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영
언어탐험가(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
신지영 교수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베이스캠프로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인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언어 탐험가다.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다. 저서로는 <인어의 높이뛰기>, <언어의 줄다리기> 등이 있다.
신지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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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나는 인재인가?
‘인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지난해 한 방송에 출연하게 된 덕분이었다. 가끔 방송 비평 프로그램에 패널로 초대를 받는다. 그날의 비평 대상은 ‘인재 전쟁’이라는 다큐멘터리 2부작이었고 함께 패널로 등장하는 분은 그 프로그램을 만든 PD였다. 당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화제가 되었던 프로그램이라 더욱 관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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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우리, 잘 통하고 있는가?
몇 달 전의 일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찍고 싶다는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출연 의향이 있는지, 있다면 기획 회의를 위한 가능한 일정도 함께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와 관련된 일이라 출연을 망설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일정이 문제였다. 긴 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매우 분주했다. 밭은 일정이라면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섭외 편지에 일정을 잡았으면 하는 범위가 언급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그리 급하지 않아 보였고, 내 일정에 전적으로 맞춰줄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당시의 일정들을 고려하여 2주 후로 가능한 일정 몇 개를 적어 보냈다. 답장을 쓰면서 빠른 소통을 위해 내 핸드폰 번호도 적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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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스몰토크’를 고민하는 당신에게
스몰토크(small talk)란 사교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가볍고 소소한 대화를 말한다. 친밀한 사이에 주고받는 대화보다는 초면이거나 초면은 아니라도 서로 친밀하지 않은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주로 지칭한다. 따라서 그런 관계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중요하지 않은 주제, 논쟁적인지 않은 문제를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태도는 공손함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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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이공계 인재들, 의사소통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
박사학위를 마치고 음성 공학 분야를 연구하기 위해 한 기업체 연구소에서 일한 적이 있었다. 컴퓨터가 인간의 말을 인식하게 하는 음성 인식 기술과 글자로 된 텍스트를 음성으로 출력시키는 음성 합성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였다. 국내 최초로 음성 인식 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한 당시 국내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던 연구소였다. 연구소의 특성상 연구원들은 거의 공학 계열 석‧박사 학위자들이었다. 대학에 진학한 후 박사학위를 마치기까지 주로 인문학 전공자들 속에서만 지냈던 터라, 처음 연구소에 갔을 때는 분위기가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우선 연구소는 매우 조용했고 사람들 사이에 대화가 거의 없었다. 인사를 나누는 정도를 제외한다면 하루 종일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퇴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관찰자 시점으로 볼 때 혹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보다는 컴퓨터와 보내는 시간을 더 편안해하고 좋아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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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따뜻한 말 한마디
지난 2019년 6월 초, 여름이 막 시작하려는 때였다. 강연을 요청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서울시 정신건강 복지센터였다. 서울시 50+ 재단과 함께 강연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강연을 한 꼭지 해 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홍보대사인 ‘정신건강 지키미’로 위촉을 받아 활동했던 인연이 있는 센터였다. 홍보대사로서 센터를 위해 한 일이 별로 없어 늘 민망하던 차에 강연 의뢰를 받으니 오히려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잘 준비해 보겠다고 말하며 강연의 주제가 무엇인지 물었다. ‘따뜻한 말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준비해 달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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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오래 행복하려면 ‘말하기’ 다시 배우자
1인 가구가 대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무려 33.4%에 이른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혼자 사는 가구라는 뜻이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10년부터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낸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보면 1인 가구는 205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39.6%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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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대화가 필요한 당신에게
얼마 전 한 오찬에 초대되었다. 중요한 일을 마치고 이어진 멋진 공간에서의 점심 식사 초대였다. 큰 원탁에 둘러앉은 사람은 초청자를 포함하여 모두 일곱 명이었다. 두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점심 식사 내내 초청자는 혼자서 끊임없이 자기 얘기를 했다. 누군가가 다음 일정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세 시간은 족히 붙잡혀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다음 일정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초청자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임을 파했다. 우리는 모두 그로부터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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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발언권이 생긴 당신에게
