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화내고 싶다!!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일상에 분노할 일이 많아진 시대 화를 조절하며 컴플레인 하는 법 냉정하고 짧게, 미소까지 띤다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요령도
가끔 식당에서 뭔가 불만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표출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만히 들어보면 저 정도는 그냥 참고 넘겨도 될 듯한데, 마치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식당 직원들한테 욕을 하고 소리를 치고 한다. 너무 심해서 잠깐 나서서 식당 편을 들어줄까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이건 말이에요, 손님이 잘못하시는 겁니다…” 이렇게. 그러나, 그런 짓을 했다가는 그 화를 내가 뒤집어쓰게 될 게 자명하니 그냥 비겁하게 담대히 참고 만다.
현명하게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
분노의 시대다. 2020년대를 사는 사람들은 화를 내고 싶어서 안달이 나 있다. 최근 몇 년간 분노를 유발하는 컨텐츠들이 대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분노를 표출할 수 있는 대리 창구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연시 대박을 터뜨린 영화 <서울의 봄>부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소년심판>, 쿠팡플레이 <소년 시대> 등등. 이 외에도 최근 성공한 작품들 셋에 하나는 분노 유발 요소들을 다분히 담고 있으니 더 예를 들 필요가 없을 정도다. 오죽하면 이런 사회상을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이 미국 에미상을 휩쓸었을까. 그만큼 분노에 휩싸인 전 지구적인 현상을 잘 그려냈다는 말이고 이는 역으로 이 사회가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하여튼 많은 이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싶어한다. 다들 가슴 속에 화를 잔뜩 품고 있어서 여차 하면 화를 쏟아낼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고나 할까? 이런 상황이니 앞에서 언급한 것 같은 식당에서의 과도한 불만 표출이 어떻게 보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어딘가 분노를 표출하고 싶은데 딱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정당하지 않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했던가. 자신의 관계와 삶 속에서 품은 불만과 화를 왜 식당 종업원에게 푸는 것인가. 그건 명백히 갑질이고 폭력이다. 약한 사람을 골라서 괴롭히는 것은 인간의 아주 고약한 본성의 일면이다. 이렇게 화를 누군가 엉뚱한 사람에게 분출하고 싶을 때는 언젠가 자신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강자란 없으니까 말이다. 자신이 당하는 것이 싫다면 남에게도 쏟아내서는 안된다.
그렇다면 무언가 불만, 컴플레인을 표현해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무조건 참다가 그것이 응어리지면 홧병이 되고 우울증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은 이런 우리 삶의 딜레마를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자 한다. 이번 주제는 ‘어떻게 하면 세련되게 불만을 표출할 것인가’, 즉, ‘지혜롭게 컴플레인하는 법’이다.
승호 : 여기요, 잠깐 와보실래요?
종업원 :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승호 : 아니, 코스 요리가 중간에 이렇게 간격이 길면 어떡해요? 아까 요리 나오고 벌써 20분이 넘었어요.
종업원 : 죄송합니다. 바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손님, 죄송합니다. 주문이 갑자기 밀려서 지연이 되고 있습니다. 금방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승호 : 아니, 뭐 이따위에요? 식사 흐름이 다 끊겼잖아요. 미안하다고만 하면 다에요?
종업원 :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승호 : 사장님 좀 오라고 해요.
종업원 : 아이고, 저에게 말씀하시지요.
승호 : 아니, 당신하고 말이 통하겠어? 이게 뭐야? 기분까지 다 잡쳤잖아.
종업원 : …
승호 : 사장 부르라니까?
종업원 : 손님,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켜주시면 안될까요?
승호 : 뭐야?
의외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건 컴플레인이 아니다. 그냥 화풀이지. 컴플레인이란 건 그런 행위를 통해 제대로 된 서비스 혹은 재화를 받고자 함인데 이건 그냥 싸움을 하자는 것밖에 안된다. 컴플레인의 테크닉을 이야기하기 전에 반드시 짚고 가야 할 것이 있다. 그것부터 살펴보자.
