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용
교사·에세이스트
송광용 에세이스트는 청주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낮엔 초등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마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에세이, 소설,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서로 산문집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이 있다. 밤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이야기를 건네듯, 소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다.
송광용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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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장편소설 ‘아웃렛’의 송광용
궁금한 적 없나요? 여러분의 고양이가 내 품을 떠난다면, 어디서 무얼 할지? 장편소설 <아웃렛>(출판사: 나무옆의자)은 불의의 사고로 집고양이에서 길고양이가 된 고양이의 이야기입니다. 낯선 아웃렛 주차장에 자리를 잡은 고양이는, 이제 불리지 못할 원래 이름을 버리고 ‘아웃렛’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습니다. 아웃렛 주차장에서 생존을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던 아웃렛은, 밤마다 자신의 옛 기억을 떠올리며 여러 존재와 관계에 대해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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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토론’수업을 통해 변하는 아이들
10월의 어느 날, 5학년인 우리 학급의 학부모 공개수업 풍경. 이제 막 토론이 시작될 참이다. 아이들은 저마다 준비한 자료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마른침을 꼴깍 삼킨다. 찬성과 반대 편이 마주 보고, 앞엔 사회자가 앉아 있다. 판정단 다섯 사람이 교실 뒤에서 토론자들을 주시하고 있다. 판정단의 뒤편엔 학부모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긴장 속에서 토론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날카로운 논증에 감탄이 나오기도 하고, 엉뚱한 반응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치열한 토론이 끝나고 판정단이 토론의 승패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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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롱테이크’를 회복하는 여행의 시간
여행의 가치는 무엇인가. 난 오랫동안 알랭 드 보통의 통찰을 좋아했다. 여행지에서는 익숙한 나를 벗어던지고, 잠시나마 낯설고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다. 내성적이고 조심스러운 나는, 여행지에서 대범하고 솔직한 사람으로 지낼 수 있다. 원래 나를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짧게나마 묵은 나를 걷어내고 새 모습으로 지내다오면, 삶이 조금은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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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교육부 장관님, 뭣이 중한지요?
새로운 지식, 미래 먹거리, 첨단 기술 같은 것들로 학교를 새 단장하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다. 그 중 어떤 것은 성공하고, 어떤 것은 사라졌다. 몇 년 전에 4차 산업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며 학교마다 들여놓은 3D프린트 기기는 지금 학교에서 거의 사라졌다. 암 유발 물질을 내뿜는다는 뉴스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그거 몇 대 놓으면서 외쳤던 구호들은 지금 생각하면 민망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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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요?
우리에겐, 사람은 성장하고 변화한다는 강력한 믿음이 있다. 이는 수많은 문학 작품들이 보여주는 내용이다. 소설과 동화는 일정한 패턴에 따라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욕망이나 소망을 가진 등장인물은 거부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등장인물은 갈등에 휩싸이고, 그 갈등을 뚫고 나오는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거나 삶의 태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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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표현하지 못한 마음이 있나요
항간에 많이 떠도는 조언 중에, 사랑한다면 바로 지금 마음을 표현하라는 얘기가 있다. 평소에 사랑을 표현하지 않고 마음을 숨겨두다가 갑작스런 일로 영영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게 된 숱한 사례와 이야기들이 부표처럼 우리 주변을 떠돈다.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야 가슴을 치는 자식의 이야기, 사랑인지 우정인지 확신하지 못하다가 상대가 떠나고 나서야 사랑인 걸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이야기, 선의를 표현할 타이밍을 놓쳐 자책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이 주변에 많은 걸 보면, 나만 우유부단하고 실천력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표현하지 못하고 끝내 마음의 바다에 가라앉게 된 감정의 사연을 몇 개씩은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린이날 즈음이 되면, 유독 몇몇 어린이들이 마음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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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놀라워라, 나무의 소통
