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기후공약 단 3개... ‘모자무싸’중?

[황인선의 기후 萬感]

판교 테크노밸리.
판교 테크노밸리.
  • 진보정당조차 관심없는 기후공약 1,400만 경기도민의 삶이 걸린 이번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의 기후 공약은 전체 140여 개 중 고작 ‘3개’라는 참담한 수준이다. ‘기후 악당’ 트럼프를 비난할 자격도 없다.
  • 외국 기후도시가 증명하는 대안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새로운 건물 증설 없이 방과 후 학교나 낮 시간의 클럽을 유연하게 셰어하는 ‘시공간 도시론(크로노 어바니즘)’으로 15분 도시를 구현했고, 영국 데본주의 ‘토트네스’는 주민 자치를 통해 로컬푸드와 대안 에너지를 운용하며 화석연료 의존도를 극적으로 낮췄다.
  • 경기도가 나아가야 할 대전환 ‘나의 해방일지’, ‘모자무싸’의 허망한 배경인 경기도는 무조건적인 토목 신축과 GTX 확장 같은 ‘성장 번아웃’ 방식에 매몰되어선 안 된다. 도시의 공동 자산과 지속 가능한 회복력을 설계해 시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기후 경제+ 테크 모델’로 완전히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단 3개에 불과한 경기도지사 기후공약

나는 경기도에 산다. 지금 제9회, 2026 전국동시지방선거기간 중이다. AI, 반도체 세상 개벽에 이래저래 나라도 시끄럽고 세계 경제도 불확실성이 크니 대충 예상은 하면서 집에 배달된 후보들 공약 팜플렛을 꼼꼼히 봤다. 물론 경기도에 출마하는 후보들 것이다.

의원이나 기초단체는 빼고 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들 공약만 살폈다. 관심은 기후 관련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저탄소 모빌리티 시스템 공약을 관철하려던 후배의 “혹시나”, “역시나” 한숨 소리를 이미 들었던 터다. 후배의 그 한숨 소리에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여러분은 혹시 어느 정도일 거라고 예상하는가?

모두 합쳐서 3개, 참담하다.

도지사 후보를 낸 정당 중 더불어민주당, 국민의 힘, 개혁신당, 진보당 네 개 정당의 후보 공약을 간략히 소개한다. 기준은 전체 공약(카테고리, 전체 공약 개수)/기후 관련 공약 개수/공약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전체 공약 개수 7개 카테고리 40개
- 기후 공약 1개, 에너지 대전환(RE100 산단, 햇빛소득마을 2군데로 확대)

▲국민의힘- 전체 공약 개수 6개 카테고리, 16개
-기후 공약 1개, 경기 로컬 멤버십

▲개혁신당- 공약 자체가 없음

▲진보당- 전체 공약 개수 카테고리 없이 6개
- 기후 공약 없음

기본소득당은 도지사 후보가 없어서 비례대표 통합 공약을 참조했는데 3개 카테고리 중 ‘재생에너지 산업 혁신 펀드 조성’이 한 건 있었다.

기후 위기 시대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ESG, 기후 교육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그들 세대에게 이미 닥치고 있는 기후 문제는 곧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교육감들 공약은 어떨까?

▲교육감1- 전체 공약 개수 3개 카테고리, 30개)
- 기후 공약 없음

▲교육감2- 공약 개수 6개 카테고리, 36개)
- 기후 공약 없음

사실 이건 경기도만의 특별한 현상도 아니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최근 전국 후보들의 공약 중 기후 관련 공약을 조사한 바도 거의 이와 같다. 더구나 후보들이 기후 대책 예산으로 내세우는 ‘기후대응기금’ 재원의 실상은 녹색전환연구소가 자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금액 자체도 코끼리 비스킷처럼 적은 데다가, 그것마저 이미 서울과 경기는 반 토막 난 상태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쓰는 국가로 탄소배출의 주범 국가 중 하나이면서도 파리기후협약에서 두 번이나 탈퇴를 자행한 ‘기후 악당’ 트럼프를 비웃을 처지가 아니다.

경기도는 점점 커지고 대도시화되어 가고 있다. 메갈로시티의 문제는 거의 정해져 있다. 서울시가 이미 수십 년 동안 겪은 이 문제들을 경기도가 또 겪을 텐데, 어떻게 풀 것인가?

2026년 전국 지방동시선거에 나선 경기도의 주요 도지사 후보들. 왼쪽부터 추미애, 양형자, 조응천 후보. 사진= 연합뉴스
2026년 전국 지방동시선거에 나선 경기도의 주요 도지사 후보들. 왼쪽부터 추미애, 양형자, 조응천 후보. 사진= 연합뉴스

살아있는 도시는 <모.자.무.싸> 중

인구 1,400만 명 이상이 밀집해 사는 경기도에는 수원, 고양, 화성, 용인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이 사는 특례시가 있다. 남양주도 거기 근접하는 큰 도시다.

경기도에서 도시 인구가 100만 명이 넘으면 인구 밀집, 에너지, 부동산 지대 상승, 출퇴근 교통지옥, 시민 행복도 문제 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하며, 따라서 경기도에도 이 문제들의 대안 중 강력한 대안인 ‘15분 도시’ 개념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미 기존에 여러 후보가 거론했던-그러나 아주 미흡했던 겉치레만의- ‘15분 도시’는 파리1대학의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가 기존의 ‘20분 마을’에서 영감을 받아 2016년에 쓴 『도시에 살 권리』에서 제안한 개념이다.

