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아이의 성장을 도우려면

[송광용의 밤마다 카페테라스] 왜 남자아이들은 밀치고 당기고 할까 ‘인정 욕구’ 강해...’따뜻한 어른’ 옆에 도움줘야 학교현장, 성별 차이 이해하는 교수법 고민중

미국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한 장면. 남자아이들에겐 남자아이들만의 생리적 특성과 성장 프로세서가 있다.
미국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의 한 장면. 남자아이들에겐 남자아이들만의 생리적 특성과 성장 프로세서가 있다.

남성과 여성을 경계 짓는 것처럼 보이는 시도가 비판을 받는 시대다. 그런 분위기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갖는 생리적인 차이, 성향의 특성을 무시한 채 교육하는 문제를 불러오기도 했다. ‘남자아이답게’, ‘여자아이답게’ 라는 구호를 지우면서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생리적 특성, 발달 과정, 성장 프로세서의 차이도 지워버린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대부분 동의하는, ‘차이는 존중하지만, 차별은 반대한다’는 명제에서 ‘차별의 반대’에 지나치게 방점이 찍힌 나머지, ‘존중해야 할 차이’를 잊어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다르다. 과학적으로 증명된 생물학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도할 필요가 있다. ‘성 평등’과 ‘차이를 고려하여 교육하는 일’을 구분하자.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 밖에 모든 곳에서, 양육자나 교육자가 갖는 ‘남자아이는 누구인지?’ 혹은 ‘여자아이는 누구인지?’에 대한 지식은, 아이들에게 적합한 성장의 방식을 제시하는 지혜의 토대가 될 것이다.

학교에서 남자아이를 관찰하면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교사들은 혹시 일어날 수 있는 안전사고의 위험이나 불필요한 시비를 막기 위해, 다른 친구의 몸엔 손을 대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말한다. 몸을 밀거나 당기는 장난은 위험할 수 있다고 숱하게 경고한다. 그런 말을 하고 돌아섰다가 다시 돌아봤을 때 교실 바닥에서 엉켜 레슬링 운동의 탄생을 짐작케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대개 남자아이다.

수업 때 선생님이 말하면 집중해서 보라고 한다. 수업에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만지지 말라고 한다. 그 말을 하는데 계속 연필 몇 자루를 양손에 들고 전투를 벌인다. 누구야, 하고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 그 내전은 계속된다. 내전을 좋아하고, 내 얘기 하는 건지 잘 모르는 존재, 대개 남자아이다.

남자아이가 서로 밀고 당기는 것 같은 신체 접촉을 하며 노는 이유는, 두뇌 구조상 그게 상대방과 유대감을 쌓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아이들이 더 긴 시간을 멍 때리는 상태로 지내는 것도, 목적의식이 없을 때 에너지를 쏟으려 하지 않는 정서적 특성 때문이다.

요즘 우리 2학년 아이들의 줄넘기 모습을 보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태도가 다르다는 걸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여자아이들은 한데 어울려 줄을 넘는 일을 즐긴다. 서로를 바라보고, 실수에 함께 웃고, 새로 배운 기술을 조금씩 섞어가며 즐긴다. 남자아이들은 좀 다른 모습이다. 남자아이들은 저마다 새로운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길 좋아한다. 이를테면, 다른 애들은 잘하지 못하는 2단 뛰기를 두 자릿수로 한다거나, 3단 뛰기에 도전한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우리 학급의 남자아이들이 줄넘기 중에 필자에게 요즘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새로운 성취에 관한 말들이다. “어제 처음으로 3단 뛰기에 성공했어요. 더 연습해서 3단 뛰기 두 개를 해내고 말 거예요.”

그들은 기존에 익힌 걸 즐기는 것보다, 다른 아이들이 동경하는 그 지점에 이르기 위해 애쓴다. 목표 지향적이다. 친구들 중 누구도 아직 성공하지 못한 3단 뛰기를 해낸다면, 그 아이는 큰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다른 아이들의 인정과 존중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성취하고, 목표를 이루어가고, 다른 아이들의 박수를 받는 게 남자아이들의 성장 방식이다. 물론 줄넘기의 성취에 별반 관심 없는 남자아이도 있다. 그 아이는 다른 영역 -종이접기나 로봇조립, 축구 등- 에서 인정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어른이 보기에, 쟤들 왜 저럴까? 할 정도로 위험한 미션을 차례로 하는 남자아이들의 행동이나, 누군가를 돌아가며 괴롭히며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다른 남자아이들에게 존중받고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동기에서 비롯된다.

남자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남자아이들의 타고난 충동엔 경쟁이나 목표, 힘과 용기, 재능의 과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남자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이다. 우리가 남자아이를 위해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안전한 환경 안에서 직접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해리포터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자신의 목적을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해나간다. 그곳은 규율과 도덕률이 있고, 해리포터의 울분과 재능을 표출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였다. 남자아이들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표출할 수 있는 호그와트 같은 곳이 필요하다.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해리포터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자신의 목적을 발견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성장해나간다. 그곳은 규율과 도덕률이 있고, 해리포터의 울분과 재능을 표출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였다. 남자아이들은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에너지를 긍정으로 표출할 수 있는 호그와트 같은 곳이 필요하다.

