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궁과 돈의문 복원해서 뭐 하려고?

[최성호의 사람 사는 건축] 경희궁은 일제 아닌, 조선이 철거한 곳 돈의문 주변 송월길· 정동길 연결 어렵고 남대문-돈의문 도성 구간 복원 불가능해 먼 옛것 아닌 근현대 유적 지키는 것도 중요

구한말 이전 직전인 경희궁의 정전 숭정전.
구한말 이전 직전인 경희궁의 정전 숭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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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과 돈의문 박물관

서울시가 돈의문을 복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전체 내용을 보면 돈의문을 복원하면서 현재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다시 정리해서 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한다. 이 계획은 ‘경희궁지(慶熙宮址) 일대 종합 공간 구상’의 일환으로 계획하는 것으로 종로구 정동사거리 일대 새문안로를 지하화하고 그 위에 돈의문(敦義門)을 복원하는 구상이다.

돈의문은 서울 4대문 중에 유일하게 사라진 문이다. 동대문인 흥인지문과 남대문인 숭례문, 북대문인 숙정문(肅靖門)은 일제 강점기 철거되지 않았지만 돈의문은 1915년 일제가 전차 궤도를 복선화하면서 철거됐다. 현재 위치에 자리잡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문이었다. 조선이 한양도성을 축조할 때 돈의문을 만들었지만 개국공신인 이숙번(李叔蕃, 1373~1440)이 돈의문 근처에 집을 짓고 사람들이 지나며 떠드는 것이 싫다고 태종 13년(1413)에 최양선을 사주해 서전문(西箭門)을 새로 만들게 했다.(실록 태종 13년 6월 19일)

이후 세종 4년(1422) 한양 도성을 다시 쌓으면서 현재 돈의문 위치에 문을 만들고 서전문을 폐쇄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돈의문의 현판은 조일회(曺一會)가 썼고 민간에서 돈의문을 ‘신문(新門)’이라 불렀다. ‘신문로(新門路)’라는 현재 지명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서울시 ‘경희궁지(慶熙宮址) 일대 종합 공간 구상’을 보면, 사업은 두 단계로 나눠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단계는 2026년까지 정동사거리 인근에 있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을 철거하면서 공원을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2035년까지 새문안로를 지하화하고 돈의문을 복원하는 것이다. 새문안로를 지하도로 만드는 것은 이전 박원순 시장 때도 추진됐던 사항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시장은 지난 2013년 ‘경희궁지 종합정비계획사업’을 발표하면서 ‘경희궁 옛 터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인 경희궁미술관을 연말까지 철거하고 돈의문과 궁궐 담장 및 한양도성 성곽을 복원하겠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돈의문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한 뒤 돈의문을 잇는 한양도성 성곽 및 궁궐 담장까지 복원하겠다’는 것이 당시 문화재청과 서울시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최소 2년 여간 도로를 통제한 채 공사해야 해 교통체증이 빚어질 수밖에 없고, 돈의문 복원에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 때문에 2016년 9월에 폐기됐다.

돈의문 재건 포기 결정과 비슷한 시기에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조성이 시작됐다. 원래 이곳은 2003년 종로구 교남동 일대와 더불어 ‘돈의문 뉴타운’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근린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시가 역사적 가치와 근‧현대 서울의 삶을 잘 간직하고 있다고 판단해 2015년 마을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그 결과 기존 건물을 보수하고 재활용하는 ‘서울형 도시재생방식’으로 개발하면서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조성하여 2017년 <돈의문 박물관 마을>로 탄생된 것이다.

돈의문 복원의 여러 문제

복원(復元)이란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복원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그럴 가치가 있는가와 그렇게 할 때 투여된 시간과 자본을 상회하는 가치가 있는가가 확인돼야 한다. 서울시 돈의문 복원 계획에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경희궁 복원이고 두 번째는 서울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것이다. 이미 2016년 서울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했으나 ‘실사과정에서 완전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철회했던 적이 있다.

현재 한양도성 대부분 구간은 복원됐다. 한양도성 중에 복원되지 않은 곳은 남대문~돈의문 구간이다. 이 구간 복원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 같다. 서울 중심가로 토지 보상 문제 등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수원 화성도 마찬가지다. 수원 화성 팔달문에서 남수문사이 구간은 복원되지 못하고 있다. 팔달시장 때문에 당분간 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양도성. 남대문에서 돈의문 구간이 복원되지 않았다. 사진=서울시청
한양도성. 남대문에서 돈의문 구간이 복원되지 않았다. 사진=서울시청

