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궈지는 지구, AI 너도 걱정하니?

[황인선의 기후 萬感]

유럽 남부 폭염 사태. 사진= 연합뉴스
유럽 남부 폭염 사태. 사진= 연합뉴스
  • 거대 담론인 기후 위기마저 정치·산업 이슈의 부속품으로 전락시키며, 우리 사회는 생존을 위한 본질적 통찰을 망각한 채 파편화된 현상에만 매몰되어 있다.
  • 자본주의의 맹목적 성장 본능이 ‘하인리히 법칙’이 예고한 기후 재앙의 징후들을 외면하고 있는 사이, 정작 해결의 열쇠여야 할 AI조차 탄소 배출의 주범이자 ‘전력 하마’라는 역설에 갇혀 있다.
  • 이제 기후 거버넌스는 단순한 목표 설정이 아닌 엄격한 이행 추적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AI 또한 단순한 정보 보조를 넘어 인류의 탄소 감축이라는 본질적 과제에 복무하는 실질적인 도구로 재편되어야 한다.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빠져 있는 기후 문제

현재 한국을 달구는 이슈는 세 개다. 하나는 부실 선거 파장, 둘은 축구대표팀 중남미 월드컵 탈락과 축구협회 개혁, 그리고 셋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춘 삼성닉스의 천문학적 투자다. ‘당권 싸움’은 없던 적이 없으니 다룰 일도 아니다.

이중 부실 선거는 조사와 대응책 마련 중이고, 월드컵 탈락은 이참에 축구협회를 개혁한다면 ‘호사다마’가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이슈는 국민의 힘과 영남 지방이 반발하는 가운데 중립 입장에서는 “과연 통합특별시가 전력(RE100 포함), 용수(데이터센터 냉각수 재활용) 등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가?”로 초점이 옮겨지는 중이다.

통합특별시를 중심으로 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대부분 산업적 측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기후 환경 정책은 거의 결핍되어 있다. 이는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서울과 경기도 선거 후보들 공약에 기후 공약이 거의 전무하다”고 했던 지적과도 통하는 문제적 결핍이다.

그나마 민형배 통합시장이 발표한 서부권 해상풍력 발전 구상과 용수 재활용 기획 정도가 있다. 이 나라는 여전히 기후 문제는 남의 일이거나 후순위인데 기후가 과연 남의 일일까? 지금 ‘하인리히 법칙’ 징후들이 계속 드러나는데도?

요즘 부쩍 기상 예보가 맞지 않는다. 국지성 기후 탓에 어느 지역 누군가는 생사가 걸린 위기를 맞는다. 작년부터 창궐하는 러브버그는 대벌레, 소나무선충처럼 슈퍼버그(super bug) 급이다.

슈퍼버그는 주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사람에게 감염되는 박테리아를 지칭한다. 이들 버그는 기후 온난화와 이로 인한 지역 이동 그리고 생태계 교란으로 발생했기에 천적도 없어서 이른바 특정 종 개체수가 폭증하는 대발생(outbreak)을 일으킨다.

필자가 사는 과천에도 작년에는 없던 러브버그가 아파트 단지에 출현했다. ‘생태 중매쟁이’ 꿀벌 보기도 어렵다.

유럽 기후 이상, 한국도 낯설지 않아

유럽은 해마다 기후 이상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그림 같은 풍경과 문화유산으로 유명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안두하르는 지난 6월 22일 최고 섭씨 45.1°C로 유럽 역사상 최고 고온을 기록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등도 40°C 이상 폭염이 발생해 누적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전력망 과부하, 교통마비, 농업 피해는 기본이다.

미국 동부도 고온 블로킹 현상으로 역대급 폭염이 발생했고, 이어 폭풍우 비상이다. 유럽은 에어컨 보급률이 낮다. 급해진 베를린은 5조 원을 들여 나무 100만 그루를 심기로 결정했다(서울은 30만 그루 추정). 그러면 더위를 2°C 낮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남유럽은 강수량이 크게 줄어 토양과 강, 호수가 말라가면서 농업 생산량 감소와 산불 위험이 크게 늘었다.

