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행복하려면 ‘말하기’ 다시 배우자

[신지영의 품격 있는 한국어 사용법] ‘말하기’ 교육이 없는 나라..관계 맺기 약해 이심전심은 없다...내 말 이해 못하면 끝 외로움과 고립 벗어나려면 말부터 다시

예능인 유재석의 인기비결은 뛰어난 '말하기'에 있다. 달변이어서가 아니라 출연자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출연자가 돋보이게 하는 '말하기' 능력 때문이다. 사진=tvN 캡쳐.
예능인 유재석의 인기비결은 뛰어난 '말하기'에 있다. 달변이어서가 아니라 출연자가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출연자가 돋보이게 하는 '말하기' 능력 때문이다. 사진=tvN 캡쳐.

혼자, 오래 산다!

1인 가구가 대세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의 비율은 무려 33.4%에 이른다.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혼자 사는 가구라는 뜻이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2010년부터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앞으로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낸 <2022 통계로 보는 1인가구>를 보면 1인 가구는 2050년까지 꾸준히 증가하여 39.6%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편,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83.6세다. 하지만 한국인이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빈번한 연령은 이보다 높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는 한국인의 최빈 사망 연령, 즉 한국인이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가장 빈번한 연령에 대한 정보가 성별로 나뉘어 담겨 있다. 보고서에는 2020년 기준 한국인의 최빈 사망 연령이 남성은 86.52세, 여성은 90.80세라고 되어 있다. 지난 약 50년간 한국인의 최빈 사망 연령이 남성은 무려 19.02세, 여성은 9.84세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100세 시대가 말만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자료다.

‘외로움’의 돌봄이 필요한 시대

혼자 오래 사는 시대가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다. 대가족은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로 변해왔다.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돌봄’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대가족 안에서는 개인의 문제였던 돌봄이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돌봄’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노인 돌봄과 영유아 및 아동의 보육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이제 핵가족을 넘어 1인 가구가 대세인 시대가 되었다.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우리는 이제 돌봄의 대상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바로 ‘외로움’이다.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는 이미 우리 가까이에 와 있는 사회 문제다.

이는 비단 우리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외로움과 고립을 사회 문제로 여기고 정부 차원에서 가장 처음 대응한 것은 영국이었다. ‘조 콕스(Jo Cox) 고독문제대책위원회’가 2017년 말 발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영국의 메이 총리는 고독을 국가가 나서서 대처해야 할 사회 문제로 인식하여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고독 담당 관료’(Minister of Loneliness)를 임명하였다. 한편, 일본도 2021년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 담당실을 신설하였다. 코로나로 인한 우울과 이로 인한 자살률 급증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모색한 결과였다.

혼자, 오래 외롭지 않으려면

이제 우리 사회도 ‘외로움’에 주목해야 한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사회 2016>에는 사회관계망에 대한 OECD 34개국의 조사 결과가 실려 있다. 보고서에는, ‘의지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가’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국가별, 연령대별로 비교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15~29세는 93%, 30세~49세는 78%, 50세 이상은 61%만이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전 연령대 모두 OECD 평균보다 낮은 수치였다. 15~29세는 세계 평균인 95%보다 2%p 낮아서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30~49세는 12%p, 50세 이상은 26%p 낮아서 OECD 34개국 중 각각 33위와 34위를 차지했다.

결과가 매우 충격적이다. 이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약한 사회관계망을 드러내 준다. 특히, 연령이 높은 집단의 사회관계망이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약한 사회관계망은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와 직결된다. 구성원들 간의 관계망을 튼튼히 이을 수 있는 방안을 정책적으로 깊이 그리고 체계적으로 고민해야 해야 할 때다.

관계, 바로 행복의 핵심

사회관계망을 튼튼히 한다는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의 끈을 더 긴밀하게 만드는 일이다. 혼자, 오래 살아도 외로움과 고립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성인 발달 연구소는 대규모 연구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최장 기간 종단 연구결과를 보고한다. 하버드 대학교 2학년에 다니던 남학생 268명과 도심의 빈민층 남자 중학생 456명, 총 724명의 연구 대상자를 1938년부터 75년간을 종단적으로 연구하여 무엇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유지하게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는다. 연구팀이 찾은 답은 돈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연구팀이 강조한 것은 바로 ‘좋은 관계’였다.

연구팀의 책임자 월딩거 교수는 가족, 친구, 공동체 등 다른 사람들과 잘 연결되어 있을수록 건강하고 행복하며 오래 살 확률이 높다고 강조한다. 반면에 외로움은 행복감을 주지 못함은 물론, 뇌 기능을 퇴화시키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쳐서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하였다. 특히 중년기 이후의 외로움은 건강과 수명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결국, 좋은 관계는 행복을 넘어 신체적 건강까지도 가져다 준다는 것이 75년간의 종단 연구 결과를 통해 월딩거 교수가 발견한 바였다.

