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속은 당신, 쿠팡에 중독되셨습니다!

[정신의학자 강웅구의 ‘마음의 길’] 최저가·로켓배송에 중독된 소비자 독점 공급시 인센티브...입점업체도 높은 시간당 임금에 과로한 노동자 우리 사회의 취약성을 공격한 쿠팡 ‘쿠팡 중독’을 치유할 방법은?

사진=KBS뉴스 캡쳐
사진=KBS뉴스 캡쳐

▶ 칼럼을 대화로 들어보세요

쿠팡 정보유출 및 과로사 사태의 핵심은 (1)나쁜 일이 일어났다 (2)그런데도 끊을 수 없다 (3) 끊을 수 없다는게 빌미가 되어 가해자는 여전히 당당한 태도를 취한다는 점이다.

쿠팡의 중독성

이 사태는 몇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는데, 필자는 “중독”이라는 관점에서 분석해보려 한다. 앞에 지적한 세 가지는 의학적 질병인 중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의존) 환자는 술 때문에 자신의 건강과 삶이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술을 끊을 수 없고 술은 여전히 그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술이나 약물뿐만 아니라 일회용품을 포함한 모든 문화적 이기(利器)들은 중독성이 있다. 그래서 일회용품이 환경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을 수 없고, 시장에 등장하는 일회용품은 점점 늘어만 간다. 중독성이 없었더라면 문화적 아이템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중독성을 활용하는 것은 기업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소비자를 최저가와 로켓배송에 중독시키면 매출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파괴된 생태계

쿠팡 사태를 보는 또 한가지 관점은 ‘생태적 다양성’이라는 측면이다. 기업이 소비자를 중독시키는 아이템을 개발했더라도 이윤 보장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대체재가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체재가 없으므로, 문제점을 알고 있더라도 소비자는 어쩔 수 없이 계속 찾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3)의 현상이 일어난다.

다양성은 문화 생태계가 건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다. 다양성 소실은 중독과도 관계된다. 중독은 한 대상에 “몰빵”함으로써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하는 현상이다. 알코올 의존 환자에서 음주 몰입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인(가족, 직장인,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못하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이 중독성이 되는 것은 자투리 시간에 활용할 다른 문화적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중독된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른 건강한 것도 같이 하는 것이다.

중독 공급자의 경영 전략

음지의 마약 공급 카르텔들이 다른 조직과 사투를 벌이는 것은 공급자 다양성을 말살해서 자신의 독점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양지의 기업들은 공급자 다양성을 없애기 위해 경쟁 기업을 M&A한다. 자신의 생존 자금을 확보한 뒤 덤핑이라는 치킨게임으로 경쟁 기업을 말라 죽게 만들기도 한다. 종 다양성이 사라지는 독점은 생태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현상이다. 이 위험성때문에 반독점법이 만들어졌겠지만, 때로는 잘 동작하지 않는다. 특히 “혁신” 앞에서는 그런 것 같다.

요약하면 쿠팡 경영전략의 핵심은 중독과 다양성 파괴인데, 둘 다 쿠팡이 초기부터 목표했던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최저가 보장과 로켓 배송이라는 중독성 아이템을 개발하고, 초기 엄청난 적자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여서 인터넷 쇼핑 서비스를 하는 다른 기업들을 따돌려 버린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마약 공급자가 처음에는 손해 보면서 팔지만, 고객을 중독시키고 나면 맘대로 가격을 불러도 중독자는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상황을 쿠팡이 만들어낸 것이다.

입점업체도 중독되었다

그런데 쿠팡은 소비자만 중독시킨 것이 아닌 것 같다. 뉴스에 의하면 쿠팡이 영업정지를 당하면 입점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 한다. 합리적인 업체라면 여러 쇼핑몰에 입점하여 쿠팡에서 팔 수 없게 되면 다른데서 팔 수 있도록 했을 것이다. 다양성을 포기하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을 보면 입점업체 역시 쿠팡에 중독이 된 것이다. 쿠팡의 독점적인 브랜드 파워 자체가 그들을 중독시키는 강력한 요인이었을 것이다. 쿠팡에 독점 공급하면 인센티브를 주거나 다른 플랫폼에 공급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중독시켰을지도 모른다. 중독시킨 자는 중독된 자에게 ‘절대 갑’이 된다. 쿠팡이 입점업체에게 저지른 갑질이 간혹 알려지지만, 그럼에도 입점업체는 쿠팡에서 떠날 수 없다. 입점업체 중독이 소비자 중독보다 심각한 것은, 소비자는 쿠팡이 없어지더라도 생활이 불편할 뿐 생계가 위협받지는 않지만, 어떤 중소기업은 쿠팡에서 팔 수 없다면 존립이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노동자도 중독되었다

