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기념관? 박정희처럼 되지 말기를

[최성호의 사람 사는 건축] 행안부 대신 보훈부가 나선 까닭 궁금 박정희 기념관, 왜곡과 거짓 내용많아 이승만 기념관도 본인 욕되게 해선 안돼 ‘친일·독재 잘못’ 그대로의 진실 담아야

강원도 화진포에 있는 이승만 기념관 내부 모습. 예전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던 곳을 개보수했다.
강원도 화진포에 있는 이승만 기념관 내부 모습. 예전 이승만 대통령 별장으로 쓰였던 곳을 개보수했다.

왜 국가보훈부가 나섰을까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으로 만들려는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이승만 기념관 건축을 위한 설계비와 건축비로 3년간 모두 460억원 예산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반발을 의식해서인지 구체화된 계획을 내보이지 않은 채 분위기 조성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일단 이승만 기념관 추진위원회에서는 지난 8월 31일부터 모금을 시작했다. 얼마 전 모 여배우가 거액을 기부했다고 해서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지난 4월 국가보훈부는 “2024년 설계비 24억 7천만원, 2025년 공사비 174억 1800만원, 2026년 공사비 261억 1200만원 등 3년간 모두 46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내용이 순수 건축비이니 이를 근거로 이승만 기념관 규모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평당 공사비를 1300만원으로 어림 잡아도 건물 규모가 3300평이다. 현재 박정희 기념관이 부지 9275㎡, 지상 3층, 연면적 5260㎡(1735평)이다. 대충 봐도 기존 박정희 기념관 규모의 2배 가까이 되는 큰 건물로 기획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규모로 본다면 보수세력의 의도는 박정희 대신 이승만을 부각시키려는 것 같다.

이승만 기념관 지원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내년 예산에 잡힌 것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 사업은 국가보훈부 사업으로 진행될 것 같다. 국가보훈부 주관으로 하려는 것은 행안부가 주관할 경우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지원해야 하는데 이 경우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 아닌가 짐작한다.

‘전직대통령 자격은 없다’는 판단일까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보면 법 제7조 ②항에 “전직대통령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제6조 제4항 제1호에 따른 예우를 제외하고는 이 법에 따른 전직대통령으로서의 예우를 하지 아니한다.”라고 돼있다. 여기서 법 제6조 4항 1호에 따른 예우는 “1. 필요한 기간의 경호 및 경비(警備)”라 돼있다. 즉 경호와 경비 외에는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 제7조 ②항에 나온 예우가 박탈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 재직 중 탄핵결정을 받아 퇴임한 경우, 2.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 3. 형사처분을 회피할 목적으로 외국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한 경우, 4.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경우”

이 조문에 따르면 이승만은 ‘탄핵’이란 조문에 해당되진 않지만, 미국으로부터 도피처를 제공받은 것이 이승만이 요청했는가에 따라 예우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탄핵에 대한 것도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승만은 상해임시정부에 의해 탄핵됐던 사실이 있다. 4.19혁명에 의해서는 스스로 하야한 사람이다 스스로 하야했다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으니 쫓겨난 것과 진배없다.

또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이 이승만을 하야시킨 4.19혁명 정신을 계승한다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이런 4.19 정신은 박정희 독재를 공고히 한 유신헌법 전문에도 명기된 사항이다. 그럼에도 탄핵보다 더 엄중한 4.19혁명으로 쫓겨난 사람을 전직대통령으로 예우한다는 것은 우리 헌법정신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그렇기에 보훈부가 나서서 전직대통령 보다는 독립유공자에 대한 예우로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이승만대통령의 개인 사저로 쓰였던 이화장의 전경. 사진=위키백과
이승만대통령의 개인 사저로 쓰였던 이화장의 전경. 사진=위키백과

순탄치 않을 기념관 건립 계획

박정희 기념관의 예로 볼 때, 이승만 기념관 건립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박정희 기념관은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의 국민통합을 위한 공약으로 가시화 됐다. 그러나 국민 반대에 부딪혀 노무현 정부 때는 국고보조금이 회수되기도 했다. 보조금 문제에 대한 재판 결과 박정희 기념관 측이 승소하면서 2010년 공사가 재개되고 2011년 준공됐다. 개관은 2012년의 일이다. 개관 이후에도 1년 만에 전시실 재공사로 3년 간 공개를 중단하기도 했다.

박정희 기념관의 예로 볼 때 차기에 정권이 바뀌어 이승만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에 이승만 기념관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임기 내에 끝내려 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예산 문제도 확정된 것이 아니고 1000억 원이 넘는 돈을 모으는 것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설사 돈을 모은다고 해도 실제 건립 과정에서 많은 반대에 부딪힐 것이다.

이승만 기념관 건립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념관 건립에 ‘모든 국민이 합의를 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기념관 건립을 통해 ‘독재의 역사’가 ‘반공의 역사’로 변질되고, 4.19민주혁명과 민주주의 개념이 왜곡되며, 이승만조차 부정하는 ‘건국’이란 것을 내세워 ‘친일의 역사’가 ‘건국 주역의 역사’로 왜곡될 우려 때문이다.

