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어떻게 너를 잡을까
[정연섭의 과학과 철학] 가장 안정된 분자인 물과 이산화탄소 완전 순환되는 물에 비해 이산화탄소는 석탄 석유로 돌아가지 않고 온실가스化 탄소 순환 고리 잇는 ‘목재 금고’에 가두면?

이미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할까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개최된 제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대회기간 진통 끝에 화석연료를 조금씩 줄인다는 문구를 넣고 막을 내렸다. 산유국들은 경제를 석유에 의존하므로 ‘이산화탄소 저감’ 합의가 불편하지만, 뽑아낸 원유은 이산화탄소 발생으로 이어지므로 화석원료 퇴출을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다. 오히려 필자는 산유국이 원유를 뽑아낼 때마다 100%의 탄소세를 국제사회에 내고, 이 금액으로 이산화탄소 포집자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지속 가능한 지구는 에너지, 자원의 생성과 소멸의 균형을 맞출 때 유지된다. 완벽한 균형은 자원이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순환이다. 물은 바다에서 증발하여 구름으로 떠다니다 대륙에 비로 내려 다시 바다로 가는 완벽한 순환을 보여준다. 증발량이 많으면 비례하여 강우량도 많다. 댐으로 강의 흐름을 차단하여도 호수에서 증발하여 물의 대순환은 항상 유지된다.
물은 순환되는데 탄소는 왜 순환되지 않나
반면에 탄소의 흐름은 순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탄소는 석탄이나 석유로 지하에서 채굴되나 다시 석탄이나 석유로 변환되지 않는다. 가을에 떨어진 낙엽과 강변 길 따라 메마른 갈대는 썩을지언정 석탄으로 바뀌지 않는다. 썩은 낙엽으로 봄에는 새싹이 자라니 다소 위안이 되지만, 벌목한 아름드리나무가 땔감으로 사용될 때는 아픔을 느낀다. 목재를 석탄으로 되돌려 보내면, 즉 탄소를 순환시키면 이산화탄소 배출문제를 줄일 수 없을까?
채굴된 석탄은 화석연료가 되어 문명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채굴된 원유는 화학 공업의 원료가 되어 산업 소재로 변하고 의약품으로도 전환된다. 석탄과 원유에서 수백만 종류의 합성 물질이 나오지만, 결국에는 이산화탄소(CO2)로 배출된다. 이산화탄소와 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정된 분자이므로 모든 행위 후에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되돌아간다.
이 안정된 분자 이산화탄소가 왜 지구환경 재앙의 주범이 될까. 지구의 대기에 차곡차곡 쌓인 이산화탄소는 태양으로부터 적외선을 흡수한다. 메탄도, 물도 적외선 흡수능력이 뛰어나다. 분자를 이루는 원자 수가 많으면 적외선을 잘 흡수하지만, 원자 수가 많으면 휘발성이 없어 대기 중에 떠다닐 수가 없다. 3개의 원자로 구성된 이산화탄소는 휘발성이 있으면서도 적외선을 잘 흡수해 온실효과를 나타낸다.
바닷물은 이산화탄소를 제법 빨아들인다. 흡수된 이산화탄소는 물속에서 탄산 이온으로 변한다. 조개는 탄산 이온과 칼슘으로 껍질을 빚고 죽으면 화석을 남긴다. 조개의 서식지 갯벌이 지구 온난화 예방에 다소 효과가 있긴 하다. 하지만 산업문명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식물의 광합성에 주목하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제거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식물이 하는 광합성이다.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 감소 효과는 관측으로 확실히 증명됐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이라는 학자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이산화탄소를 매년 측정해 그래프를 얻었다. 그래프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면서도 그의 계절적 특성도 함께 보여주었다. 광합성이 왕성한 여름에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지고, 광합성을 멈춘 겨울에는 농도가 다시 오르막길을 걷는 식이다.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육지 식물이 많고 대륙이 넓은 북반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식물의 광합성은 신기할 만큼 이산화탄소 제거 효율이 높다. 광합성이 일어나는 엽록체 덕분이다. 엽록체에서는 빛의 향연이 벌어진다. 태양에서 날아온 빛의 입자는 이산화탄소를 여기(勵起: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다가 외부 에너지를 받아 높은 에너지로 이동하는 것) 시킨다. 총 맞은 이산화탄소는 미친 듯이 반응해 포도당으로 변한다. 과학자들이 엽록체 같은 인공 잎을 만들고자 하지만 아직은 실용적이지 못하다.
식물은 이렇게 생성된 포도당을 구슬처럼 꿰어 녹말이나 셀룰로스를 만든다. 녹말은 쌀알처럼 달콤한 열매이고, 셀룰로스는 단단한 목재인데 모두 포도당 저장용이다. 식물은 식량인 녹말에 비해 셀룰로스를 엄청나게 만들어낸다. 지구의 모든 식물이 줄기와 잎의 주성분인 셀룰로스를 합성한다. 식물이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줄기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면 광합성도 활발해지니 셀룰로스도 더 만들어지지만, 이를 거쳐 이산화탄소 농도는 줄어든다. 참고로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광합성 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를 늘리는 호흡도 동시에 한다. 그렇지만 식물은 성장한 줄기의 무게만큼 이산화탄소를 포집한다. 이를 아는 사람들이 열대우림의 벌목을 우려하고 산림청이 30년 된 고목을 베어낸다고 비난하는 이유다.
