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도어스테핑’ 중단 ②

[신지영의 품격 있는 한국어 사용법] ‘불미스러운 사태’는 비서관과 기자간 언쟁 그 일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을 포기하나 ‘도어스테핑’ 명칭도 잘못돼...국민 소외시켜 ‘공사 구분’ 한 대통령과 언론 관계 정립해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①에 이어 계속

충격적인 ‘불미스러운 사태’의 정체

놀랍게도 ‘도어스테핑’을 날려버린 이른바 ‘불미스러운 사태’는 그날의 ‘도어스테핑’에서의 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었다. ‘도어스테핑’이 끝나고 대통령이 사라진 뒤에 일어났던 대통령실의 이기정 비서관과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물었던 MBC 이기주 기자 사이의 약 2분간 이어진 언쟁(말싸움)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대통령에게 그렇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도어스테핑’이 비서관과 기자 사이의 불과 2분간의 언쟁으로 날아가 버리다니! 도대체 얼마나 불미스러운 일이었기에 그런 결과를 초래했는지, 이번에는 그 언쟁을 살펴봐야겠다.

이른바 ‘불미스러운 사태’는 대통령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이후에 일어났다. 현장에 있지 않은 탓에 영상만으로는 구체적으로 그 발단이 무엇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도어스테핑’이 끝난 직후, 그 현장에서 대통령실 이기정 비서관이 MBC 이기주 기자의 무례함을 지적한 것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기정 비서관은 들어가는 대통령의 뒤에 대고 질문을 한 것이 무례하다고 지적했고, 이기주 기자는 뭐가 가짜뉴스냐, 뭐가 악의적이냐고 따졌다. 둘 사이에 고성의 설전이 오가고 감정적 대립이 있었지만 거친 말이 오간 것도 아니고 특별히 못할 말이 들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겨우 이것이 그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어스테핑’을 중단시킨 ‘불미스러운 사태’라니 정말 어이가 없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MBC의 이기주 기자(왼쪽)와 이기정 대통령실 비서관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쳐
MBC의 이기주 기자(왼쪽)와 이기정 대통령실 비서관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튜브 캡쳐

어렵지 않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만약 ‘불미스러운 사태’가 비서관과 기자의 언쟁이라면 이와 관련한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도어스테핑’이 끝난 후 또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벌어진다면 그 사태를 벌인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니 말이다. 대통령과 기자 사이의 언쟁도 아니고 대통령이 없는 자리에서 벌어진 비서관과 기자 사이의 언쟁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대통령의 절박한 용산 이전 이유를 상징하는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니 허탈하다.

준비 소홀의 고백?

그런데 만약 그 불미스러운 사태로 인해 우려하는 바가 혹시라도 대통령과 기자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언쟁이라면 ‘도어스테핑’을 시작할 때 이미 고려했어야 한다. 다양한 우발적인 사태에 대해 다각적인 고려는 시작할 때 이미 했어야 한다. 만약 고려하지 않았다면 준비 없이 시작했다는 고백과 같다.

물론, 국민과의 소통이 절박하여 사전 준비가 부족했고 그래서 고려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준비 없이 ‘도어스테핑’을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고려 사항들을 추가하면서 지속해 가면 되는 데다가 대통령실 기자들은 대통령과 언쟁을 벌일 만큼 무모하지도 않다. 전혀 우려할 바가 아니다.

한편, 대통령실이 ‘도어스테핑’의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전제 조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자단에 보낸 안내 문자에는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그 취지’가 의미하는 바는 ‘도어스테핑’의 취지일 것이다. 그러니 ‘도어스테핑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뜻은 무엇인가?

‘도어스테핑’이 바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마련한 방안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미 마련된 방안이었던 ‘도어스테핑’이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면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대통령실이 고민해서 새로운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방안이 마련되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니 이게 무슨 말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헷갈리는 것일까? 이제 ‘도어스테핑’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새로운 방안을 위해 고려할 사항들을 고민해 볼 차례다.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이름

‘도어스테핑’의 가장 큰 문제는 이름이 갖는 모호함과 혼동이다. 영어에서 말하는 ‘door stepping’이란 인터뷰가 어려운 취재원으로부터 인터뷰를 얻기 위해 하는 인터뷰 방법이다. 인터뷰를 따고자 하는 사람, 즉 언론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인터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대상자에게 사전 고지를 하지 않고 집이나 직장 앞에서 기다렸다가 마이크나 카메라를 들이대며 하는 인터뷰를 말한다. 인터뷰 대상자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마이크와 카메라 앞에 서게 되는 만큼, 매우 불쾌하고 당황스러운 인터뷰 유형이다. 한편, 언론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을 감수하고 진행하는 인터뷰 형태다.

