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인용되면 윤석열은 받아들일까?

[정신의학자 강웅구의 ‘마음의 길’] 유튜브 끊게 된 尹, 망상 벗어날까 버티는 전략, 당당함 대신 비겁함으로 국가 위한 마음 대신 권좌 탈환만 관심 여당 동원하고 탄핵 인용돼도 불복할 듯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시위를 부추기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향력은 차츰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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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구속의 의미 1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두 가지 큰 의미가 있다. 첫 번째는 그의 왜곡된 신념을 자라게 한 자양분인 유튜브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공유정신병(folie à deux)의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망상을 공급하는 원천을 차단하는 것이다(필자의 글 “대통령, 망상과 신념 사이” 참조). 망상이 자신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닌 세뇌 학습에 의해 주입된 것이라면 반대되는 정보를 새로 학습하면 망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윤 대통령의 믿음이 바뀔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자유민주주의(=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에 대한 그의 신념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심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뿌리깊게 체화된 신념 내지 망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에 반대되는 정보는 외계인의 언어처럼 해석 불가능한 것이 되어서, 그의 인지체계에 접수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독선에 반대하는 세력이, 곧 국가를 전복하려는 종북 세력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그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교정할 기회가 주어져 있음에도 그의 믿음은 지속될 것이다.

윤 대통령 구속의 의미 2

구속의 두 번째 의미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강력한 무기였던 자필 편지와 동영상 메시지 등 직접적인 소통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심리적 약자’라서 유튜브 극우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지만, 그 자신은 여전히 ‘손바닥 왕’으로서 더 취약한 지지자들을 가스라이팅할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기회있을 때마다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를 날려왔다. “국민과 함께 싸워서 이깁시다”라는 선동성 메시지다.

이제 그가 메시지를 보내려면 변호사나 여당 국회의원을 통해 간접으로 해야 하는데, 이들이 면회 뒤에 “대통령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라 하는 것은 영향력이 별로 없다. 비합리의 세계에서 영향력은 메시지 내용이 아닌 그의 현현(顯現)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유력 극우 유튜버가 포장해서 올린다면 자극성에 힘입어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지만, 유튜버가 윤 대통령을 면회할 기회는 없을 것 같다. 따라서 선동용 무기를 잃은 그가 가진 정치적인 힘은 하향곡선을 그릴 것이다.

윤 대통령의 대책 1

신념은 있되 영향력은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재판정에서 그의 말과 행동들은 황당해서 이해하기 힘든데, 이 두 관점에서 살펴보면 조금의 이해를 구할 수 있다. 한 가지는 신념을 가진 자로서의 행동이다. 그는 확신범처럼 나름 당당하게 재판을 대하고 있다. 그의 태도를 보면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으로 구속된 피고인들의 확신에 찬 주장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 독립투사들도 법정에서 그런 확신으로 주장하였을 것이다.

물론 윤 대통령과 민주화 인사들의 태도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민주화 인사들은 재판받을 때 끝까지 당당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당당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수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비겁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진짜 당당하다면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 전략도 괜찮은 것이, 지지자들은 계엄세력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라 윤 대통령 개인에 충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에게 국방장관과 계엄군 수뇌부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윤대통령이 이들을 밟고 올라서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절차적 하자”는 수하들이 뒤집어쓰고 윤 대통령에게는 고귀한 신념만 남는다.

또 하나의 차이는 민주화 인사들은 지금 자신이 핍박받더라도 언젠가 이 희생이 밑거름이 되어 민주주의가 꽃필 것이라는 소망을 가졌던데 비해, 윤 대통령의 소망은 당장 자신이 복귀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의 대책 2

자신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그가 재판정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메시지를 날리는 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교도소 면회객을 통해서는 간접 전언 밖에는 없지만, 재판을 보도하는 TV에는 그의 동영상이 주장과 함께 소개된다(생방송 중계가 아니라는 것이 그로서는 아쉽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우선 외모다. 잘 정돈되고 염색된 모발, 넥타이까지 한 깔끔한 복장과 뻣뻣한 몸가짐이 중요하다. ‘손바닥 왕’ 같은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지지자들이 여전히 그가 강자라 느끼도록 만드는 전략이다. 말하는 구체적 내용은 상관없다. 비겁한 발언도,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도 당당하게 한다. 자신이 진정 “국가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다는 멘트만 포함하면 된다. 윤 대통령이 무슨 주장을 하건 그들에게는 화면에 등장한 그의 존재만으로 난세의 영웅이다.

