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디정
언어활동가
코디정은 오랫동안 경계를 넘나들며 수많은 텍스트를 읽고 편집하고 써왔다. 변리사로 경제활동하며(특허법인임앤정), 대학교에서 강의하기도 하고(숭실대학교 국제법무학과 겸임교수), 책을 편집하기도 하며(이소노미아 편집장), 유튜브를 운영하기도 한다(코디정의 지식채널). <생각과 표현을 보호하는 지식재산레슨>, <괘씸한 철학 번역> 등 아홉 권의 책을 저술했다.
코디정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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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현상이란 무엇인가
방금 먹은 양식은 분쇄, 운반, 분배, 흡수 과정을 거쳐 몸 안 37조 개의 세포에 공급되는 영양분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인체 안에 서식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수효가 인간 세포보다 더 많다고 하니, 한 사람의 몸은 얼마나 크길래 저 많은 존재가 있는 것일까? 그런데 이 작은 우주 안에는 훨씬 ‘작고 방대한’ 형용 모순의 우주가, 무려, 무수히 많고, 그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저 음식이라는 ‘형태 있는 것’을 원자 단위까지 추적하다 보면, 그것들은 미지의 심연에 빠져 영 알 수 없는 상태에 이른다. 그렇다면 ‘형태 없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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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칸트 철학, 표상이란 무엇인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라는 쇼펜하우어의 책은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교습소를 운영하면서 지식을 찾아 여행 중인 히치하이커들을 끌어들였다. 나는 땅에서 풀이 자라나고, 그 풀을 먹는 생명체가 사는 지구라는 곳에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자 목성인들은 형태를 고정해 놓고 사는 것보다 자욱하게 떠다니는 게 이롭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고정불변의 지식을 찾지, 기체가 된 존재에게 참된 지식이란 흘러가는 유체와 같다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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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너희가 컴퓨터를 아느냐, 아니면 철학을 아느냐
어렵게 생각하는 것도 습관이며, 습관이 질병을 낳는다.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텔레파시로 지식을 전하기 때문에 눈과 귀가 퇴화했다. 감각하지 않고도 지성만으로 대화할 수 있으므로, 나는 목성은 신이 사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목성의 신은 목성을 떠난 적이 없다. 목성 외의 세계를 알지 못한다. 그들은 센서를 이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센서를 상상할 수도 고안할 수도 없었고, 그러므로 컴퓨터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지 못했다. 신이 거주하는 그곳에는 기계가 없다.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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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블랙핑크의 붐바야
나는 이제부터 철학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기를 좋아했다. 표현은 생각보다 심했다. 더 어렵고 더 복잡하게 생각을 표현했다. 그들의 표현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그들에게 생각이란 있는 것일까 의심한 적이 있다. 난해와 복잡이 목성에 사는 사람들의 시민증이었다. 그들에게 앎이란 어려운 것이며 복잡한 것이다. 그곳에서는 쉽고 단순하고 명쾌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지식인을 자처했다. 그들에게 아름다운 문법이란 타인의 문장을 인용하면서 난해와 복잡을 치장하는 일이었다. 목성인들은 백 년을 넘게 공부한 다음 모두 기체가 되었다.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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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이상한 문과 논리와 똑똑한 이과 바보
지식을 잘 전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쓰는 게 좋을까? 나는 목성에 갔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말은 놀이 수단이지 대화의 도구는 아니었다. 그들의 언어를 제대로 된 문장으로 번역하면 도무지 의미가 전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말하고 토론까지 하는 모습이 기이하다 여기니, 실은 자신들은 텔레파시로 지식을 전한다고 말했다. 존재하는 무생물과 생물로부터도 텔레파시로 정보를 얻는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목성은 신이 사는 곳이냐고. 나는 이 이상한 행성을 헤매다 겨우 돌아왔다. 얼마 전의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