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이 취소됐대요!
[송광용의 밤마다 카페테라스] “노란 버스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현장체험학습 가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 실행할 수 없다고 결론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주 어느 날, 점심시간에 6학년 아이들이 교무실과 교장실 앞에 무리 지어 웅성대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아이들에게 다가갔더니, 아이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선생님, 수학여행이 취소됐대요!”
어떤 아이들은 믿기 싫다는 듯 마주치는 선생님들에게 그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직 가정통신문이 나가기 전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디서 그 소식을 들었는지 답답한 마음에 점심을 먹고 교장실 앞에 몰려든 것이었다.
전날에 가을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 실시에 대한 부장 교사 회의가 있었다. 최근에 논란이 된 ‘노란버스법’ 문제 때문이었다. 회의에서, 노란 버스를 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전세 버스를 이용해서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것은 엄연한 불법 사항에 해당하므로 실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탁상행정의 결정판
이 일은,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에 따른 어린이의 이동을 ‘어린이의 통학’이라고 한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발단이었다. 이에 따라, 비상시적인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통수단도 어린이 통학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이용하던 일반적인 전세 버스로는 현장 체험 학습을 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법제처의 해석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 7월 교육부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엔 비정기적 운행 차량도 아동통학버스 신고 대상에 포함되며 이를 어길 시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문을 받은 교육부는 이를 시·도 교육청에 전달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어느 기관도 학교 현장의 혼란을 미리 생각해보려고 한 곳은 없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을 지휘하고 지원하는 교육부조차도 법제처가 작년 10월에 그런 법령 해석을 내고 10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법제처가 내린 해석을 다른 기관들은 기계적으로 전달했을 뿐이다.
학교에 지침이 전달되기까지 누구도, 전국에 등록된 노란 버스는 6955대로 수요의 14%에 불과하며, 그 버스들도 대부분 사립학교나 특수학교에 장기 계약된 차량이라 현장체험학습에 실질적으로 이용하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점을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지침은 곧, 현장체험학습 가지 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 걸 어떤 기관도, 누구도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학교 현장의 혼란과 체험학습 업체 및 운송, 여행 업계의 비상 상황이 현실이 됐다. 이렇게 여론이 악화하고 나서야 교육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통해, 노란버스법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일련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현실에 대한 조금의 고민도, 배려도 없는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다
설득되지 않는 대책
정부는, 노란버스법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미봉책을 내놓으면 학교 현장의 혼란이 수습되리라 예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구하기 힘든 노란 버스 대신 전세 버스로 현장체험학습을 간다면, 단속을 안 한다고 해도 위법은 위법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란 건 교사가 위법을 알면서도 하도록 등 떠미는 것에 불과했다.
교사들 사이엔 그간 겪어온 많은 일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실질적인 법적 보장 없이는, 어떤 약속과 장담도 교사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걸 말이다. 한 초등교사 커뮤니티에는 한 선생님이 지역 경찰청에 질의한 내용이 올라왔다.
“전세 버스 이용 중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신고 규정 미준수로 학교 측의 책임이 가중될 수 있는가?”
경찰청의 답변은, “가중된다”였다.
노란 버스법 단속을 유예한다고 해도, 안전사고가 발생시 규정을 미준수한 책임은 고스란히 학교나 교사가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교사들은 대부분, 현장체험학습을 인솔해서 갔다가 크고 작은 사건 사고를 겪었을 때 학부모의 민원을 받은 경험을 겪었거나 들어봤다. 중한 사건인 경우에, 교사들이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는 일도 어렵지 않게 접했다. 아무리 현장체험학습을 가기 전에 안전교육을 철저히 한다 해도,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사고다. 늘 교사들은 조마조마하며 아이들을 학교 바깥으로 인솔해 나간다.
상황이 이러한데,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단속을 유예하겠다는 미봉책을 발표해놓고,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침 앞에서 내 주변의 선생님들은 이렇게 한숨 쉬며 말한다. 더 이상 실질적인 보호 없이 교사의 사명감만을 요구하지 말라고.
묘한 기시감
학교 현장에 새로운 지침들이 내려올 때마다, 묘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많은 일들이 노란버스법 사태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 교육부가 급하게 어떤 정책을 내놓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면 학교에서 뒷수습하기 바쁜 과정 말이다. 이같은 문제가 일어나는 까닭은 현장의 소리를 듣고 현장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앞두고 교육부 장관은 교사를 겁박하고, 학교의 자율권을 짓누르는 태도를 보였다. 지금까지 교육부의 진행 방식이 그와 궤를 같이 해왔다. 소통과 이해가 빠진 상명하달식의 태도 말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국토부 규칙 개정을 통해 전세 버스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지만, 다시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미 버스와 현장체험학습 장소 예약은 취소했고, 현장체험학습 취소 안내를 했으며, 문화 예술 공연 및 체육 활동 등 교내 대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에 따른 예산 사용 계획을 세워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이해의 노력조차 없이 일을 추진한 탓에, 현장체험학습과 수학여행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실망으로 고개를 내젓고, 교사들은 같은 주제의 회의를 두 번 세 번, 원래 계획을 뒤엎고 일 처리를 두 번 세 번 하면서 힘 빠지고, 아이들의 실망이 안타까워서 고개를 내젓는다.
9월 4일 이후, 교육부 장관은 교사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현장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 15일에 교원단체, 교사노조와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 같은 행보가 교권 붕괴에 분노한 교사를 잠시 달래는 미봉책이 아니길 바란다. 약속이 꾸준히 지켜지길 바란다. 그 소통의 기회를 통해, 학교 현장을, 현실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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