스페인, 포르투갈은 여름 가뭄으로 물 부족과 농업 손실이 심각하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은 빙하가 녹아 강수량 증가로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아프리카도 물론 기후 이상으로 인한 피해가 잦고 크지만, 선진국이 몰려 있는 유럽에서 특히 기후 이상이 잦고 피해가 큰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온난화 속도: 2015~2024년 사이 유럽의 평균 지상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2°C 이상 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 약 1.2~1.3°C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따뜻해진 대기는 수증기를 더 머금어 폭우와 홍수를 강화한다(대기 온도 1°C 상승 시 수증기 7% 증가).

지역별로 다른 기후대와 해양 지정학: 추운 지역인 북유럽은 강수량과 집중호우 증가, 서안해양성 기후대인 중부 유럽은 여름 강수량 감소와 집중호우 증가로 가뭄과 홍수가 동시에 발생, 지중해 위인 남유럽은 아프리카에서 올라오는 고온 현상으로 강수량 전반적 감소로 가뭄·산불 위험 증가.

밀집 사회: 도시화율이 높고 도시 인프라가 밀집되어 폭우·홍수 피해가 더 크고 고령 인구 비율이 높아 폭염에 취약. 1980~2024년 사이 기후 관련으로 8,220억 유로 손실과 44만 명 사망(그중 95%가 폭염으로 사망).

이런 이유를 꼽을 수 있다. 이 중 1, 3번은 한국과도 겹친다. 한국 바다의 수온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강원도는 가뭄, 경상도는 산불, 전남 지역은 집중호우가 늘고 있다. 여름 폭염으로 전력 소비가 해마다 기록을 끊는다. 이제는 전력 하마인 AI에 전력까지 대야 한다.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올해 기후 위기 대응 관련한 글로벌 흐름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EU의 기후 투자 및 정책 강화다. 2025년 EU의 기후 투자 규모는 5,340억 유로였는데 2030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8,780억 유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6년 들어 전기차·배터리 분야 투자가 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산업계와 협력해 탄소 포집(CCS) 기술 도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43개국이 참여하는 ‘지중해 기후 행동 계획’을 출범해 공동 대응을 강화한다.

둘째는 국제사회 NDC(국가별 기후 공약) 갱신이다. 130개국 이상이 올해 3월 새로운 NDC를 제출했다. 대부분 2035년이 목표 연도다.

EU는 1990년 대비 66~73% 감축(2035년)-2040년까지 90% 감축-2050년 탄소 중립 로드맵을 세웠다. 일본은 2013년 대비 73% 감축(2040년)-2050년 탄소 중립을하는 것으로, 트럼프가 재집권한 미국은 2026년 1월부로 파리협정을 다시 탈퇴했다.

지난 7월 4일 250주년 독립 기념일엔 탄소 덩어리 폭죽을 무려 85만 발이나 쏴댔다. 제 정신인 건지. 한국은? 제조업 중심이라 여전히 기후 악당 국가다. 쓰레기 분리배출 부분만 톱이다.

그리고, UN 사무총장의 촉구에 대한 것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총장은 ‘런던 기후 행동 주간’에서 “재생에너지가 진정한 에너지 안보의 핵심”이라 강조했다.

메탄은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이므로 빠른 감축을 촉구한 그는 AI 에너지 문제도 언급하며, 이의 소비가 새로운 도전 과제라고 지적했다.

새삼스러운 건 없다. 현재 세계는 기후 위기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기후 위기 대응을 가로막는 요인은 화석연료 의존 지속, 국가 간 이해관계 충돌로 국제 협력 부족(특히 미국), 선진국과 개도국 간 기후 금융·기술 격차 그리고 그린 워싱(Greenwashing) 꼼수다.

