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푸른 요정이 아니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사진=삼성디스플레이 홈페이지.
  • ‘삶은 개구리’가 되어가는 인류 1.5℃ 임계점을 넘어선 기후 위기 속에서도 인류는 ‘기후 착각 4불(불인정·불감증·불인지·불신)’에 빠져 비커 속 온도 변화를 무시한 채 자멸의 길로 향하고 있다.
  • 한국, ‘오늘의 화석상’ 1위의 불명예 탄소 배출이 많은 제조업 중심 구조와 화력 발전 확대 등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기후 악당’으로 지목받고 있으며, RE100 이행 등 실질적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 무심한 지구와 여섯 번째 멸절 지구는 피노키오를 지켜주는 ‘푸른 요정’이 아니며, 인류가 자초한 이번 ‘여섯 번째 대멸종’ 앞에서 지구는 인간의 안위와 상관없이 ‘무심한 신’으로 지켜보고 있을 남을 것이다.

2000년대 초 경영계에 ‘개구리 비커 실험’ 이야기가 돌았었다.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놀라서 뛰어올라 탈출하지만, 서서히 온도를 올리는 비커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는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결국 삶은 개구리가 된다는 실험이다. 허구 가능성이 높은 이야기였지만, 위기에 인지-대응-변화 모델 비유로는 꽤 설득력 있게 통했다.

지구 온난화(혹자는 ‘난로화’로 부른다)로 인한 기후 위기가 이와 같지 않을까?

지구환경 전문가들이 경고한 1백 년 전 지구 기온 대비 1.5도(℃) 기후상승은 이미 넘었고 2050년까지 최후의 숫자인 2.5도(℃) 를 넘으면 인류의 생존에 치명적인 영향이 올 거라는 경고가 이어서 나온다.

강대국, 선진국들은 대부분 불가피하게(?) ‘기후 악당 국가’이다. 지구를 착취하고 탄소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역대급 산불과 사막화, 난민을 만드는 가뭄, 국지성 폭우와 기록적 홍수, 토네이도 보고가 연이어서 나온다.

한국만 해도 기후 관측 시작 대비 강수량이 두 배 정도 늘었고 여름이 한 달 정도 늘어났으며 해마다 폭염도 심해지고 있다. 기후상승으로 과일들의 북방한계선이 올라가고 있고 제주도 바다에서는 열대성 물고기들이 잡히고 동해에는 해파리들이 증가해 바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

제트기류 이상으로 겨울부터 봄까지는 미세먼지도 기승이다. 폐 질환자가 늘고 비염 환자들은 늘 비상이다. 이는 모두 이제까지 삶의 전제가 바뀌고 경제적 손실까지 부르는 이상 기후 현상들이다.

그런데 한국은 지난 2024년 11월, 유엔 기후당사국협의(IPCC)에서 ‘오늘의 화석상’ 1위를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이는 한국이 ‘기후 악당 국가’라는 얘기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업 중심 국가면서도 화력 발전 비중을 늘리고 있고 세계 화석 채굴 산업에 투자를 늘리면서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과 시민은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등 노력을 방치하고 있어서다.

이처럼 지구 온난화를 실감하면서도 우리 기후 개구리들은 변화를 거부한다. 이유는 네 가지이다. 나는 이를 ‘기후 착각 4불(不)’이라고 부른다.

기후 4불의 함정

하나는 “정말 기후가 그렇게 심각해?”하며 지구환경 전문가들의 경고를 ‘불인정’하는 것이고, 둘은 “당장 먹고살기도 바쁜데 몇십 년 미래 일을 걱정한다고?”하는 미래 ‘불감증’, 셋은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는 ‘불인지’, 마지막은 “그런데 우리 개구리들이 그런 걸 한다고 과연 지구 온난화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멈추겠어?”하는 포기형 ‘불신’, 이 네 가지이다.

이 ‘4불’에는 무지와 책임 회피, 관행 함몰, 이기심, 무임승차 같은 불량한 관행과 의식들이 섞여 있다.

