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진짜 그 사람을 알 수 있나요

[송광용의 밤마다 카페테라스] 요즘 유행하는 MBTI에 대한 단상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어떤 MBTI가 사회생활에 유리한지, 회사에서 인정받는지 등의 얘기가 떠도는 세태에 대해, 우리나라는 MBTI 성격 검사에서도 유형들의 우열을 매기고 줄 세우기를 한다며 씁쓸한 인터넷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어떤 MBTI가 사회생활에 유리한지, 회사에서 인정받는지 등의 얘기가 떠도는 세태에 대해, 우리나라는 MBTI 성격 검사에서도 유형들의 우열을 매기고 줄 세우기를 한다며 씁쓸한 인터넷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여기 한 취업 준비생이 있다. 그는 이력서를 작성하다가, 이력서를 넣을 업체의 채용공고를 확인한다. 채용 공고엔 MBTI 검사지도 함께 제출하라는 문구가 있다. 함께 사는 친구가 다가와서 그에게 말한다.

“넌 분명 INFP일 거야. 생각만 하고, 실행은 안 하는 성향. 고독하고 아싸인. 그런 성향은 회사에서 뽑아주지 않아.”

취준생은 바로 인터넷으로 MBTI 검사를 한다. 역시나 INFP. 친구는 그에게 말한다. “넌 지금부터 에티제(ESTJ)가 되어야 해. 너랑 완전 반대되는 성향이지만, 월 소득 높고 리더십 쩌는 형님들이 그 성향이 많아. 너 사상을 완전히 바꿔서 에티제로 가자.”

장면은 바뀌어서 취준생이 이력서를 넣은 업체. 인사 담당자가 직원에게 에티제가 몇 명 지원했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세상에 I가 너무 많아졌다고 투덜거린다.

앞의 내용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유튜브 채널의 영상 내용을 재구성한 것이다. 이 영상은 요즘 MBTI 성격 유형 검사(이하 MBTI)에 과몰입하는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상 내용은 재미를 위해서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요즘 많은 사람들이 MBTI에 과몰입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어느 모임엘 가든 MBTI 얘기는 빠지지 않고 나오곤 한다. 어떤 사람이 한 모임에 갔는데, MBTI 얘기를 하다가 “와, 월 소득이 높은 유형이네요. 부러워요” 하는 얘길 듣고 헛웃음이 나왔다는 에피소드를 말하기도 했다.

많은 유튜브 방송에선 MBTI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고, 앞서 말한 영상 내용처럼 실제로 몇몇 업체에서 MBTI 검사 결과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MBTI 검사를 기반으로 하는 성격 테스트, 취향 테스트 등이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며, 자신은 이런 사람이라는 걸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어 한다.

한 맥주 회사는 맥주 캔 표면에 I/E(내향/외향), N/S(직관/감각), F/T(감정/사고), P/J(인식/판단) 등 MBTI의 8가지 요소를 표기하고 그 분류 기준에 어울리는 문구를 적어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다른 제품군에서도 MBTI 마케팅이 적용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한 데이팅 앱에서는 MBTI 검사 결과를 연애 유형으로 연결 지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렇게 요즘 MBTI가 전 방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맥주와 지에스(GS)25 편의점이 손잡고 선보인 맥주 ‘맥BTI’가 출시 2주만에 42만캔 팔려나가는 히트상품반열에 올랐다.
제주맥주와 지에스(GS)25 편의점이 손잡고 선보인 맥주 ‘맥BTI’가 출시 2주만에 42만캔 팔려나가는 히트상품반열에 올랐다.

MBTI 성격 유형 검사는 왜 유행할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MBTI 성격 유형검사에는 4가지 분류 기준이 있다.
1)외향/내향(E/I) :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
2)감각/직관(S/N) : 정보 수집을 포함한 인식의 기능
3)사고/감정(T/F) :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리는 부분 4)판단/인식(J/P) : 인식기능 및 판단 기능이 실생활에 적용되어 나타나는 생활양식

이 4가지 분류 기준을 조합해 16가지 성격 유형을 나타낸다. 16개의 모든 성격 유형마다 특징, 장점, 단점 등의 내용을 포함한 해설이 따라 붙는다. 사람들은 검사 결과지에 나온 자기 유형에 대한 해설을 읽으면서, “내가 이런 면이 있었지”, “그래 내가 이렇지!”, “이 부분은 좀 다르지만 비슷한 게 많네” 등등의 반응을 할 것이다.

