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官)’이 저무는 시대...나의 생존 전략은?

[최소원의 슬기로운 역학생활] 직책 없이 나를 증명하는 법에 대해

  • ‘직책 없는’ 정체성의 위기 평생직장과 조직이라는 견고한 울타리(관)가 해체되면서, 명함과 직함이 사라진 자리에서 진짜 ‘나’를 증명해야 하는 거대한 시대적 전환을 마주하고 있다.
  • ‘식상’과 ‘인성’이라는 생존 무기 조직의 규율에 기대던 삶에서 벗어나, 내 안의 재능과 창의성을 세상으로 뻗어내는 ‘식상’과 내실을 단단히 다지는 ‘인성’이 삶을 지탱하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 제도를 넘어 스스로 서는 주체적 삶 타인의 승인이나 낡은 조직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감각과 결과물로 세상과 직접 연결되며 개개인이 온전한 주체로 서는 새로운 생존 전략이 필요한 때다.

▶ 칼럼의 핵심 요약본을 들어보세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처음 만난 사람과 나누는 이 짧은 인사에는 현대인의 서글픈 자화상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직장의 이름과 직급을 곧 ‘나’라고 여겨 왔습니다. 튼튼한 조직에 들어가 정년까지 버티는 것, 그것이 가장 안전하고 성공적인 삶의 방정식이었습니다.

내 이름 앞의 수식어가 사라진다는 것

그러나 지금 우리는 거대한 전환의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평생직장’은 로망이 아닌 자신을 옥죄는 것이 되었고, 그 변화의 파도는 세대를 가리지 않고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경기 침체나 고용 형태의 변화만으로는 모두 설명되지 않습니다.

동양의 오랜 지혜인 명리(命理)의 눈으로 보면, 지금의 변화는 한 시대를 지탱해 온 기운의 축이 통째로 이동하는 변곡점에 와 있습니다.

명리는 세상을 목, 화, 토, 금, 수 다섯 기운의 흐름으로 읽고, 그 기운이 나를 중심으로 맺는 십성(十星)이라는 부르는 관계로 설명을 합니다. 평생 직장의 종말은, 바로 이 십성의 변화로 그 무게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관(官), 나를 다스리고 나를 지켜 주던 울타리

이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는 단연 ‘관(官)’입니다. 명리에서 관성(官星)은 나를 제어하는 동시에 나를 지켜 주는 기운을 말합니다. 나를 규칙 안에 세우고, 그 대가로 안정과 지위를 돌려줍니다. 즉 직장과 조직, 사회적 질서, 그리고 그것이 주는 직책과 명예가 모두 관(官)의 영역입니다.

그중에서도 반듯하게 나를 다스리는 제도권의 질서를 정관(正官)이라 하는데, 봉건사회부터 산업화 시대까지는 이 정관의 크기와 견고함이 곧 개인의 생존과 직결되던 시대였습니다. 튼튼한 관 하나가 한 사람의 평생을 책임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견고하던 관이 지금 눈앞에서 해체되고 있습니다. 조직은 더 이상 개인의 평생을 담보하지 못하고, 관이 주던 안정의 무게도 눈에 띄게 가벼워졌습니다.

명리의 언어로 말하면, 관이 힘을 잃고 흩어지는 방향으로 시대의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에서 사람들의 태도는 세대와 가치관에 따라 큰 차이로 나뉘게 됩니다.

같은 붕괴, 다른 얼굴 4050과 2030

관의 해체를 가장 뼈저리게 겪는 세대는 4050세대입니다. 청춘을 바쳐 충성했지만, 갑작스레 회사 밖으로 밀려난 이들이 마주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닙니다.

명함이 사라지는 순간 ‘나’를 증명할 방법까지 함께 잃어버리는 정체성의 위기, 곧 ‘관의 상실’을 겪게 됩니다.

반면 2030은 같은 해체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조직이 내 인생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며 자라왔고, 관의 집착하기보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중요하게 여기는 세대입니다.

