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집, 인간의 집, 생명의 집은 어디인가?

[우희종의 ‘좋은 세상’] 원폭 실험후 지층에 쌓인 플루토늄 日핵오염수로 또 쌓이게 될 핵물질 한반도엔 생물무기 시료 쌓이고 있어 ‘생명의 집’ 지구, 누가 흔들고 있는가

주한미군은 2015년 5월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 샘플 실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이후 주한미군은 부산 등으로 생화학 실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화통신
주한미군은 2015년 5월 오산 공군기지에서 탄저균 샘플 실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이후 주한미군은 부산 등으로 생화학 실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신화통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동물의 위기

슬로건이 ‘동물의 집은 어디인가’인 올해 서울동물영화제 개막 영화 <니카를 찾아서>는 전쟁 중에 잃어버린 반려견 니카를 찾아가는 감독의 다큐멘터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가족의 반려견 니카가 실종되었고, 감독은 니카를 찾아 여전히 포격이 있는 키이우로 돌아간다. 그 와중에 전쟁으로 인해 피해를 그대로 겪고 있는 동물을 구조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활동가들을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동물 구조 활동을 하게 된다.

가깝게 들리는 포성 속에,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 속에 놓인 사람과 동물, 그들의 죽음과 고통은 분리되지 않는다. 또한, 죽음을 당한 많은 동물들 속에 조금이라도 살아 있는 동물들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구조하기 위해 방탄복을 입고 포탄이 떨어지는 곳에서 활동하던 수의사의 눈물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까지 담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개막 영화 스틸 컷.
서울동물영화제 개막 영화 스틸 컷.

안전한 ‘인간의 집’은 있을까

영화는 전쟁 상황 속의 동물과 동물 활동가들을 다루고 있지만, 단지 동물을 넘어 인간과 동물, 인간이 벌인 전쟁의 폭력성 등 다양한 층위에서 해석될 수 있기에, 이 다큐 영화 스스로 던지고 있는 ‘동물의 집은 어디일까’라는 질문은 자연스레 ‘인간의 집은 어디일까’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은 지금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스라엘에 의한 가자 지구 폭격에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전쟁이란 폭력 속에 극명히 드러나는 것은 인간의 집과 동물의 집이 결코 분리되는 것이 아님을 이 영화는 잘 보여준다.

이 영화제 개막식이 있던 전날에는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등 5개의 시민단체 공동 주최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있어서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이든의 일본 핵오염수 방출 용인의 본질’라는 주제의 긴급 토론회가 있었다.

그동안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사태 논의는 ALPS로 처리된 오염수 내의 방사능 수치의 타당성 내지 안전성이나 주변 해양에서의 돌연변이 등장 사례 등이 중심되어 진행되어왔다. 일본과 주변국 간의 과학적 문제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활동과 보고서에서의 결론 역시 그 범주를 넘지 못했고, 이는 재앙 상황이란 단지 과학만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살펴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도 전혀 부합되지 않는 것이었다.

과학 이상의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논의

핵 오염수 방류의 직접적 원인은 정치외교적 상황 때문이 아니라 원전이라고 하는 인간 기술의 대표적 산물과 인간의 통제 내지 예측 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천재지변과의 충돌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글로벌 재앙의 위험사회’라는 울리히 벡(Ulrich Beck)의 지적처럼 근대 사회의 과학기술에 의한 재앙은 단지 과학만이 아니라 정치외교 및 경제 요소도 반영하게 된다.

다행히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바이든의 일본 핵오염수 방출 용인의 본질’라는 주제의 토론회는 그 제목이 암시하듯이 일본 핵 오염수 방류가 단지 과학만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오늘처럼 국제 정치외교와 두 나라의 역사적 배경 및 핵발전의 과학기술학(STS; 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적 검토라는 다양한 층위의 관점에서 접근되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토론회의 발표 내용은 그와 같은 기대에 부응하여 해당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외교 정치의 국제적 큰 틀이 강조되고, 상황의 직접적 당사자인 일본과 이웃 국가인 한국, 그리고 핵 발전 전문가의 입장까지 제시되었다. 정치 외교적 입장에서 과학 관련 내용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어 전반적인 시각을 던져줌으로서 그동안 한계를 지녔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논의에 있어서 답답하던 부분을 일부 해소하였다. 하지만 역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 사태를 미-일-한의 정치외교적 지형으로 파악했고, 그 피해를 해양 수산물 오염 정도로 파악하고 있었다.

