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썼고 억울해...어떻게 토로할까 ①
[이영균의 말이란 말야] 억울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까 ‘강하게 어필하기’ 전략의 성패는 이마저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할까 적반하장 등 다양한 대안도 있다!
누명을 써서 억울한 상황에 대해
보통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견디기 어려워하는, 분노가 치미는 상황은 뭘까? 본인이나 자녀가 직장이나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 특정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비난을 당하거나 욕을 먹는 것? 경제적으로 혹은 연봉에서 남들보다 뒤지는 것? 일본과의 축구 경기에서 지는 것?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어느 것 하나 뒤처짐 없이 ‘상당히 열받는’ 상황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후보를 추가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최고로 꼽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누명을 써서 ‘억울한 상황’이다.
어떤 이유가 됐든 억울한 상황이 생기면 많은 사람들이 견디기 힘들어 한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이유로 생명을 던지기까지 하니 억울하다는 것이 정말 이만저만 괴로운 일이 아닌가 보다. 억울하게 살아남을 바에야 목숨을 버려서라도 본인의 억울함을 풀어보겠다는 생각 아닌가. 그럴 가치가 있느냐의 논쟁이 있겠지만 어쨌든 그만큼 억울하다는 것이 대단히 화가 나는 상황임은 분명한 듯하다.
자, 중요한 것은 이제 이 억울함을 어떻게 푸느냐이다. 전래동화에 나오는 것처럼 억울함에 한이 맺힌 원귀가 돼서 풀 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 칼럼의 주제답게 말로써 풀어야 할텐데… 그것이 이런 상황에 처해봤으면 동의하겠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억울할 때 그것이 한이 되지 않도록 토로하는 것. 그 방법과 요령에 대해서 2회에 걸쳐서 함께 얘기해 보자.
은지 : 지난 주 새로 산 플레어 스커트 어디 갔지? 은영이 니 짓이지? 어쨌어?
은영 : 언니, 나 아니거든. 난 안건드렸어!
은지 : 요 계집애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속을 줄 알아? 지난 번에 새로 산 가방도 니가 안가져 갔다고 우겨댔지만 결국은 니가 범인이었잖아!
은영 : 그 일은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했잖아. 근데 이번에는 정말 내가 안가져갔어! 난 이번 주 감기 땜에 집에만 있었다구! 못믿겠으면 내 방 옷장 뒤져봐!!
은지 : (잠깐 주춤한다)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안뒤져볼 줄 알았어? (잠시 후) 도대체 어디다 숨긴거야? 빨리 안내놔?
은영 : 정말 미치겠네. 언니! 나 진짜 목숨 걸고 안가져갔다고!
은지 : 그렇게 세게 얘기해도 소용없어. 넌 이미 양치기 소녀라고.
은영 : 속을 까뒤집어 증명할 수도 없고… 그럼 어쩌라고? 내가 아니라고! 좀 믿어라!
은지 : 그러게 평상시 거짓말을 작작 해야지. 넌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믿겠어.
은영 : 니 맘대로 해! 내가 도둑년이냐?
은지 : 이게 언니한테 버릇 없이. 혼날래?
은영 : 억울하니까 그렇지! 엉엉…
은지 : 연기하지마! 빨리 내놓으라고!
은영 : 앞으로 내가 너를 언니라고 부르나 봐!
은지 : 뭐야? 이게~
‘강하게 어필하기’ 전략은 어떨까
실제 상황이라면 동생 은영이 진짜 언니의 옷을 가져갔는지 알 수 없겠지만 여기서 은영은 실제 억울한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대도 언니인 은지는 믿어주지 않고 있다. 어떻게 억울함을 토로해야 은지가 믿어주는 걸까? 과연 ‘양치기소녀’ 은영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 방법이 있을까?
은영이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 쓴 전략은 ‘강하게 어필하기’이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그 전략은 전혀 먹히질 않았다. 이유가 뭘까? 억울함을 토로하는 대상이 이 전략이 통할 만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억울함을 토로할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그것은 ‘타겟에 따라서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타겟을 나누는 척도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억울함을 토로할 때 가장 중요한 구분 척도는 지지자냐, 반대자냐이다. 즉, 날 지지하고 믿어줄 자세가 돼있는 사람과 무슨 말을 해도 절대 믿지 않을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상당히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강하게 어필하기’는 지지자 혹은 중립에 있는 사람에게 통할 만한 전략이다. 반대자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살 위험이 있다.
강하게 어필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이 흔히 쓰는 방법으로는 맹세하기, 이름이나 목숨, 재산 걸기 등이 있다. 자주 쓰지는 않지만 대성통곡하기, 발 동동 구르기 등 과격한 액션을 취하는 방법이 있고 비이성적이거나 막말에 가까운 단어를 구사하는 등 흥분된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가 억울해서 이성을 잃을 정도임을 상대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것이다. 보통 지지자나 중립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전략에 설득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지자는 믿어주고자 하는 마음이 베이스에 깔려 있으니 100% 넘어가게 될 것이다.
‘팩트 파인딩 & 솔루션 찾기’ 전략은 어떨까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반대자에게는 먹히기 어렵다. ‘너를 믿지 않을거야’라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상태에서는 그런 강한 어필 혹은 과장된 행동이 연기로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술을 관람할 때 열어놓고 즐기고자 하는 사람과 어떤 식으로 트릭을 구사하는지 밝혀보겠다고 눈에 ‘쌍심지’를 켜고 지켜보는 사람 간에 느끼는 감흥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 원리와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연기라고 생각하고 보면 아무리 완벽한 연기라 해도 그냥 연기로만 보이는 법이다.