어릴 적, 4월은 나무의 달이었다. 공휴일이었던 식목일이 위풍당당하게 붉은 완장을 차고 있었고, 붉은 황토가 드러난 산에 수백 그루의 묘목을 심는 장면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어린 마음에도 나무의 영토를 늘리는 일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업적 중 하나로 여겨졌었다. 요즘 식목일은 예전과 같은 기세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에 더 중요하고 복잡한 일들이 많아서 그럴 수도, 공휴일이라는 붉은 완장이 사라져서일 수도 있다. 예전에 비해 우리는 확실히 나무를 생각하는 마음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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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선거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총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선거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3월 초엔 매년 학교에서도 선거가 진행된다. 학교도 선거 시즌이 되면 들썩거린다. 얼마 전, 초등학교 3학년인 첫째 딸이 반장 선거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딸은 올해 새로운 학교로 전입했다. 이제 전학한 지 일주일 남짓 지났을 뿐이었다. 딸의 목표는 분명했다. 체육부장이 되는 것이라고. 아내와 나는 내심, ‘인지도도, 친한 친구들도 없는데 그게 될까’하는 걱정도 되고, 한편으론 스스로 도전하는 게 기특하기도 했다. 우린 혹시 아이가 실망을 할까 봐, 표를 못 받아도 도전하는 마음만으로 대단한 거라고 응원을 가장해 포석을 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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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론니니스와 솔리튜드는 이렇게 다르단다
아이와 종종 어린이 도서관에 간다. 아이가 책을 읽을 동안, 나도 가져간 책을 읽는다. 가끔은 그곳에서 읽을거리를 찾기도 하는데 어린이 도서관이라 사방에 동화책과 그림책 뿐이다. 노르웨이의 그림책 작가 마리 칸스타 욘센의 그림책 <안녕>은 그렇게 읽을거리를 찾다가 만났다. 이 책은 2017년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이 그림책은, 단 한 줄의 글도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풍부한 이야기를 전하고, 감동을 주는데 그림 만으로 충분하다는 점이 이 책의 놀라운 점이다. 인물의 모습, 생생한 표정을 통해 주인공 소녀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진한 여운이 남는 이유는,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 철학적인 통찰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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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복수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
최근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녀주연상을 비롯해 8관왕을 차지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은 한국계 감독과 배우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안 풀려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한 남자와 삶이 불만족스러운 한 여자가 난폭 운전 사건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시비는 복수와 앙갚음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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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승부욕의 화신’을 떠올리며
한해를 돌아보는 시기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몸담은 여러 분야에서 시상식 하듯, 영광과 고난을 떠올려보기도 할 것이다. 사실 한해를 정리하고 결산한다고 하면 거창한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아, 이건 좀 힘들었지”하며 넋두리를 늘어놓거나, “이땐 좀 괜찮았어”하는 자화자찬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넋두리나 자화자찬이 없으면 또 허전한 게 연말이니, 그런 의미로 소소한 연말 결산을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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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는 왜 이야기를 좋아할까
어릴 적부터 아이들을 목욕시키는 일은 아빠인 내 몫이었다. 아기 목욕은 물리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아기 때는 아이들을 내 다리 위에 눕히고서 머리를 한 손으로 받쳐 들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기곤 했다. 그러고 나면 팔이 욱신거렸다. 아이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되고, 샤워기 아래에서 가만히 서서 기다릴 줄 알게 되면서 한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드는 수고는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다른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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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당신의 정의는 어떤 모양인가요
SBS Plus의 연애 매칭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즐겨본다. 짝을 찾기 위해 나온 남녀가 한정된 기간과 공간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출연자들의 감정이 고조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즐겁다. 이 프로그램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프로그램 속 인물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저 상황에서 난 무슨 말이나 행동을 할까’를 고민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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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수학여행이 취소됐대요!
