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또 인류에 어두운 발자국 남기려 하나

[우희종의 ‘좋은 세상’] ‘후성유전학’으로 본 오염수 방류 인간은 환경 영향에 유전적으로 민감 방류, 방사능의 유전적 폐해 고려치 않아 일본, 미래세대에 또 가해자될 수 있어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제주시 도두항에서 도두어부회와 해녀 등 150여명이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붕괴 이후 현재 일본에 저장된 핵 오염폐수는 100만 톤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무너진 원자로 연료봉을 식히고자 바닷물을 사용하고 있다 보니 오염수는 증가하고, 일본 정부는 향후 30년에 걸쳐 이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하려 한다.

정상적인 일반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냉각수도 아니고 사고로 인한 오염수이지만,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삼중수소와 탄소-14를 제외한 대부분 핵종을 허용 가능치 이하로 걸러낸다는 입장이다. ALPS가 오염수 내 60여 종의 방사성 핵종을 제거할 수 있고, 단지 저준위 방사능을 배출하는 삼중수소 및 탄소-14 등 2가지 핵종만 걸러내지 못한다는 주장에 근거한다.

이미 알려진 ALPS의 신뢰도 문제나 저장 탱크로부터의 시료 채취 방법의 부적절성 등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오염수 방출 결정은 일본 정부가 내린 결정이며, 이 보고서는 우리가 해당 계획을 권장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는 전제로 최종보고서를 ‘안전’ 결론으로 마무리했다. 일본이 제시한 해양 방류 방식을 전제로 그 과정을 살펴보니 괜찮다는 보고서다. 이에 근거해 외교관 출신인 라파엘 그로시 IAEA사무총장은 한국과 뉴질랜드 및 쿡제도 등 일부 태평양 도서 국가를 방문해 IAEA 보고서를 설명하는 중이다.

일본과 IAEA 주장에 발맞춰 가다 보면 안전한 듯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지금 핵 오염수 해양 방류라는 사안에 대한 주변국 및 한국민의 반대 입장에 대한 답은 전혀 아니며, 향후 30여년 간의 막대한 해양 방류로 인한 생태계 문제도 전혀 제대로 고려되지 못한 해결 방식이다.

일본과 IAEA가 과학적이지 않은 이유

IAEA는 일본 요구에 따라 마치 용역사업처럼 오염수 해양 방류 과정만을 전제로 검토한 것이라서, 반대 측에서 요구하는 보다 안전한 지상 보관 등 다른 처리 방식에 대한 공식 비교 검토가 전혀 없다. 일본 정부는 경제적 측면에서 해양 방류를 결정한 것일 뿐이기에, 다른 대안과 연계하여 일본의 해양 방류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주변국에 대하여 IAEA 검증단 보고서는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즉, 서로 다른 층위에서 제기된 문제를 동일 평면 상에 놓고 마치 문제없는 듯하게 호도하는 셈이다.

특히 IAEA가 과학 검증을 표방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주변국 및 심지어 우호적인 대한민국 정부 시찰단에 의한 공동 검증마저 거부한 것에 대하여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는 것은 IAEA 최종 보고서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의문을 갖게 한다. 과학 검증 방법을 통한 안전성을 말하려면 한 집단만이 아니라 ‘다양한 집단이 객관적으로 시료를 채취해 검증하고 동일한 결과가 편차 범위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이다.

과학에서는 그 누가 실험 내지 검사하더라도 ‘재현성’이 있어야 과학적 사실로서 인정되는 것이다. 핵 오염수 발생에서부터 최종 해양 방류 상태에 이르기까지 각 단계별 공동 시료 채취를 허락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와 이를 방관하며 만들어진 IAEA 보고서 결과를 과학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럴 땐 왜 ‘미래세대’ 걱정 안하나

그러나 해양 방류에 있어서 기준치 이하라서 무난하다는 일본과 IAEA의 일방적 행태에 있어서 우려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무엇보다 ‘미래세대를 위한 생태계 영향’이다. 주변의 의식 있는 분들은 방류에 의한 해양 생명체의 암이나 각종 질병 발생을 포함해 생태계 영향을 우려한다. 후쿠시마 앞 바다의 기괴하게 변형된 어류도 관찰되고 있는 상황 아닌가. 더욱이 식품은 매일 같이 평생 섭취하고, 방사성 물질 특성 상 체내에 밀접한 거리에 있는 이웃 세포에게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이에 대하여 정치인들이나 원자력 전공자들은 일본 후쿠시마 연안 물고기나 해산물에 검출기를 들이대거나 심지어 국내 수산 시장 해산물에도 그런 연출을 하며, 심지어 수조의 물까지 마셔 가면서 안전하다고 한다. 생태적 반론에 대응하는 것이 일본과 IAEA가 말하는 기준치 이하의 방류 주장이다.

하지만 과학은 계속 발전한다는 상식으로 볼 때, 현재의 안전 기준치 자체도 검출 방법이나 기술 개선, 혹은 생체 영향 연구에 따라 변경될 것은 분명하다. 과학 발전은 현재의 과학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례가 있어 생략하지만, 이 때문에 과학에 의한 안전 문제가 있을 때는 언제나 유비무환의 자세인 ’사전예방 원칙‘을 준수한다.

