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보고서, 일본이나 한국 위한 것 아니다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원전 전문가로서 본 IAEA보고서 처리수 안전 여부보다는 방류 작업의 안전성 평가한 것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IAEA의 보고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관계자들이 'IAEA 최종보고서 발표 대응 기자회견'을 열고 IAEA의 보고서 폐기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종합보고서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이 보고서는 무엇을 종합한 것인가, 무엇의 안전을 측정, 검토한 것인가. UAE 원전 설계 개선의 책임을 맡았던 필자는 이번 IAEA 종합보고서를 읽어봤다. 이 보고서는 일본을 위한 것도, 한국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 작업할 할 사람들의 안전과 관련한 보고서였다.

사고를 막기 위한 작업계획서

지난 2022년 1월 호남 광주에서 HDC 현대산업개발이 건설 중이던 아파트가 붕괴했다. 블랙박스 동영상으로 이 사고를 보고서 많은 시민들이 경악했지만, 이렇듯 모든 작업에는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고날 때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지만, 일반 작업 현장에는 설계, 작업, 자재, 감독 등의 분석과 평가가 엄밀하지 않다는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자재와 인건비에만 예산을 들이고 설계나 시공은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사고를 막는 효과적인 방법은 사전에 시범해보는 태도다. 단체 수학여행 이전에 사전 답사를 하는 이유도 동일하다. 여행이야 사전 답사를 할 수 있지만, 아파트 같은 건설은 사전답사가 어렵다. 대신에 설계도나 작업 절차 하나하나를 철저히 따져 볼 수 밖에 없다. 다행스럽게 과학과 공학의 발전은 사전 답사 없이도 작업의 위험을 사전에 알려 준다. 선배들의 경험도 훌륭한 교재다.

IAEA 종합보고서가 강조한 내용

지난 7월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처리수 방류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공개했다. 필자는 삼중수소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당연한 결론을 기대했지만 삼중수소 내용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IAEA가 삼중수소를 다룬 5개의 보고서를 이미 발행하였으므로 이번에는 간략하게 처리했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이번 보고서에 대해 관심을 지녔던 또 하나의 현안은 ‘측정의 객관성’이다. 필자도 8년 동안 물질을 분석한 경험이 있으니 측정의 오차를 안다. 일본이 IAEA에게 개입을 요청한 이유도 인접국의 방사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였다. 이 보고서의 저자들을 보면 대부분 IAEA 종사자들이나, 상호 분석에서는 태평양 주변국의 전문가 10여 명이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해에 1년 동안 비로 내리는 삼중수소 양이 5g인데 비해,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삼중수소 2.2g을 30년간 나눠 방류할 때 그 영향은 고등과학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IAEA 종합보고서는 이런 이론을 실제 측정하여 확인한 정도다.

또한 IAEA는 동일한 시료를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실험실에서 측정하고 상호 대조하여 동경전력의 분석 능력을 검증했다. 분석 방법이 잘 정립되어 있더라도 분석자와 분석기기가 다르면 결과도 차이가 나는데, 서로 의미 있는 결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또 향후 방류 후 얻어지는 측정값도 의미있다는 뜻이고, 방류 작업의 품질 관리가 된다는 의미다. 분석 방법의 재현성과 분석 농도만 제시되면 과학자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 IAEA 종합보고서에 기술된 분량을 더 줄일 수도 있다.

IAEA 종합보고서는 어떤 성격일까

이번 IAEA의 종합보고서 제 1장(章)을 읽으면서 이 보고서의 형식이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분석보고서와 유사함을 알 수 있었다. 원전의 안전분석보고서는 설계, 건설, 운영 단계마다 따로 작성되며, 부동산 등기부와 같은 위상을 지닌다. 다만 안전 분석보고서는 부동산 등기부처럼 한 두 도면이 아니라 훨씬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다.

토목, 원자로, 기계, 유체, 전기 등의 모든 학문 분야의 내용이 들어 있어 안전 분석보고서의 모든 장을 이해해가며 읽은 사람은 드물다. IAEA 종합보고서는 세계의 관심을 반영하여 일반인을 위해서는 ‘안전 원칙’의 관점에서 기술하고, 전문가를 위해서는 ‘안전 요건’ 관점에서 방류계획을 평가하고 있다.