노동자들도 쿠팡에 중독된 것처럼 보인다. 유독 쿠팡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많은 것을 보면 근로조건이 가혹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다른데서 줄 수 없는 인센티브가 있기에 노동자들은 쿠팡에서 일하겠다고 지원했을 것이다. 이들을 중독시킨 것은 다른 직장보다 높은 시간당 임금이나 인센티브 등일 것이다. 고강도-고임금 노동은 노동자의 건강과 행복을 지속적으로 증진시키는 방법은 아니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매혹적이다. 과로에 의한 건강 침해는 당장 보이지 않지만 오늘 받는 고임금은 당장 나를 기쁘게 한다. 즉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중독성 자극의 속성이다. 나중에 건강을 해치거나 퇴직금을 제대로 못 받게 된 뒤에야 노동자들은 당장의 고임금이 결국은 자신에게 해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의 취약성

쿠팡은 소비자, 입점업체, 노동자 모두를 중독시켜서 우리나라 소비 경제를 지배하는 ‘거대한 제국’이 되었다. 쿠팡의 원대한 포부는 달성되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냉랭하게 파악한 훌륭한 경영 성과일 수도 있지만, 그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취약성이 있다. 기다릴 줄 모르고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은 소비자, 갑질을 견디면서 조금이라도 더 팔고 싶은 중소 상공인, 안전 보다는 당장의 수입에 목매는 노동자 등이 이 취약성을 이룬다.

더 근본적으로, 취약성이 한 기업에 의해 이용당하게 된 기반에는 “혁신적 플랫폼”을 절대적 가치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혁신에는 연구를 통한 새로운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언론을 현혹하는 것, 전직 고위 관료를 임원으로 영입하는 것, 법률-규제에서 허점을 찾아내는 것, 경쟁자들을 도태시키는 것 등도 포함된다는 문제가 있다. 혁신은 소비자들을 더 편리하고 행복하게 할 것이라 포장되지만 실제로 사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깊이 고려되지 않는다. 혁신 기업에게는 “사회적 환경영향 평가”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다. 적자를 감수하고 밀어붙이는 로켓 배송, 국내의 규제를 피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 등 쿠팡의 행보는 당시 문제성 있다고 비판받기 보다는 멋있는 혁신으로 칭송받은 바 있었다.

어떻게 치료할까?

진단이 끝났으면 이제 이 사태를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쿠팡을 당장 없애면 그것이 일으킨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쿠팡 이전에도 우리 사회는 잘 돌아갔다. 그러나 로켓 배송에 중독되면 끊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입점업체와 노동자들에게는 쿠팡이 당장 없어지는 것이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중독을 치료할 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안전한 대체재를 개발하고, 대체재의 사용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것이다. 중독의 “해독치료(detoxification)”에 사용되는 기법이다. 그러려면 필요한 것은 안전한 대체재이다. 다행이 쿠팡 만큼은 “혁신적”이 아닌 다양한 온-오프라인 거래터와 일자리들이 아직 도태되지 않고 살아있다. 소비자에게는 배송 속도가 느리고, 입점업체에게는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는 단기간 고임금이 보장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재가 나에게 주는 만족감이 중독성 약물보다 덜하더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안전하다. 당장 끊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안전한 대체재로 서서히 옮겨가면서 이에 동반되는 생활양식의 변화에 적응해 가야 할 것이다.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은, 혁신적 중독이 주는 순간적 쾌감은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예방할까?

중독에서 중요한 것은 치료가 아닌 예방이다. 어떤 중독이건 이미 중독된 뒤에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이미 쿠팡에 중독되었지만, 매일 등장하는 또다른 중독성 혁신에 또 중독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수의 혁신적 기업의 목표는 인류를 중독시키고 승자독식하는 것이다. 이런 혁신에 열광하기 전에 세상의 많은 일들에 맞교환(trade off) 현상이 있음, 즉 장점의 이면에는 문제점이 따른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기반해서 사회적 환경영향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혜안을 요구한다. 혁신을 무조건 숭배하는 사회는 위험하다.

글쓴이

강웅구 서울대 의대 교수

강웅구는 1988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수련을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뇌의 유전자 발현 이상 보다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이라는 관점에서 정신질환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다. 대표저서로 <정신병리학 – 정신병리의 개념적 접근>(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21)이 있다.

댓글

    함께 읽을 글

    칼럼 전체 보기 →