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의 골키퍼’ 도시 녹지를 키우자

[황인선의 기후 만감(萬感)]

자료=서울시
자료=서울시
  • 폭염과 도시 사막화의 심화 기록적인 폭염과 고층화·불투수면 증가로 인해 서울은 심각한 열섬 현상과 도시 사막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 생활권 녹지의 절대적 부족 세계 주요 도시에 비해 서울의 녹지율과 일상에서 10분 내 도달할 수 있는 ‘생활권 녹지’ 개념은 여전히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 개발보다 우선인 방어선 대형 이벤트성 사업이나 보여주기식 쇼를 넘어, 도심 속 폭염을 막아낼 실질적인 ‘생활권 녹지(폭염 골키퍼)’ 확충이 시급하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녹색도시’를 목표로, 도시 숲 확장 및 보존, 서울숲 일부 운영, 정원학교 & G-브릿지 가드너, 비밀정원(Bee-meal, 꿀벌·나비 등 수분 매개 곤충을 위한 정원 조성) 프로젝트, 시민 대상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시 생태계와 시민 참여형 녹지 문화를 확산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서울그린트러스트 사업 감사를 5년째 맡고 있다..

이 조직은 유한킴벌리, GS칼텍스, 신한은행, 미래에셋생명 등 기업과 단체, 지자체와 협력해 재원을 마련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숲을 조성하고 있다. 아직 규모는 작고 시민 회원 후원은 더 필요하다. 비전문가이지만, 나는 그들 활동을 통해 도시 녹지 중요성을 체감중이다.

폭염과 도시 사막화

유럽이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올해 누계로만 WHO 및 보건 당국 기준 1,300명, 학계 비공식으로는 2만 명 이상(프랑스 5,210명, 독일 4,543명, 스페인 3,163명, 이탈리아 2,709명 등)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한국도 병원 응급실 감시 체계 통계로 13명(별도 추정치로는 267명)이나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각국이 에어컨 관리법 개정 등을 추진 중이지만, 일부 기후 시민들은 에어컨이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이에 베를린은 5조 원을 들여 나무 100만 그루를 식수하는 방법으로 도시 온도를 낮추겠다고 녹지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도시는 기후 온난화와 맞물려 폭염을 키우고 악화한다. 높은 빌딩이 공기를 막아 데우는 도시열섬(heat island) 효과, 아스팔트·콘크리트 등 불투수면(不透水面) 증가, 고밀도 건물, 부족한 녹지·수변 공간 등이 열을 흡수·저장해 폭염 강도와 지속 시간 그리고 열대야를 늘리는 것이다.

불투수면은 특히 ‘도시 지표의 사막화’(dry surface desertification)를 촉진한다. 빗물이 스며들지 못해 토양 수분이 고갈되면서 식생이 어려워지고, 토양이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낮 동안 태양열을 강하게 흡수했다가 밤에 방출함으로써 토양·지표 온도가 높아져 생태계가 열 스트레스에 노출된다.

이 때문에 토양 미생물 활동이 줄고, 생물 다양성이 감소해 지표가 점점 건조해진다. 주변 녹지·수변 공간이 줄어들면서 사막화와 유사한 환경을 형성한다. 폭염 심화, 미세먼지 증가, 대기 습도 저하, 열섬 강화 등의 부작용을 되먹임하기도 한다. 그 피해는 도시 서민과 기후 취약 계층이 대부분 떠안는다.

폭염을 막으려면 근본적으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하지만, ‘폭염 골키퍼’ 역할을 하는 도시 녹지에도 특별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도시 녹지’에서는 낮 시간대에 활엽수림·혼효림이 도심보다 평균 1.5~1.8도(℃), 침엽수림은 약 1.2℃ 낮다. 밤 시간대엔 도심보다 1.3~1.6℃ 낮아 열대야를 완화한다. 숲의 질과 양, 그리고 그늘 효과로 체감 효과는 7℃까지 더 커진다.

나뭇잎이 햇빛을 차단해 지표면 온도 상승을 억제하고, 수분을 증발시키며 주변 열을 흡수하는 증산작용, 그리고 불투수면과는 달리 낮 동안 열 축적이 적고 밤에는 방출도 적어 안정적인 온도를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도시나 지역 내에서 녹지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인 녹지율(Green Coverage Ratio) 개념이 있다. 행정구역의 총면적에서 산림, 공원, 가로수, 하천 변 녹지, 학교 숲, 옥상·벽면 녹화 등 도시 숲 법 시행령에서 정의한 녹지 유형을 나눠 산출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잔디밭이나 개인 정원은 제외된다.

서울시는 총면적 약 605㎢에 녹지 면적은 약 165㎢로 녹지율은 27%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세계 도시에서 어느 정도인 걸까?

여러 기준 데이터가 있지만 녹지율에 더 비중을 두는 영국의 이글루 크루즈가 자체 조사 발표하는 ‘Iglu Cruise Green City Index’(2026 기준)에 따르면 세계 주요 도시 중에서 가장 녹지율이 높은 도시 순위는 다음과 같다.

순위/도시 녹지율 특징

1. 오슬로(노르웨이) 95%. 주민이 300m 내 녹지 접근 가능,

‘Bee Highway’ 운영

2. 빌뉴스(리투아니아) 61%. 유럽 녹색 수도(2025)

3. 헬싱키(핀란드) 46%. 340㎡/인 녹지 제공

이어 4위-빈, 5위-캔버라, 6위-시드니, 7위-스톡홀름, 8-싱가포르(‘가든 시티’ 정책, 도심 수직 녹화), 9위-레딩(영국) 그리고 10위-뮌헨 순이다. 건물이 밀집한 뉴욕은 녹지율이 23%에 그친다. 센트럴파크 등 큰 공원이 14%를 차지함에도 그렇다.

