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축구는 감독 놀음’이었다
[축구 매니아 최성호의 K리그 관전기] 프로축구 시즌 오프...감독들 대이동 두각 ‘이정효’는 잔류, 김기동은 서울로 축구감독 연봉은 다른 종목보다 높아 감독만 찾는 분위기, 해(害)될 수도
시즌 오프뒤 나오는 감독 이동 소식
한국 프로축구 명가라고 하던 수원삼성 팀이 K리그-2로 떨어지는 충격 속에 K리그 모든 일정이 종료됐다. 올 한 시즌을 정의한다면 하나는 ‘명가의 몰락’이고 또 하나는 ‘축구는 감독놀음이란 속담의 확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년에는 시즌이 종료되면 어떤 선수가 이적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인데. 이번 시즌을 마치고 제일 먼저 나온 이야기는 포항 스틸러스의 김기동 감독이 FC서울로 이적한다는 것이었다. 이와 동시에 포항은 포항 원클럽맨이었고, 프로축구연맹 기술위원장이었던 박태하를 감독으로 선임한다는 소식까지 나왔다. 이미 내부적으로 김기동 감독 이적을 동의하고 발 빠르게 대처한 것이다.
이어 나온 소식은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 연봉이 2배 오른 8억 원에 다년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고, 그 다음이 수원FC 감독이었던 김도균 감독이 K리그-2 소속인 이랜드로 옮긴다는 것이었다. 이랜드는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K리그-1으로 올라가고 싶기에 경험 많은 김 감독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K리그- 2에서 감독을 교체한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시즌 끝나자마자 쏟아져 나오는 감독 교체 소식들은 올 K리그의 성격을 정확히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올 시즌 최대어(?)는 이정효 감독
올 K리그-1에서 가장 큰 이슈는 아직 40대인 광주FC 이정효(1975년 생)감독이었다. 지난 2011년 아주대학 코치를 시작으로 아주대학 감독을 거쳐 2015년부터 프로팀 코치를 경험했다. 이 감독은 이어 제주 남기일 감독 밑에서 2년 수석코치로 있다가 작년 시즌 광주FC 감독으로 부임했다. 부임한 첫해에 곧바로 K리그-2에서 압도적인 승점 차로 독주하며 1위로 승격하더니, K리그-1으로 승격한 올해, 리그 3위라는 성적을 올렸다. 리그 3위라는 성적에 따라 광주FC는 내년부터 시스템이 바뀌어 한 나라에서 최대 세 팀만 나갈 수 있게 된 ‘AFC챔피언스리그 엘리트’에 나가게 됐다. K리그-1에 오른 해에 AFC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거머쥐면서 K리그 최고 감독의 반열이 오른 것이다.
그가 대단한 것은 K리그-1으로 승격하자 구단에서 ‘8억짜리 A급 공격수를 영입해 주겠다’고 했으나 이정효 감독은 8억 원을 쪼개 이강현, 김경재, 고무열을 영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결국 감독의 바람대로 신창무, 이강현, 김경재를 영입했다.(고무열은 메티칼테스트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이처럼 스타 선수가 아닌 소위 그저 그런 선수를 키워 성과를 낸 것이다.
이같은 결과에도 그는 다른 구단으로 옮겨타지 않았다. 엄청난 조건의 영입 제안이 들어왔을 것인데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 감독이 광주를 떠나지 않은 이유는 돈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자기가 키운 선수가 AFC챔피언스리그에서도 통하는지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시즌에 이 감독이 리그는 물론 AFC챔피언스 리그에서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리그 성적을 올리고 AFC챔피언스 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당대 최고 감독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김기동 감독, FC서울 이동도 핫이슈
포항 스틸러스는 또 다른 면에서 감독 활약이 컸다. 포항 구단의 열악한 자금 사정 때문에 2023년 선수 연봉 총액이 10위인 팀이다. 그런 영향인지 리그 2위를 하면서도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선수가 한 명도 없다. 이것만 봐도 포항선수 수준이 어떤지 알 수 있다. 그러나 김기동 감독(1972년생)은 울산이나 전북과 같은 빅클럽 수준에 못 미치는 선수들로도 리그 2위와 FA컵 우승을 이끌어냈다. 2021년에는 AFC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도 했다. 그는 이제 FC서울을 이끌게 된다.
김 감독은 2013년 U-23 대표 코치로 시작해 2016년 최순호 감독 밑에서 포항코치로 활동했는데, 최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나자 감독대행을 거쳐 2019년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김 감독의 강점은 전술적 유연성, 경기를 읽는 눈, 그리고 선수 보는 안목이다. 선수를 키우는 능력도 대단하다.
김 감독이 경기를 읽는 눈이 대단하다는 것은 경기 후반에 곧잘 나타난다. 교체카드로 지던 경기를 비기거나 또는 뒤집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공격성향이 강한 감독이기 때문에 경기 자체가 재미있다. 이러니 어느 팀이 탐내지 않겠는가? 그리고 선수를 보는 눈도 놀랍다. 대표적인 예가 포항공격수 제카다. 제카는 대구에서 준수한 성적을 냈지만 리그에서 7골 7도움에 그쳐 강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김기동 감독 하에서 리그에서 12득점 7도움 공격포인트 19로 득점 3위, 공격포인트 2위를 기록했다. 이런 활약 때문에 시즌이 끝나기 전부터 이적설이 나오고 있다. 몸값을 올려줬으니 김 감독이 얼마나 고마울까? 선수라면 자기 장점을 잘 찾아내는 감독과 경기하고 싶을 것이다. 참 광주FC에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이순민이 국가대표에, 엄지성과 허율이 공격수로 올림픽대표에 선발됐다. 이것 역시 이정효 감독 덕분이라 할 것이다.

