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헬게이트, 두 번째 실낙원의 문

[황인선의 기후 萬感]

네팔의 대홍수 사태.
네팔의 대홍수 사태.
  • 전 세계적인 기후 재앙의 현실화 2026년 여름, 유럽 폭염, 캐나다 산불, 네팔 빙하호 홍수(GLOF), 서아프리카 홍수 등 극단적인 기후 위기가 전 지구적 규모로 발생해 수많은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낳았다.
  • 국내의 기록적인 기후 피해 한국 역시 122년 만의 최고 기온을 기록한 폭염과 국가 재난 선포 수준의 극한 호우, 역대 최대 규모의 봄철 산불로 인해 막대한 자연 및 농축산물 피해를 겪었다.
  • 탄소 감축을 통한 헬게이트 폐쇄 촉구 지구 온난화로 열린 ‘두 번째 실낙원의 문’을 닫기 위해서는 개인의 절제를 넘어선 지속적이고 강력한 국가적·세계적 탄소 감축 실천이 시급하다.

헬게이트(gate of hell)는 판타지에서는 지하 세계 지옥의 문이 열리며 혼돈과 파괴가 쏟아져 나오는 이미지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판타지가 아니다. 고생대에 지구가 대기를 뜨겁게 하던 것들을 잡아 지하에 꼭꼭 묻어 둔 탄소는 오늘날 ‘지하 세계의 문을 여는 열쇠’처럼 작용하는 헬게이트에 다름없다.

그 문을 열면 폭염, 산불, 빙하호 붕괴, 홍수 같은 악마적 재난이 현실 세계로 쏟아져 나온다. 그 결과는 영화 속 <헬보이>처럼 귀엽지 않다.

2026년에도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다시 헬게이트가 열린 것이다.

글로벌 헬게이트

지난 8월까지 발생한 세계의 기후 위기 관련 주요 사건을 사건 규모-원인-피해 내용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유럽 폭염(5~7월): 원인은 지구 온난화+엘니뇨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고기압 ‘열돔’ 발생이다. 사망자만 최소 3만 명 이상, 수천억 유로 경제 손실, 대규모 산불·가뭄, 교통·전력망 마비가 발생했다. 에어컨 사재기가 거의 전쟁처럼 벌어졌다.

2. 캐나다 산불(6~8월): 고온·가뭄으로 인한 열돔 현상이 원인이다. 3.8백만 헥타르(ha) 산야가 소실되었고 수천 명이 대피했으며 특히 원주민 공동체가 다수 파괴되었다. 미국·캐나다 전역을 유독성 매캐한 연기로 덮으며 항공기 결항, 폐질환 등 관련 피해가 속출했다.

3. 네팔 빙하호 홍수(8~ 9월): 온난화로 인한 빙하 붕괴(GLOF)가 원인이다. 9월 1일 기준으로 사망자 1,050명, 실종자 약 4,000명이고 계속 집계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종교 행사로 인한 관광객이 몰리는 때라 외국인 피해도 꽤 크다. 현재 1만 1,000여 명이 구조되었고 2.2백만 톤의 잔해가 발생했다. 네팔로서는 6개 수력발전소 파괴(360MW 손실), 관광·무역·전력 수출 중단 등으로 GDP 성장률이 평년 예상치 4.4%에서 2.3%로 급락할 전망이다.

이번에 원인으로 지목된 GLOF(Glacial Lake Outburst Flood, 빙하호 범람 홍수)는 빙하가 후퇴하면서 형성된 빙하호가 빙벽, 모레인(빙하가 밀어낸 흙·돌), 얼음 댐 등에 의해 막혀 있다가, 폭우나 눈 녹음, 지진·산사태 같은 요인으로 댐이 무너지면서 대량의 물이 한꺼번에 방출되는 현상이다.

방출되는 물의 양이 수백만~수천만 톤에 달해 순식간에 대규모 홍수를 일으킨다. 대개 고산지대에서 발생하므로 하류 지역의 마을, 도로, 발전소를 빠르게 파괴하는데, 기후 온난화로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지역, 발생 빈도,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가장 최근 붕괴 사례로, 2022년 파키스탄 카라코람 지역에서 발생해 수백 가구 파괴와 농경지 침수 피해를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지금 이것을 시작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1,500만 명이 잠재적으로 빙하호 범람 홍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빙하호 인근에 거주하는 히말라야, 역사적으로 수백 건의 GLOF 발생한 알프스, 빙하 후퇴 속도가 빨라 위험이 증가 중인 알래스카·북미 로키산맥 등 고산 지역이 주요 위험지대로 꼽히며, 인도·파키스탄·중국·페루가 가장 큰 피해 가능성 국가들이다.

안데스 지역도 위험한데 페루 코디렐라 블랑카 지역은 수천 명 사망 사례가 이미 역사적으로 보고된 바 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긴 GLOF 기록을 가진 지역 중 하나로, 기후변화에 따른 빙하 후퇴가 위험을 계속 키우고 있다.

20세기 중반부터 여러 차례 대형 GLOF가 발생했으며,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1941년 우라스 도시를 덮친 빙하호 홍수다. 이때 약 2,000명 이상이 사망했고 고산지대 도시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이후에도 1950년대~1970년대에 걸쳐 수차례 빙하호 붕괴가 보고되었고 현재도 팔카코차호 등 주요 빙하호는 여전히 위험 요인으로 남아 있다.

