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패색에 트럼프·공화당 ‘네 탓’ 내홍

트럼프는 당 전략가 탓, 공화당 의원들은 대통령 탓 美하원 46곳 접전…34곳이 공화당 현역 지역 민주당 다수당 탈환 가능성 커져

중간선거 패색에 초조감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중간선거 패색에 초조감에 빠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미국 중간선거를 2주 앞두고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 선거 패배를 우려하는 목소리와 함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 백악관과 당 선거조직, 후보 캠프까지 서로를 비판하는 가운데 선거 이후 당 지도부 재편을 둘러싼 신경전도 시작됐다. 선거에서 패할 경우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는 인사들이 난파선에서 탈출하듯 각자 살길을 찾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9일(현지시간) 공화당 내부 여론조사에서 기존 우세 지역 상당수가 민주당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당 지도부와 선거조직, 후보 캠프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백악관과 당 선거조직, 일선 후보 캠프 사이에서는 서로의 선거 전략과 대응 능력을 문제 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텍사스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켄 팩스턴이 패배할 경우 당내 인사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켄 팩스턴이 패배한다면, 그것은 존 코닌과 칼 로브처럼 나의 정치 경력 내내 효과도 없이 나에게 반대해 온 나약하고 무능한 정치꾼들 때문일 것”이라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역 존 코닌 상원의원 대신 팩스턴 후보를 지지해 왔다. 그러나 팩스턴은 비위 의혹과 사생활 논란 속에 민주당 제임스 탈라리코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공화당의 전통적 우세 지역인 텍사스에서 패배할 경우 선거 전체에 미칠 정치적 충격이 클 수 있다.

공화당 상원의원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어렵게 만든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란 전쟁과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 부담을 키웠고,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지역의 후보 선정에도 직접 영향력을 행사한 만큼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버니 모레노 공화당 상원의원은 지난 15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승리한다면 그 원인은 민주당 후보들의 성향보다는 유권자들이 휘발유 가격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원 의원들 사이에서는 상원 선거가 하원 선거까지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팩스턴이나 캔자스주의 로저 마셜 상원의원 등 경쟁력이 약해진 후보들을 지원하는 데 선거자금이 집중되면서 하원 경합 지역에 투입할 자원이 줄었다는 것이다.

한 하원 경합 선거구의 공화당 선거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상원 선거에 예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가면서 하원 선거에 쓰일 자금 대부분이 상원 선거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은 당 선거조직의 역량을 문제 삼고 있다. 애나 폴리나 루나 공화당 하원의원은 당 하원선거위원회(NRC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의 정치 참모들 사이에서는 후보 캠프에 새로운 인력을 배치하고 선거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상원 선거 경합지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공화당 선거사무실을 찾아가 과거 선거 때보다 자원봉사자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선거 이후를 겨냥한 당내 권력 다툼도 가시화하고 있다.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하원 지도부가 책임론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측과 다른 지도부 인사들 사이에서 차기 지도부 경쟁을 염두에 둔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행정부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무부에서 글로벌 파트너십 특별대표를 지낸 파올로 잠폴리는 지난 17일 이탈리아 일간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행정부 인사들의 퇴진을 단순한 사임이 아니라 ‘도망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케이티 재커라이어 전 백악관 대변인의 경질을 두고도 선거 이후 권력을 둘러싼 내부 갈등이 배경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같은 공화당의 위기감은 하원 선거 판세에서도 드러난다. 정치 분석기관 쿡 폴리티컬의 19일 판세 분석에 따르면 연방 하원 435석 가운데 민주당은 202석, 공화당은 187석이 각각 안정권으로 분류됐다.

민주당은 다수당 지위를 되찾는 데 필요한 218석까지 16석을 더 확보하면 되지만, 공화당은 다수당 유지를 위해 31석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어느 당도 안정적으로 우세하다고 보기 어려운 접전 지역은 46곳이다. 이 가운데 34곳은 공화당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이고, 민주당 현역 의원 지역은 12곳이다. 접전 지역의 약 4분의 3이 공화당 현역 지역에 몰려 있어 민주당이 의석을 늘릴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됐다.

46개 접전 지역 가운데 공화당에 다소 유리한 곳은 13곳, 민주당에 다소 유리한 곳은 12곳이며 나머지 21곳은 백중세로 분류됐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인 16곳을 확보하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수 있다. 반면 공화당은 현역 의원이 있는 지역에서 상당수 의석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접전지는 메인·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오하이오·미시간·아이오와·텍사스 등 상원 선거에서도 승부가 주목되는 지역에 집중돼 있다. 과거 공화당의 우세가 예상됐던 콜로라도주 제5선거구와 플로리다주 제13·제27선거구, 미네소타주 제1선거구, 오하이오주 제10·제15선거구, 위스콘신주 제1선거구 등도 접전 지역으로 분류됐다.

선거구 재획정과 후보 개인의 논란도 판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 공화당 현역 의원이 출마한 뉴저지주 제7선거구와 오하이오주 제7선거구, 민주당 현역 의원이 출마한 텍사스주 제28선거구 등도 접전 지역에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중간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정치 환경이 민주당에 점점 유리해지고 공화당에는 불리해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경쟁이 치열한 선거구가 늘어나면서 한때 공화당의 승리가 확실시됐던 지역까지 접전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결과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화당 내부의 책임 공방은 이미 선거 이후를 향하고 있다. 하원 판세 분석에서 민주당이 다수당 탈환에 유리한 위치에 놓인 가운데, 실제로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잃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당 지도부, 후보 선정 및 선거 전략을 둘러싼 책임론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글쓴이

문주용 기자

문주용 대표이사 겸 기자는 31년간 언론인 생활을 바탕으로 새로운 언론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힘든 세상에서 위로받고 지혜를 얻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이 바라는 미디어를 만들려 합니다. 우공이산의 마음으로 집단지성의 지혜를 쌓을 것입니다. 전문가그룹과 소비자들이 함께 하는 미디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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