수원 화성이 완전한 복원이 아님에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화성성역의궤>가 있어 완전한 복원을 전제로 하는 세계문화유산의 기본방침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돈의문만 복원된다면 미 복원구간은 성벽 구간이므로 성벽복원이 조금 미진하더라도 차후 복원을 전제로 한양도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이 돈의문 복원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무엇보다 서울시가 목표로 하는 ‘경희궁 복원’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경희궁은 일제에 의해 해체된 것이 아니라 1865년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자재를 수급하기 위해 해체한 것이다. 이 때 정전인 숭정전(崇政殿), 회상전(會祥殿), 정심각(正心閣), 사현각(思賢閣), 흥정당(興政堂)만 놔두고 모든 건물을 헐었다. 경희궁이 광해군 9년(1617년)에 세워진 후 1844년 헌종 가례 때까지 서궁으로 220여년 간 사용해왔다고 해도, 조선이 스스로 용도 폐기한 것을 다시 되살릴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은 좀 더 논의해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또한 경희궁의 흥화문(興化門)에서부터 숭정전(崇政殿)까지의 어도를 복원하는 것도 쉽지 않다. 도로가 확장되며 전체적으로 변했다. 서궐도에 따라 제대로 복원하려면 서울역사박물관을 철거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단 발굴조사도 해야 정확한 영역이 나오겠지만 서궐도만 봐도 현재 금천교 앞은 완전히 변해야 한다. 현재 신문로도 다시 계획하고, 서울역사박물관 앞에 있는 경희궁길 주변도 완전히 새로 바꿔야 한다. 과연 원래 모습대로 복원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공원화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역사는 흐름이다. 조선에 방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현대사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돈의문 주변의 근세 흔적을 남겨두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기왕에 만들어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활성화되지 못했다고 해서 무조건 지워버리는 것도 문제다. 활성화 되지 못한 부분은 프로그램이나 새로운 기획으로 충분히 보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돈의문 복원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동사거리 도로일 것이다. 일제는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읍성을 해체했다. 성을 해체한 것은 독립운동의 빌미를 없애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성벽자리를 도로로 만들었다. 성벽이었으니 소유권 문제를 따질 이유도 없으니 보상비 없이 도로부지를 확보한 것이다. 이런 성벽의 흔적은 도로 이름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대구 동성로, 남성로, 경주 동문로, 북문로, 남원 남문로, 동문로 등이 예전에 성벽이 있었던 곳이다.

이런 것을 기본으로 돈의문 주변 도로를 보면 새문안로는 과거에 있던 도로이고 현재 강북삼성병원 쪽 송월길과 정동길은 성벽을 헐어 만든 길일 것이다. 일단 서울시에서 계획하고 있는 새문안로 지하화에 대해서는 이전 박원순 시장 때도 검토한 것이므로 새로울 것은 없다. 돈의문 터와 서대문 사거리의 고저차를 보면 지하도를 건설한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실제 심각한 문제는 송월길과 정동길에 있다.

서울시의 한양도성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도로 추정해 볼 때 정동 사거리를 중심에서 반경 100m정도는 성벽을 헐고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기존 <돈의문 박물관 마을>의 상당부분을 손볼 수밖에 없고 송월길과 정동길을 연결해 줄 새로운 도로가 필요하다. 아무리 봐도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에 서울시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공원화하는 것으로 계획한 것이고, 박원순 시장 때 돈의문 복원을 포기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가운데 분홍색 표시된 길이 송월길이다. 남쪽의 새문안로와 북쪽의 사직로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나무위키
가운데 분홍색 표시된 길이 송월길이다. 남쪽의 새문안로와 북쪽의 사직로를 연결하고 있다. 사진=나무위키

그러면 돈의문 복원은 어떻게

나는 돈의문 복원 목적이 서울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것일 것으로 추정한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앞으로도 돈의문에서 남대문까지 구간은 복원이 불가능할 것이다. 수원 화성 예가 있지만 이후에도 이 구간 복원은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돈의문 복원을 추진하는 것은 돈의문만 복원된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돈의문 박물관 마을. 사진=서울시/연합뉴스
돈의문 박물관 마을. 사진=서울시/연합뉴스

나는 이런 과시적 개념보다는 역사적 맥락이라는 관점에서 돈의문 복원을 볼 필요가 있다고 믿는다. 대표적인 것이 경희궁 복원과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대한 시각이다. 역사적 맥락의 관점에서 보면 경희궁이 꼭 복원해야 할 대상인가를 정의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과 그 주변도 현대사의 여러 장면이 들어있는 곳이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도 현대 생활사 기록을 그대로 보전 전시할 수 있는 곳이다. 경교장, 한때 문화방송국이었던 경향신문 사옥도 현대사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런 곳은 돈의문과 성벽이 사라지고 난 후의 역사다. 서울 도성만이 우리 역사가 아니다. 먼 과거로만 돌아가려는 생각이 돈의문 복원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과거와 현대의 흐름 속에 돈의문과 돈의문 터, 그리고 경희궁을 볼 아량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또 K 리그를 초창기부터 열심히 지켜보며 축구 공부를 한 매니아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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