27%인 서울도 순위 상 눈에 띄지 않는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유사한 47% 수준이고 한국의 부산과 인천은 각각 52%, 45%이다. 이들 녹지율은 산지가 많은 탓이다.

그러나 이들 도시가 싱가포르보다 쾌적한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도 알아둬야 한다. 이들 도시는 ‘생활권 녹지’(Neighborhood Green Space)가 적기 때문이다.

생활권 녹지가 ‘거미손 골키퍼’

서울에는 가로수 30여만 그루, 기타 수백만 그루가 자라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서 박원순 시장 때인 2014~2022년 동안 공원, 숲, 학교, 생활권 녹지 포함 3,128만 그루 나무 심기를 한 바 있는데, 이중 살아남은 나무들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 숲 면적 기준으로 서울은 총 도시 숲 면적이 2023년 기준으로 2021년보다 6.5%,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이 약 11%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다. 1인당 도시 숲 면적은 21.09㎡(헬싱키의 6% 수준), 1인당 생활권 도시 숲 면적은 13.15㎡로 약 11.6% 증가했다. 이 정도로는 턱도 없다.

도시 숲 유형은 완충녹지(공해·재해 방지 목적), 경관녹지(훼손된 지역 복원 및 도시경관 개선), 연결녹지(공원·하천·산지를 연결해 산책·휴식 공간 제공)로 구분한다. 생활권 녹지 개념은 아직 많이 미흡하다.

소위 ‘핫플’이라고 하는 곳을 가보라. 모두 탄소를 대량 방출하는 곳들이다. 시민들의 호응을 얻은 노원구 당현천, 동대문구 정릉천, 여의천 등 ‘서울물빛나루’ 같은 수변문화쉼터는 물 중심 쉼터로 녹지 쉼터는 아니다.

서울시 ‘생활권 녹지’ 확보 노력의 허실

생활권 녹지는 현대에서 녹지율보다 중시되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도시민이 10분 이내에 도달이 가능한 녹지’를 말한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5월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정책 브랜드 ‘정원 도시 서울’ 비전은 생활권 녹지 개념을 포함한다.

그 당시 오 시장은 서울을 “도심 어디서든 5분 안에 녹지를 만날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생활권 녹지 목표를 내세우며 생활권 도시 숲 확대, 옥상·벽면 녹화, 작은 숲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앞서 고 박원순 시장 시절에는 ‘서울형 도시 숲’, ‘공원녹지 기본계획’, ‘서울로 7017’ 같은 녹지·공원 프로젝트로 도시재생과 공원 확충에 중점을 두었다.

지금의 정원 도시 정책은 사실 박원순 시절의 3천만 그루 심기 등 도시 숲·녹지 확충 정책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울 녹지율은 자치구별로 차이가 크다. 상위 자치구는 큰 산을 끼고 있는 강북구(약 65%. 북한산 국립공원), 도봉구(49.8%. 도봉산), 서초구(약 58%. 우면산·청계산), 은평구(약 55%. 북한산·불광천 주변 녹지), 강서구(약 45%. 한강변·공원 녹지대 ) 순이다.

반면 중구(약 5%. 도심 밀집 지역), 종로구(약 8%. 역사적 건축물 밀집), 용산구(약 10%. 개발지), 영등포구(약 12%. 산업·상업지), 동대문구(약 15%. 주거 밀집 지역)는 하위 자치구이다.

이들 구는 생활권 녹지 확충이 특히 당면 과제인데 이를 위해 서울시는 2030까지 도시 숲을 현재 약 2억㎡ 규모에서 15% 이상 확대, 생활권 도시 숲 녹지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중구·종로·용산 등 녹지율이 낮은 지역에 작은 숲·포켓파크 집중 조성, 기후 위기 대응형 숲 조성을 위해 폭염·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큰 수종을 중심으로 식재하고 주민 참여형 ‘마을 정원’, ‘학교 숲’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민 눈엔 경복궁 앞에 흉물스럽게 세워진 ‘받들어총’ 과시형 건축물과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한강 버스’ 쇼, 공원 내 정원 박람회 쇼만 보인다. 전 시장 때 광화문 일대에 가로수 길을 넓힌 것은 확실하게 시민 눈에 보였고 실감 가능했는데 말이다.

서울시 폭염과 도시 사막화는 점점 심해질 것이다. 폭염으로 40도가 넘어가면 수많은 문제가 터진다. 악명 높은 1994년 서울의 최고기온은 38.4℃로 관측 사상 최고치였고,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27.5일, 열대야는 평균 16.6일로 역대 최다였다. 그때 너무 더워 냉장고에 머리를 박고 잤다던 친구도 있었다.

그 후 서울은 도시 개발로 더 많이 고층화 밀집화됐고, 불투수면도 더 늘어났다. 이번 주부터 서울은 37도 수준으로 올라가고 체감 온도는 더 높아진다. 폭염과 열대야가 얼마나 더 길어질지 가늠할 수도 없다.

‘생활권 녹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 도시 녹지는 이제 개발보다 더 선순위 과제가 될지도 모른다. 슛을 날리는 것도 좋지만 뛰어난 ‘폭염 골키퍼’도 필요하다.

글쓴이

황인선 작가 겸 문화마케터

황인선은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 입사, AE를 하다가 민영화된 KT&G에 입사, 마케팅 부장을 하면서 서태지와 상상 체험 프로젝트, 홍대 앞 상상 마당과 콜라보 마케팅을 전개해서 문화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이후 서울혁신센터장,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을 역임한 후 몇 개 기업 고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한국문화기획학교 사업감사를 하면서 해석과 도시 브랜딩,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AI 시대의 상상력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 행정, 기후 소득』, 『해석의 마법』,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컬처 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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