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이상한 ‘도어스테핑’ 중단 ①

[신지영의 품격 있는 한국어 사용법] “용산 이전의 가장 큰 이유”라더니 있지도 않은 불미스런 사태로 중단해 짚어봐야할 ‘도어스테핑’ 시작과 끝

출근중 대통령 집무실 로비에서 '도어스테핑'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출근중 대통령 집무실 로비에서 '도어스테핑'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어스테핑’: 낯설고 이상한 시작과 끝

출근길 문답이 중단되었다.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5월 11일부터 ‘도어스테핑’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시작했던 기자들과의 출근길 문답이 취임 200일도 채우지 못하고 갑자기 막을 내린 것이다. 6개월간 61회를 진행했으니 평균 한 달에 열 번, 한 주에 두 번 반 정도의 빈도로 이어진 셈이다.

‘도어스테핑’이라는 낯설고 이상한 이름을 가진 이 출근길 문답은 용산 이전의 상징이었다. 또 지난 대통령들의 소통 방법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자타가 인정했던 새로운 소통의 시도이기도 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중단’이 선언된 것이다.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이란?

사실 이른바 ‘도어스테핑’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대단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인 지난 8월 17일에 있었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을 이어갈 의지를 아주 분명히 표현했었다. 출근길 문답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가 있는데 계속 이어갈 예정이냐고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의 답은 다음과 같았다. 좀 길어도 다 들어 볼 필요가 있다.

“계속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속 하겠습니다. 여러분들께서 하지 말라고 하면 할 수 없겠지만 저는 이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는 것은, 예를 들어서 대통령중심제 국가다 하면은 그 대통령의,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드러나고, 또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용산으로 왔고 그리고 과거와는 달리 춘추관으로 별도의 건물에 있었지만 저와 우리 참모들이 함께 근무하는 이곳 1층에 여러분들의 기자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조치를 한 것입니다. 제가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그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많이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만은 그거는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그리고 새로운 소통하는, 국민들께 제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그런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에 미흡한 게 있어도 계속되는 과정에서 국민들께서 이해하시고 또 미흡한 점들이 개선돼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많이 도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뉴시스 박미영 기자의 질문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 간투사를 제외한 발언 내용을 발언한 그대로 필자가 전사)

이 말은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이 어떤 의미인지를 드러내 준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은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하고도 절박한 이유였다. 또, 자유민주주주의 대통령 중심제 국가 대통령으로서의 의무였다. 그래서 많은 우려 속에서도 계속 이어왔고 앞으로도 여러분(기자)이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도어스테핑’을 날리면?

그런데 대통령의 정체성과도 같던 ‘도어스테핑’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대통령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했던 ‘도어스테핑’을 누가 왜 날려 버린 것인가? 코로나와 고금리의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막대한 비용이 드는 용산 이전을 강행한 이유는 바로 국민과의 소통 때문이 아니었던가?

오직 국민만 보고 달려서 대통령이 되었으니 국민과의 소통의 끈을 절대 놓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우리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확인했다. 주변의 반대와 우려가 있지만 기자들이 하지 말라고 하지 않는 한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도 스스로 밝혔다.

이런 대통령의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을 누가 날린 것인가? ‘도어스테핑’을 날리면 대통령에게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용산 이전의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요, 자유민주주의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꼭 필요한 국민들의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을 수 있는 통로도 다 없어지는 것이니 말이다.

이렇게 중대한 ‘도어스테핑’을 날려버린 그날의 ‘도어스테핑’을 꼼꼼히 짚어봐야겠다.

이른바 ‘불미스러운 사태’

지난 18일 금요일 문제의 ‘도어스테핑’ 후 몇 가지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도어스테핑’이 이루어지던 대통령실 1층 공간에 갑자기 가림막이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장소에 가림막을 설치한다는 것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거나 장소를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상대로 21일 월요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 결정 공지 문자를 기자단에 보냈다. 대통령실이 기자단에 보낸 문자에는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중단 이유가 설명되어 있었다. 아울러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말이 덧붙어 있었다.

그렇다면 문자에 언급된 ‘불미스러운 사태’가 무엇인가? 그 불미스러운 사태가 무엇이기에 대통령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용산 시대의 필연성을 보여 주는 상징과도 같은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게까지 한 것인가?