안전 원칙과 안전 요건은 서로 비슷하지만 안전 원칙을 상위의 개념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안전 원칙을 헌법으로, 안전 요건을 법으로 이해하는 것과 유사하다. 세상의 모든 문서들은 사실 위계 체계가 다 있다. 안전 원칙의 관점에 대해 필자가 책임을 맡았던 UAE 원전 설계 개선 사례를 예로 들어 보겠다.

사업에 참여한 다국적 엔지니어들은 모든 회의를 “안전 메시지”로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 기술자들이 번갈아 안전 메시지를 전했는데 필자는 ‘102’와 ‘100E’의 음성 문자 중요성을 강조했다. 102와 100E는 한국어 발음으로는 똑같기에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그래서 E 대신에 “Echo(에코)의 E”라고 발음함으로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음성 문자는 항공기 기장, 관제탑, 통신 등에도 사용되는 기법이다. IAEA 종합보고서가 음성문자 사용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참조한 안전지침에는 명시되어 있을 것이다.

IAEA 종합보고서는 ‘안전 원칙’ 측면에서 방류 작업의 전반적인 안전성을 평가하고, ‘안전 요건’ 측면에서 방류 과정의 세부 단계를 검토해 각 단계마다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저장수, 저장수의 이동 경로, 배관, 작동방식의 정상 운전뿐만 아니라 비정상 상태가 발생할 때의 영향도 검토하고 있다.

‘비정상 상태’란 건물이 붕괴할 때 공교롭게 지나는 가는 버스처럼,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사건을 말한다. 삼중수소 2.2g를 방류하면서 과잉해석이 아닌가 할 정도의 분석 같지만,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한 일본은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전문화를 혁신하고자 하는 의지를 내보인 적이 있다. 종합보고서는 방류 작업자의 안전, 규제기관의 역할, 정부의 역할 등도 살펴보고 있다. 방류 작업은 설비의 고장이나 작업자의 변경 등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으므로 규제기관이나 정부가 변화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보고서 형식은 일본 처리수 방류 때문에 도입된 형식은 아니며, 원전 산업계에 통용되고 있는 형식이다. 중대사고 재해법이 도입되기 전부터 산업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산업안전공단 등의 지침을 보면 원전의 안전보고서와 유사한 작업계획서 작성을 권유하고 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작업계획서는 작업자에게 사전 답사하는 효과를 유발하여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광주의 아파트 붕괴사고나 잠수정 ‘타이탄’의 붕괴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철저한 작업계획서와 평가서는 필수적이었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방류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것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우리나라에게 미칠 방사능 농도를 알고 국내 수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IAEA 관점에서는 원전의 사고 예방과 작업자 안전이 더 중요하다. IAEA는 생업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보다 작업하다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작업자를 지킬 필요가 있다. 교육을 받지 못했든, 외국 이민자이든, 작업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작업자 때문에 원전이 돌아가고 현대 문명은 돌아간다.

IAEA 종합보고서는 작업 당사자를 위해 쓰였고 원전의 다른 보고서도 그렇다. 종합보고서가 방류를 묵인한 느낌을 주지만, 보고서가 공개되기까지 규제기관과 사업자간의 팽팽한 논리와 기술 논쟁이 있었다. 우리나라 규제보고서도 동일하다.

방류 작업의 영향을 직접 받는 사람들은 일본의 작업자들이다.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이 거의 없고 감시도 가능하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안전하게 작업하겠다고 발버둥 치는데, 삼중수소 논쟁에 우리나라가 사로잡혀 있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표출하는 것이 아닐까. IAEA 종합보고서는 일본을 위함도 아니고, 한국을 위함도 아니며, 작업자의 안전을 위함이다.

글쓴이

정연섭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

'크로의 과학사냥' 저자인 정연섭은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했다. 최근 한국원자력학회 사무총장을 새로 맡았다. 서울대 화학 석사 후에 LG화학연구소, 한국전력연구원을 거쳤다. 50여 편 발표 논문, 10여 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원전 설계 및 수출로 한국원자력학회 기술상, 산자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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