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전문가들 왜 반대했나
김현철 교수 “공유지의 비극을 방치해” 우희종 교수 “후생유전학 측면에서 위험” 박만규 교수 “반대 80%인데 정부는 방조” 정연섭 총장 “과학적 문제 없을 것” 주장
8월 24일 오후 1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끝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전력은 지난 22일 일본 정부의 방류 결정에 따라 사전 작업을 거쳐 수조에 보관하던 오염수를 이날 오후 1시쯤부터 방류하기 시작했다.
도쿄전력은 그동안 건설한 해저 터널을 통해 1톤의 오염수를 희석해서 방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17일간 총 7800톤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게 된다.
이날 방류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2년 반 만이다. 또한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이후 올해에 네 차례에 걸쳐 전체 오염수의 2.3%인 총 3만1200톤을 방류하게 되는데, 이를 30년간 이상 반복하게 된다.
인류의 생명 보고인 태평양으로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오염수를 투기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한국내 국론은 갈린 지 오래다. 야권 진영은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자원의 피해라는 경제적 손실 예고를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여권 진영은 과학적으로 거의 심각하지 않은 문제라며 신중한 접근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이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지만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라 쉽사리 ‘남의 집 불구경’할 문제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또한 단순히 경제적 영향으로만 볼 것도 아니다.
<더 칼럼니스트>에 칼럼을 기고하신 김현철 인하대 물리학부 교수는 오염수 방류에 대해 “지난번 칼럼에서 밝혔듯이, 지금 당장의 안전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장기적으로 공유지인 바다가 더렵혀진다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국과 주변국에서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것도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을 유기적 인과 관계라는 측면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며, 지금 오염수 방류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철 교수는 지난 5월22일 칼럼 ‘일본 오염수 방류, 무엇이 문제인가? ①· ②’를 <더 칼럼니스트>에 게재했다. 그는 칼럼에서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대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버린 적은 없었다. 그것은 원자력 발전을 하는 나라들 사이에 맺어진 암묵적인 동의와 같은 것이었다.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를 버리는 것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모든 나라들이 암암리에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한 것은 바로 ‘바다라는 공유지’를 이용해서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리하기로 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안전을 논의하기 전에 바다라는 공유지를 일본이라는 한 나라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가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는 태평양에 안버릴까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해야 할 만큼 원자력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면, 중국에서는 그리고 한국에서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그때 중국과 한국도 바다를 이용해서 핵 폐기물이나 오염수를 버리겠다고 나서겠다면 누가 이를 제지할 것인가. 김 교수가 ‘공유지의 비극’은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을 연구한 이론이다.
특히 원자력발전소를 다량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일본의 사례를 따르겠다고 할 경우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고준위 핵폐기장 시설이 포화 상태에 있는 한국이 핵폐기물 일부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나선다면 우리 시민들은 이를 제지할까, 방조할까. 특히 극우보수 정부가 들어서서 ‘공유지의 비극’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저항을 뚫고 강행한다면, 우리 시민사회가 이를 제지할 수 있을까.
때문에 ‘공유지의 비극’을 막는 방법은 먼저, 지금 당장 일본 오염수 방류를 막고서 새롭게 논의하는 수 밖에 없다.
가장 간단하게 비극을 막는 방법으로, 공유지의 일부를 각 관계자에게 불하(관할권을 지정)해 그까지만 훼손을 허용한 뒤 나머지에 대해 철저하게 훼손을 막는 방법이 있다.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입한다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일부 규모만 인정하고 나머지를 완전히 통제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일본은 현재 수조에 저장하고 있는 오염수 전부의 방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원자력 발전소 폐로 전까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오염수에 대해서는 여지를 두겠지만 지금 수조에 보관한 것은 그대로 방류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것이다. 이 방법은 현상변경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두번째 방법으로, 공유지인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재원을 가장 많이 투입하고, 다른 나라들도 투입한다. 여기서 개발된 방법을 유사한 사례가 나왔을 때 다른 나라들이 활용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경우 일본이 일단 방류를 중지하고 기술개발에 나설 것이냐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를 개발해 삼중수소 외에는 인공방사성 핵종을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장담하고 있다.