우선, 컴플레인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서비스 혹은 재화를 다시 받고자 하는 것인지, 추가로 서비스를 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상한 기분에 대한 사과를 받고자 함인지 등. 목적이 명확하지 않으면 매우 비효율적인 행위가 될 가능성이 높고 때로는 아무 쓸데없는 감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목적이 싸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확히 무엇을 얻고자 함인지 우선 결정하자.
목적을 명확히 했다면 이번에는 상대가 무엇을 잘못했고, 나는 잘못한 부분이 없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 그래야 컴플레인 행위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상대의 잘못을 규정할 때는 내가 이야기하는 대상인 상대의 잘못과 그 상대가 대표하고 있는 집단, 즉 회사나 식당 등의 잘못을 구분지어서 규정할 필요도 있다. 상대가 잘못하지 않은 부분을 이야기하는 것은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본인한테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상대와 내가 동의할 수 있는 상대의 잘못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책임 소재를 따졌을 때 내 잘못이 월등히 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컴플레인을 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면 뭐하러 힘을 빼겠는가.
컴플레인 테크닉 ABC
컴플레인의 목적과 상대와 나의 잘못이 명확해졌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컴플레인을 할 차례이다. 이른바 컴플레인 테크닉의 ABC를 짚어 본다.
첫째,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냉정과 예의를 잃어서는 안된다. 컴플레인이라는 것은 무엇을 얻기 위한 일종의 설득 행위이다. 누군가를 설득할 때 흥분한다든지 예의를 잃고 얘기한다든지 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물론 때로 분위기를 격앙시켜 상대의 이성적인 판단을 막기 위해 일부러 상대를 흥분시키는 전략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경우 냉정과 예의를 지키는 것이 설득에 훨씬 유리하다. 어쨌든 뭔가를 상대방으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인데 상대 기분을 나쁘게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상대를 협박해서 뭔가를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냉정과 예의는 필수다.
둘째,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미리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정리된 메시지와 그냥 떠오르는 대로 내뱉는 말은 그 설득력도, 힘도, 효율성도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내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미리 간추려야 한다.
셋째, 말은 짧은 것이 유리하다. 잔소리도 마찬가지지만 컴플레인도 짧고 명확한 것이 좋다. 말이 길어지면 상대의 짜증만 불러일으킬 뿐 설득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짧고 명확한, 정리된 컴플레인이야말로 상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넷째, ‘내가 저 사람이라면…’ 하고 그 사람의 입장이 돼서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내가 상대라면 어떤 정도의 컴플레인을 들었을 때 적절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고 딱 그만큼만 하자. 마조히스트(피학성애자)가 아닌 다음에야 지나친 컴플레인을 듣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 자기가 들어서 감당할 정도의 컴플레인이 적절하다고 본다. 역시 싸우자고 하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얼굴에 약간의 미소를 띤 컴플레인이 현명하다. 어차피 뭔가를 얻고자 함이라면 약간의 미소가 훨씬 정중하고 격조있어 보인다. 너무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미소 띤 컴플레인’이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설득을 끌어내는 상당히 유용한 테크닉이다. 의심이 간다면 한번 해보시라고 강력히 권한다.
승호 : 여기요, 잠깐 와보실래요?
종업원 : 네.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승호 : 코스 요리를 주문했는데요, 요리간 간격이 너무 기네요. 한번 체크해 주시겠어요?
종업원 : 죄송합니다. 바로 확인을 해보겠습니다. (잠시 후) 손님, 죄송합니다. 주문이 갑자기 밀려서 지연이 되고 있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승호 : 이모님 책임은 아니지만 식사 흐름이란 게 있으니까 부탁좀 드립니다.
종업원 :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맞춰보겠습니다.
승호 : 감사합니다.
종업원 : (음식이 나온 후) 오늘 음식이 지연돼서 너무나 죄송합니다.
승호 : 괜찮습니다. 이모님 잘못도 아닌데요… 죄송한데요, 혹시 아기용으로 자장면 조금만 서비스로 주실 수 있을까요?
종업원 : 아, 제가 주방에 요청해 보겠습니다.
승호 : 감사합니다.
종업원 : (잠시 후) 죄송하기도 하고 해서 아기 자장면이랑 군만두도 서비스로 좀 가지고 왔습니다.
