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경고: 인류의 위기는 AI야, 기후야?
[황인선의 기후 만감(萬感)]
- 지구촌을 덮친 기후 위기와 1.5℃ 초과 시대 네팔·방콕의 대홍수와 강한 엘니뇨, 1.5℃ 상승 초과 등 기후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이제 논의의 중심은 단순 감축을 넘어 ‘어떻게 피해를 줄이며 기후 위기에 적응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 한국 사회가 직면한 5대 적응 과제 한국 역시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 이상 집중호우, 해수면 온도 상승, 식량 파동, 주거·계층별 불평등 가중 등 삶의 터전 전반에서 기후 적응 능력이 심각하게 시험받고 있다.
- AI의 매혹에 가려진 생존의 우선순위 전력 과부하와 이익 독점을 낳는 AI 기술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닐 포스트먼의 경고처럼 우리가 집착하는 기술의 유혹을 넘어 40%가 넘는 기후 약자와 인류 생존을 위한 ‘기후 적응’에 국정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가을이 왔다. 날이 선선해졌다. 긴팔옷을 찾아 입고 슬로우 러닝을 하면서 우리는 또 잊는다. 폭염과 산불이 유럽을 덮쳐 수만 명 이상이 죽었고, 네팔에 최악의 빙하호 범람형 홍수(GLOF)가 발생했었다는 것을. 그리고 방콕에 대홍수가 발생했다.
얼마 전 다녀왔던 곳이라 남의 일 같지 않다. 네팔 홍수로 9월 말 기준 사상자 6,545명, 실종자(티베트인 519명 포함) 6,664명, 피해 지역은 네팔 5개 주요 지역과 티베트 국경 지역, 인프라는 수력발전 748㎿ 손상, 도로 40㎞ 파괴, 19~35개 교량 붕괴 등 네팔은 GDP 10%가 증발했다.
방콕은 48시간 동안 300㎜ 이상의 기록적 폭우로 15년 만의 대홍수를 겪었다. 방콕을 포함 41개 주에서 58만여 가구 피해와 약 260만 명이 피해를 봤다. 이는 연례적 폭우가 아니라 기후변화, 지형, 해양 수증기, 도시 인프라 문제가 복합적으로 겹친 결과다.
이들 변고는 탄소배출 감축 정책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 대응에도 근본적인 관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세계의 네 가지 기후 이슈
탄소배출 감축이 당연히 가장 중요한 이슈지만 그건 노력 중이되 국가별 차이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 2026년 10월 초 기준으로, 기후 위기에서 주목할 새로운 이슈 첫째는 “대기온도 1.5℃를 넘는 시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이다. 목표 초과(overshoot)를 전제로 한 기후 대응으로 논의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환경기획(UNEP. 193개국이 참여하는 환경정책 중심 기관)이 올해 9월, 세계가 앞으로 몇 년 안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서를 냈다. 다만, 이것은 영구적인 1.5℃ 초과를 뜻하는 건 아니다. 뭔가를 계기로 온도 상승을 정점에서 낮추는 ‘초과–정점–하강’ 경로는 가능하다.
이는 중요한 전환 관점이다. 기후 위기의 질문이 “막을 수 있느냐”에서 “얼마나 낮게, 얼마나 짧게 초과하고 다시 낮출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5℃에서 0.1℃, 0.2℃ 더 넘느냐 아니냐가 작은 차이 같지만, 실제로는 폭염·홍수·가뭄·해수면 상승과 산불로 인한 생태계 손실 등의 엔트로피가 누적되면서 인류가 겪지 못한 치명적 특이점이 올 수 있다.
두 번째 이슈는 태평양의 수온 상승을 뜻하는 ‘엘니뇨’이다. 보통 3~5년 사이 벌어지는 자연 현상이다. 세계기상기구(WMO. 전 세계 193개국이 참여. UNEP와 함께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공동 설립)는 올 9월 현재 엘니뇨가 이미 형성됐으며, 올해 말 매우 강한 수준까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2027년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100%다. 이미 따뜻해진 지구 위에 강한 엘니뇨가 겹치면 내년 폭염·가뭄·집중호우 위험이 더 커진다.
세 번째 이슈는 당사국 총회 31(COP31)이다. 올해 11월 9~20일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다. 앞서 5~8일에는 피지·투발루·호주가 태평양에서 COP31 사전 회의를 개최한다. 태평양 도서국들이 전면에 나선다. 쟁점은 ①1.5℃ 초과를 얼마나 최소화할 건가, ②기후 재정, 즉 피해가 큰 개발도상국에 누가 얼마나 돈을 지원할 건가, ③적응을 어떻게 강화할 건가? 세 가지다.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존립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이 선진국이니 피해를 배상하라고 강력하게 촉구할 것이다. 네팔도 이미 미국, 중국, 인도를 콕 찍어 배상을 촉구했다. 탄소배출이 많은 한국도 잠재적 대상이다.