그렇다면 반대자에게는 어떤 전략을 써야 내 억울함이 ‘호소될 수’ 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냉정함을 찾는 것이다. 사람을 설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차분하고 이성적인 태도이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도 결국은 일종의 설득 행위이므로 냉정함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나 나를 잔뜩 의심하고 있는 사람을 대할 때라면 더욱더 그래야 할 것이다. 냉정함을 찾았다면 우선 상황 파악을 해야 한다. 내가 왜 이런 억울한 상황에 처하게 됐으며 상대는 왜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포인트로 나를 변호할 수 있는 것인지… 이른바 ‘팩트파인딩 & 솔루션 찾기’ 단계인 것이다.
‘팩트파인딩 & 솔루션 찾기’ 단계에서는 지금 상황을 최대한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입장에서도 바라보고 제3자의 입장에서도 현 상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상대가 반박할 수 없는 포인트를 집어내는 것이다. 앞의 예라면 은영이 감기에 심하게 걸려서 일주일간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런 것이다. 만약 반박할 수 없는 포인트가 아무리 찾아도 없다면 적어도 상대가 동의할 내용이라도 찾아야 한다. 은영이 평소에 플레어 스커트 스타일을 안입는다든지, 은지가 새로 산 스커트 색상이 은영이 좋아하지 않는 색상이라든지…
실수하면 안되는 몇가지 팁
팩트파인딩 & 솔루션 찾기가 끝났다면 이제 상대에게 전달할 메시지를 만들고 표현 방식을 정해야 한다. 우선 메시지는 앞 과정에서 찾은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상대가 동의할 만한 내용을 보조로 붙이는게 좋다. 동의할 만한 내용 다음에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을 말하는 식으로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은 없지만 더 강한 것을 먼저 얘기하고 동의할 만한 내용을 넣어서 상대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좀 더 현명하다. 반박할 수 없는 내용을 나중에 넣어서 상대를 무안하게 만들고 끝내려 할 경우 상대가 사실과 상관없이 자존심 때문에 억지를 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정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상대가 반박할만한 내용은 말하고 싶어도 덧붙여선 안된다는 것이다. 메시지의 일부가 상대의 반박에 직면하면 메시지 전체가 부인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앞의 대화 상황에서 은영이가 “게다가 나도 용돈이 충분하다. 언니 옷을 굳이 훔쳐 입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말을 덧붙인다고 치자. 그런 메시지는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의 옷이 탐이 날 수 있다”는 반박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 반박은 결론적으로 전체 메시지 부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다들 알다시피 인간의 대화는 합리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니까.
앞에서 은영은 결정적인 포인트를 찾아 놓고도 표현을 잘못해서 상대에게 제대로 먹히질 않았다. 메시지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표현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증거이다. 반대자에게 표현할 때는 최대한 냉정하고 절제되게 표현하든가, 동정심 내지 측은지심을 유발하든가 두가지 중 한가지 방식을 취해야 한다. 냉정하고 절제된 표현은 상대로 하여금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혹시 자신이 잘못 생각했거나 오해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하는 것이다. 반면 동정심 내지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표현은 혹시라도 상대를 억울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혹은 내가 너무 심했나 하는 죄책감을 불러 일으킨다. 어떤 쪽이든 두가지 표현 방식 모두 반대자 역시 최소한 인간이라는 점에 기대는 전략이다. 반대를 해도 인간인 이상 사고하는 메커니즘은 정해진 틀 내에서 움직일 테니까…
‘적반하장’ 당당하게 나가기 전략을 어떨까
그런데 반박할 수 없는 포인트도 없고 동의를 얻을 만한 내용도 없다면? 그 때는 ‘강하게 어필하기’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방식인 ‘적반하장’의 표현이 있을 수 있다. 상대에게 욕을 한다든지 누명을 씌운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만약 오해가 아니라면 적반하장일 법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강하게 어필하기’가 상대의 동의를 구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적반하장’은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들어 순간적으로 이성적인 기능을 마비시키고 기세를 잡는 것이다.

이외에 ‘직접 확인하라’, ‘찾아보라’는 식으로 ‘당당하게 행동하기’ 방식도 때로는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 상대가 너무 뻔뻔하고 당당하면 본인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경고를 스스로에게 보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반하장의 표현과 당당하게 행동하기 방식은 때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는 극약처방의 방식이다. 안먹힐 경우 그 다음에는 백약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에나 구사할 만한 미봉책이라고 하겠다.
때로는 온갖 수를 다 썼음에도 어떤 방법도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상대가 고집불통이든지 아님 내가 너무 깊은 오해의 함정에 빠져 있다든지… 그럴 때 남는 유일한 방법은 제3자의 판단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법에 호소하든지 가정 내의 일이라면 엄마의 판단을 받든지…
은지 : 지난 주 새로 산 플레어 스커트 어디 갔지? 은영이 니 짓이지? 어쨌어?
은영 : 언니, 나 이번 주 감기 땜에 집에만 있었던 거 몰라? 나 어디 나가는 거 봤어?
은지 : 그렇긴 한데…
은영 : 게다가 내가 언제 플레어 스커트 입는 거 봤어? 그건 언니 스타일이잖아. 색상도 핑크 계열은 내가 절대 안입는 색상이고…
은지 : 그렇긴 하네. 그럼 스커트가 어디로 간 거지?
은영 :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가 알겠지.
은지 : 그래야겠다. 오해해서 미안.
억울함을 토로해서 상대로 하여금 동의하게 만드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아니, 아주아주 어려운 일이다. 위 예처럼 깔끔하게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호소를 통해 반드시 얻어야 할 부분과 희생해야 할 부분을 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즉, 억울함을 토로해서 얻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자세히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그때까지 억울한 상황에 처하는 일이 없으시길 기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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