승호 : 아이고, 감사합니다!

미소를 띠며 컴플레인 하기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냉정하고도 정중한 컴플레인은 힘이 있다. 흥분해서 예의 없게 내뱉는 컴플레인은 상대의 화만 돋울 뿐, 정작 얻고자 하는 목적 측면에서는 성과가 적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다만 모든 컴플레인이 이렇게 순조롭게 흐르지는 않을 것이다. 때로는 컴플레인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현호 : 제가 사흘전 이 이어폰을 구매했는데요, 사흘만에 아무 이유도 없이 작동이 되질 않네요.
종업원 : 네? 아니 그런 경우가 없는데… 혹시 떨어뜨리실 거 아닌가요?
현호 : 아니요, 떨어뜨린 적도 없었고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진 것도 전혀 없었어요.
종업원 : 죄송한데요, 이거 교환 환불이 안되는 제품이거든요.
현호 : 네? 그게 말이 되나요? 뭐 이런 가게가 다 있어?
현호씨, 잠깐! 컴플레인이 받아들여 지지 않아도 흥분은 금물! 냉정과 예의를 지키세요! 자, 다시 해봅시다.
종업원 : 죄송한데요, 이거 교환 환불이 안되는 제품이거든요.
현호 : 네? (냉정을 잃지 않고)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종업원 : 이거 본사 서비스센터로 가셔서 문의해 보셔야 할 것 같네요.
현호 : (은은한 미소를 띄고) 죄송하지만 선생님 직책과 성함을 좀 여쭤봐도 될까요?
종업원 : 아… 강동센터 안해수 과장입니다.
현호 : 혹시 센터장님 혹은 매니저님과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종업원 : (약간 의기소침) 네… 잠시만요.
매니저 : 네. 고객님. 제품에 문제가 있으셨다구요?
현호 : 네. 이 이어폰이 사흘만에 고장이 났는데 안해수 과장님이 본사 서비스센터로 가라고 하셔서요. 아무런 물리적 충격이 없었는데 제품이 고장이 났다면 판매점 차원에서 해결을 해주셔야 하는게 아닐까요?
매니저 : 죄송합니다. 바로 교환을 해드리면 좋겠는데 회사 방침도 있으니 저희가 서비스센터로 보내서 원인을 규명한 후에 수리 혹은 교환 조치를 취해드리겠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며칠 뒤 다시 한번 방문해 주실 수 있을까요?
현호 :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매니저 : 감사합니다.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현호 : 네. 고맙습니다.
절대 ‘흥분은 금물’
컴플레인이 바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도 흥분해서는 안된다. ‘이게 말이 되냐’, ‘뭐가 이따위냐’, ‘당신 이름이 뭐야’ 등의 예의 없는 반응은 일을 더 악화시킬 따름이다. 이런 경우에도 냉정을 잃지 말고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선은 ‘그렇다면 제가 어떻게 하면 되나요?’, ‘무엇을 하면 되나요’ 등으로 되묻고 상대가 대안을 제시할 기회를 한번 정도 주면 좋겠다. 그랬는데도 만족할 만한 답변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때도 역시 예의는 지키면서 상대의 직책과 이름 등을 묻는다든지 책임자를 호출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도 해결이 안되면? 그때는 경찰을 부르든지, 법대로 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컴플레인. 나의 경우 웬만하면 피하는 행위이다. 대부분의 경우 해봐야 별로 얻는 것도 없고 자칫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당이라면 그냥 다음에 다시 안오면 그만이다. 대안이 없을 정도로 너무 맛있는 식당이라면? 그래서 다음에도 또 오고 싶은 마음이라면? 그렇다면 계산하면서 ‘이런 점은 개선되면 좋겠다’ 정도로 한마디 하고 향후 개선되기를 기원하는 정도.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컴플레인이란 것은 때로는 피할 수 없는 행위이다. 하기 싫은 행위인데 때로는 해야만 하는 행위이니 이처럼 꽤 길게 그 근본과 요령을 따지고 예를 들어봤다. 나와 비슷하게 컴플레인을 꼭 필요할 때만 구사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