이승만 기념관을 추진하는 세력은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화장에 있는 이승만 기념관의 정식명칭이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박사 기념관’이다. 이승만 기념관 추진 세력은 대한민국 건국을 1948년으로 보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그러나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이승만을 모독하는 것이다.

단기 4281년(1948년) 7월 12일, 이승만이 국회의장 자격으로 발표한 제헌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로 시작하고 있다. 즉 제헌헌법에선 삼일운동으로 수립된 임시정부의 탄생을 건국 시점으로 보고 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수립 때도 중앙청에 걸린 현수막에 ‘대한민국정부수립大韓民國政府樹立’라고 분명하게 걸려있다. 그리고 이승만정권 때 발행한 기념우표에도 정부수립 10주년으로 표기하고 있다.

정부 수립 10주년이라는 경축글씨가 선명한 정부 중앙청사 건물.
정부 수립 10주년이라는 경축글씨가 선명한 정부 중앙청사 건물.

‘박정희 기념관’ 꼴 되지 말기를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승만 기념관에서 행해질 이승만에 대한 재정의 과정에서 나타날 이승만 우상화와 역사왜곡이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필자는 어릴 때부터 위인전을 가장 싫어했다. 위인전 속 인물은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었고, 더없이 인간적이었다. 현실에서는 그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박정희 기념관을 봐도 박정희 우상화와 역사왜곡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정희 기념관은 화려하게 윤색된 위인전을 보는 느낌일 뿐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기념관의 전시장을 들어가는 입구에는 박정희가 5.16쿠데타를 일으킬 때 한국 상황을 기록한 단어가 빼곡하게 쓰여 있는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단어가 ‘권력, 부정선거, 부패정치, 불법’ 등이다. 이 단어는 이승만 정권을 규정하는 키워드(keyword)이기도 했지만, 박정희 정권의 키워드로 치환한다한들 낯설지 않다.

그리고 1층 전시 끝자락에 나오는 박정희 어록은 더 가관이다. “바르게 알도록 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하는 무거운 책임이 바로 우리언론에 있다.”(1967년4월5일/신문의 날 치사) 이 글을 보면 마치 당시 언론이 엄청난 자유를 누린 양 착각하게 한다. 하지만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기억하지 않는가. 박정희 정권에서 자행된 언론 검열과 탄압은 어느 정부보다 심했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과 전경.
박정희 대통령 기념과 전경.

박정희 기념관은 전시 내용이 공과(功過) 중에서 과(過)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그에 대한 찬양 일색이다. 그러나 그는 당대에서 이미 전 세계인들사이에 독재자로 각인됐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 지어질 이승만 기념관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승만 기념관> 홈페이지 <오해와 진실>를 보노라면 앞으로 지어질 이승만 기념관이 기존 박정희 기념관과 그리 다르지 않겠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승만이 박정희와 다르지 않은 독재자였고, 이미 4.19혁명으로 심판을 받았는데도 말이다.

이런 왜곡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이고 누가 혜택을 보는 것일까? 말하지 않아도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친일 집단이다. 이승만을 건국대통령으로 만듦으로써 이승만이 비호한 친일세력은 건국의 주역이 되고, 독립을 위해 투쟁했던 독립운동가들은 건국과는 무관하게 헛짓을 한 것으로 되고 만다. 이것이 이승만 기념관을 기획하는 세력들이 바라는 궁극적 목표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내부의 한 장면.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내부의 한 장면.

왜곡을 담지 말고, 진실을 담아라

현재도 이승만 기념관은 두 곳에 있다. 하나는 과거 이승만 별장이 있었던 화진포에 있는 건물을 개수해서 2007년에 개관한 ‘이승만 기념관’이고, 또 하나는 이승만 개인사저로 사적 제497호로 지정된 이화장(梨花莊)이다. 이화장은 1988년부터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우남 이승만박사 기념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래도 부족한 지 박정희 기념관 규모 이상으로 지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기존 시설을 조금 더 보완해서 기념관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생가나 살던 집을 기념관으로 활용하는 예는 수없이 많다. 크고 화려하게 지었다고 해서 더 기념되는 것도 아니고, 작게 만들었다고 해서 초라하고 궁색해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진실을 담는 것이다. 자신들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윤색해서 추앙하면 할수록 이승만은 더 추해질 뿐이다.

어떤 사람 생애를 그대로 보여주고 후세가 그것을 판단하게 하는 것이 기념관이고, 기념관 설립의 목적이다. 박정희 기념관은 이미 그 정도를 벗어났다. 이승만 기념관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쓴이

최성호 건축가

필자인 최성호는 오랫동안 한옥과 한국문화를 공부해온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건축사다.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다. 필자의 블로그 주소는 https://blog.naver.com/seongho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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