지난주 어느 날, 점심시간에 6학년 아이들이 교무실과 교장실 앞에 무리 지어 웅성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다가갔더니,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수학여행이 취소됐대요!” 어떤 아이들은 믿기 싫다는 듯 마주치는 선생님들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직 가정통신문이 나가기 전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디서 그 소식을 들었는지 답답한 마음에 점심을 먹고 교장실 앞에 몰려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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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한 젊은 초등교사의 죽음에 부치는 글
한 젊은 초등교사의 죽음에 전국의 교사들이 한마음으로 애도하고, 참담해하고, 분노하고 있다. 나는 애도한다.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웃으며, 아이들의 삶에 작은 희망이나마 주고자 했던 새내기 교사의 오랜 꿈이 이렇게 일찍 무너졌기에. 그 선택을 하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를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다. 나는 참담하다. 그에게 일어났던 일이 새로운 일이 아니어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직접 겪기도, 주변에서 보기도, 듣기도 한 일이어서. 누군가는 지금도 그런 일을 겪고 있기에, 그건 나의 일이고, 우리의 일이다. 나와 다른 교사들이 그 굴레에서 쉽게 놓여나지 못할 것 같아서 한숨을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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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질투나 투쟁으로 얻을 수 없는 것
수민이는 씩씩대며 내게 오곤 했다. 화가 많이 났다. 아이는 내가 묻기도 전에 감정을 토로했다. 주은이가 체육 시간 마치고 교실로 같이 오기로 해 놓고 혼자 갔어요! 마침 주은이가 다른 친구와 교실로 들어오자, 수민이는 주은이를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선생인 나의 제지도 소용없었다. 그 흥분과 분노는 4학년의 수준을 감안하고도 가끔은 이해 불가였다. 수민이와 난, 자주 벌어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대화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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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다시 생각해 보는 ‘어린이’의 탄생
미야모토 테루의 소설집 <오천 번의 생사>에 수록된 단편 「힘」에는 이제 막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이가 등장한다. 입학 사흘째부터 아이는 홀로 등교한다. 소설은 아이가 홀로 첫 등교를 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아이는 버스에서 부주의해서 호통을 듣기도 하고, 길을 가다가 멈춰 서서 도시락을 떨어뜨린 사람을 관찰하기도 하고, 담배꽁초 줍는 노인을 피해 엉뚱한 골목으로 들어서기도 한다. 상급생을 따라가다가, 술에 취해서 쓰러진 남자를 만나기도 한다. 아이는 이리저리 기웃거린 끝에 겨우 학교에 도착한다. 그렇게 아이가 홀로 등교하는 이야기가 소설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즈음, 마지막 부분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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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슬픈 이야기가 우리를 위로하는 아이러니
휴일에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가곤 한다. 쾌적하게 정비된 어린이 서가엔 어린이 책이 가득하고, 넓은 책상과 소파가 있다.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제 집인 것처럼 편하게 돌아다닌다. 일곱 살 둘째는 그림책을 골라 보지만, 아홉 살 첫째는 만화책을 주로 읽는다. 난 좋은 책을 좀 읽혀야 한다는 의무감에 그림과 글이 적절히 조화된 책을 몇 권 골라서 아이들 앞에 가만히 놓아둔다. “재미있는 책들 같은데 한 번 봐~”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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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놀이터 강국’이 될 순 없을까
“오늘도 산책을 나가자.” 그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곤 했다. 작년에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맡으면서 학급 경영의 큰 기둥 몇 가지를 세웠었다. 그 중 하나가, “여건이 된다면 매일 아이들에게 바깥 공기를 마시며 놀게 하자”는 것이었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까지 그 계획을 꽤 성실하게 지켰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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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왜 AI 상담사를 더 편하게 느끼게 될까
가까운 미래, 한 여자가 건강 상담을 받고 있다. 의사로 보이는 상담자는 그녀에게 ‘암’이 많이 전이됐다며 정신을 인공 몸으로 옮길 것을 권한다. 상담자는 주저하는 여자에게 명료하게 몇 가지 선택지를 알려준다. 상담이 끝나고 여자가 나가자, 상반신만 있는 인공지능 로봇 상담자는 OFF된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 <정이>의 한 장면이다. 인공지능 로봇에게 상담을 받는 주인공은 상담로봇을 사람처럼 대한다. 그 인공지능 의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의학적 권위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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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새해, 나의 중년 해방일지
탈모약을 복용하면서, 내 몸이 비로소 중년의 시기로 접어들었음을 받아들였다. 탈모약이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중년의 시기에는 새로운 걸 획득하는 것보다 원래 가진 것을 지키는데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쉽게 말해서 몸은 어느 시기부터 밑 빠진 독이 된다. 나라는 장독은 계속 물을 머금어야 살아갈 수 있는데, 바가지로 새로운 물을 퍼 넣는 일만큼이나 아래쪽에 생긴 구멍을 메우는 일도 중요해진다. 구멍 하나를 메우면 새로운 구멍이 생겨난다. 나이가 들수록 구멍이 많아지고, 퍼 담는 물의 양에 비해 물을 머금는 효율은 떨어진다. 지금 할 일은 구멍이 하나라도 덜 생기도록, 천천히 생기도록 관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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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남자아이의 성장을 도우려면
