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이론물리학자. 현재 인하대 물리학과 교수 및 프런티어학부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강력의 탄생> (2021)과 <그렇게 물리학자가 되었다> (2022)가 있다. 30년 넘게 핵물리학과 강입자 물리학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고, 지금까지 핵물리학과 입자물리학 분야에서 190여 편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김현철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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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역사적 오점, 오펜하이머와 홍범도 장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제작한 영화 <오펜하이머>는 9월 7일 누적 관객수가 3백만 명 가까이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상영시간이 3시간이 넘고, 오펜하이머의 비밀취급 인가를 둘러싸고 벌어진 보안청문회가 중심이 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끈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원자폭탄을 제작하는 프로젝트였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루는 것 때문일 수도 있고,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이 지닌 복잡성 때문일지도 모르고, 때아니게 이미 폐기된 반공주의가 한국에 다시 등장하는 것과 맞물려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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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한국에서 과학이란 무엇일까?
한국에서 과학자란 어떤 위치일까? 동료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에게 물리학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답하셨다. “네가 받은 성적이면 법대도 갈 수 있고 의대도 갈 수 있는데, 왜 하필이면 물리학과냐? 너는 왜 그런 피지배 계급의 학문을 하려고 하느냐?” 이보다 더 적확하게 오늘날 과학의 위상을 표현한 말이 있을까? 과학이 중요하다고 소리 높이지만, 정작 내 자식이 과학자가 되겠다고 하면 내키지 않는다. 과학이 중요하다고 여겨도 과학이 무엇인지 잘 모를뿐더러 연구소에서도 정작 연구직은 행정직보다 못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과학적”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쓰지만, 정작 “과학적”이라는 형용사의 올바른 뜻은 모른다. 오늘날 우리에게 과학이란 그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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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일본 오염수 방류, 무엇이 문제인가?②
①에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쓰나미로 고장 난 원자로를 식히려고 사용한 냉각수는 인공방사성 물질로 오염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오염수는 매주 2천 톤에서 4천 톤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 정부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소유주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서 오염수에 들어있는 세슘과 스트론튬 같은 고위험 인공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뒤에 바다로 방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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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일본 오염수 방류, 무엇이 문제인가?①
방사선은 어디에나 있다. 땅에서도 올라오고, 하늘에서도 내려온다. 우리가 마시는 지하수에도 들어있고, 건물 콘크리트에서도 나온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들어있다. 이런 방사선 대부분은 자연에 존재하는 자연방사성 물질에서 온다. 바나나처럼 칼륨이 많이 들어있는 과일은 칼륨의 동위원소인 칼륨 40도 함께 들어있다. 칼륨 40은 칼륨 중에서 0.01% 정도밖에 안 되지만, 반감기가 12억 년이 넘는다. 칼륨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을 찾는 건 쉽지 않으니 이런 자연방사성 물질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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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무서워, 배가 많이 기울어졌어. 아, 그런데 기울기 공식이 어떻게 되지? 기억이 나질 않아.” 배는 이미 70도 가까이 기울어져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는 그 위에 구명복을 입고 배의 어느 선실 벽에 기댄 채 친구에게 기울기 공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죽음이 닥쳐오는지도 모르고 기울기의 공식이 기억나지 않는다던 아이는 세월호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에서 스러졌다. 9년이 지났지만, 그 아이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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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935년 아인슈타인, 2022년 웜홀과 양자얽힘
지난해 11월 30일 <네이처>에 놀라운 논문이 한 편 출판되었다. “양자 프로세서에서 통과 가능한 웜홀 동역학”이라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제목의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서는 이론물리학에서도 어렵다고 알려진 두 가지 주제를 동시에 다룬다. 하나는 중력이론에서 나오는 ‘웜홀’(wormhole)이고, 다른 하나는 양자역학에 내재되어 있는 ‘비국소성’이다. 이 비국소성은 ‘양자 얽힘’이라는 말로도 표현된다. 그리고 이 둘을 이어주는 건 ‘홀로그래피’라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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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과학, 이태원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니?
예견된 참사였다. 이태원 세계 음식 거리와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이 있는 이태원로를 잇는 골목은 폭이 4m이고 길이가 50m 남짓 되는 좁은 곳이었다. 더구나 이 골목은 이태원역 쪽으로 비탈져 있었다. 사람들은 통제 없이 이곳을 지났다. 이태원 세계 음식 거리에서 이태원로로, 그리고 반대 방향으로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사람이 이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좁은 골목길에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려드니, 지나가기 힘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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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노벨 물리학상의 의미②...굴하지 않은 과학자들
양자역학이 벨의 부등식을 위배한다는 사실을 훨씬 정확하게 실험으로 보인 사람은 알랭 아스페였다. 1974년에 파리 근교에 있는 광학연구소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된 아스페도 벨의 논문에 마음이 꽂혔다. 그는 벨의 부등식을 실험으로 확인하겠다고 지도교수였던 크리스티앙 잉베흐(Christian Imbert)와 상의했는데, 다행히 클라우저의 지도교수와는 달리 아스페의 지도교수는 아스페를 격려하며 제네바에 가서 벨을 만나보라고 했다. 벨을 만난 아스페는 그에게 자기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그런데 벨은 아스페의 기대와는 달리 이렇게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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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노벨 물리학상의 의미①...아인슈타인 너머
알랭 아스페, 존 클라우저, 안톤 차일링거. 2022년 올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물리학자들이다. 노벨상 위원회에서는 “얽혀있는 광자 실험과 벨 부등식의 위배와 양자 정보과학을 개척한 공로로 위 세 명에게 노벨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얽혀있는 광자, 벨 부등식의 위배, 양자 정보과학. 세 가지 모두 물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란 무척 힘든 내용이다. 하지만 굳이 위 세 가지 내용이 담고 있는 심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물리학을 떠나서 이 세 명이 이룬 업적이 지닌 또 다른 의미를 살펴볼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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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②국민대 결정, 진짜 집단지성 결과일까
①에 이어 계속 물리학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펼쳐졌던 집단 지성의 예를 하나 들어보자. 오페라(OPERA) 실험은 뮤온 중성미자가 타우 중성미자로 바뀌는지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CERN의 가속기에서 나오는 뮤온 중성미자는 거의 빛의 속도로 달려 730㎞ 정도 떨어져 있는 이탈리아의 그란 사소 연구소 지하에 있는 검출기에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뮤온 중성미자가 드물게 타우 중성미자로 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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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①집단지성은 언제나 성공할까
니콜라 드 콩도르세 후작. 그는 18세기 말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다. 그는 과학과 이성의 힘을 믿었다. 1774년에 프랑스 파리의 조폐국의 감찰관이 된 이후부터 그의 관심은 수학에서 정치와 철학으로 옮겨갔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과 노예 해방을 주장했고, 프랑스 혁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1781년에는 <흑인 노예 제도에 대한 고찰>이라는 책에서 노예제도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성과 과학에 바탕을 두고 당시 프랑스 사회를 바꿀 수 있으리라고 여겼다. 과학적으로 따져보면, 백인과 흑인 사이에 차이가 있을 리 없었고, 남자와 여자 사이의 계급적 차이가 있을 리 만무했다. 18세기 말에 이런 생각은 혁명적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