축구 감독은 연봉도 선수만큼 높아
‘축구는 감독놀음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감독 역할이 매우 크다는 얘기다. 감독이 팀을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종목에 비해 축구감독 연봉은 매우 높다. 2022년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고연봉을 받았던 선수는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연봉이 2680만 파운드였는데, EPL 감독 최고 연봉은 맨시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1900만 파운드였다. 최고 감독 연봉은 최고 선수 연봉의 70% 정도다. 이 정도면 감독연봉이 최고 스타 선수 연봉과 다르지 않다.
참고로 2022년 월드컵 국가대표 감독 연봉을 살펴보면 최고 고연봉 감독은 독일 감독으로 650만 유로, 영국 감독은 580만 유로, 프랑스 감독은 380만 유로, 브라질 감독은 360만 유로였다. 우리나라 벤투 감독은 11위로 130만 유로를 받았다.
반면 프로야구를 보면 2022년 미국 메이저리그(MBL) 최고 연봉 선수는 뉴욕 메츠의 투수 맥스 슈어저로 4300만 달러였는데, 감독 연봉은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650만 달러(추정)를 받았다고 한다. 최고 감독 연봉은 최고선수의 1/7수준이다. 또 미국 프로농구에서 2023년 NBA 선수 최고 연봉은 스테판 커리로 5200만 달러라고 한다. 감독 최고연봉은 스티브 커로 950만 달러다. 1/6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런 차이가 각 종목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단순 관리자의 역할이냐, 실제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사람인가에 따라 연봉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축구감독 중에서 연봉을 제일 많이 받는 감독은 전북 현대의 단 페트레스쿠 감독으로 15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HD의 홍명보 감독은 10억 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로 이적하는 김기동 감독에게 국내 최고대우를 약속했다고 하니 그 정도 또는 그 이상일 것이다. 중국에서 국내보다 더 많이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했다.
참고로 2023년 기준으로 국내 선수 최고연봉은 전북의 김진수가 15억 원이고, 외국인선수로는 인천Utd 제르소가 17억 원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감독의 최고 연봉은 선수 최고 연봉과 버금간다.
사실 올해 경기를 보면 그 정도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감독들의 활약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 시즌 화두가 감독이었던 것이다. 가격대비 성능으로 따진다면 이정효 감독이 최고였고, 김기동 감독이 그 다음이라 할 것이다.
감독만 찾는 풍토, 축구 발전에 안좋을 수도
올 한해 K리그에서 감독 놀음이 부각됐다는 것에 한편으로는 매우 고무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또다른 편으로는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이정효 감독 같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혹시 구단에서 선수에 대한 투자 없이 감독 ‘빨’로 팀을 운영하려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축구발전에 정말 최악의 상황이 된다.
프로 경기는 가끔 그 투자만큼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올해 전북이 딱 그런 예다. 그러나 전북은 최고 투자팀으로서 2009년부터 2023년까지 15년 동안 우승을 9차례나 한 최고의 명문팀이다. 올해 죽을 쒔지만 내년에도 역시 지금까지 그랬듯이 다시 2강으로 꼽힐 것이다. 전북과 울산 예로 보듯이 프로구단은 대부분 투자만큼 결과를 얻는다. 유럽축구가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은 인기 있는 스포츠라 시장 규모가 큰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투자를 한 만큼 성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 K리그에서 감독능력이 부각된 것은 어찌보면 우리 축구에 투자가 없는 탓이다. 선수 능력의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감독 능력이 크게 부각된 것 뿐이다. 연봉 2억원 선수와 연봉 20억원인 선수는 그 값만큼 능력차이가 있다. 축구가 팀플레이다 보니 최고 몸값의 선수라도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톱 플레이어의 능력을 어떻게 최적화시킬 것인가는 감독의 몫이다. 그러나 좋은 선수 없이 감독빨로 좋은 성적을 얻기를 바라는 것은 일종의 도둑 심보다.
축구에서는 축구팀을 관리하는, 소위 프런트와 선수 그리고 감독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이런 것을 잘 못하는 팀이 서울이었다. 프런트 입김이 세, 감독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소문도 없지 않다. 그런 서울이 김기동 감독을 스카우트했다. 과연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감독이 있다. 작년 상무를 떠난 김태완(1971년생) 감독이다. 이제 K리그 2 천안시티FC감독으로 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02년 상무 트레이너로 시작해서 2017년 상무 감독으로 취임했고, 2022년 상무 감독으로 퇴임할 때까지 상무에서만 있었던 사람이다. 상무라는 팀 특성상 매년 선수 반이 바뀌는 가운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 것을 보면 김 감독 역시 선수 보는 눈이나, 단기간에 조직력을 키우는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올해 K리그-2에서 최하위를 한 천안을 어떻게 반등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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