남성과 여성을 경계 짓는 것처럼 보이는 시도가 비판을 받는 시대다. 그런 분위기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갖는 생리적인 차이, 성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교육하는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남자아이답게’, ‘여자아이답게’ 라는 구호를 지우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생리적 특성, 발달 과정, 성장 프로세서의 차이도 지워버린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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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그대, 부캐를 가졌나요
전에 뜻밖의 감동을 받은 신문 기사가 있었다. 야구 소식이었다. 일본의 야구 전설 스즈키 이치로가 동네 야구팀을 만들어 여고생 팀과 경기를 하는데, 투수로 출전해서 팔이 아픈 듯 주무르면서까지 완투했고, 16대 0으로 완봉했다는 기사였다. 은퇴한 스타 야구 선수가 여고생 선수들을 상대로 그렇게까지 할 일일까 하는 얘기가 나올 법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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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제주 해녀, 고단한 삶에서 지킨 위엄
이번 여름 제주 여행에서 아쿠아플래닛을 갔다. 아이와 동행한 여행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가는 코스가 수족관이다. 그곳에서 필자가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장면은, 해녀의 물질 재현이었다. 그것은 제주의 수족관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공연이었다. 물질이 시작되기 전에 해녀의 역사와 현직 해녀의 인터뷰 영상이 나온다. 바다라는 환경에 순응하며 끈질기게 꾸려온 한 생애에 대한 존경이 절로 느껴졌다. 해녀가 등장하여 산소통도 없이 수 미터 아래로 잠수하여 그들의 쌀이 되고 옷이 될 것들을 채취하여 올라가는 장면에선 뭉클함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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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공감 지상주의는 위험해요
누군가와 온전한 공감을 주고받았다고 느낄 때, 그 순간은 마법처럼 우리들을 둘러싼다. 우리는 마음의 손을 잡고 여름 밤하늘을 비행한다. 우리 주변에 얇은막이 생겨 세상의 추위는 감히 범접하지 못한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내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다. 그 외의 사람들은 필요 없다. 우린 서로의 편이 되어 세상의 소외로부터, 공격으로부터, 질시와 푸대접으로부터 지켜줄 것이다. 공감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늘 그립고 우리가 갈망하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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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만 5세를 초등학교로? 학제 개편,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학제 개편 예고로 시끌시끌하다. 여론은 반대 의견이 압도적이다. 이런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부 장관은, 일선 교육청과 논의 과정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런 과정은 없었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이런 중요한 사안을 최소한의 의견 수렴이나 논의 과정 없이, 대통령 의견만 듣고 툭 던져 놓은 것이다. 뒤에서 밝힐 테지만, 대통령의 교육관도 문제지만, 교육적인 관점이나 고찰 없이 교육계의 혼란을 야기하는 교육부의 모습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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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MBTI로 진짜 그 사람을 알 수 있나요
여기 한 취업 준비생이 있다. 그는 이력서를 작성하다가, 이력서를 넣을 업체의 채용공고를 확인한다. 채용 공고엔 MBTI 검사지도 함께 제출하라는 문구가 있다. 함께 사는 친구가 다가와서 그에게 말한다. “넌 분명 INFP일 거야. 생각만 하고, 실행은 안 하는 성향. 고독하고 아싸인. 그런 성향은 회사에서 뽑아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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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파격의 아이콘을 소개합니다
사회 지도층 자제의 부모 찬스를 통한 스펙 쌓기 뉴스는 이제 새로운 뉴스거리도 아니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처럼 잊을 만하면 들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4월 말에 진행되었던 새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 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그 의혹은 일었고, 주요한 검증 거리가 되었다. 부모 찬스, 특권 등의 키워드가 뉴스에 오르내릴 때마다 난 오히려 그 반대편에 섰던 한 사람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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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소설은 실용적인가요?” 라고 물어온다면
애플 TV 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의 첫 번째 시즌이 종영했다. 한인 이민자 4대를 그린 이 드라마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고, 나 역시 1900년에서 1989년을 오가는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파친코>를 본 서양인들은, 이런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 몇 년 간 배운 한국과 일본의 역사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왜 그렇게 껄끄러운지 이제 이해가 된다.” 많은 서양인들은 역사적인 지식만으로 공감할 수 없었던 한국인의 정서를, 이야기를 통해 공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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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나의 오랜 벗 ‘자기기만’을 소개합니다
