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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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봉 · 가톨릭대 교수저항하지 못한 삶, 저항한 삶, 부역한 삶
최근 배우 하영 씨의 발언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한쪽에서는 역사 인식의 문제를 지적하고, 다른 쪽에서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의 모든 행위를 오늘의 잣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나는 여기서 특정 배우의 발언 관련 갑론을박 논란 자체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광복절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논란을 보며 우리가 역사 앞에서 반드시 구별해야 할 세 가지 삶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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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길화 · 동국대 한류융합학술원장하우스보이 쑈리 킴과 KIM...한국인의 상흔들
송병수(宋炳洙, 1932~2009) 작가의 단편 〈쑈리 킴〉(1957, 《문학예술》)은 한국 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설이다. 6·25 직후 미군 부대를 배경으로, 생존을 위해 미군의 심부름을 하는 ‘하우스보이’를 하며 살아가는 어린 고아의 눈으로 바라본 현실이 가감 없이 드러나고 있다. 작가는 미군들이 키가 작은 한국 소년들을 부르던 은어 ‘쇼티(Shorty)’와 가장 흔한 성씨 ‘킴(Kim)’을 결합해, 본래의 이름을 빼앗긴 비극적 기호로서 ‘쑈리 킴’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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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 영화심리상담사영화 ‘호프’는 왜 ‘호불호의 극단’ 달릴까
영화 <호프>는 올해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받았고 외신에서 좋은 반응도 받았다. 매 작품마다 화제를 모았던 나홍진 감독이 <곡성>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영화이기도 해서 국내에서는 개봉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국내에서 개봉되자마자 예매율 1위를 달렸다.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호불호’가 극으로 갈렸다. 화제작에 대한 호불호는 특별한 반응이라고 할 수 없지만 <호프>는 그 격차가 너무 커서 오히려 관심을 더 끄는 특이한 현상까지 만들어냈다. SNS에서는 마치 이벤트라도 하듯이 <호프>에 대한 평이 잇달아 올라오고 호평 밑에 악성 댓글이 달리는 상황에서 <호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조심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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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 · 번역가구스타프 말러, ‘팜므 파탈’ 지치게 한 사랑
현대 낭만주의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는 보헤미아 태생의 후기 낭만파 작곡가이자, 지휘자다. 구스타프 말러와 ‘팜므 파탈’ 알마 말러의 사랑은 단순히 ‘예술가 부부’를 넘어, 서로에게 깊은 영감과 동시에 씻을 수 없는 불안과 상처를 주었던 ‘독성 강한 사랑’의 전형으로 회자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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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원 · 역학자‘관(官)’이 저무는 시대...나의 생존 전략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누는 이 짧은 인사에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직장의 이름과 직급을 곧 ‘나’라고 여겨 왔습니다. 튼튼한 조직에 들어가 정년까지 버티는 것,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성공적인 삶의 방정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평생직장’은 로망이 아닌 자신을 옥죄는 것이 되었고, 그 변화의 파도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경기 침체나 고용 형태의 변화만으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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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 작가 겸 문화마케터‘폭염의 골키퍼’ 도시 녹지를 키우자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녹색도시’를 목표로, 도시 숲 확장 및 보존, 서울숲 일부 운영, 정원학교 & G-브릿지 가드너, 비밀정원(Bee-meal, 꿀벌·나비 등 수분 매개 곤충을 위한 정원 조성) 프로젝트, 시민 대상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시 생태계와 시민 참여형 녹지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서울그린트러스트 사업 감사를 5년째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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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가“그래미 거부” BTS의 탈식민·문화독립 선언
“문화독립 선언” BTS의 쾌거 방탄소년단(BTS)이 2027년 열리는 제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정규 5집 《아리랑》을 출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문화적 탈식민을 외친 ‘독립 선언’이라 할 쾌거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구분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소감은,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음악을 재단하는 글로벌 시상식의 관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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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가뜨겁게 분노하고 빠르게 잊는 한국 사회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분노했다. 막대한 이익을 한국 시장에서 얻으면서도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고, 사고 이후의 대응에서도 충분한 책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SPC 계열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민들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생산과 이윤을 앞세우는 기업을 비판하며 불매운동에 나섰다. 최근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를 상대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응원 구호를 외쳤을 때도 전국적인 공분이 일었다. 어떻게 민주화운동의 희생을 경기장의 농담으로 소비할 수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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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가배재고가 배운 건 결국 ‘위기관리’였다
광주제일고가 배재고 야구부에 베푼 선처는 피해자가 보여준 ‘품격’이었다. 그러나 그 품격이 가해자의 책임을 줄여주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피해자는 용서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기관과 체육단체의 공적 책임까지 대신 면제할 권한도, 의무도 없다. 대한체육회의 징계 감경은 용서와 책임을 혼동함으로써 피해자의 관용을 가해자의 구제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하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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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택 ·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교수살리기·만들기 사업의 죽이기·없애기 효과
지도 학생 중에 K-POP 생태계의 인프라 구조와 지방 중소도시 거주 청소년 팬덤의 생태 적소(ecological niche) 찾기를 연구 주제로 삼은 대학원생이 있다. 그 학생이 <인프라스트럭처의 인류학>을 다루는 수업 중에 교통 기반 편차로 인한 ‘지방 중소도시에서 팬덤 하기’의 어려움에 관해 말하길래, 『무궁화호를 위하여』(하승우, 2026, 한티재)를 읽어 보도록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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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두현 · 교육플러스 기자