핵심 개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에 15분 내 접근하도록 콤팩트한 도시 공간을 조성하고, 둘째 도보와 자전거 등 친환경 모빌리티를 이용하고 도시 내 공원 등 녹지 공간을 확보하여 탄소배출 총량을 줄이고 녹색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는 크로노 어바니즘(Chrono-Urbanism), 크로노토피아(Chronotopia),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세 가지 개념을 토대로 한다. 크로노는 그리스 신화에서 시간을 관장하는 신(神) 크로노스(Chronos)에서 온 시간 접두사고, 토포(Topo-)는 지형을 말한다.

‘크로노 어바니즘’은 도시를 공간 개념을 넘어 시공간 개념으로 본다. 이를 위해 크로노토피아와 토포필리아가 이루어져야 한다. 크로노토피아는 시간-밤과 낮, 주중과 주말, 명절이나 방학 기간 등-에 따라 공간의 용도가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를 방과 후에 사회 활동이나 문화 활동 공간으로 제공하고, 낮 시간엔 나이트클럽을 스포츠센터로 활용하며, 인근 상업시설에서 물품 수선 교육도 하는 방식이다. 이에 반응하는 스마트 조명이나 탄력적 교통 시스템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면 자꾸 새로운 건물을 증설하지 않아도 되며, 자원 낭비가 줄고 도시 친밀성(amenity)이 올라간다.

토포필리아는 장소에 대한 애정을 말한다. ‘토포필리아=로컬 사랑’이 있어야 영국 데본주(州)의 ‘토트네스 전환 마을’(Transition Town)처럼 도시를 공동의 공간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토트네스 전환 마을은 지난 2006년, 롭 홉킨스(Rob Hopkins)가 기후 위기와 석유 고갈 시대를 맞아 삶의 구조 자체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서 출발했다. 그의 ‘전환 이니셔티브(Transition Initiatives)’ 개념은 미래를 재구상하고 회복력을 키우는 비전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대신, 가능한 대안을 지금 실천해야 한다”라고 말했는데 핵심 철학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자립 구조를 강화할 것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공동체를 회복할 것 이 세 개다.

이 결과로 토트네스는 대안 에너지 생산, 로컬푸드 생산 유통 체계, 지역 화폐 운용, 관광 전환 등을 주민 자치로 시행했다. 이것들은 기본적으로 토포필리아를 전제로 하는데 이때 ‘토포’는 확장하면 한국이고 더 확장하면 현재 우리와 다음 우리 후손이 살아야 하는 지구다.

성장, 개발은 당장의 과실로는 매력적이지만 우리의 지속 가능성, 회복력에서는 위기를 부른다. 이렇게 ‘15분 전환 도시’ 개념에 접근해 가면 도시민들의 도시 조성 참여 노력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교육 효과도 생겨날 것이다.

‘성장 번아웃’ 경기도, 언제까지 성장 외칠 건가

우리는 아직도 이들 즉 도시의 행복을 돈과 탄소를 써가며 신축, 증설, 확장으로 하려고 한다. 그게 이제까지 한국 도시들의 성장 방식이었는데 거기서 과연 대전환이 일어나던가?

이런 전환은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쉽지 않은 걸 해내는 것이 K-스피릿 아니었나. 모레스 교수는 “결국 살아있는 도시를 만든다는 것은 공동의 자산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래야 새로운 기후 경제+테크 모델을 만들어내면서, 시민들 만족도도 올라가고 도시는 살아나며 아이들의 산 교육이 이루어지며 프리미엄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도민 소득(GRDP)을 연 1억 원으로 올려야 하고 AI, 반도체 대박 경제를 어서 따라가야 하고, GTX를 사방에 깔아 서울에 퀵 도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들 귀에 이런 ‘크로노 어바니즘’ 소리는 한가하게 들릴 것이다. 내가 후보라도 이런 공약 내 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리더 아닌가? 남들 다 하는 똑같은 주장만 내세우는 게 무슨 리더인가? 파리 시장 안 이달고(Anne Hidalgo), 뉴욕시장 조란 맘다니는 어떻게 시민들 마음을 훔쳤나?

핵심 제조업과 인재가 몰린 한국의 핵심 중 핵심, 경기도부터 전환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성장 번아웃에 시달리며 <나의 해방일지>, <모.자.무.싸>를 보며 허망할 것이고, 한국은 2050년 탄소 중립을 지킬 수 없어 기후 악당 국가 1위 나라를 고수할 것이고, 지금 아이들은 10년 후 더 나빠진 기후 속에서 고통받으며 더 많은 수입과 편안함을 그에 바쳐야 할 것이다.

나는 후보 모두가 기후 관련 공약을 제대로 낼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전체 공약 140여 개 중 고작 3개라니! 우리 선진 경기도민 수준을 이렇게 낮게 보다니!

글쓴이

황인선 작가 겸 문화마케터

황인선은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 입사, AE를 하다가 민영화된 KT&G에 입사, 마케팅 부장을 하면서 서태지와 상상 체험 프로젝트, 홍대 앞 상상 마당과 콜라보 마케팅을 전개해서 문화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이후 서울혁신센터장,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을 역임한 후 몇 개 기업 고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한국문화기획학교 사업감사를 하면서 해석과 도시 브랜딩,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AI 시대의 상상력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 행정, 기후 소득』, 『해석의 마법』,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컬처 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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