만약 여러분에게 누군가가 “당신이 하는 대부분의 말과 행동은 자기기만에 가깝습니다”라고 말한다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무고한 시민인데 마피아라고 지목을 받은 사람처럼 부들부들 떨며 이렇게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근거로, 내가 지금 거짓말쟁이라는 거야?” 연초에 난, 우리가 가치 있다고 여기는 많은 말과 행동이 자기기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책을 읽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샹커 베단텀과 빌 메슬러가 쓴 <착각의 쓸모>가 바로 그 책이다. 그 책을 읽다 보면 세상은 온통 거짓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책엔 이런 주장들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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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아이가 원래...” 항상 그런 아이는 없다
예전에, 학기 중 어떤 여학생 아버지로부터 상담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학부모 상담 기간엔 아이 어머니와 상담을 했었다. 학기 중간에 따로 상담 요청한다는 건, 주제와 목적이 뚜렷한 경우가 많다. 뭔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얘기. 아이의 아버진 할 말을 잔뜩 머금었지만 먼저 확인할 것이 있다는 듯, 아이의 3학년 학교생활이 어떤지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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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아이의 ‘진짜 필요’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만남은 늘 어느 정도의 설렘과 불안을 동반한다. 교사는 2월에 그 양가적인 감정 사이를 오가며 새 학기를 준비한다. 이제 익숙한 학생들, 동료들, 업무, 교실. 한 해 동안 쌓아왔던 많은 것들이 어김없이 리셋되고, 다시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교사 경력이 몇 년 되지 않았던, 어느 해의 2월은 불안 쪽으로 감정의 저울이 기울어 버렸었다. 새로 만날 어떤 아이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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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거기에 ‘숨겨진 우정’이 있었다
초등학교 학기중에 아이들과 매일 글쓰기를 했다. 아침마다 칠판 한 구석에 그 날 주제를 쓴다. 그 날의 글쓰기 주제는 “누군가를 소개하기”였다. 소개하고 싶은 사람을 정해서 다른 사람이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도록 글로 소개해보라고 했다. 난 아이들에게 한 가지 당부했다. 누굴 소개해도 상관없는데, 자기가 잘 아는 사람을 하라고 했다. 평소에 가까운 사람이면 좋겠다고. 이런 단서를 붙이지 않으면, 아이들은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유명인에 대해 겉핥기식으로 묘사하거나, 심지어 만화 속 인물을 고르기도 한다. 역시나, 한 녀석이 손을 번쩍 든다. “OOO에 대해 소개해도 될까요?” 자기가 자주 보는 게임 유튜버란다. 끙, 할 말은 많지만 간단하게 답한다. “좀 전에 선생님이 말했듯이 가깝고 잘 아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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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어느 크리스마스의 추억(Blue Christmas story)
고 2때 맞이한 크리스마스이브, 나는 교회의 크리스마스이브 행사에 갔다. 저녁 8시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최고조가 되는 시간이었다. 그 시간, 고등부 아이들은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교회로 모여들었다. 고등부 친구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는 일이 행사의 첫 순서였다. 제목이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는 애들이 무대 위에 있는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연극 다음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이어질 것이었다. 고등부 친구들은 교회에서 쭉 시간을 보내다가 밤을 지새우곤 새벽 송을 나갈 계획이었다. 나와 내 절친 ‘장’은 교회에서 아웃사이더였고, 우린 둘 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더 특별한 뭔가가 있길 바랐다. 그래서 우린, 연극을 보고나서 큰 고민 없이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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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당신의 티셔츠는 안녕 한가요
[송광용 교사·에세이스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좋아한 티셔츠가 어찌나 많았던지, ‘내가 사랑한 티셔츠’라는 부재를 단 <무라카미 T>라는 산문집을 내기도 했다. 수집한 티셔츠들을 서너 벌씩 주제별로 묶어, 어떻게 그 티셔츠를 얻게 됐는지, 티셔츠에 어떤 이야기가 얽혀 있는지를 쓴 신변잡기식의 글들이 담겨있다. 하루키처럼 방대하게 티셔츠를 수집하진 못했지만, 많은 티셔츠들이 내 몸을 거쳐 갔다. 한때 열렬하게 좋아해서 목이 늘어날 때까지 입었던 것도 있고, 빨래를 잘못해 줄어들어서 똑같은 걸 찾으려고 애썼던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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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송광용 에세이스트] 몸의 우아함 나와 거리가 멀어보이던 것들이 현실이 될 때가 있다. 최근에 두 가지가 그렇게 됐다. 하나는 걷기고, 또 하나는 스터디카페다. 집 주변의 산책로를 전투적으로 걷는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줄 몰랐다. 아이들과 산책을 할 때마다, 바람막이를 입고 두 팔을 용맹하게 흔들며 지나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들을 보며, 무슨 사명을 받았길래, 저렇게 온 몸으로 바람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