BBC의 도어스테핑 정의(기자들에 대한 안전수칙 등 가이드). 출처=bbc.co.uk/safety
BBC의 도어스테핑 정의(기자들에 대한 안전수칙 등 가이드). 출처=bbc.co.uk/safety

그런데 대통령실이 말하는 ‘도어스테핑’은 영어의 ‘door stepping’과 완전히 반대다. 오히려 인터뷰 대상자인 대통령이 자처해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니 말이다. 인터뷰 대상자인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통해 시간과 장소를 기자들에게 사전 고지하고 진행한다는 점도 영어의 ‘door stepping’과는 거리가 있다. 기자들이 사전 고지 없이 대통령을 기다리다가 대통령실로 들어서는 대통령에게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이대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인터뷰하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면 ‘door stepping’과 ‘도어스테핑’은 다를 바가 없어 보이나 그 실체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갖는다. 그러니 ‘door stepping’을 연상시키는 ‘도어스테핑’이라는 이름은 적절하지도 않은 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다.

국민을 소외시키지 않는 이름으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용산으로 이전해서 ‘도어스테핑’을 시작했다고 재차, 삼차 강조했다. 그래서 ‘도어스테핑’은 용산 이전의 상징이요,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의 의지였다. 그런데 그 이름이 정작 국민들을 소외시키고 있다. 낯설고 모호한 ‘도어스테핑’이라는 이름을 듣고 소외감을 느낄 국민이 없는지를 먼저 헤아리는 것이 바로 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영어 원래의 의미와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만든 것에 국민이 낯설어하고 어려워할 이름을 붙일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따라서 ‘도어스테핑’은 ‘도어스테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서는 안 된다. 그럼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까? 언론에서 흔히 부르는 것처럼 ‘출근길 문답’이나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으로 부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출근길 문답’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보다 조금 더 가벼운 느낌을 준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을 돌이켜 보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보다는 ‘출근길 문답’이 더 어울리는 듯하다. 새 단장을 하는 김에 더 적절한 이름을 찾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소통의 의지를 확인하라

과연 대통령은 국민을 대신해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는 기자들과의 소통에 의지가 있는지를 스스로 냉정하게 확인해 봐야 한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고, 그간의 출근길 문답에서도 그렇고, 대통령은 한결같이 국민들의 비판과 지적을 받아야 하고 그런 비판과 지적에 마음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진심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행동을 보면 그 진심을 믿기 어렵다. 기자가 대통령과 언쟁을 한 것도 아니고 기자가 대통령에게 하지 못할 질문을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다는 선언을 하는 대통령을 보며 비판과 지적에 마음이 열려 있다는 대통령의 말을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공사의 구분

기자는 국민을 대신해서 질문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대통령은 기자가 개인의 자격이 아니라 기자의 자격으로 질문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자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 질문에 성실히 답하지 않는 것과 같다.

대통령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실도 기자들과의 공적인 관계를 공적인 자리에서 지켜야 한다. 기자의 무례함이 느껴졌다면 개인적으로 만나서 개인 대 개인으로 지적해야 옳다. 대통령실 기자단의 기자들은 후배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자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상황에서도 격식을 갖추어 대해야 한다.

그것은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비서관과 기자의 관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비서관과 사적인 관계가 있다고 해도 공적인 공간에서는 공적인 관계다. 서로 토론을 하고 논쟁을 하는 것은 괜찮지만 말싸움을 해서는 안 된다. 공적인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여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공적인 자리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글쓴이

신지영 언어탐험가(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

신지영 교수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베이스캠프로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인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언어 탐험가다.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다. 저서로는 <인어의 높이뛰기>, <언어의 줄다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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