N잡러와 프리랜서를 자처하며 스스로 울타리를 박차고 나오는 퇴사 열풍은, 무너지는 관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거친 바다에 자기 조각배를 띄우겠다는 강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임합니다.

명리로 보면 이는 개인의 표현 에너지인 식상(食傷)이 시대의 관을 밀어내는 장면, 곧 식상제살(食傷制殺: 식상으로 관을 제압한다)입니다.

그러나 두 세대를 비관과 낙관으로만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4050세대에게는 오랜 세월 조직에서 쌓아 온 경험과 전문성, 곧 인성(印星, 배우고 익히고 인내하는 것)이라는 자산이 이미 몸에 배어 있습니다. 다만 관이라는 그릇에 담겨 있었기에 스스로 자각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반대로 2030의 거침없는 식상은 강력하지만, 그것을 받쳐 줄 인성이 얕으면 한때의 반짝임으로 그치기 쉽습니다. 두 세대가 서로에게 배울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관’이 비운 자리, 식상(食傷)과 인성(印星)이 채우다

그렇다면 무엇을 새로운 동력으로 삼아야 할까요? 명리는 그 대안으로 명백한 답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바로 식상(食傷)과 인성(印星)입니다.

식상은 내 안의 기운을 밖으로 뻗는 힘, 곧 기술과 창의성, 호기심과 즐거움, 표현력과 실천력입니다. 인성은 외부의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익히는 힘, 곧 전문성과 자격, 나만의 철학입니다. 식상이 세상으로 뻗는 힘이라면, 인성은 나를 안으로 단단히 세우는 힘입니다.

과거에는 조직이라는 ‘관’이 ‘나’를 대변했습니다. 이제는 이 식상과 인성이 나를 증명합니다.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었어도 세상에 내놓을 기술(식상)과 지혜(인성)가 없으면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재능이 조직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나의 결과가 되는 식상생재(食傷生財: 재능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의 시대에는, 작은 존재라도 자기만의 감각 하나로 세상과 직접 연결되어 무한한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왜 지금 ‘식상의 시대’인가...관이 물러나는 증거들

이것은 막연한 예측이 아닙니다. 관이 물러나고 식상이 전면에 나서는 흐름은 이미 우리 삶 곳곳에서 확인됩니다.

첫째, 평생직장의 소멸입니다. 1997년 IMF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한 직장에서 정년을 맞는 일은 예외가 되었고, 이직과 전직은 경력의 흠이 아니라 당연한 과정이 되었습니다. 관이 개인의 평생을 담보하던 구조가 무너진 것입니다.

둘째, 1인 기업의 부상입니다. 플랫폼 위에서 개인은 조직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의 노동과 재능을 직접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셋째, 창작 경제의 확산입니다. 영상과 뉴스레터, 온라인 클래스처럼 개인의 기술과 표현만으로 직접 수익을 만드는 통로가 활짝 열렸습니다.

이 장면들의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이제 가치를 만드는 주체가 조직(관)이 아니라, 개인의 표현과 실천(식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이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정형화된 사무와 규정을 따르는 업무처럼, 그동안 관이 지켜 주던 안정적인 일자리일수록 자동화의 파도에 먼저 노출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기계가 대신하기 어려운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의성과 표현력, 곧 식상의 영역입니다.

명리의 눈으로 보면 지금은 관이 힘을 잃고, 식상이 제때를 만나는 시대의 흐름입니다. 관에 기대어 버티기만 하는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 칼럼을 영상으로 · 1:47 AI 시대에 살아남는 사주? 내 명함이 사라져도 버티는 법!
글쓴이

최소원 역학자

최소원 역학자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강사와 무역회사를 운영했으며, 현재는 기업을 대상으로 전문 컨설팅을 하는 컨설팅회사 대표다. 동양 역학의 원리를 현대 경영과 삶에 연결하여 보이지 않는 흐름을 읽고, 현실을 개운하는, 명리와 육효를 통해 삶의 구조를 해석하는 22년차 역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육효, 삼천 년의 속삭임-종합편>과 <해설편>, <내 손안의 육임> 이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