좋은 남자, 고귀한 성품의 가치를 아는 남자로 자라기 위해서는 부모를 비롯한 주변의 어른들의 개입이 필요하다. 여자아이는 보통 남자아이보다 두뇌에 언어와 감정 중추가 더 많다. 여자아이는 타인의 경험을 듣는 일로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고, 생리적으로 자신을 더 잘 들여다볼 수 있어서 스스로 내적 동기를 가지기 쉽다. 그렇지만 남자아이의 방식은 다르다. 동기 부여, 목적의식, 적절한 과제를 제시해줄 외부의 도움이 여자아이보다 더 필요하다.

신경 생물학과 뇌 과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성별 간 차이를 연구한 마이클 거리언은 <소년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 남자아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대화에서 얻을 수 없는 것들을 외적 관계, 그룹 활동, 논쟁, 역할 발달 등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남자아이들을 ‘선’, ‘고귀한 성품’ 그리고 ‘미덕’ 등을 가르쳐주는 종교 단체, 스포츠, 학교, 혹은 통과의례로 이끈다면, 이는 남자아이들이 감정을 표출할 안전한 장소, 좋은 기억을 만들 장소, 자신의 감각을 목적 지향적으로 사용할 장소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된다.” -마이클 거리언, <소년의 심리학> 중에서.

남자아이들의 성장과 건전한 목표 설정을 도우려면, 고귀한 가치를 배울 수 있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출할 수 있는 어떤 그룹 안에서 자연스레 활동하도록 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말이다. 동아리, 스포츠클럽, 종교 단체, 스카우트 등등이 그런 그룹이 되기도 한다.

남자아이에게 필요한 또 하나는, 따뜻한 권위를 가진 남자 어른의 존재다.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의 저자인 루신다 닐은 책에서, “아이는 한 사람의 ‘젊은 남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며 자신을 인정해주는 남자들 사이에서 되고 싶은 역할 모델을 선택한다”고 했다. 좋은 역할 모델이 없는 경우, 미숙한 형이나 또래 패거리의 나쁜 영향을 받기 쉽다.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해리포터는 덤블도어나 시리우스 블랙 같은 멘토를 만나며 성장해간다. MCU세계관의 젊은 영웅인 스파이더맨에게도 아이언맨이라는 따뜻한 권위자가 있다.
영화 ‘해리포터’의 한 장면. 해리포터는 덤블도어나 시리우스 블랙 같은 멘토를 만나며 성장해간다. MCU세계관의 젊은 영웅인 스파이더맨에게도 아이언맨이라는 따뜻한 권위자가 있다.

어릴 적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던 주인공이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라나자, 마음 한 구석이 고장 난 채 어른이 된 이야기를 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 요즘은 남자아이가 남자 어른과 접촉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버지가 있어도 아버지와 함께 하는 활동보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시간이 더 길다거나, 이혼 가정이 늘어나며 자연스레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따뜻한 권위를 가진 남자 어른의 존재가 꼭 아버지일 필요는 없다.

“영국의 탑 맨(Top Men)에서 실시한 아이기르기 관련 설문 분석에 따르면 천여 명의 10대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아버지나 아버지 역할을 하는 남자와의 관계가 아이의 자부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그들과 실제 함께 사는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루신다 닐, <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중에서.

<소년의 심리학>을 쓴 마이클 거리언은, 남자아이들에게 영향력 있고, 존중할 만하며, 자신을 보살펴 주는 따뜻한 권위가 시스템일 수도 있고, 사람들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 권위자는 남자아이의 목적의식을 상기시키고, 기술이나 재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인정하며, 남자아이가 가진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대화할 수 있는 존재다.

성별의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현장, 더 좁게는 교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보면 사회적 학습 이전에 남자와 여자로 타고난 특성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남자와 여자의 특성을 고려한 지도나 교육이 특별히 이루어지는 것 같진 않다. 여러 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이런 말을 많이 듣는다. “쟤 누나는 안 그랬는데, 쟤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앞에서 언급한 얘기들은 남자아이에게 필요한 수 많은 것 중 일부분이다. 남자아이뿐만 아니라, 여자아이를 기르는 양육자나 교육자도 여자아이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어른들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특성을 공부하고 적절한 지도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성별 차이를 이해하는 일을 통해, 아이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말 한마디, 피드백 하나가 달라질 수 있고, 그건 아이들의 정서를 곧고 풍부하게 성장시키는데 좋은 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쓴이

송광용 교사·에세이스트

송광용 에세이스트는 청주교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낮엔 초등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밤마다 카페에 앉아 글을 쓴다. 에세이, 소설, 동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저서로 산문집 <마음이 조금은 헐렁한 사람>이 있다. 밤의 카페테리아에서 만나 이야기를 건네듯, 소소하지만 울림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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