인생에는 여러 가지 아이러니가 있다. 말하기와 관련한 아이러니도 있으니, 말을 고칠 수 있는 나이에는 발언권이 없어 말할 기회가 별로 없고, 발언권이 생긴 나이에는 말할 기회는 많은데 말을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대 대학생들은 말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말하기의 중요성을 잘 알지 못한다. 못하면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몇 번의 피드백만으로도 큰 변화와 성장을 이룬다. 반면에 40대 중후반 이후부터는 발언권이 생기면서 다양한 말하기 장면에 노출되게 되는데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발언권이 생긴 나이가 되면 변화와 성장을 이루는 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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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새해에 ‘발언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한 교수법 강연에서 흥미로운 관찰을 공유할 수 있었다. 연사는 한국계 미국인이며 미국 대학의 교수였다. 그 교수가 한 번은 자신의 대학원생들을 인솔하여 공동연구를 하는 국내 교수의 대학원 연구실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그 교수는 미국 대학원생들에게 한국 대학을 방문하고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 대학원생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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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발언이 안전한 대학 강의실 만들기
어릴 때부터 질문이 많았던 필자는 질문을 마음껏 하고 싶어서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 가면 질문을 마음껏 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대학 강의는 모두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 교수와 학생이 학문적인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수업이라니! 대학은 정말 가 보고 싶은 신세계였다. 이런 비현실적 이미지를 심어준 것은 바로 고3이 될 무렵 시작한 미국 드라마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이었다.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강의실 풍경은 질의응답과 토론이 오가는 치열한 공간이었다. 학생들끼리 모여 하는 ‘스터디 그룹’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학문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하버드 대학의 풍경은 그야말로 내게는 유토피아였다. 아, 대학이란 저런 거였구나! 그럼 대학에 가야겠다! 대학은 그때부터 내게 ‘가야 할 곳’에서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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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참 이상한 ‘도어스테핑’ 중단 ②
①에 이어 계속 놀랍게도 ‘도어스테핑’을 날려버린 이른바 ‘불미스러운 사태’는 그날의 ‘도어스테핑’에서의 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어스테핑’이 끝나고 대통령이 사라진 뒤에 일어났던 대통령실의 이기정 비서관과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물었던 MBC 이기주 기자 사이의 약 2분간 이어진 언쟁(말싸움)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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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참 이상한 ‘도어스테핑’ 중단 ①
출근길 문답이 중단되었다.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도어스테핑’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시작했던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이 취임 200일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막을 내린 것이다. 6개월간 61회를 진행했으니 평균 한 달에 열 번, 한 주에 두 번 반 정도의 빈도로 이어진 셈이다. ‘도어스테핑’이라는 낯설고 이상한 이름을 가진 이 출근길 문답은 용산 이전의 상징이었다. 또 지난 대통령들의 소통 방법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자타가 인정했던 새로운 소통의 시도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중단’이 선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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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총리의 외신 기자회견이 부끄러운 또 다른 이유
10.29 참사 사흘 후인 11월 1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번 참사와 관련하여 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내 언론의 기자들에게는 틈을 주지 않던 국무총리가 외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정말 놀라웠다. 하루 전날인 11월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정부현안보고에서도 질의 없이 현안 업무 보고만을 하겠다던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볼 때 너무나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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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국정감사의 진짜 감사 대상은 ‘국회의원’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끝났다. 올해도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막말과 고성은 여전했고 정책 감사는 실종됐다. 정책 감사가 실종된 자리에는 거대 양당의 정치적 대립만 버티고 앉아 있었다. 이 중요한 국감이 상투적인 연례행사가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마음이 무겁다. 국감장의 언어는 올해도 혼탁했도 답답했다. 의원들끼리의 고성과 막말이 오가고 서로의 목소리가 뒤엉키고 뒤섞여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소음이 난무한다. 이성이 날카롭게 충돌해야 하는 자리에 감정이 둔탁하게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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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문화
‘심심한 사과’가 필요한 때
대통령실이 주도하는 전 국민 듣기평가라니! 국민들의 듣기 능력을 높여주기 위해 대통령실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정말 몰랐다. 지난 22일 밤 늦은 시각,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국민들에게 영상 하나를 다시 들어봐 달라고 호소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영상에 녹음된 음성이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다시 들어봐 달라고 했다. 왠지 그 영상 속의 발언을 다시 듣지 않으면 안될 것 같고, ‘날리면’이라는 말이 안 들리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의 브리핑이었다. 김 수석의 말투와 표정은, ‘날리면’으로 들어야만 한다고 듣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권고하는 듯했다. 자못 비장함까지 느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