“2 더하기 2는 4다” 교사가 다시 거리로 나서는 이유
2017년 공개된 미국 단편영화 ‘대안 수학’(Alternative Math)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는 ‘2+2=4’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곤경에 빠진다. 시험지에 ‘2+2=22’라고 쓴 학생은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부모는 ‘22도 답이 될 수 있다’며 교사를 아이의 창의성과 정서를 억압한 사람으로 몰아간다. 결국 교사는 학생에게 정답을 강요해 정서적 상처를 줬다는 이유로 해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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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 작가 겸 문화마케터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보내는 세가지 제안
2026년 7월 1일부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하 통합특별시)의 새 출범은 한국 역사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단순히 그동안 소외되었던 전남 지역을 균형 발전의 구상으로 끌어들이는 수준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수도권, 영남 그리고 전남을 잇는 삼각대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그 효용은 균형 발전을 넘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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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수 · 미 케네쎄대 스포츠경영학 교수미국에선 돌팔매질하지 않는다
필자는 배재고등학교가 전통과 역사의 야구부가 있고, 필자의 학생 시절 인기 가수 박진영이 학생회장을 했던 학교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런 배재고 야구부가 5·18 비하 조롱 구호로 연일 미디어에 나오고, 이에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일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사건은 6월 29일 배재고와 광주제일고 간 야구 경기 도중 벤치의 배재고 선수들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라고 상대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롱 구호를 외쳤던 것이다. 해당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배재고에게 6개월 시합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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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주 · (전)5.18진상규명조사위 조사1과장광주는 아직도 “무젤만”인가?
히틀러의 나치는 절멸 수용소에 갇혀 영양실조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유대인들을 “무젤만”(Muselmann)이라고 조롱했다. 무젤만은 이슬람 교도를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거세당하고 숨만 겨우 붙어있는 좀비 같은 육체를 뜻하는 은어이기도 했다. 유대인 작가 프리모 레비(Primo Levi)는 자신의 수용소 생활 체험을 담은 책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무젤만’으로서 유대인의 극단적인 절망감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레비의 책이 출간된 후 ‘무젤만’은 반인도적 국가 폭력의 비극성을 은유하는 인문학적 개념으로 차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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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가제2의 배재고 사태가 생길 것이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장에서 광주일고를 향해 외친 구호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학교는 사과했고 학생들은 징계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충격적인 것은 학생들의 행동이 아니다. 그들의 언어가 너무도 익숙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이미 그 언어를 수없이 들어왔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튜브에서, 정치인의 연설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그리고 기업의 마케팅에서 말이다. 운동장에서 터져 나온 혐오는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떠돌던 언어가 학생들의 입을 통해 되돌아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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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훈 · 칼럼니스트“부당한 명령 이행 못해!” 의인 문형순
‘제주4·3’은 길고도 잔혹했다. 비극의 도화선이 된 3·1절 발포 사건은 미 군정기인 1947년 3월 1일에 일어났고, 이 참극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기까지는 무려 7년 7개월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다. 6·25 전쟁이 끝나고 무장대의 세력이 사실상 궤멸하자, 1954년 9월 21일 신상묵 제주도경찰국장은 한라산의 전면 개방을 발표했다. 계엄령 이후 서슬 퍼렇게 이어지던 한라산 금족령(禁足令)이 마침내 해제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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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숙 · 대중문화 독립연구가JTBC의 ‘성장주의’ 실패, 가릴 방법 있나
JTBC 사태는 단순한 기업회생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 미디어 산업과 문화정책이 무엇을 성공이라고 믿어왔는지, 그리고 그 성공이 어떤 토대 위에 세워져 있었는지를 드러내는 사건이다. 많은 언론은 이번 사태를 OTT의 성장, 광고 시장 침체, 콘텐츠 제작비 상승,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로 설명한다. 물론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는 중요한 맹점이 있다. 그렇게 되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시대의 변화 때문이라면 경영진도, 투자자도, 정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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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 · 번역가레마르크와 디트리히의 ‘전쟁과 사랑’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벌인 전쟁이 곧 끝났다. 평화는 돌아오지만 사랑은 희생됐다. 문학 역사의 반전소설은 그 슬픈 사랑과 희생을 자세히 묘사한다. 반전소설 작가의 대표,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1898∼1970)는 20세기 독일 문학의 지평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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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 기자국립발레단의 새로운 리더에 필요한 것은
최근 국립발레단 단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립발레단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이렇게 높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세금으로 운영되면서, 국가 최고의 발레단에 대한 논란인 만큼 애정을 품고 이 사태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최고 무용수 강수진을 모셔온 것은 12년 전의 일이다. 강수진의 장기적인 발레단 운영이 남긴 그늘은 무엇인가. 강 단장의 화려한 조명 뒤에 어떤 문제점이 남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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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 경북대 사회학과 조교수경쟁력과 성과의 언어에 훼손되는 대학의 존재 이유
지난 5월 중순, 경북대에서는 대학 본부가 주관한 <교원 승진 및 재임용 지표 개선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참여 대상은 조교수들이었다. 본부가 발표한 개선안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승진을 위한 양적 기준의 약 2배 상향이다. 이에 따르면 경북대 ‘조교수’가 ‘부교수’로 승진하려면 4년간 1,000%(연 250%),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하려면 5년간 1,200%(연 240%)의 연구 실적을 달성해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