이 MBTI를 하나의 놀이와 문화처럼 소비하고 있는 젊은 세대는 왜 MBTI에 몰입하는 걸까. 필자는 가장 큰 이유로 MBTI가 즉각적인 ‘자기표현 도구’로 유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군가와 관계를 맺거나, 사회로 나아갈 때, 늘 자신에 대해 설명하고 표현할 부담을 갖게 된다.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세대는 자기 자신을 구구절절 설명하고 드러내기보다,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을 제시하는 걸 선호한다. 바로 MBTI 유형 같은 것 말이다. ‘난 어떨 때 어떤 판단과 선택을 하고, 어떤 걸 선호하며, 장점은 어떻고 단점은 어떻고…’ 이런 구구절절한 말들보다, “나 ‘엔팁(ENTP)’이야”라고 한 마디로 제시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간지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리고 싶은 건 누구나가 갖고 있는 욕망이 아닐까. 자신의 MBTI 결과를 SNS에 올리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그건 아마, 누군가 자신을 좀 알아줬으면 하는 심리의 작용일 것이다. ‘당신은 알지 못하겠지만, 내 성격은 실은 이런 면도 있고, 이런 면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걸지도. 누구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그런 점에서 MBTI는 그런 욕구를 꽤 우아하게 충족시키는 도구다.

MBTI는 자기표현 도구로 활용될 뿐 아니라, 안전한 대화 소재로도 기능한다. 여기서 ‘안전한’이라는 말은 많은 이들이 쉽게 공감하고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함의를 갖는다. MBTI를 말하는 순간, 너와 나, 우리 그리고 사람으로 확장되는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 필자는 대학 신입생 시절, 소개팅을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만난 여학생과 처음 만나서 거의 30분 동안, 어느 학교 나왔어? 누구 알아? 어디 동네야? 누구 알아? 이런 대화만 이어갔던 것 같다. 공감할 수 있는 대화 소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었다. 그때 MBTI가 유행했다면, ‘난 인프제야, 넌 뭐야? 난 엔팁인데. 인프제와 엔팁은…‘하며 좀 더 공감대를 찾기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MBTI, 사람 판단에 불성실한 시도 될지도

MBTI가 횡횡하는 시대지만, 사람을 어떤 유형으로 묶어 판단하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한다. 예를 들어, 무척 밝고 텐션이 높은 사람을 만나서 기분 좋게 대화를 끝낸 후, “아, 나 저런 유형의 사람을 알아!” 하며, 우리는 그를 ‘긍정적 분위기 메이커’라는 카테고리에 분류했다. 지내다보니, 그는 불평불만을 말할 때도 텐션이 높았고 그 때문에 자주 분위기를 해치곤 했다. 우리는 그를 ‘분위기 망치는 투덜이’ 카테고리에 재분류해야 할까. 그것보다는, 애초에 누군가를 어떤 유형으로 판단하려는 손쉬운 시도를 멈추는 편이 낫다.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의 한 장면.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의 한 장면. 사람을 알아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사람들은 혈액형 성격 분류를 소재 삼아 꽤 흥미로운 수다를 떨 수 있고, MBTI 성격 유형 검사를 즐겨 말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런 유형화는 즐거운 대화 소재 정도에 불과하단 걸 깨닫는다. 사람의 복잡다단한 개별성을 파악하는 데는 꽤나 시간이 걸린다. 실제 관계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귀납법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이지, 어떤 유형을 정해두고 접근하는 타겟 게임이 아니다. 결국, 귀납법적 노력의 고단함이 ‘유형화’의 욕망을 불러왔고, 이는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손쉽게 사람을 파악하거나 자신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서 필자처럼 INFJ(인프제) 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와, 이 세상엔 얼마나 다양한 인프제들이 존재하는가!”하는 생각을 한다. 쉽게 말해 세상에 인프제가 백만 명쯤 있다면, 백만 개 유형의 인프제가 있는 셈이다. 어느 MBTI 프로세서는, 나와 잘 맞는 유형으로 ENTP와 ENFP를 제시하기도 했다. 살면서 깨닫는 것은, 좋은 사람은 누구와도 잘 맞고, 모두가 그 사람과 가까워지려고 한다는 것이다. MBTI는 흥미로운 도구이긴 하지만, 어느 선까지 활용하고 소비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당신의 세상은 16개 호실만 있는 아파트처럼 쪼그라들지도 모를 일이다.

글쓴이

송광용 교사·에세이스트

송광용 에세이스트는 청주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낮엔 초등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마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에세이, 소설,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서로 산문집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이 있다. 밤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이야기를 건네듯, 소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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