행동경제학의 ‘전망 이론’을 따르면 인간은 이익 추구보다는 손실을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그렇다면 인간은 기후 문제를 당장의 손실로 보지 않는 것이다. 숫자로 치면 아마도 인류의 95%가 그럴 것이다.

1% 기후 선지자는 기후 위기를 말하고 4%는 그를 실천하려고 하나 70%는 4불 함정에 갇혀 있고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처럼 25% 황소개구리는 그런 경고를 오히려 비웃고 반대한다. 무엇보다 그들의 단기 이익 때문이다. 비커의 온도는 그런 중에 계속 오르고 있고 그 온도 오름으로 모두의 파멸이 가까워짐에도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온난화의 결과는 비커 온도처럼 서서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를 입증하는 사고 실험으로 ‘연못의 비유’가 있다.

큰 연못에 연잎이 생겨났다. 이 연잎은 매일 두 배씩 증가한다. 29일이 지나자, 연못의 반이 연잎으로 덮였다. 그럼, 이 연못이 다 덮이는 데 며칠이 더 걸릴까? 하는 문제다. 물론 답은 하루다. 그런데 우리는 29일이 또 걸릴 거라고 착각한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 나오는 푸른 요정.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에 나오는 푸른 요정.

허망한 일

그래서 필자는 책 『기후 행정, 기후 소득』을 썼다. 120만 공무원과 교직자들이 먼저 기후 행정을 펼치고 이에 국민이 호응하면서 새로운 기후 소득을 창출하자는 일종의 제안서다. 그럼, K-기후 선진국이 되며 삶의 모델도 바뀌게 된다. 서울혁신센터장, 서울그린트러스트 감사를 하면서 얻은 지식과 경험 그리고 풍요 시대를 향유했던 세대로서 책임감과 절박감 때문에 썼다.

그러나 기후 이야기를 하는 것은 뭔가 허망한 일이라는 생각만 든다. 수천 년 전 소돔에서 일어난 일처럼 말이다. 신의 벌을 예고해도 그를 알아듣는 의인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지금 선진국 인간들은 세 가지, 즉 AI 속도 경쟁, 깡패 미국의 횡포와 관세 전쟁, 그리고 난민과 극우화 같은 내부 전쟁에 매달려 산다.

전쟁은 모든 관심을 빨아들인다. 그 세 가지는 끈끈한 거미줄 같아서 사람들을 풀어주지 않는다. 여기에 ‘지금 나는 소중하니까’ 심리도 보태야 할 것 같다. 지금 ‘나’만 소중하여 미래 ‘너’인 지구 따위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다.

공무원, 교사, 지식인도 대부분 비슷하다. 그러는 동안에 또 비커 온도는 올라간다. 개구리는 나오지 않고 말이다. 지구 맘(mom)이 피노키오를 지켜준 푸른 요정처럼 과연 이 개구리를 지켜줄까?

그러나 행성으로서의 지구는 맘도 아니고 푸른 요정도 아니다. 이런 개구리 현황에 관심이 없다. 수억 년 동안 다섯 번 생명 ‘멸절’이 있었다. 그때는 지구가 일으킨 변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인류세가 만드는 여섯 번째 생명 멸절에서 지구는 ‘무심한 신’처럼 연기할 것이다.

탄소 경제, 기후 온난화에 의한 이 멸절은 순전히 인류 그리고 바로 우리가 일으킨 문제니까.

글쓴이

황인선 작가 겸 문화마케터

황인선은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 입사, AE를 하다가 민영화된 KT&G에 입사, 마케팅 부장을 하면서 서태지와 상상 체험 프로젝트, 홍대 앞 상상 마당과 콜라보 마케팅을 전개해서 '문화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이후 서울혁신센터장,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을 역임한 후 몇 개 기업 고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한국문화기획학교 사업감사를 하면서 해석과 도시 브랜딩,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AI 시대의 상상력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 행정, 기후 소득』, 『해석의 마법』,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컬처 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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