인류세에 쌓이기 시작한 플루토늄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라는 인간 행위에 의한 피해 발생에 있어서 ‘인간의 집은 어디인가’는 묻고 있지만, ‘동물의 집 내지 생명의 집은 어디인가’를 놓치고 있는 셈이다. 지금의 사태는 단지 몇몇 나라의 일이거나 주변 해양생물의 방사능 오염 수준을 넘어서 지구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인류세’(Anthropocene)적 상황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를 포함해 인류 문명이 지구 지질 변화에 끼친 심각성을 상징하는 인류세에 대한 공식적 과학 연구는 지난 2009년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산하 국제층서학위원회(ICS)에서 인류세 실무그룹(AWG)이 결성되어 지구 지질에 남겨져 있는 플루토늄, 화석 연료의 구형 탄소입자(SCP), 고농도 납, 미세 플라스틱 등을 기준으로 조사해 왔다.

최근 캐나다 온타리오 지역의 크로포드라고 하는 작은 호수의 퇴적 지층을 통해 밝혀진 바에 따르면, 지층에 현저한 변화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플루토늄은 원폭 실험이 한참이었던 1950년대부터 급격히 상승해 핵확산 방지 내지 금지 논의가 활발해진 1965년도 즈음해 급감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라 그동안 사회학자나 환경학자 등에 의해 사용되던 인류세라는 용어는 내년인 2024년 제37차 세계지질과학총회(IUGC)에서 공식 과학 용어로 확정되고, 또한 그동안 논란이었던 인류세의 시점은 1950년대가 될 예정이다.

지구지층에 또 쌓이게 될 ‘삼중수소’

이 관점에서 본다면 향후 30여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일본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는, 이러한 인류세에 기여하는 인류 문명의 또다른 폐해 흔적이 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인류세는 인간의 행위에 의해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 전반에 걸쳐 위기를 불러옴이 특징이고, 이러한 인식 밑바닥에는 인간, 동물, 그리고 생태계로 표현되는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담고 있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사태가 몇몇 국가 수준의 논의를 넘어선 ‘인류세의 생명감수성 사안’이라고 하는 것은 해양 방류로 인한 주변 해역 생물의 당장의 돌연변이나 발병을 넘어, 30여년이라는 장기 방류에 의한 해양 환경 변화는 세대를 넘어 유전되는 미세한 유전자 변화 유도를 가져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생태계 균형과 진화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이렇게 세대 넘어 유전되어 표현형을 변화시키는 환경 요소임을 말해주는 후성유전학은 21세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확립된 것으로서 기존의 유전자 중심의 생물관을 유전자와 주변 환경과의 장기에 걸친 밀접한 관계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있어서 이러한 검토가 결여되고, 생태계에 대한 논의가 유전자 도그마 수준의 낡은 관점으로만 파악되고 있다 보니, 마치 ‘인간의 집’ 수준만 거론되는 셈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사태 역시 인간의 집과 동물의, 생명의 집은 어디인가를 묻는 셈이다.

한반도에도 ‘위험한 생물무기’ 시료

더욱이 토론회에서 제시된 것처럼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를 통해 핵기지국가로서의 일본 가능성을 본다면, 이미 10여년 동안 미국의 ‘생물무기 기지국가’로 전락한 한국을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핵과 마찬가지로 생물무기도 국제적으로 대량살상무기에 속한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령 2호에 따라 지난 2013년부터 미국 생화학방어국에 의한 생물무기 대응체제인 쥬피터(JUPITR) 및 센토(CENTAUR)라는 최첨단 생물무기 시설과 체제를 10여 년에 걸쳐 매년 막대한 국방부 예산을 들여 한반도 내에 설치 중이다. 총 책임자였던 엠마뉴엘 박사는 그러한 최첨단 생물무기 시설의 한국내 설치 이유로서 “위험한 생물무기 시료의 미국내 반입을 하지 않기 위해서이며, 그 목적으로 한국의 환경이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못박아 인터뷰했었다. 한반도 자체가 인류문명의 한 자락에 서서 인간의 집, 동물의 집, 생명의 집은 어디인가를 심각히 묻고 있다.

생명 감수성의 시각에서 볼 때, 전쟁과 함께 인간 문명은 늘 묻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집은, 동물의 집은, 생명의 집은 어디인가? 우리는 한 집에 산다. 누가 그 집을 흔들고 있는가?

글쓴이

우희종 서울대 명예교수

우희종은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1981년 졸업한 후 동경대학교, 펜실버니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를 거쳐 1992년 이후 서울대 수의대 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정년 퇴임했다. 통일수의학센터장,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앞서 서울대 수의과대학 학장, 전국민교협 상임의장, '더불어시민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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