과학 발전 측면에 있어서 생태계 우려나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고 말하는 양측 모두 놓친 또 다른 면이 있다. 21세기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밝혀지고 있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적 이해’다. 식품으로의 장기 섭취가 해당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명하지만, 그것에 더해 수백만년 진화 과정에서 안정된 인간 내지 생태계 내 생명체에 인공적으로 각인될 영향이다.

유전자보다 miRNA가 유전에 더 큰 영향 미쳐

2000년대 들어서 밝혀지기 시작한 후성유전학은 1950년대 이중나선 구조의 DNA가 밝혀진 이후 분자생물학의 근거가 된 생물학의 유전자 도그마를 전면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들 인간이 다른 생물종에 비해 많은 유전자를 지닐 것으로 예상했지만, 2001년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로 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이 발표되어 알게 된 것은 인간의 유전자수는 영장류는 물론 생쥐 등과 별로 다르지 않고 오히려 쌀이나 밀, 옥수수보다 적은 유전자를 지녔다. 생명체의 복잡성은 유전자 수가 아니라 오히려 microRNA(miRNA)라는 작은 특정 RNA 발현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고, 이 miRNA는 환경에 의한 영향이 반영되는 후성유전 현상의 중요한 매개체임도 밝혀졌다.

다시 말하면 인간 능력이 다른 동물에 비해 이처럼 확장된 것은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환경에 부응하는 후성유전학적 체계가 잘 발달된 탓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야말로 미세한 환경 변화에 가장 잘 반응하는 생물종이다. 그 점에서 기후 위기 등의 인류세를 만든 인간은 자신이 만든 환경 변화에 가장 영향을 받게 되기에 미세한 환경 변화를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생체 복잡성이 증가한 만큼 생명체로서의 안정성(robustness)은 취약해진 셈이다. 현재 검출기로 검출되지 않는 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후성유전학적으로 유전자에 미치는 미세한 영향을 우리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는 인간만이 아닌, 다양한 해양 생물종에 대한 영향에 있어서도 다르지 않다.

특히 후성유전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생명체 주변의 환경 영향은 미세하게 유전자에 각인이 되어 유전되며, 그 영향이 당장은 보이지 않아도 후세에 유전되어 점차 그 영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생명체의 특징은 시간이 지나면서 후손의 숫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방사능이 초래한 그 미세한 각인 효과는 생태계 내에서 방사능이 지닌 반감기와는 반대로 시간의 축을 따라 증가 및 확대되는 효과를 가진다.

이미 지난 2021년 유엔인권이사회 소속 특별보고관들은 ’많은 사람의 생명과 환경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를 고려할 때 일본 정부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 ’해당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있다고 생각되기에 이번 결정은 특히 실망스럽다‘, ’해양 방류를 위한 오염수 처리가 성공할 것이라는 어떤 보장도 없다‘, ’ALPS는 삼중수소나 탄소-14를 제거못한다‘, ’물속의 삼중수소는 유기적으로 생체내 분자와 결합해 먹이 사슬을 통해 식물, 물고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등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유전자 만이 생명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등의 외부 조건에 따라 유전자의 발현이 조절되며, 특히 그런 영향은 유전자에 미세하게 각인이 되어 후손에까지 이어져 영향을 발휘하게 된다는 후성유전학을 고려할 때, 지금 방사능 물질의 농도나 반감기를 강조하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정당화하려는 일본과 IAEA의 행태는 단순한 환경 오염만이 아니라 유전자에 각인되어 미래세대에 ‘생득적인 폐해’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단견이자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핵폭탄이 투하된 다음날 히로시마. 폭탄 투하 지점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치솟고 있다.
핵폭탄이 투하된 다음날 히로시마. 폭탄 투하 지점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치솟고 있다.

오염수 방류, 후성유전학적 폐해 우려 간과해

환경 오염 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지금의 기후 위기와 미세 플라스틱 환경 파괴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러한 오류와 실수를 다시 목격하는 셈이다. 과연 얼마나 무서운 짓을 하는지 일본이나 IAEA, 그리고 현 한국 정부가 알고 있는 것일까.

지금처럼 각종 토론회 등에서나 단지 핵물리 전공자들의 주장에 근거해 기준치 이하기에 생태나 생명에 안전하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과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과학주의(scientism)이자 일종의 과학 미신이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는 당장의 문제만이 아니며, 향후 수 백년이라는 시간을 경유해 나타날, 누구도 알지 못하는 후성유전학적 폐해를 안고 있다.

인간의 과학은 자연 앞에서 항상 겸손해야 하며, 늘 유비무환의 사전예방 원칙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전쟁을 일으켜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핵 폭탄의 경험를 지닌 국가로서 또다시 인류에 핵의 어두운 발자취를 남겨서는 안된다.

글쓴이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우희종은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1981년 졸업한 후 동경대학교, 펜실버니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를 거쳐 1992년 이후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정년 퇴임했다. 통일수의학센터장,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 전국민교협 상임의장,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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