그런데 문제가 된 제61회 ‘도어스테핑’을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불미스러운 장면은 찾을 수가 없었다. 굳이 찾으라고 한다면 그건 오히려 대통령이 질문한 기자를 무시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도였다. 그날의 ‘도어스테핑’은 약 10분 남짓 진행되었는데, 첫 6분 30초 정도는 대통령이 순방 외교의 성과를 설명하는 시간이었고, 끝 3분 30초 정도는 기자들과의 문답이었다.

세 개의 문답

기자들과의 문답은 총 세 개였다. 첫 문답은 사우디 빈 살만 왕세자와의 관저 회담과 관련된 것으로 12초간 이어진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의 답변은 약 75초 정도 이어졌다. 기자는 관저 회담을 계속할 것인지 그리고 왕세자와의 단독 회담 내용은 무엇인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대통령은, 정상과의 단독 회담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고 관저 회담은 상대 측과 협의하여 결정할 사항이라고 답했다.

두 번째 문답에서 기자는 당시 논란이 되었던 전용기에서 특정 기자만 따로 불러 면담한 문제에 대해 물었다. 기자의 질문은 약 7초 정도였고 대통령의 답변은 약 6초 정도로 매우 짧았다. 이 질문에 대해 대통령은 답변을 하려 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개인적인 일”이라며 답변할 가치가 없다는 투로 아주 짧게 말했다. 이에 그 기자는 전용기는 공적인 공간이 아니냐고 재질문을 했지만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다음 질문을 받았다.

세 번째 질문은 특정 언론사의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에 대한 것이었다. 기자의 질문은 약 16초 정도, 답변은 약 1분 36초 정도였다. 대통령은 답에서 MBC가 가짜 뉴스로 동맹관계를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 부득이하게 행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자 해당 언론사인 MBC 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인 것이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세 번째 답변을 마치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 엘리베이터를 향해 가 버린 탓에 MBC 기자의 발언은 대통령의 뒤통수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답을 듣고 싶었던 기자는 대통령의 뒤에 대고 재차 뭐가 악의적인지를 다시 물었다. 그렇게 ‘도어스테핑’은 끝났다.

"MBC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돌아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MBC 이기주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되묻는 장면. 사진=YTN캡쳐/트위터
“MBC 보도가 악의적”이라고 일방적으로 말하고 돌아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MBC 이기주 기자가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되묻는 장면. 사진=YTN캡쳐/트위터

찾을 수 없는 ‘불미스러운 사태’

아무리 영상을 봐도 특별히 ‘불미스러운 사태’는 발견되지 않았다. 대통령과 기자 사이이의 문답에서 ‘불미스러운 사태’는 찾을 수가 없다. 논쟁은커녕 대꾸도 하지 않았으니 대통령이 기자를 무시했다고 할 수는 있어도, 기자가 대통령에게 못할 말을 하거나 특별히 불손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았다.

대통령의 뒤에 대고 질문을 한 것이 불미스러운 일이라면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며 ‘도어스테핑’의 특성상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도 그것을 불미스럽다고 생각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대통령의 등 뒤에 대고 작정하고 한 질문도 아니었다. 대통령이 세 번째 질문에 답하고는 바로 등을 돌려 가 버렸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등 뒤에 대고 한 질문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더욱이 그 질문은, 질문을 한 기자의 입장에서는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자신의 언론사를 특정하여 ‘가짜 뉴스’, ‘동맹관계 이간질’, ‘악의적’, ‘헌법 수호의 책임 일환’이라고 말하는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만약 해당 언론사의 기자가 가만히 있었다면 그것이 ‘불미스러운 사태’가 아닐까? 오히려 그 상황에서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물은 것은 기자 정신을 발휘한 것으로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 ‘불미스럽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일은 아니다. 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이든 아니든.

아무리 열심히 들여다 봐도 그날의 ‘도어스테핑’에서 ‘불미스러운 사태’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대통령에게 그렇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게 한 ‘불미스러운 사태’란 무엇인가? ②로 이어짐

글쓴이

신지영 언어탐험가(고려대 국어국문과 교수)

신지영 교수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베이스캠프로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인 언어의 세계를 탐험하는 언어 탐험가다. 언어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사회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인문학자다. 저서로는 <인어의 높이뛰기>, <언어의 줄다리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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