그래픽= 연합뉴스
그래픽= 연합뉴스

말, 바로 관계의 핵심

그런데 그 관계의 핵심에 바로 말이 있다. 가족관계처럼 태어나면서 그냥 맺어지게 되는 인간관계가 아니라면, 말을 통하지 않고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없다. 모든 인간관계는 말을 통해 맺어지고, 그렇게 맺어진 관계는 말을 통해 유지된다. 말이 이어지면 관계도 이어지고 말이 사라지면 관계도 사라진다. 관계를 맺고 싶은 사람에게는 말을 걸고 싶고, 관계를 맺기 싫은 사람과는 말을 하기 싫어진다. 이처럼 말은 관계의 핵심이다.

우리는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눈다. ‘인사’는 말을 거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인사를 통해 말을 걸며 우리는 관계 맺기를 시작한다. 그래서 인사를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인사가 관계 맺기의 시작이라는 것을 묵시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계 맺기에 미숙할수록 인사를 건네는 것을 어려워한다. 또한, 누군가가 건넨 인사를 제대로 받지도 못한다.

말은 이렇게 늘 관계의 중심에 존재한다. 그리고 말은 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그런데 관계에서 말은 ‘자석’이 되기도 하고 ‘용수철’이 되기도 한다. 자석이 되는 말하기는 좋은 관계를 가져다 주지만 용수철이 되는 말하기는 관계의 단절을 통한 고립과 외로움을 가져다 준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는 이제 관계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에서 자신의 말이 자석이 되는지 용수철이 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

말로 준비해야 하는 미래

좋은 관계에 대한 고민은 이제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혼자, 오래 사는 사회에서 외로움과 고립은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가 될 것이다. 혼자, 오래 살지만 외로움과 고립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려면 ‘따로 또 같이’, ‘느슨하지만 긴밀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관계의 문제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있어서 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에 대한 체계적인 시민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좋은 말하기가 바로 관계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런 관점으로 앞서 살펴본 OECD 보고서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약한 사회관계망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29세 이전에는 OECD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30세 이후의 연령에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취약한 이유가 혹시 관계의 문제에 대한 ‘언어적 대비’가 부족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50세 이상의 연령에서 보이는 참담한 결과에 대해서는 꼭 눈여겨 보아야 한다.

말하기, 새로 배워야 한다!

한국 사람들은 말하기를 체계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오죽하면 군대가 유일한 말하기 교육 장소라고 하겠는가? ‘다나까로 말하라’고 배우는 것이 말하기 교육의 전부라는 자조 섞인 말이 있을 정도다. 또한, 말하기를 일종의 기술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말하기를 배우는 것을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좋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말하기는 관계의 관점에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

말하기 교육은 공교육에서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반드시 평생교육의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관계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고민하게 되는 시기는 생애주기에서 중년기 이후로 분류되는 30세 이상의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이 매우 취약한 높은 연령층에게 말하기 교육은 특히 절실하다. 수직적인 의사소통에 익숙한 이 연령층에게 관계의 문제로 접근하는 말하기 교육은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보다 절실하다. 그러니 더 늦기 전에 말하기를 새로 배워야 한다.

절실해야 하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를 사귈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래야 사회관계망으로부터 소외되거나 고립되지 않는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을 친구로 사귀려면 그들을 친구로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 마음은 말과 행동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심전심은 자기중심적인 착각이요, 회피와 변명이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알아주어야 할 의무가 상대에게는 없다. 그런 의무를 상대에게 요구한다면 그런 사람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친구가 되려면 친구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 그 관계에 적절한 말하기를 해야 한다. 말을 통해 그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어른답지 못한 사람, 혹은 어른 대접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꼰대 같은 언행을 보이면서 일방적으로 친구라고 주장한다고 친구가 될 수는 없다. 꼰대로 느껴지는 사람을 친구로 삼고 싶은 사람은 없다.

친구란 마음 편하고 긴장감 낮은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꼰대는 상대에게 감정적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긴장감을 높인다. 그런데 문제는 꼰대인지 아닌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판단한다는 데 있다. 상대가 알려 주지 않으면 자신이 꼰대인지 아닌지 스스로는 알 수가 없다. 꼰대는 그렇게 외로워진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당신이 꼰대와 친구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다른 사람도 꼰대와는 친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당신은 꼰대인가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인가? 외로움과 고립의 문제를 생각하면서 관계의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새로 말하기를 배워야 할 때다.

글쓴이

신지영 언어탐험가(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

신지영 교수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베이스캠프로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인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언어 탐험가다.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다. 저서로는 <언어의 높이뛰기>, <언어의 줄다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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