4. 서아프리카 홍수(7~8월, 나이지리아·가나 등): 기록적 폭우와 배수 인프라 부족이 원인이다. 기후변화로 강우 패턴이 악화하는데 이 홍수로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고, 수천 명 이재민 발생 그리고 농경지·주택 등이 침수되었다.

이런 홍수는 아프리카에 자주 발생하는 극심한 기근과 함께 아프리카 인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 약탈 전쟁을 유발하고 대규모 난민을 발생시키는데 이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가서 유럽의 극우화를 추동하는 트리거로 작동한다.

5.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폭풍(5월 13일): 이상기후로 인한 강풍·뇌우가 원인이다. 111명 사망과 수백 채 주택·농지 피해를 일으켰다.

캐나다 산불의 한 장면
캐나다 산불의 한 장면

한국의 2026년 8월까지 기후 피해

1. 폭염(7~8월): 온난화와 열돔 현상, 해수면 온도 상승이 원인이다. 사망자 19명, 2,025명 열사병·열 질환이 발생했고, 바다 양식장에서 수많은 어족이 폐사했다. 양산은 대낮 수은주가 42.5℃를 기록해 122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가 재난이 선포되었다.

2. 집중호우·홍수(7월 8~10일): 동아시아 몬순 강화, 황해·동중국해 고수온으로 열돔 발생이 원인이다. 충청·경기·강원 지역 758명 대피, 450여 시설 파손, 35개 교량 붕괴, 철도·학교 침수 등 재해를 입었다. 폭염과 더불어 작용하면서 과수 작물과 가축 피해도 만만치 않아 추석 때 농축산 상품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9월 1일엔 안동 지방에 동전 500원 크기의 우박들이 돌풍과 함께 떨어져 수많은 사과 농장주를 울렸다.

3. 산불(3월): 고온·건조+강풍으로 전국 동시다발 산불, 10만 5,084ha가 소실되었는데 이는 역대 최대다. 1ha는 대략 축구장 한 개 규모다. 수천억 원 피해가 발생했다.

지옥 문을 닫으려면

기후 온난화는 이처럼 매년 재해의 빈도와 강도를 높이고 있다. 피해 영역도 늘어난다. 홍수와 가뭄을 비롯해 폭염·산불·빙하호 붕괴 모두 지구 온난화와 직접 연결된 것이고 피해는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까지, 네팔 홍수가 중국·인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국경을 넘어 퍼진다.

헬게이트가 열리면 나타나는 것은 뿔 달리고 눈이 시뻘건 악마가 아니라 바로 이런 파괴의 현상이다. 그 피해는 탄소 악당들보다 기후 취약계층에게 더 크게 영향을 끼친다. 히말라야에서 녹아내린 물은 갠지스강, 인더스강, 메콩강, 양쯔강, 황하로 흐른다. 강물 상류가 우윳빛인 것은 빙하가 바위 표면에서 갈아 만든 미세한 광물질이 물에 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 빙하수는 들판과 목초지에 최상의 양분을 제공하는 젖줄이 된다.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 수억 명이 히말라야에서 흘러내리는 물에 삶을 기대고 있다. 빙하호 파괴는 생명뿐이 아니라 그 젖줄도 원천을 빼앗아 간다. 거기 사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에 거의 피해를 주지 않은 이들인데도 말이다.

이런 헬게이트를 닫는 궁극적 방법은, 알다시피 선진국과 개도국들이 지속적이고도 강력한 탄소 감축으로 지하 세계의 문을 여는 악마의 열쇠를 치우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잘 지켜지지 않으면서 해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재앙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올해의 화석상’을 연거푸 받아 기후 악당 국가로 꼽히는 한국도 만만치 않다. 아마도 17세기에 쓰인『실낙원』의 작가 존 밀턴이 환생해 지금 상황을 본다면 ‘실낙원 2’를 이렇게 지을지도 모른다.

오, 탄소의 불길이 치솟아

낙원은 잿빛으로 가라앉는도다.

빙하의 호수는 허무하게 무너져

뿔난 악마들이 넘치는

지옥의 강을 이루고,

폭염은 열(熱) 천사의 날개처럼

세상을 덮친다.

인간이 스스로 연,

두 번째 실낙원의 문.

닫을 힘은 오로지 인간의 선택뿐이리.

“네팔에서 빙하 홍수에 허무하게 쓸려간 수많은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찾지 못한 한국인 실종자들 가족의 애타는 마음을 같이 합니다.”

글쓴이

황인선 작가 겸 문화마케터

황인선은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제일기획에 입사, AE를 하다가 민영화된 KT&G에 입사, 마케팅 부장을 하면서 서태지와 상상 체험 프로젝트, 홍대 앞 상상 마당과 콜라보 마케팅을 전개해서 문화마케팅의 선구자로 불린다. 이후 서울혁신센터장,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을 역임한 후 몇 개 기업 고문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그린트러스트와 한국문화기획학교 사업감사를 하면서 해석과 도시 브랜딩, 기후 위기 대응 그리고 AI 시대의 상상력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기후 행정, 기후 소득』, 『해석의 마법』, 『빅샷, 황인선의 마케팅 ALL』, 『컬처 파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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