목재를 태우지 않은 채 탄화시킨다면
식물의 줄기가 성장하는 단계까지 이산화탄소 순환은 순조롭게 이뤄지지만, 이후부터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이산화탄소에서 셀룰로스 덩어리인 나무가 벌목으로 목재가 되는데, 이 목재는 장기적으로 보관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목재는 그대로 있지 않고 부패한다. 1년 만에 썩는 낙엽에 비하면 내구성이 있지만 목재도 몇십 년이면 썩는다.
퇴비는 식물이 반쯤 썩은 상태이다. 퇴비가 되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해 하나의 화학식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간다는 격언처럼 최종 물질은 분명하다. 퇴비 역시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물질인 이산화탄소와 물로 돌아간다. 퇴비화 과정에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역할을 한다. 사람은 셀룰로스를 소화할 수가 없지만 이를 소화하는 세균이나 박테리아가 있다. 셀룰로스를 뜯어먹는 소도 자체 분해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장내 세균들이 분해한 포도당을 흡수한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로 셀룰로스를 합성했고 셀룰로스가 분해되면 이산화탄소로 되돌아가니 이산화탄소의 순환이 이루어졌지만, 탄소 저감을 목표로 하는 순환은 석탄과 석유로 되돌아가는 순환이다. 탄소 순환을 완성하려면 목재를 썩히지 않고 땅속에 파묻어 석탄이나 석유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 그래야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역할을 하지 않는다.
목재를 부패시키지 않고 순환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목재를 세균이 없고 산소가 들어가지 않는 땅속에 묻어두면 석탄과 석유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석탄과 석유가 만들어지는 조건에 가두는 것이다. 탄화 과정은 고생대부터 긴 시간이 걸렸지만, 현대 기술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만들 방법도 있을 것이다. 간단한 방법으로 산골짜기에 목재를 묻고 석회석을 뿌리면 목재는 썩지 않고 ‘탄화’된다.
탄화는 부패와 다르다. 부패는 물과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만, 탄화는 석탄과 물이 생성물이다. 이산화탄소는 나오지 않는다. 높은 압력에서 반응이 일어나면 목재는 더 규칙적 구조의 물질로 전환된다. 물과 이산화탄소가 안정된 물질이지만, 압력이 높아지면 이산화탄소의 생성은 억제된다. 석탄이 만들어질만큼 긴 시간과 압력을 얻기 어려우니, 대신에 화학 물질을 첨가해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듯하다.
탄소세 반값으로 만드는 <목재 금고> 아이디어
2년전인 2022년도 미 메릴랜드 대학의 Zeng 교수는 이 칼럼 제일 앞에 명시된 <목재 금고>를 만드는 논문을 발표했다. 목재 금고는 목재를 산소가 차단된 지하 금고에 보관하는 무덤이다. 산소가 차단되면 목재의 부패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천천히 석탄화가 진행된다. 논문에는 자세한 화학반응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진흙이나 석회가루를 뿌릴 수밖에 없다.
100mx100mx20m 인 육면체 목재금고에는 10만㎥의 목재를 저장할 수 있다. 정성적으로 생각하면 나무는 석유의 밀도와 서로 비슷하므로 우리나라에 수입 원유량 만큼 목재를 금고에 들어가게 하면 된다. 목재 금고가 곳곳에 설치되면 귀중한 토지를 잡아먹게 되니, 한 도에 한두 곳만 설치하는 것이다. Zeng 교수는 탄소세의 반값으로 목재 금고를 설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목재금고가 가득차면 그 위에는 잔디를 심어 목초지로 활용할 수 있다.
금고에서 목재가 석탄이 되기에는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실성이 없는 제안은 아니다. 만일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떨어지면 목재 금고를 열어 사용할 수도 있다. 과학 관점에서 나무를 태우지 않고 부패시키지도 않고 석탄화할 수 있다니 흥미롭다.
COP28의 이행계획에 따라 화석연료를 줄이더라도 이미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줄어들지 않는다. 원자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으로 전기를 얻더라도 이미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는 없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이라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줄일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는 안정된 물질이므로 포집해 분해하는 데 소요되는 에너지가 많아서 비현실적이다. 광합성 만한 것이 없다.
나무는 벌목하고 운반하는 데 비용이 든다. 산림 대신에 태양광을 덮어 쉽게 에너지를 얻자고 할 수 있지만, 산림은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이므로 훼손해선 안된다. 나뭇잎은 떨어져 낙엽이 되고 여러 식물의 성장 환경이 된다. 산림은 홍수를 방지하고 공기를 정화한다. 산림에서 큰 나무만을 체계적으로 벌목해 목재 금고에 보관하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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