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염수 방류, 무엇이 문제인가?②
[어느 이론물리학자가 보는 세상] ‘공유지’ 태평양에 버리는 것의 문제점 원전 가진 다른 나라들도 바다에 버릴 건가 도쿄전력 이미 신뢰 잃어...방류 철회되어야
①에 이어
일본 가장 손쉬운 방법 선택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쓰나미로 고장 난 원자로를 식히려고 사용한 냉각수는 인공방사성 물질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오염수는 매주 2천 톤에서 4천 톤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소유주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서 오염수에 들어있는 세슘과 스트론튬 같은 고위험 인공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뒤에 바다로 방류하기로 했다.
이런 방사성 핵종을 제거해도, 이 오염수에는 여전히 삼중수소 같은 인공방사성 물질이 들어있다. 삼중수소는 물속에 든 수소와 화학적 거동이 같아서 제거하기가 무척 까다롭고 제거하는 데 비용도 많이 든다. 오염수를 지상에 계속 보관하자니, 오염수 보관 공간을 점점 더 늘려가야 한다. 그래서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선택한 가장 손쉽고 값싼 방법으로 주요 방사성 핵종만 제거한 뒤 바다에 방류하는 걸 선택했다.
인공방사성 물질의 유출이 일어나면 으레 그렇듯 두 패로 나뉘어 논란이 벌어진다. 원전 회사 쪽 편을 드는 전문가들은 바닷물에 희석된 삼중수소는 사람에게 전혀 해를 끼치지 않으며 심지어 마셔도 될 만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미량이라도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한다.
안전 문제 이전에 정상, 비정상의 문제
그러나 일본정부가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한 것은 안전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의 문제다. 1968년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개릿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에 관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실었다. 누구나 가축을 풀어 풀을 뜯게 할 수 있는 공유지에 목장주가 자신의 가축 한 마리를 더 풀어놓으면 그에게는 이익이지만, 결국 공유지의 제한된 자원을 자신이 더 가져가기 때문에 다른 목장주들에게는 손해가 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공유지가 파괴되고, 결국은 이익을 보려고 가축을 풀어놓은 사람 역시 손해를 본다. 개릿 하딘은 이걸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공유지의 자원을 마음대로 사용하게 내버려두면, 처음에는 이기적인 사람이 항상 이익을 얻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한 것은 바로 바다라는 공유지를 이용해서 가장 저렴한 방식으로 오염수를 처리하기로 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안전을 논의하기 전에 바다라는 공유지를 일본이라는 한 나라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가를 논의하여야 한다.
지금까지 그 어떤 나라도 대량의 방사성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바다에 버린 적은 없었다. 그것은 원자력 발전을 하는 나라들 사이에 맺어진 암묵적인 동의와 같은 것이었다.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를 버리는 것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모든 나라들이 암암리에 동의하고 있는 셈이었다.
이제 일본이 이 암묵적인 동의를 깨고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고 한다. 하딘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그것은 누구에게도 은행을 터는 범죄를 허용하지 않지만, 내게는 허락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진배없다. 공유지 관리를 제안해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공유지의 비극을 피하는 방법으로 공유지 사용에 대한 규칙을 정하고 공유지를 함께 감시하도록 제안했다.
일본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한 것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행위다. 그 이후로 다른 나라들이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것을 두고 누가 비판할 것인가? 이미 사례는 있으니 누구든 그 선을 넘을 수 있다. 일본의 무모한 방사성 오염수 방류를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신뢰를 잃은 일본 도쿄전력
또 다른 문제는 방사성 오염수를 버리는 주체가 도쿄 전력이라는 점이다. 그 회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크게 피해를 입었을 때 사고를 은폐하려 했던 적이 있고, 오염수 처리에 과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히지 않았다. 도쿄 전력에서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삼중수소를 뺀 나머지 인공방사성 핵종을 완벽하게 제거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사고를 은폐한 적이 있는 그들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도쿄 전력은 일본 정부의 도움을 받아 이미 가장 값싼 방식으로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로 결정했다. 12년이 넘는 삼중수소의 반감기를 고려해서 30년에 걸쳐 오염수를 버리기로 했다는 것은 그들이 속이기로 마음 먹으면 30년 동안 바다를 인공방사성 물질로 오염시킬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일로 가장 큰 피해를 볼 사람들은 누굴까? 누구보다도 후쿠시마 지역에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일본인들일 것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되어도 된다는 발상이 놀라울 따름이다. 일본 국민의 안녕과 생업을 위해서도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철회되어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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