네 번째 이슈는 기후 위기가 경제·도시 문제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유럽 폭염과 산불은 사상자 문제뿐 아니라 농업, 전력, 물 공급, 노동생산성, 보험, 관광 등 경제 전반으로 번졌다. WMO에 따르면 올 7월은 전 세계적으로 역대 가장 따뜻했던 7월 가운데 하나였고, 해수면 온도는 7월 기준 관측 사상 최고였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면
한국도 폭염, 산불, 집중호우를 겪고 있다. 2년째 태풍도 오지 않는다. 과일과 나무 그리고 어종 분포도 심하게 변질 중이다. 이런 기후변화로 2026년에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문제 다섯 가지를 꼽으면,
① 폭염: 2025년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13.7℃로 관측이래 두 번째로 높았고, 특히 서울은 2025년 여름 열대야가 46일이나 발생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기상청은 기존 폭염주의보·경보 위에 ‘폭염 중대경보’를 새로 도입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온을 몇도 낮출 것인가?”가 아니라 “폭염 속에서도 사람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이다.
도시녹지, 그늘, 바람길, 건물 단열, 열섬, 취약계층 보호가 모두 연결된다. 당연히 폭증하는 AI 전력, 데이터 센터 문제도 포함된다. 한국 위정자는 이에 참으로 관대하다.
② 집중호우: 주목할 점은 연간 강수량 자체보다 강수의 패턴이다. 비가 안 오는 기간→갑자기 엄청난 비→다시 긴 건조 기간 같은 식으로 변동성이 커지는 패턴 말이다. 대도시에서는 특히 하수도·저류시설·지하공간·반지하·도시 배수 체계 문제가 기후 위기와 직결된다.
③ 바다: 2026년 6월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평균 해수면 온도는 20.9℃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전년보다 무려 1.3℃ 높았다.
수온 1℃ 상승은 육지의 10℃ 상승에 해당한다. 동해와 남해는 각각 전년보다 2.1℃, 1.3℃ 높았다. 그러면 어종 변화→어업 변화→양식업 변화→해양생태계 변화→태풍·호우의 에너지 조건 변화의 악순환 고리로 이어진다.
④ 농업·식량: 기온이 올라가면 파종 시기 변화→생육기간 변화→병충해 증가→생산량 변동→가격 변동 연쇄가 발생한다. 지중해에서는 올리브나무 재배가 어려워 오렌지로 대체하고 있는데 한국 제주도에서는 거꾸로 귤나무 대신 올리브 나무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농토, 양식수산업, 해양도시와 섬이 많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산업에 더해 ③,④번 적응에 특히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⑤”기후 위기에 적응할 능력이 누구에게나 똑같은가?”라는 질문. 에어컨(난방)을 편히 사용하는 가구/그렇지 못한 가구, 녹지 아파트/냄비 골목, 침수에 강한 집/반지하 주택과 쪽방촌, 고시촌 등은 같은 폭염, 같은 폭우를 전혀 다르게 경험한다.
전에 필자가 칼럼에서 밝힌 서울의 생활권 녹지 이슈는 이 가운데 폭염 적응의 교차점에 있다. 중국에 이어 탄소배출 2위인 미국의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는 남부 아프리카의 가뭄과 그로 인한 국지적 분쟁-난민화 연쇄를 ‘모르쇠’로 일관하며 “기후 문제는 가짜 뉴스다”라며 헛소리하고 있다.
최근 ‘란셋 카운트다운 보고서’(Lancet Countdown. 기후변화가 인간 건강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매년 평가하는 국제 연구 협력체. 의학 저널 The Lancet과 50개국 이상 대학·연구 기관이 함께 운영) 기준으로는, 전 세계 연간 평균 약 54만 6천 명 정도가 폭염 등으로 사망하고, ‘다치거나 병 악화’는 최소 수천만 명 이상이다.
간접 영향은 더 크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유럽의 극우화도 가뭄-전쟁-난민으로 이어지는 기후변화가 중요 원인일 것으로 본다.
기온 상승은 바다의 열 증가-대기와 강수 패턴 변화-폭염·집중호우·가뭄-농업·수산업·도시 피해-주거·건강·경제적 불평등 시스템으로 연결된다. 기술 발전-천문학적 투자-극소수 이익 독점-지구 전력 과부하-인류 생존 방식 위협으로 이어지는 AI의 시스템과는 고리가 전혀 다르다.
기·승·전·AI 시대에 지능 기술인 AI는 여러모로 중요하고 일단 효율적이지만 부정적 영향도 만만치 않은데 그 고리는 은폐되고 사업 이익은 상위 0.1%에게만 돌아간다.
그런데 인류 생존의 문제는 다른 데서 발생한다. 그 다른 데는 아주 다양한 사람에 걸쳐져 있다. 그들을 ‘기후 약자’라고 하면 아마 40% 인구는 훌쩍 넘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어야 한다.
“한국은 앞으로 기후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 나라인가?”
“무엇이 중한디? AI야, 기후 적응이야?”
20세기 미디어 교육자였던 닐 포스트먼이 쓴 『죽도록 즐기기(Amusing Ourselves to Death)』서문 끝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한마디로, (조지) 오웰은 우리가 증오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 (올더스) 헉슬리는 우리가 좋아서 집착하는 것이 우리를 파멸시킬까 봐 두려워했다....헉슬리가 옳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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