그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상이 매우 제한적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거짓 주장에 반감을 갖거나 황당해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식적 시민들은 윤 대통령이 진실을 말하고 참회하더라도 그를 지지하는 쪽으로 뜻을 바꾸지 않을 것이 분명하므로, 잘못을 인정하는 약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다. 지지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개별 지지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 집토끼를 더 강력하게 붙드는 전략인데, 외연의 확장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일 것이다.

탄핵 심판의 재판관들과 피청구인 윤석열. 사진= 연합뉴스
탄핵 심판의 재판관들과 피청구인 윤석열. 사진= 연합뉴스

마지막 카드: 헌법재판소 흔들기

그의 이런 태도와 주장은 재판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것인데도 윤 대통령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 재판부의 눈치를 봐야 할 이유도 없는 것이, 탄핵심판은 “인용이냐 기각이냐”의 두가지 결과일 뿐 개전의 정을 감안해서 형량을 줄여주는 옵션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을 포기할 수는 없다. 법리로 대응이 불가능한 지금, 윤 대통령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기대하는 유일한 카드는 자신을 재판하는 탄핵심판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 주제가 “대통령이 저지른 법치 파괴”인 만큼, 윤 대통령이 재판정에서 대놓고 법치를 부정하는 주장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지자들을 선동하기 위해 직접 주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역풍이 더 클 것으로 판단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 역할은 외주를 주었다. 탄핵심판을 무산시키기 위해 여당이 동원된다.

헌법재판관은 아홉 명으로 한정되어 있고 그나마 세 자리가 빈 상태였다. 이 때문에 야당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덕수 대행을 탄핵소추했다. 여론의 역풍이라는 위험을 안고 했던 모험이었다. 후임자가 두 명이나마 임명함으로써 헌재와 법치가 제대로 돌아가게 된 것은 윤 대통령과 여당에게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당은 몇 명의 헌법재판관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재판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일반 형사재판이라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서 다른 판사들의 재판을 구할 수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관은 우리나라를 통틀어 아홉 명이다. 여당이 주장하는 대로 결격사유가 있어서 몇 명의 재판관이 재판에 참여할 수 없다면, 헌재는 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된다. 탄핵심판의 결과가 너무 뻔할 것이기 때문에, 재판정에서 법리로 방어하는 것이 아닌 아예 재판이 열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한덕수에게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 것도 같은 의도였다. 최상목의 어정쩡한 태도로 법치가 얼떨결에 회복되자 다급해진 여당은 다시 무너뜨리려 애처롭게 노력한다. 법치를 뒤흔드는 악역은 여당이 맡지만 결국 윤 대통령의 뜻일 수밖에 없다.

윤석열은 탄핵을 받아들일까?

이런 정황으로 본다면, 탄핵 청구가 인용되어서 자연인 윤석열이 된다고 해도, 그는 헌재 구성이 부적절하므로 그 결정도 불법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탄핵심판 결과에 불복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구속 수감되어 있는 자연인 윤석열의 주장은 힘이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에 여전히 자기 당의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다. 여당이 탄핵의 인용을 예상하고 있음에도(조기 대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아직 윤 대통령의 수하로 활동하는 것을 보면, 탄핵이 실제 인용된다고 그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을 것임도 예측할 수 있다. 그들 역시 헌재가 불법이라면서 거리로 나와 윤 “대통령”의 뜻을 내세우고 지지자들을 선동할지도 모른다.

한 정당이 자신의 활로를 스스로 개척하지 않고 특정 개인, 그것도 정치적으로 몰락해가는 개인에 의지해서 생존을 유지하려는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데,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준다. 여당의 핵심인사들 스스로는 정치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당을 꾸려나가려면 탄핵 후에도 남아있을 윤석열 잔여 지지자의 힘을 빌리는 수 밖에 없다. 새로운 보스가 나타나야 그들은 윤을 버릴 것인데, 아직은 그럴만한 인물이 없다.

물론 이 후진성은 여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야당 역시 정치적 영향력을 보스 한 사람에 의존하고 있어서, 그의 정치적 몰락을 막으려 열일하고 그가 어찌되건 그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내 소수파를 겁박한다(필자의 글 “우리 사회는 마법에서 벗어났을까?” 참조).

윤석열과 그의 정당 및 지지자들이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회복탄력성이 강한 우리 민주주의는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 이후에도 강건하게 제 갈 길을 찾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기대해 본다(제목에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이라 한 것은, 탄핵이 인용되면 그 순간부터 그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글쓴이

강웅구 서울대 의대 교수

강웅구는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의 유전자 발현 이상 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대표저서로 <정신병리학 – 정신병리의 개념적 접근>(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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