를 대신하죠.
건화 : 아니, 그게 무슨 나라 문화야?
상균 : 하하. 그게 통용되는 요즘 문화인걸요.
건화 : 허허. 나 참…
이 대화는 내가 경험한 실제 대화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핸드폰 수신 문화를 간략히 표현하면 이렇다.
모르는 사람일 경우 “여보세요”, 비즈니스 관계나 조금 먼 사이일 경우 “안녕하세요”, 가까운 사이일 경우 ‘호칭 부르기’. 그런데 이것을 문화라고 이야기한다면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있다. 모든 문화가 마찬가지이지만 문화란 것은 그 문화권 내에서 통용이 되는 것이지 문화권 밖의 사람들에게까지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젊은이들 사이의 문화라면 젊은이들끼리 사용해야지, 어르신들에게 적용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서양식 인사인 볼키스를 예로 들어보자. 서양 사람 누군가가 우리나라에 와서 이성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답시고 볼키스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서양 사람이니까 하고 흔쾌히 받아주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은 불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서양에 사는 동양인이 그랬다면 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문화권 밖에서 자기 문화를 고수한다는 것의 문제가 이런 것이다. 즉, 다른 문화권 사람을 상대할 때는 상대의 문화에 맞춰 주는 것이 예의라는 말이다.
인사받는 사람에게 형식 맞춰야
특히 인사가 그렇다. 인사의 탄생 유래를 보면 상대에게 적의가 없고 호의를 갖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대가 호의를 느끼도록 해야 하는 것이니 그 사람의 문화에 맞춰주는 것이 당연하다. 작은 아버지 전화를 받을 때는 작은 아버지가 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인사 문화를 구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성 : (90도 인사) 형님, 안녕하셨습니까?
덕재 : 어, 안녕. 근데 조폭이냐? 90도 인사를 하게?
현성 : 정중하게 한다고 한 건데 별로세요?
덕재 : 그렇지. 남들 보기에도 민망하고…
현성 : 저는 항상 이렇게 인사하는데요?
덕재 : 전혀 정중해 보이지 않으니까 고치는 게 좋을 것 같다.
간혹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정치인들 중에 이런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데 90도로 인사를 하는 것은 전혀 정중한 인사법이 아니다. 오히려 장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조직폭력배들이 그런 식으로 인사하기 때문에 얻어진 이미지 탓도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상대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행해진 인사가 아니다.

‘고개 숙여 인사한다’는 말에 해답이 있다. 고개를 숙이는 행위는 상대에게 존경심 내지 존중을 표하는 행위이다. 반면 90도로 인사를 할 경우 고개를 숙이기가 힘들다. 인간의 신체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90도 인사는 존중을 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면 허리를 숙이면 어떻고, 고개를 숙이면 어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을 듯하다. 물론, 여기에 분명한 정답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고개를 숙이는 것이 존경과 존중의 의미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묵념을 떠올려보면 된다. 그러니 고개를 숙이는 행위 쪽에 좀더 무게감을 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내 정수리가 상대에게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면 된다. 시간은 1초 이상. 당연히 허리도 30~45도 정도는 함께 숙여야 한다. TMI(Too Much Information)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의외로 중년 어른 중에도 인사하는 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 분들을 위한 것이니 용서하시길.
“수고하시라”라는 인삿말은 어떨까
도희 : 선배님, 저 먼저 들어갈께요.
선호 : 어. 수고했어.
도희 : 네, 수고하세요.
선호 : 도희야, 윗사람한테는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거 아니야.
도희 : 네? 왜요?
선호 : 윗사람한테 ‘수고하라’고 하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 표현이거든.
도희 : 이해가 안되는데요?
선호 : 음… 나도 이유는 잘 몰라. 그렇대.
의외로 이유는 물론이고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많다. 윗사람에게 그런 인사가 적절하지 않은 이유는 ‘수고하라’는 말이 ‘고생을 해라’,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윗사람한테 ‘(더) 열심히 하세요’라고 말한다고 바꿔서 표현해보면 이해가 쉽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말이 안되는 표현이다.
자주 보는 윗사람에게 헤어질 때 하는 인사라면 ‘먼저 가보겠습니다’라든지 ‘내일 뵙겠습니다’ 정도가 좋을 듯하다. 자주 보는 사람이 아니라면? ‘다음에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정도로 인사하면 될 듯하다. 다루기 민망할 정도로 모두가 알 법한 기초적인 얘기지만…
인사. 참 일상적이면서도 때로는 어려운 영역이다. 여기서는 간단히 몇 가지만을 언급했지만 사실 인사를 본격적으로 얘기하고자 한다면 십 수 번의 칼럼으로 다뤄도 충분히 할 얘기가 많을 듯하다. 인사라는 것이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칼럼을 통해 다뤄왔던 축하, 위로, 감사, 사과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말들을 종합한 개념이기 때문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다뤄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야기할 테마이기 때문이다.
“2023년 미흡한 칼럼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며 2024년에도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인사하면서 이번 칼럼을 마무리 지을까 한다. 상대의 호의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인사가 너무 길어지면 안되는 법이다. 그러니 인사에 대한 칼럼도 길어져서는 안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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