이 안에 ‘야성적 충동’과 ‘자본주의 본능’이 숨어 있다. 나오미 클라인이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2014)에서 지적한 것도 기후 자체가 아니라 ‘일단 성장’하려는 자본주의 본능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기후 거버넌스가 ‘목표 설정(ambition-setting)’에서 이제는 ‘이행 추적(stocktaking)’으로 급전환하는 것이다.

글쎄! 스페이스-X 상장에 쏠리는 천문학적 달러부터 기후 펀드에 투자되어야 하는 건 아닌지, 스포츠 올림픽, 축구 월드컵이 아니라 기후 올림픽, 기후 월드컵이 열려야 하는 건 아닌지, 국부 성장 펀드도 기후 펀드 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건 아닌지.

‘전력먹는 하마’ AI는 무슨 답을 제시하나

지금 온 세계가 AI의 장밋빛만 말하고 AI의 시커먼 탄소색(色)은 잘 말하지 않는다. AI는 이미 알려진 내용으로만 공급자 측면에서 대규모 전력을 소모하고, 자원 집약형(GPU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금 등 희귀 금속과 에너지를 소모하며, 공급망 자체가 환경 파괴) 하드웨어를 사용하며, 사용자에게 AI 기반 서비스 확대로 전력 소비가 늘어나 탄소 발자국을 키우는 문제가 크다.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시민운동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그럼, 아직은(?) 착하고 무불통지 비서인 AI는 어떻게 기후 위기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AI는 이렇게 답변한다.

“AI는 전력망을 실시간으로 관리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고, 효율적인 전력 분배를 가능하게 합니다. 복잡한 기후 데이터를 분석해 폭염, 홍수, 태풍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을 더 정확히 예측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제조·물류·건물 관리에서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 최소화 운영 방안을 제시합니다. 위성·센서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숲의 탄소 흡수량, 메탄 누출 등을 추적해 정책 집행을 투명하게 만듭니다.”

AI는 그 사례로 ▲영국 리즈대 연구팀의 극지방 빙하·빙산 변화 추적 ▲스코틀랜드의 ‘공간 지성(Space Intelligence)’이 AI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30개국 100만 헥타르 이상의 숲 모니터링으로 탄소 저장량과 벌목 속도를 측정해 탄소 배출 감축 정책에 활용 ▲UN의 ‘IKI 프로젝트’가 부룬디, 차드, 수단 같은 기후 위험 지역에서 날씨 패턴을 예측해 지역사회가 홍수·가뭄 대비 계획을 세워 농업과 식수 관리에 적용했다고 했다.

또 AI 기반 폐기물 관리 시스템(Greyparrot)이 320억 개 이상의 폐기물을 자동 분류해 재활용 효율을 높인 사실, 구글 등 AI 기반 글로벌 재난 네트워크가 기후 피해의 60%를 예보한 것 등을 꼽았다. 주로 피해 예방 기능과 정보 기반이다. 흠, 75점이다. 왜냐하면 핵심은 원인 제거 즉 인류의 탄소 배출 감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질이 탄소쟁이인 AI는 차마 말할 수 없겠지만, 필자는 TV 프로그램 중에 중간광고가 나오듯이, AI 알고리즘에 아예 사용자 질문에 답하거나 기획서 쓸 때 자동으로 기후 이슈를 포함해서 전 세계에 기후 위기 심각성을 제고하는 방법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AI는 90점. AI에 부정적인 사람들도 AI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글쓴이

황인선 작가 겸 문화마케터

황인선은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 입사, AE를 하다가 민영화된 KT&G에 입사, 마케팅 부장을 하면서 서태지와 상상 체험 프로젝트, 홍대 앞 상상 마당과 콜라보 마케팅을 전개해서 문화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이후 서울혁신센터장,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을 역임한 후 몇 개 기업 고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한국문화기획학교 사업감사를 하면서 해석과 도시 브랜딩,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AI 시대의 상상력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 행정, 기후 소득』, 『해석의 마법』,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컬처 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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