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정치적 죽음’ 피해나가나
부재자 투표 48만 표 변수 네타냐후 진영 53석, 야권 48석 야권, 분열·대안 부재로 ‘제거’ 실패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진영이 의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의 안보 실패를 심판할 기회를 맞았던 야권 역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정권 교체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도 네타냐후 총리를 끌어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약 86% 진행된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 중심의 여권 연합은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53석을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디 아이젠코트 전 총참모장이 이끄는 야샤르당을 중심으로 한 유대계 야권은 48석을 얻었다. 어느 진영도 단독으로 과반인 61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리쿠드당은 26석으로 야샤르당의 21석을 앞섰다. 네타냐후 연정에 속하는 극우 성향의 오츠마 예후디트당과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인 샤스당은 각각 7석을 기록했다. 반네타냐후 진영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비야하드당이 12석, 강경 우파 성향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이 7석을 얻었다.
아랍계 정당들은 합계 1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다시·타알·발라드 공동명단이 12석, 만수르 아바스 대표가 이끄는 라암당이 7석이다. 유대계 야권이 이들과 연대하면 산술적으로 67석을 확보해 과반을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야권의 주요 시온주의 정당 지도자들이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실제 정권 교체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아직 부재자 투표도 남아 있다. 군인과 재소자, 외교관 등이 투표소 밖에서 행사한 부재자 투표는 약 43만~48만 표로 추산된다. 이스라엘 의회 의석 하나가 약 4만 표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최종 집계에 따라 정당별 의석과 연정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공식 개표 결과는 11월 4일 발표될 예정이다.
안보 실패에도 승리하지 못한 야권
이번 선거는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치러진 총선이라는 점에서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평가의 성격이 강했다. 당시 공격은 이스라엘 역사상 최악의 안보 참사로 꼽힌다. 네타냐후 정권의 안보 책임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진 만큼 야권에는 정권 교체를 노릴 만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선거 결과를 네타냐후 총리 축출을 기대하며 투표에 나선 유권자들에게 ‘참담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시라 에프론 연구원도 FT에 “야권이 승리할 수 있는 최상의 여건과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정권의 안보 실패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컸고, 투표를 위해 귀국한 재외국민과 결집한 반네타냐후 표심도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은 이러한 여건을 정권 교체의 동력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야권 내부에서는 네타냐후에 반대한다는 구호만으로는 부족했다는 자성론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에 맞설 단일한 정치적 구심점을 세우지 못했고, 유권자에게 제시할 명확한 국정 비전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정권의 실패를 비판하는 데 집중했지만, 정권을 대체한 뒤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야권 내부의 이념적 차이도 걸림돌이다. 반네타냐후 진영에는 중도우파부터 좌파까지 다양한 세력이 모여 있다. 여기에 아랍계 정당의 19석을 더하면 의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지만, 주요 야당들은 아랍계 정당과의 연대에 선을 긋고 있다. 야권이 네타냐후 축출이라는 공동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현할 연합을 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네타냐후 진영은 과반에 미달했어도 여전히 가장 큰 정치세력으로 남았다. 야권 내 우파 성향 인사인 나프탈리 베넷 전 총리나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전 국방장관 등이 네타냐후 진영으로 이동해 연정 구성을 도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종 의석 배분뿐 아니라 선거 이후 정치인들의 선택이 정국의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인구 변화가 두꺼워진 우파의 기반
야권이 정권 교체에 실패한 원인으로는 이스라엘 사회의 인구·정치적 변화도 거론된다. 네타냐후 총리의 2009년 선거 캠페인을 지휘했던 정치 전략가 로니 리몬은 “최근 수십 년 동안 초정통파 유대인과 종교적 시온주의 인구가 증가하면서 우파의 지지 기반이 세속·자유주의 진영보다 두꺼워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네타냐후 정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존재하더라도 그 자체로 정권 교체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안보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는 유권자가 있는 한편, 종교적·정치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우파를 지지하는 유권자층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진영은 2022년 선거에 비해 의석을 약 10석 잃으며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야권이 그만큼의 정치적 이득을 얻은 것은 아니다. 여권의 약화가 곧 야권의 결집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총선의 잠정 결과는 네타냐후 총리의 완전한 승리도, 야권의 정권 교체 성공도 아닌 교착 상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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