마지막 방법은 삼중수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때까지 현재 수조에 있는 오염수 방류를 무기한 중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기술개발을 일본이 전적으로 수행하되, 관련 국가들이 기술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에서 중국과 한국 정부, 대만정부 등 공유지의 국가들이 일본에 요구할 수 있는 논리가 된다.
중국은 일본 수산물의 수입을 전면중지함으로써 이같은 요구를 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일본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조치에 대한 중단을 요구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사실상 용인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학적으로도, 미래에도 안전하지 않아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는 달리, 미래에 큰 과학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은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가 <더 칼럼니스트>를 통해서 지적한 적이 있다.
우희종 교수는 지난 7월 11일 ‘일본, 또 인류에 어두운 발자국 남기려 하나’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 칼럼에서 우 교수는 방사성 원자 핵종 방류에 따른 인간의 유전자 변화를 우려하는 주장을 폈다.
우 교수는 인간의 유전자 수가 쌀, 밀, 옥수수보다 적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인간이 적은 유전자 숫자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한 것은 microRNA라는 특정 RNA가 환경에 의한 영향을 적극 반영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하면 인간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이처럼 확장된 것은 유전자 때문에 아니라 환경에 부응하는 ‘후생유전학’적 체계가 잘 발달된 탓일 수 있으며, 인간이야말로 미세한 환경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생물종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검출기로 검출되지 않는 농도의 방사성 물질에도 인간유전자는 미세한 영향을 받아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교수는 “때문에 핵물리 전공자들이 기준치 이하이기에 생태나 생명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과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과학주의이며, 일종의 과학미신”이라고 비판했다.
우교수의 주장은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가장 신중한 방법을 택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단 일본이 방류를 멈추고 일본과 관련 국가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핵종제거설비를 개발해 근원을 제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쨌든 방류를 그대로 둬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지난 7월 7일 <더 칼럼니스트>에 ‘IAEA보고서, 일본이나 한국 위한 것 아니다’는 칼럼을 썼던 정연섭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은 이번 방류에 대해 “많은 분들이 방류를 우려하고 이제 시작되었구나 걱정을 하시고 계시겠지만 환경적인 영향은 없다”며 ‘방류가 위험하지 않다’는 기존 주장을 이어갔다.
정 총장은 “아마 근처에 가서 측정해도 평상시의 값만 나타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방사능 측정지점 수를 늘린다고 하지만, 이는 뭘 방지하겠다는 의도보다는 국민이 안심을 못하니 기분을 맞추어주는 행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 총장은 “일본에 원전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이번 방류 건은 사고에 비하면 경미한 사안”이라며 “차츰 방류영향은 확인될 것이므로 과학자가 예측한 대로 영향이 거의 없다면, 저는 국가의 더 중요한 이슈로 전환하고 거기에 국민의 역량을 쏟았으면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인문학자로 지난 7월10일 <더 칼럼니스트>에 후쿠시마 오염수, ‘과학’인가 ‘괴담’인가 라는 칼럼을 올렸던 박만규 아주대 교수는 이날 방류소식이 알려진 후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말이 없고, 정부는 일본 정부에 말이 없다”면서 “모두들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시기는 일본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하는데, 이것은 일본의 내정 문제일 때 유효한 태도”라며 “오염수 방류가 일본의 내정 문제인가?우리나라 국민의 80%가 반대하는데 정부가 국민이 반대하는 일본의 행위를 방조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1조의 규정으로 볼 때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거나 민주공화국의 정부가 아님을 의미한다”고 일갈했다.
이렇듯 이날 일본 도쿄전력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일관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더 많은 모양이다. 국민의 안전을 걱정하고, 중국 등 이해관계국들과 공조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정부가 문제가 크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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